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9 (금)

  • 구름많음동두천 29.1℃
  • 구름많음강릉 32.6℃
  • 구름많음서울 30.2℃
  • 구름많음대전 28.1℃
  • 구름많음대구 29.9℃
  • 구름많음울산 27.1℃
  • 흐림광주 26.3℃
  • 구름많음부산 26.1℃
  • 흐림고창 27.4℃
  • 구름많음제주 32.1℃
  • 구름조금강화 27.1℃
  • 구름조금보은 27.9℃
  • 구름많음금산 28.5℃
  • 흐림강진군 27.2℃
  • 흐림경주시 29.2℃
  • 구름조금거제 26.4℃
기상청 제공

[사설] ‘녹취록 폭로’ 대선…여야, 천박한 구태 멈춰야

네거티브 공방 아닌 건강한 ‘시대정신’ 논쟁 펼치길

  • 등록 2022.01.26 06:00:00
  • 13면

불과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전이 후보와 가족의 사생활을 공격하기 위한 ‘녹취록 까발리기’ 대전으로 변질하고 있다. 과거에도 네거티브 공방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처럼 후보와 가족의 사생활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대선은 없었다. 도대체 대통령을 뽑자는 것인지, ‘네거티브 정치꾼’ 챔피언을 뽑자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나라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이 천박한 구태는 당장 멈춰야 한다.

 

양 진영은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한껏 예민해진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한탕주의의 포로가 되어 간특한 폭로전에 몰두하고 있다. 한 인터넷신문 소속 기자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와 나눈 사적 대화가 담긴 녹취록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가족 간의 불행한 다툼 속에 행해졌던 해묵은 욕설 파일이 정쟁의 소재들이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관련 녹취록에 등장하는 김건희 씨의 발언 내용을 들어보면 부적절한 대목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공직 후보자나 그 가족에 대한 검증은 다다익선이다. 사상의 근저와 판단력,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검증의 볼륨이 깊고 많아서 나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 이슈와 관련된 녹취 과정에서의 ‘취재 윤리’ 논란은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녹음 당사자는 물론 민주당에서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으니 정당한 취재행위”라고 강변하지만, 낯부끄러운 궤변이다. 어떤 기자도 인터뷰 과정에서 취재원과 ‘누나, 동생’ 호칭을 쓰거나 몰래 녹음을 감행하지는 않는다. 국민 개개인의 ‘사적 대화’가 철저히 보호되지 않는다면 자유민주주의는 위험해진다.

 

야당이 이재명 후보의 욕설 파일을 대선전의 네거티브 소재로 써먹는 것은 더 심각한 구태다. 이 후보가 이미 수차례 사과하기도 했지만, 가족 간에 일어난 불행한 사건의 연장 선상에서 빚어진 비정상적 갈등의 여파로 벌어진 지극히 사적인 대화의 영역이다. 정치인도 결국은 인간이다. 희로애락이 혼재된 인생역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순간의 일탈을 빌미로 수십 년 동안 그 사람의 인격을 규정하여 악마화하는 일이야말로 흉측한 폭거 아닌가.

 

이런 천박한 논쟁 어느 구석에 이 나라의 미래가 담긴 ‘시대정신’의 단서가 존재하는가. 유권자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기 위한 음모만이 도사린 이런 네거티브 선동술이야말로 진영논리에 찌든 정치꾼들의 ‘국민모독’일 따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이 무당들의 말을 믿고 권력을 휘두를 테니 찍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이 가족들에게 쌍욕을 해대는 몹쓸 인물이니 찍지 말라”고 선동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비호감 선거로 흘러가는 대선 국면에서 이런 식의 한탕주의 네거티브 경쟁은 결코 지혜로운 전략이 아니다.

 

선거전문가들이 내놓는 “네거티브를 남발할수록 중도층은 오히려 멀어져 갈 것”이라는 분석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은 냉정해진다. 의혹 부풀리기 선동질로 상대 후보를 한 방에 훅 가게 만들 수 있는 묘책은 없다.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에게 뚜벅뚜벅 신실(信實)하게 다가가는 후보가 결국 이긴다. 아니 그런 후보가 이겨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살지 않겠는가.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