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전세·정책대출로 확대하는계대출 억제를 위한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사실상 긴축을 종료함에 따라 집값이 오르고 가계대출이 다시 불어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실수요자인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 추이를 점검하기 위해 매주 은행권과 회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음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모니터링 강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9월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 2000억 원 늘며 증가 폭이 8월(9조 7000억 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본격적으로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되고 은행권이 대출을 강력하게 옥죈 영향이다.
다만 지난 11일 한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하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장금리가 이를 따라 떨어지면서 저금리에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한은 또한 집값과 대출 수요가 자극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 금리 인하 폭을 0.25%p로 제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5%p 낮출 경우 금리가 인하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부동산 수요층에서 부동산 살 시기가 됐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은 한번 상승하면 다시 내리기 힘들어 기대 심리를 조절해야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방안은 DSR 규제 확대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전세·정책대출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소득 수준별 DSR 산출을 정교화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금융권은 이를 전세·정책대출에 DSR 적용 검토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보고 있다. DSR은 차주가 1년동안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권의 경우 40%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현재 전세대출과 정책대출은 DSR에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정책대출의 증가 폭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 규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들어 늘어난 디딤돌·버팀목대출은 3조 8000억 원으로 전월(3조 9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세대출의 경우 갭투자 수요와 직결돼 가계부채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7월에서 9월로 늦추면서 가계부채 급증세에 불을 붙였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과감하게 규제를 확대해 가계부채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 인하 등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양상과 추이를 면밀히 봐가며, 은행들의 보다 정교화한 전세·정책 대출 DSR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추가대책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내년 7월 도입될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 조기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3단계 시행 시 스트레스 가산금리가 0.7%p에서 1.5%p로 높아지며, 적용 대상도 모든 가계대출로 확대된다.
하지만 실수요자와 서민의 주거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아 실제 확대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규제를 통해 전세 시장을 옥죌 경우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월세로 바뀌는 '전세의 월세화' 등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1월 업무계획에서 DSR 규제 범위를 전세대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대 여론으로 인해 도입을 연기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대출과 전세대출은 취약계층과 서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규제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전세대출 등에 DSR이 적용되더라도 주거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