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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현실 무시한 가설건축물 불인정…노동자 대안 無

 

정부가 포천 외국인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고용허가를 불허하면서, 농민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가설건축물 외에 마땅한 외국인노동자 숙소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와 농식품부, 해수부에 따르면 농‧어업 분야에 고용된 외국인노동자 3850명을 대상으로 한 주거환경 실태조사 결과 근로자 중 약 69.6%, 사업주 중 약 64.5%가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등을 이용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숙소로 쓰이는 가설건축물은 조립식 패널(38.7%)이 가장 많았고 비닐하우스 내 시설(17.6%)과 컨테이너(8.2%)가 뒤를 이었다. 냉‧난방, 목욕‧화장실, 채광 및 환기 시설 등은 99%가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부터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주거시설로 비닐하우스 시설, 조립식 패널 등을 제공하는 사업주에게는 외국인노동자 고용 허가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포천시의 한 비닐하우스 내 시설에서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노동자가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농민들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설건축물 외에 다른 숙소를 제공하기가 실질적으로 어려운 농가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빈집 리모델링 지원 방안 등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안성시 일죽면의 한 채소 농가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 패널로 지어진 30평 숙소에는 외국인노동자 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곳은 실내 화장실, 조리시설, 냉‧난방 시설을 갖춘 숙소와 부식을 제외한 식사를 제공하는 대신 전체 월급의 8%를 기숙사 비용으로 제하고 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한차례 물에 잠기면서 세간을 새로 마련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았지만, 정부 대책에 따라 허물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외국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매출까지 감소한 농민들은 숙소 마련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채소 농가를 운영하는 고진택(53)씨는 “근처 농가들만 봐도 농장주들도 노동자와 함께 여기서 농사를 짓는다. 애초에 노동부에서도 숙소 내 충분한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며 “일부 상황만 보고 전체 농가들을 악덕 농장주로 몰아가는데, 점검하고 관리해 열악한 환경의 농가에 시정 명령을 내려야지 이런 조치는 다 폐업하라는 소리”라고 한숨을 쉬었다.

 

 

고씨는 “농촌은 임금 수준이 대개 200만원 안팎으로 비슷하다. 지금처럼 농장주가 숙식을 제공하지 않고 따로 임대비, 식비를 해결하게 되면 최소 50만원은 들어간다. 가뜩이나 사람이 없는데 이렇게 되면 누가 농촌에 오려 하겠느냐”며 “시내에 빌라나 원룸 임대를 구해주려 해도 건물주들이 거절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고씨의 농가 인근을 살펴보니 원룸이나 다세대 주택은 찾기 어려웠다. 2km 이상 떨어진 시내에서 임대할 만한 주택을 찾아볼 수 있었으나, 임대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출퇴근길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원보증을 한 농장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일죽면 공인중개업소 대표 A씨는 “한 명이 계약한다고 해놓고 여러 명이 살거나, 음식과 생활 방식이 다르다 보니 기름때 끼고 청소관리가 안 되니 (집주인들이) 임대를 잘 주지 않으려 한다. 안성시뿐만 아니라 어딜 가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인 빈집 리모델링도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농가소득은 평균 4118만2000원으로, 전년(4206만6000원) 대비 2.1% 감소했다. 농민들은 지자체로부터 빈집을 구매해 리모델링 하기까지 수천만원의 비용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반대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한농연 경기도연합회 관계자는 “(외국인노동자의 상황은)안타까운 부분은 분명하지만, 단기간 내에 유예나 자구책 없이 바로 불인정해버리면 고스란히 농가에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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