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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더 이상 죽이지 마라"…故 이선호 씨 산재사망사고 1주기

참사 1주기…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되었으나 책임자들은 '집행유예'
대책위 "당국의 처벌미흡 및 경총의 중대재해처벌법 훼손 시도 규탄"
유족 "더는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도록 해달라" 호소

 

“아들과 같이 출근했는데 아들만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故 이선호 씨가 일했던 컨테이너 하역장을 바라본 아버지 이재훈 씨는 1년 전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통곡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대신하기라도 한 듯 평택항은 흐리고 찬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지난 22일 평택항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故 이선호 씨 산재사망사고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은 각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조합, 진보정당, 선호 씨의 대학교 친구들이 함께 자리를 지켰다.

 

1년 전 선호 씨는 오픈형 컨테이너의 바닥을 정리하던 중 300㎏의 컨테이너 날개가 쓰러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외국인 노동자 1명만 있었을 뿐 안전관리자는 없었다. 안전의 실종으로 일어난 끔찍한 참사였다.

 

당시 사고 이후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빈소에 조문해 유족들을 위로하고 대책마련을 약속했고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역시 사과와 함께 특별 안전점검과 재발방지대책을 소속 기관장들에게 주문했다.

 

그러나 사법부는 지난 1월 13일 1심에서 사고와 관련된 작업 책임자 등에게 모두 집행유예를, ㈜동방 법인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요인 등이 작용한 탓에 당시 유족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규탄했다.

 

 

유족을 대리한 권영국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열악한 항만노동자들의 삶과 위험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사각지대로 몰아간 자본과 그에 묵인한 사법부에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이 탐욕에 빠져 안전을 무시한 태도에서 참사가 발생한 것이며 사법당국이 배경을 제공한 것”이라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아직도 기업들이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투자한 것이 아니라 법을 흠집내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꾸짖었다. 또한 사측과 유족측의 항소에 “국민들의 관심과 힘을 모아 안전을 무시한 기업이 책임지고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홍 민주노총 평택안성지역노조 위원장은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상태에서 에방·대책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 지적하면서 “평택항에 25개 항만 운영사가 존재하는데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61%인 1700명”라고 평택항의 인력구조 문제를 폭로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위험한 업무를 비정규직에게 전가하고 안전관리도 하청업체에 위탁하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안전한 평택항 이룰 수 있다”고 “산재사고를 숫자로만 기억하지 말고 관계기관들이 제대로 안전대책 마련해야”함을 주장했다.

 

한규협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지난 1월 29일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와 2월 8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추락사고'를 언급하며 “경기도에서만 벌써 중대재해처벌법 1·2호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 수석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형 로펌까지 동원해 중대재해처벌법 ‘교정’해야 한다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로비하고 있다”며 “이 법조차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중대재해법은 ‘대표자 징역형을 명시’ 등이 포함되도록 ‘전면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버지 이 씨는 중대제해처벌법 교정을 요구한 경총을 향해 “한 집의 가장·자식은 일하다 죽어도 괜찮은지, 부모를 잃은 슬픔과 자식을 잃은 고통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는 것보다 가벼운지 묻고싶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사법부는 엄격하게 기업주를 구속수사하고 근로감독관은 현장감독을 철저히 해 노동자들이 더는 죽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 경기신문 = 임석규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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