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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노동자, 매달 두 명씩 협착 사고 사망…보완책 시급

29세 청년 노동자, 폐기물 혼합 롤러에 끼어 숨져
작업중지명령 내려도...안전수칙 준수 여전히 허술
하반기 경기도 산재발생 115건, 협착 사망 11건
“원청 책임, 벌금이 끝...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필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내 산업현장에서 산재사고, 협착 사고가 반복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9세 노동자 故 최 모씨는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시 정남면의 폐기물 처리업체인 신대한정유산업에서 일하던 도중 폐기물 혼합기 롤러에 끼여 숨졌다. 비산재(먼지)와 폐수를 섞어 반죽으로 만드는 고형화 처리설비 패들 믹서에 몸이 협착돼 변을 당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사고 당일 즉시 현장조사를 진행해 사고 설비 및 동일 설비에 대해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지청 관계자는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장에 CCTV가 없었던 데다, 참고인 진술이나 현장 상태를 보고 사건을 진행 중에 있다”며 “산재 원인을 파악하고 관련 대책 수립 및 작업 중재 심의위원회의 논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작업중지 해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제재는 올해 1월 개정된 산안법이 시행된 결과다. 산안법 제 55조는 노동자가 작업 도중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시 사고가 발생한 설비, 해당 설비와 동일한 설비의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추정되는 2인 1조 근무, 안전장치 설비 유무 등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은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다. 본지는 9일 사건 담당인 화성동탄경찰서에 이를 물었으나, 관계자는 “일부 과실이 확인됐으며, 과실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 확인 중에 있다”며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불과 반년 전에도 최 씨의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앞서 발생했다. 지난 5월 22일 광주 광산구 폐기물 처리업체 조선우드에서 일하던 26세 청년 노동자 故 김재순 씨가 폐기물 파쇄기에 빨려들어 숨졌다.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사고 당시 최 씨는 2인 1조 수칙 준수 및 안전설비 마련이 전혀 없던 걸로 전해졌다. 심지어 해당 업체는 2014년에도 파쇄기 컨베이어에 옷이 끼이는 질식사고가 발생한 이력까지 있었다.

 

두 사고 모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故 김용균 씨 사건과 유사하다. 김 씨의 죽음으로 산안법은 개정됐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사람이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것이다.

 

9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사업장 안전사고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인 6월부터 12월 1일 기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는 41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최 씨와 같은 협착사고 건수는 47건에 달했다.

 

경기도의 경우 전체 발생한 산재사고는 115건으로 전체의 27.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협착사고는 지난달 말 신대한정유산업 사고를 포함해 13건, 확인된 사망자는 11명에 달했다. 심지어 사망자 중에는 62세 여성 1명까지 포함돼있었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이처럼 반복되는 사고에 대해 기존 산안법의 한계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그 대안으로 지적한다. 권 처장은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정된 산안법에 사고 자체를 줄이는 내용은 없다. 안전보호 조치를 하라는 규정은 있으나, 문제는 이를 기업이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작업량을 늘리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제거하고, 사고가 발생해도 벌금만 내면 되는 상황이다. 이것이 사고를 반복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9월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고의 경우 하나의 일에 4곳의 업체가 업무를 쪼개 일했다. 작은 일 하나마저 분리돼있다 보니, 원청은 벌금만 내거나 사고 책임을 하청이 지도록 하는 식”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원청과 경영자에 책임을 지우고 실질처벌을 가능케 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지키도록 하는 법”이라고 법안 제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편 노동법 준수와 노동권 보장을 위해 故 전태일 열사는 50년 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근로기준법전과 자신의 몸을 함께 불살랐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나도 한국의 노동자는 아직도 기계처럼 일하다 기계에 말려 들어가는 변을 당하고 있다. 그의 이름을 빌린 전태일 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요구가 지금도 시민사회에 울려 퍼지는 이유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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