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파리정치대학 정치학박사](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20623/art_16547409692575_e2a22e.jpg)
'노랑예수'. 폴 고갱(Paul Gauguin)의 그림이다. 퐁타벤(Pont-Aven) 트레말로 성당의 나무 예수상을 보고 그렸다. 2년에 걸쳐 완성된 '노랑예수'. 19세기 프랑스 북부에서 펼쳐진 예수의 수난과 그 곁을 지키며 기도하는 브르타뉴 여인들의 모습이다. 예수의 강한 윤곽선과 평면적 구성, 여인들의 독특한 음영. 인상파와 결별한 새로운 풍이다. 노랑, 주황, 녹색의 가을 팔레트는 예수의 형상을 압도하는 노랑의 메아리로 울림이 크다.
![고갱의 노랑예수](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20623/art_16547487217878_9aa171.png)
프랑스 브르타뉴지방의 퐁타벤. 볼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밀감익기에 좋은 온화한 햇빛, 저렴한 생계비, 풍부한 현지소재. 가난한 예술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든 이유다. 고갱이 퐁타벤을 처음 방문한 건 1886년. 그 후 다시 찾아와 4년간 머물렀다. 야생의 마을이자 원시적인 곳. 고갱은 이런 퐁타벤을 무척 좋아했다. “화강암 위를 걷는 내 장화 소리를 들을 때, 난 그림에서 찾고자하는 은은하지만 강력하고 불투명한 소리를 듣는다”라고 표현했다.
그만의 스타일을 찾아 세계를 헤매던 고갱. 퐁타벤에서 급기야 그 꿈을 이룬다. 갑갑한 도회지생활을 벗어던지고 순수성과 고결성을 찾아 이곳에 왔다. 신선한 공기, 이국적 방언, 전통적 의상과 풍습, 천주교에 대한 주민들의 열정. 검은산에서 내려오는 구불구불한 작은 강, 화강암의 큰 바위들, 급류에 서있는 풍차들, 시끌벅적한 야시장들. 상인들은 아벤강 다리 위에 시장을 형성하고 꼬숑 광장에는 상설시장을 세웠다. 밀물과 썰물의 여파는 작은 강을 리아스식 해안으로 둔갑시켰다. 이 모두는 고갱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영광으로 인도했다.
![아름다운 퐁타벤 전경](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20623/art_16547487996574_dc2ddf.png)
21세기 퐁타벤. 인걸은 간데없고 산천은 의구하다. 구불구불한 세 개의 산책로, 그중 브아 다무르( Bois d’Amour)는 고갱과 화가들이 즐겨 노닐던 곳이다. 아벤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넓은 너도밤나무 잎새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가로수길. 그 위로 투영되는 빛과 그림자는 연속해서 이어진다.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 그리고 글로아넥(Gloanec) 여관도 현존한다. 고갱은 여기서 네 번이나 머물렀고 돈이 있을 때만 여관비를 냈다. 너무 가난해 화구를 사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모습의 편지도 남아있다.
이런 역사는 퐁타벤을 프랑스 최고의 관광지로 만들었다. 거기에 평온한 물이 흐르는 긴 강과 벽에 걸려있는 수많은 화병 속 꽃들, 정박된 배들과 요트는 한 폭의 그림 그 자체다. 어디 이뿐인가. 퐁타벤의 명물과자 퐁타벤 갈레트의 구수한 냄새와 브르타뉴의 크레프 요리. 군침이 솔솔 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 국제선을 타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해방감에 올 여름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날 요량이라면 프랑스의 퐁타벤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시라. 고갱과 퐁타벤파들의 자취를 따라 산책을 하고, 그러다 지치면 성벽에 올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브르타뉴의 멋진 광경들을 만끽할 수 있다. 퐁타벤은 평온의 땅, 브르타뉴의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