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박물관 ‘정신문화 허브’문화 유산으로 정체성 확립 고고학, 그것은 발굴이란 작업을 통해 사라진 과거의 역사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는 학문이다. 드러난 유적과 유물은 생명력을 얻음으로써 비로서 역사적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진다. 조유전(趙由典·70). 그가 바로 이런 역사의 뿌리를 찾는데 평생을 몸바쳐 온 국내 고고학계 최고의 석학(碩學)이다. 지난 1971년 공주의 백제 무령왕릉, 경주 황룡사, 월성, 감은사, 익산 미륵사지, 러시아 수추섬의 신석기유물 발굴 등이 그가 이끈 대표적 고고학 발굴 사업이다. 그는 현재 경기문화재단 부설 경기문화재연구원장 겸 경기도박물관장이다. 햇수로 3년째다. 공직은 이미 지난 2002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으로 정년퇴임했다. 그런데도 경원대 강사(2002년),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초빙교수(2004~2006년), 한국토지공사 토지박물관장(2006~2009년), 문화재청 민속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2007년~현재), 남한산성운영위원장(2009년)을 두루 거쳤다. 40여년의 ‘두더지 인생’에 대한 ‘몸값’을 톡톡히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해에는 한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발굴 답사기를 묶어 ‘한국사 기행(책문)’도 펴냈다.
수호천사 로나 번 글|류시화 옮김 이레|480쪽|1만4천800원.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 곁엔 항상 수호천사가 있다.” 저자 로나는 아일랜드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정신지체 장애 판정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녀는 보통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재능을 갖췄다. 어릴 때부터 천사들을 보고, 실제로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는 지적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었다. 언제나 최고의 놀이 친구들이자 교사가 되어 준 수호천사들의 보호 속에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천사들의 도움 속에서 보내온 어린 시절부터 첫사랑 조와의 결혼, 남편의 죽음 등 자전적 감동 실화를 담았다. 심한 난독증 때문에 녹음기와 음성 인식 컴퓨터를 이용해 3년 반에 걸쳐 이 책을 완성했다. 2008년 아일랜드에서 출간 즉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 40개 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사람들은 누구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바로 수호천사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에게도 수호천사가 있으니까 신호를 보내보라고 말이다.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강준만 글|인물과 사상사 340쪽|1만5천원. 어릴적 스마트한 전화기와 놀며 영어에 능통… 명문 대학 들어가서 간판 얻어야해 아파트·자동차 사기위해 빨리빨리 혈서 쓰듯 살면… 내 장례는 화려하겠지 대한민국을 특별하게 만든 9가지 한국적 삶의 코드(‘빨리빨리’ ‘아파트’ ‘자동차’ ‘장례’ ‘전화’ ‘대학’ ‘영어’ ‘혈서’ ‘간판’)를 예리하게 진단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상생하는 ‘대화’민국과 성찰이 아닌, ‘자기 민족’ 헐뜯기에 몰두하는 ‘대란’민국으로 가는 길 사이에서 ‘대한민국 구하기’에 나선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 교수)의 새로운 한국학. 이념의 문제가 아닌 경쟁적 근대화라는 역사적 특수성에 기인한 문제로 비생산적인 좌우 논쟁을 벌이는 나라, ‘이래서 한국놈들은 안돼’라는 말처럼 자기 민족을 비하하는 민족성·국민성 담론이 사라지지 않는 나라, ‘네가 하면 나도 한다’는 식의 독특한 평등주의가 만연한 나라, 대한민국. 이런 9가지 한국적 삶의 코드를 통해 저자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명암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이 작업이 대한민국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국
나, 깨진 청자를 품다 이기영 글|효형출판 360쪽|1만7천원. 도예가 이기영 씨가 북한의 황해도 지역 2곳을 제외한 대한민국 20개 지역에 이르는 고려청자 가마터를 직접 수차례 답사한 순례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청자 조각을 도예가만의 전문적이고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또한 1천 년 전 한반도 각 지역 도자 문화의 세밀한 특징과 차이점, 기존 학술적 연구들이 놓친 다양한 지점에 주목해 새롭고 흥미로운 견해도 제시한다. 특히 청자에 대한 이 책의 접근 방식은 독특한데 바로 버려지고 방치된 ‘사금파리’에 주목한다. 가마에서 나오자마자 도공의 손에 깨져버린, 못난 청자의 조각들. 그 조각들이 품고 있는 비밀을, 이 책은 낱낱이 밝히고 있다. 저자는 서강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2대학에서 발전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유럽 경제를 연구한 학자이면서 현대경제연구원 기획조정실장 등 민간 영역에서도 활동했다. 경기개발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세계도자기엑스포 관련 연구와 자문을 수행하면서 도자기와 운명적 만남을 가졌다.
읽기의 역사 스티븐 로저 피셔 글|신기식 옮김 지영사|488쪽|1만8천원. 읽기는 어떠한 의미가 있고, 그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앞으로의 읽기는 어떻게 변화해가는 것일까? 사람들은 평생동안 어떤 책을 읽을까? 내가 읽어 온 도서의 목록은 어떤 책이고, 몇 권이나 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답을 주는 책이다. 저자가 방대한 자료연구와 사유를 통해서 ‘읽기의 샘’에서 길어 올린 두레박에 담긴 영롱한 보석과 같다.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인간에게 읽을 줄 아는 능력을 뺀다면 어떻게 될까? 뉴질랜드의 폴리네시아 언어와 문학연구소장이 저자는 읽을 줄 아는 능력은 불을 사용하고 바퀴를 사용하는 능력과 더불어 인간의 세가지 위대한 능력이라고 이야기 한다. 읽기능력이 일찍 발달한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가 출현했고, 읽기능력을 유렵에서 이어받은 미국도 강대국이 됐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지배계층이 읽던 책이 대중에게도 읽혀지면서 기득권이 위협받게 되자 권력자들에 의해서 책이 수난당하게 됐다. 역사 초기에 권력자들은 대중들이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읽을 줄 아는 대중들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저자는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이일훈 글|사문난적|328쪽|1만3천원. ‘채나눔’의 건축가 이일훈의 생태환경 에세이. 저자가 그간 숲 가꾸기 활동단체인 ‘생명의 숲’을 응원하는 월간지 ‘숲’에 연재한 글들을 묶어 펴냈다. 환경과 생태의 문제가 바로 사람과 삶의 문제라는 ‘녹색철학’적 사상과 ‘건축미학’적 사유의 편린들이 곳곳에 녹아있는 야심찬 기획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생업으로 삼고 있는 건축과 디자인, 도시설계의 관련 부문만이 아니라, 이 모든 자본주의적 일상을 감싸고 있는 자연과 생태환경의 문제에 관심을 집중한다. 이 책은 크게 ‘숲의 둘레’, ‘풍경의 둘레’, ‘건축의 둘레’등 3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숲의 둘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곁들여 ‘숲은 행복을 주지만 불편이 따르는 천국이며, 인간의 눈으로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자칫 많은 오류를 낳는 것’이라고 말한다. ‘풍경의 둘레’는 ‘노랗게 물든 거리의 은행 잎을 좋아하던 똥냄새 나는 도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근래 회자되는 ‘녹색성장’보단 ‘녹색철학’이 우리에게 더 절실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건축의 둘레’는 ‘권할 만한 불편을 실천하며 작은 규모의 검소한 건축으로 지
이번 주말은 ‘수원갈비’ 맛에 푹 빠져보자. 럭셔리한 레스토랑 분위기의 ‘신라갈비(대표 이정섭)’다. 법원사거리 통유리 외관의 4층 신축건물이다. 고풍스런 갈비음식점의 통념을 깼다. ‘신라’라는 이름부터 퍽 와닿는다. 갈비의 오랜 전통이 배여나오는 이름이다. 이 자리에서 무려 27년간 고수하며 ‘갈비맛’을 지켜왔다. ‘신라갈비’의 유명세는 최고 등급의 고기만을 고집하기 때문. 소고기는 5등급으로 나뉘는데 이중 ‘2+1등급’만을 납품 받는다. 서울 독산동 2곳이 거래처다. 서울이 국내 소고기의 가장 정확한 등급판정을 내린다는 것이 기정사실. 그래서인지 고기 자체의 마블링부터 확연히 다르다. 등심과 생갈비는 0도C에서 사흘간 냉장 숙성시켜 선명한 분홍색일 때 내놓는다. 이래야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양념갈비는 소금으로 간을 맞춰 숙성하는 것이 비법. 불판 석쇠도 압권. 생고기는 정(井)자 석쇠, 양념은 일(一)자 석쇠다. 초첨단 ‘구이과학’인데, 고기를 구울 때 기름이 숯불에 떨어지면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고기에 부딪히며 ‘훈제’가 되는 원리다. 야외에 나가 철판 숯불에 구어먹는 고기 맛이 좋은 이유다. 정갈한 밑반찬도 눈길을 끈다. 물김치, 연어, 게장,
등단 41주년을 맞은 작가 박완서 씨가 지난 22일 오전 6시17분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향년 80세.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하고,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현상공모에서 ‘나목(裸木)’이 당선되면서 40세에 소설가로 등단했다. 전쟁과 분단 등 한국현대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으며 청춘을 보낸 고인은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자신의 깊은 상처를 되새기며 독자들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글을 써왔다. 장편소설로는 ‘휘청거리는 오후’ ‘서 있는 여자’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등이 있다. 또 소설집 엄마의 말뚝’ ‘꽃을 찾아서’ ‘저문 날의 삽화’ ‘한 말씀만 하소서’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등을 냈으며, ‘나 어릴 적에’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부숭이의 땅힘’ ‘보시니 참 좋았다’ 등의 동화집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만해문학상, 인촌상, 황순원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백승종 글|푸른역사 408쪽|1만6천500원. 표암 강세황의 손자로 당대의 불량선비로 알려진 강이천(1768~1801)과 그의 재주를 아끼면서도 못마땅하게 여긴 국왕 정조(1752~1800)가 벌인 문화투쟁이다. 18세기 조선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역동적이었다. 이 책은 그 사람들의 열망과 좌절, 바램과 분투를 절실하게 그려냈다. 저자는 이런 시대상황을 두 인물의 정반대 쪽에서 바라봤다고 진단한다. 강이천은 새로운 기회의 시대로, 정조는 위기의 시대로 인식했다는 주장이다. 강이천은 ‘소북(小北)’을 대표하는 명가의 후예로서 당대 사회가 요구하던 성리학 공부에 매몰되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이상을 키웠다. 그러나 정조는 지적인 면에서 18세기의 어떤 성리학자보다 탁월했다. 정조는 지배 이데올로기인 성리학에 능통한 철인설에 정치군주였지만 그의 능력은 기성체제를 방어하는 쪽으로 활용됐다. 두 인물의 대립은 운명같았다. 강이천은 해적에 관한 유언비어 날조 및 유포죄로 체포돼 옥중에서 생을 마감한다. 강이천의 내면 세계가 여러 가지 불온한 사조로 뒤엉켜 있었다는 사실, 그것이 지배층에게 두려움
/정수하 글|멘토프레스 295쪽|1만4천500원. 1982년 독일 베를린으로 디자인 유학 길을 떠나면서 세계여행을 시작,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폴란드·체코·헝가리 등 동유럽을 거쳐 베트남·일본·싱가포르·발리에 이르는 세계 여행 디자인 체험기다. 그 28년 여정의 결론은 이렇다. “디자인은 인생이고 인생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없는 인생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이 필요없는 인생이 진정한 삶이다” 그러나 저자의 좌충우돌 여행에서 배우는 인생관은 시적이고 철학적이고 교훈적이다. 저자의 방랑같은 여행은 바다풍경을 그리던 크레파스 소녀를 통해 ‘색깔’을 알게 됐는데 10여 년 후 미대생이 돼 크레파스 소녀가 장님이 되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동지나행 원양어선에 몸을 싣는다. 이후 여행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생과 예술, 삶과 철학을 배우며 진정한 삶이 디자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는 유럽과 아시아를 종횡한 후 이런 생각을 한다. “자유와 꿈만 있다면 누구나 여행자나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자유와 꿈이 사라져가는 오늘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어느 날 저자는 꿈 속에서 한 그루의 커다란 나무 앞에 서 있다가 얼마 후 스스로 나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