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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어둠의 고요 속에서

 

 

이천이십이 년, 한 해의 시간이 노루꼬리만큼 남았다. 누가 세월의 백지에 365개의 선을 그어 하루, 한 주, 한 달, 한 해의 캘린더를 만들어 365일 읽어가며 살도록 하였는가. 어느 의사가 사람의 열을 재면서 36.5 ℃의 체온을 유지해야 정상이라고 하였는가, 따라서 365와 36.5라는 숫자의 의미에는 어떤 깊은 뜻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밤은 너무 밝다>>의 저자인 아테네 ‘크롭베네슈’는 무수한 인공조명 때문에 식물도, 그 식물의 수분을 도와주는 곤충도, 밤에 이동하는 철새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혼란에 빠져 본래의 생체리듬을 잃어버린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빛 공해 노출 면적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다고 한다. 늦게 잠자고 깊이 잠들지 못하는 현상에 빛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일은 각박한 상황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일처럼 생각해 왔다. 먼 조상 때부터 밤을 낮 삼아 일한 덕분에 밥 먹고 살게 되었고, 밤잠 안 자고 공부하는 학생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밤은 밤다워야 하고 낮은 낮다워야 함을 생각 못하고 살았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금년이라는 세월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어둠은 고요하고 차분한 상태로 나를 이끌어준다. 하루를 정리하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 또한 어두운 밤의 덕분이었다. 날 저물고 밤이 찾아오는 것처럼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찾아오고 있다는 것은 자연연사이다. 새 아침 열두 달을 온전히 받아 살아오면서 내 행동과 마음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올해의 막바지에서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욕됨은 없었는지 살펴 볼 일이다, 한 해 동안 살아온 일들을 기억 속에서 소환하고 그 일들에 대하여 인문학적 성찰이 있어야 할 때이다.

 

지난해 섣달에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내 영혼에 정전상태가 지속되었다. 삶의 무의미함 속에서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말 한마디 걸어줄 사람은 모두 떠난 것 같았다. 무인도의 생활이 시작된 느낌이요. 관객 없는 무대 위에 홀로 서 있는 주인공 같았다. 올해는 차분하게 앉아서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마음으로 『당신의 삶이 빛나 보일 때』라는 수필의 집을 지었다. 인생이 잠시 왔다 가는 여행이라면, 여행의 출발 시간은 새벽이고 돌아올 때는 어둠의 저녁이 아닐까. 그래서 세상을 등질 때 가지고 가고픈 책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대로 눈물과 건조한 가슴과 가족의 상실감을 적절히 얹혀 낸 책이다.

 

어둠의 고요 속에는 잠이라는 위로가 있다. 그러기에 아침이면 아득히 푸르른 하늘을 보며 걸었다. 때로는 수시로 마음에 덮치는 우울을 걷어내기 위해 산길로 나섰다. 걸으면서 태풍, 천둥, 벼락은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시련이고 그 또한 자연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이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에겐 36.5℃ 체온이 신앙 같다는 생각이었다. 행복이 영원할 수 없듯 고통도 끝은 있겠지 싶었다. 그때였다. ‘추운 날씨에 웅크리지 말고 가슴 펴고 살라’는 아들의 음성이 등 뒤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날 저문 어둠 속에서 고요한 마음의 기도로 2023년 새해를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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