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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묻다] 우리 사회의 19살은 모두 수험생일까요?

 

2025년 11월 13일 목요일,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 속에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약 55만 명의 수험생이 시험장으로 향하는 동안, 도심 곳곳에서는 출근 시간을 늦추고 버스 노선을 조정하는 등 수능에 맞춘 여러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수능 시험과 무관하게 하루의 노동과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문득, 시험장 밖에서 각자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을 ‘수능을 보지 않는 19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국 사회에는 이른바 ‘정상적’인 생애 경로에 대한 강한 압력이 존재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살이면 당연히 수능을 본다는 전제가 사회 전반에 널리 작동한다. 그러나 2024년 대학 진학률은 74.9%이다. 이 숫자는 “대부분이 대학에 간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 자주 활용되지만, 반대로 보면 4명 중 1명은 대학 진학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책과 제도는 여전히 ‘대학 진학’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다수가 선택한 경로를 곧 ‘정상 경로’로 간주해 이를 기준으로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질문이 필요한 지점이다.

 

실제로 19살의 삶은 단일하지 않다. 누군가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일터로 뛰어들어 새로운 관계와 노동의 세계에 적응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누군가는 대학이라는 틀 밖에서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탐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건강 문제나 경제적 책임, 복합적 가정 상황으로 인해 집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시선이 이들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경우는 드물다. 정책 상당수는 ‘청년=대학생’이라는 전제하에 이들의 대학 생활이나 취업 준비를 중심으로 지원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대학 중심의 생애 경로가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고교 이후 대학 진학을 당연한 단계로 여기는 풍토 속에서, 비진학 청년의 삶은 종종 ‘진학에 실패한 개인의 문제’로 단순화된다. 이들의 다양한 삶의 여건과 고유한 삶의 흐름은 충분히 조명되지 않고, 정상 경로에서 벗어난 ‘이탈자’ 혹은 노동시장에 조기 투입될 ‘인적 자원’으로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중요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받아야 하고, 그 선택이 안정적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사회적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매년 수능 날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19살을 ‘수험생’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 청년들의 현실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 “수능을 보지 않는 19살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을 때, 현 정책이 놓치고 있는 공백과 새롭게 보완해야 할 지점들이 드러날 수 있다. 비진학 청년들이 겪는 삶의 조건과 이들이 마주하는 제도적 장벽을 세심하게 살피고, 정책의 설계와 집행 전 과정에서 청년의 다양한 삶의 경로가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19살 모두가 안정적이고 안전한 성인 초기의 삶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정교하게 마련될 때, ‘대학 진학’이 유일하거나 우선적인 경로로 간주되는 사회적 압력 역시 점차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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