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다른 존재들이 부딪히며 남긴 상처와 흔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기후 위기와 팬데믹이 남긴 경험은 인간과 비인간, 자아와 타자 사이의 관계를 다시 묻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동시대미술전 '공생'은 이 질문에 예술이 응답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서 공생은 단순히 함께 사는 방법이 아니라 낯선 존재와의 만남에서 생겨나는 특별한 조화와 태도를 성찰하는 화두로 제시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극장을 찾은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관람객은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은 채 모래사장을 연상시키는 카펫 위를 걸으며 작품과 마주한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회화, 공간 가득 울려 퍼지는 다중 채널 사운드, 손에 들린 소설책은 관람을 단순한 ‘보기’에서 ‘머무르기’로 바꿔 놓는다. 책과 전시를 서거나 앉아서 보고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순간 공생의 감각은 자연스럽게 환기된다.

윤향로는 굴껍질을 형상화한 신작 회화 '오이스터'(2025)를 선보인다. 비정형 캔버스로 제작된 작품은 수원시립미술관 전시 공간 중 가장 높은 8.8m 천장에 매달려 화이트 큐브와 대비를 이루며 공간감을 극대화한다. 굴껍질의 안과 밖은 경계를 가르면서도 이어주며 서로 다른 존재들이 관계를 맺는 풍경을 보여준다.
유지완은 다중 채널 사운드 작업 '그 밤 꿈', '통로'를 통해 전시장을 무대로 전환한다. 무성영화 변사의 목소리와 주변의 잡음을 수집·재조합한 소리는 유령처럼 잔존하며 공간 속에 스며든다. 남겨진 소리와 현재의 공간과 이를 느끼는 관람객이 얽히며 전시의 주제인 공생이 청각적으로 드러난다.

민병훈은 단편소설 '서로에게 겨우 매달린 사람들처럼'으로 참여한다. 이동과 정주의 공간에서 포착한 장면들을 소설적 이미지로 전환한 작품은 부재한 존재와의 관계를 상상하게 하고 관객의 상상 속에서 공생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한다.
이처럼 세 작가는 회화, 사운드, 문학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공생’을 교차·확장하며 그 의미를 새롭게 탐색한다.
이번 전시는 카펫 위로 입장하는 무대형 관람 방식과 유지완의 사운드 작업의 청음 환경을 고려하여 회차별 80명 입장 제한으로 운영된다. 회차별 관람 시간은 매시각 정시부터 50분으로 네이버 사전 예약(회차별 50명) 또는 현장 방문(회차별 30명)을 통해 관람 가능하다.
동시대미술전 '공생'은 2026년 3월 2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2전시실에서 열린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