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현상 지속으로 지난해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지역의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1만 1106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2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총 10만 561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61% 증가한 수치다.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가 10만 건을 넘어선 것은 2014년(12만 4253건) 이후 9년 만이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를 의미한다.
지난해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은 3만 9059건에 달했다. 이 역시 전년(2만 4101건)보다 62% 급증한 수치다.
임의경매 물건이 급증한 이유로는 저금리 시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른바 '영끌족'들이 고금리를 버티지 못한 점이 꼽힌다. 통상 3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되면 금융기관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데, 금리가 높아지면서 이자를 못 갚는 이들이 속출한 것이다.
지난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등기신청 건수를 시도별로 보면 경기가 총 1만 1106건으로 전년(5182건)에 비해 114.3% 증가하면서 가장 많았다. 서울은 74.1% 늘어난 4773건을 기록했고, 부산이 105.4% 늘어난 419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광주(973건, 103.5%↑), 세종(424건, 74.4%↑), 충남(1857건, 76.3%↑) 등의 증가율도 평균을 넘어섰다.
특히 전세 사기가 심각했던 수원시는 지난해 990건의 임의경매 신청 건수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1% 증가했다. 수원시 내에서도 권선구의 신청 건수는 481건으로 전년의 세 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 피해로 인해 주택을 잃은 세입자들이 임의경매 신청을 늘린 것으로 분석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도 임의경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가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거래도 잘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집값 상승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 중 원리금 상환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이들의 임의경매 매물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