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핑을 하던 중 우연히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에서 발간한 '2022 과학기술 통계백서'를 접하게 됐다. 우리 국가경쟁력의 한 축인 중소기업을 종합 지원하는 중기부의 일원이며 연구직인 나는 자연스럽게 백서에서 ‘과학기술 성과’ 부분의 ⓵과학경쟁력 ⓶기술경쟁력 ⓷국가경쟁력에 대한 내용을 먼저 살펴보게 됐다. 주요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과학경쟁력은 미국, 독일에 이어 3위이고 기술경쟁력은 19위인데 국가경쟁력이 27위(발전인프라 16위, 경제운용성과 22위, 기업경영효율 33위, 정부행정효율 36위)라고 돼 있었다. 이 결과는 백서 발간 배경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는 과학과 기술경쟁력이 국가경쟁력 향상에 실효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원인을 찾아봤다. 2019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정감사에서 김..
역사학자 E. H. 카에 따르면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들의 지속적 상호작용의 과정이자,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이 대화에 윤대통령이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직접 팔소매 걷어붙이고 참여하고 있다. 8.15 경축사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간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국가 정체성과 역사 논쟁에 중심에 섰다는 뜻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정부대응,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으로 촉발된 정치적, 이념적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윤대통령의 ‘뉴라이트적 역사관’에 기초한 메시지가 자리한다. 소위 ‘공산전체주의 세력’ 비판은 여당의원 연찬회에 직접 참석해 강경투쟁을 독려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한국판 뉴라이트 사관은 ‘일본 식민지근대화론’, ‘임시정부 정통성 부인 -이승만 국부론’ 등 주장으로 보수정권으로 정권교체 때마다..
지난 주 임명된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본 국민 대다수는 ‘참 짜증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야당의원들이 신임 위원장 아들의 고교시절 학교폭력 사건을 집중 거론하며 흠집내기를 하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 너무 궁색했기 때문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성장기 청소년 시절의 내 자식의 잘못된 행동이었다. 내가 교육을 잘못시킨 탓이다. 피해 학생들에게 지금도 사죄하고 싶은 심정이다.’ 정도의 답변이라면 야당의원들도 더 이상 질문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것이 ‘공정과 상식’에 맞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언론방송 통제 의혹문제에서도 솔직하게 ‘그 때는 그것이 홍보수석으로서 잘하겠다는 생각에서 했지만 잘못됐다. 이제부터는 방통위가 중립적이고 공정성에 입각하여 좌우에 취우치지 않고 국민의 이익의 관점에서 일..
국세통계 자료에 의하면, 2022년 상속세 납세인원은 1만9506명으로 2021년 1만4951명 대비 4555명으로 약30.5% 증가했다. 과세대상 총상속재산가액은 56.5조 원으로 2021년 66조원 대비 9.5조원 (약1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위의2022년 상속세 신고 현황과 5년 전인 2018년의 상속세 신고 현황(납세인원 8449명, 총상속재산가액 20.6조 원)을 비교하면, 납세인원과 총상속재산가액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가 있다. 사망자100명당 상속세 과세 인원의 경우 2000년대 초반 1명 미만이었지만 이제는 약 6.4명이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어서 개인별 자산 규모도 경제성장에 따라 확연히 증가했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일반 세금과 비교해 볼 때 여전히 상속세 과세 인원의 비율이 적은 것 또한 사실이고, 이렇게 상속세 과세 인원이 적..
발달장애를 가진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후 부모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비극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생활고나 양육‧간호에 지친 나머지 비극적인 결말을 선택한 것이다. 경기도내에서도 이런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해 3월 수원에서는 40대 여성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발달장애인 8살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날 시흥에서도 말기 갑상선암으로 투병 중인 50대 여성이 발달장애인 20대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녀의 집에서는 "딸이 나중에 좋은 집에 환생하면 좋겠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돼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1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약 5.1%인데 그중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8.2%, 1.2%였다. 발달장애인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2018년 4만9970명, 2019년 5만2166명, 2020년 5만4170명, 2021년 5만6450명, 2022년 5만8732명이다. 발달장애인의 비극적인 사고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되풀이되는 비극이 ‘예견된 사회적 타살’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애인 부모들도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복지서비스 자원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사회의 관심이 확대된다면 보호자들이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들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경기도가 첫 실태조사에 나섰다. 도와 경기복지재단은 9월 4일부터 27일까지 ‘최중증 발달장애인’ 1500명을 대상으로 돌봄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전국 최초다. 도는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6월 시·군 조사대상자 명단을 취합, 5월부터 6월까지 조사방법 선정을 위한 전문가 회의 및 연구심의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달 4일 조사업무 수행기관(한국갤럽) 계약 체결 등의 절차를 거쳤다. 도는 ‘발달장애인 가운데 자해·타해 등 도전적 행동으로 시설 이용을 거부하거나 의사소통 등 극심한 발달상 이유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인원’을 최중증 발달장애인이라고 잠정 정의한다. 도는 다른 발달장애인보다 일상생활·의사소통 등에 큰 제약을 받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라서 실태 파악과 별도 지원 방안이 절실하다고 밝힌다. 도는 9월 1일까지 시군에서 취합한 발달장애인 6333명을 대상으로 보호자에게 장애·환경 특성 등을 묻는1차 전화 조사를 거쳐 방문 돌봄 실태조사를 수행할 최종 대상 1500명을 선정한 후 ㈜한국갤럽을 통해 9월 4일부터 27일까지 방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중증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돌봄 여건 등을 파악해 ‘경기도형 중증 돌봄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쪼록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도민이 없도록 꼼꼼하게 챙겨주길 바란다. 발달장애인의 24시간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국가와 사회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비극적 사건이 되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체계를 성원한다.
경술국치 113년, 우리는 무엇을 성찰하고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지난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는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한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참여함을 분명히 하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북중러 진영화가 촉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현대적 의미의 진영화에 가담한 기원은 1896년 아관파천이다. 조선은 강압적인 일본에 대항하기 위하여 삼국간섭 이후 부상한 러시아 진영에 의탁하였다. 이후 러시아의 비호 아래 대한제국을 수립하여 근대국가로의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 진영(영국)이 승리한 결과 실패로 끝나게 된다. 1945년 해방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속한 냉전 시기는 성공의 역사였다. 냉전 붕괴 이후에는 미국 일극의 조류를 타고 선진국으로까지 도약한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G2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새로운 진영화 전략으로 인하여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미소 냉전 시기는 지정학적 갈등의 시대였으나, 미중 간 진영화의 본질은 지경·지정학의 복합적 성격이 짙다. 미소 간 진영화의 목적은 체제 안보였으나, 미중 간 진영화의 목적은 중국의 도전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미중 간 진영화로 인한 국가 간 이해득실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진영화의 단일효과로 볼 수는 없지만 중국은 경제 쇠퇴의 조짐으로 불안하고 미국과 일본의 경제는 양호하다. 미국은 숙원을 이루었고 일본은 보통국가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무엇보다 냉전 붕괴 이후 남한 절대 우위였던 한반도 외부 환경이 반전되고 있다. 사실상 핵보유국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은밀한 경제제재 해제로 최악의 경제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반면 남한은 안보 강화의 대가로 중국 시장 등 세계 시장의 축소로 인한 경제적 충격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한 군사비 부담 증가라는 이중 고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이 북한을 겨냥하여 한미일 진영화를 강화할수록 북중러 진영화가 촉진되어 북한이 의도하는, 북한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자주국방을 뒷받침하는 경제발전을 수반하지 못한다면, 한미일 진영화는 결국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경제와 안보 사이의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외무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을 대동하였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국무장관과 상무장관을 대동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초기의 공격적인 대중국 디커플링에서 보다 온건한 디리스킹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도 안보 편향의 전략을 수정해야 할 시점이다.
아내는 쿠팡마니아다. 무 반쪽을 저녁에 주문해 새벽에 받기도 하고 창틀 방충망도 신속히 배송받아 창에 끼워 넣는다. 딸은 배민에서 떡볶이를 시키면서도 배달이 빠르면서 배송비가 가장 싼 곳을 선택한다. 나도 최근 중소기업 제품으로 대형 TV를 교체했는데, 배송비가 저렴한 기업을 선택했다. 바야흐로 소비자의 제품 선택 기준이 배송 속도와 물류비용으로 바뀌었다. 정책자금, 연구개발 등 우리나라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비교적 잘 돼 있다. 그러나 물류지원은 그 중요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체계가 없어 보인다. 국토부는 주로 스마트 물류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두어 정책을 추진하고, 대기업의 스마트 물류센터에 인증을 부여하고 첨단화 비용을 지원한다. 코트라는 해외 공동물류센터 사업을 통해 해외 현지에 독자적인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기..
경기도가 최근 문제가 된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해 전수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현재 공사 중인 모든 무량판 일반건축물에 대해서도 안전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주민들의 ‘불량 건축물 공포’는 무량판 구조 건물을 넘어서서 모든 건물로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협하는 부실 건축물 위험 두려움은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 안전성이 특별히 의심되는 관내 모든 건축물에 대해 신고를 받아 점검하여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군을 통해 조사한 결과, 경기도 내에서는 수원·고양·과천·안산·화성 등 6개 시 17개소가 준공 전 무량판 구조 일반건축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곳은 11곳이다. 도는 이달 말부터 시군과 민간전문가, 안전진단 전문기관 합동으로 무량판 일반건축물의 구조계산서 및 설..
신흥관은 함흥시 중심에 자리 잡은 규모가 큰 음식점이다. 1976년 준공되어 부지면적 2만2000㎡로 지상 2층, 지하로 1층에는 식사, 2층에는 연회장으로 사용된다. 여기서 유명한 함흥냉면이 나온다. 함흥에서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신흥군이 있다. 신흥군은 일제시기 부전강, 장진강 발전소가 생기면서 번창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감자전분은 신흥군을 거쳐 함흥으로 흘러들었다. 감자는 오래전부터 함경도 지방에서 많이 재배되었다. 그래서 감자전분으로 만든 농마(녹말)국수는 함경도 지방 특산으로 이름 있다. 신흥군에서 들어온 감자전분은 농마국수로 만들어져 지금의 함흥 신흥관 명물이 되었다. 함흥에는 농마국수를 기막히게 잘 만들어 인기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함흥 신흥관 농마국수 레시피는 그이가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함흥사람들은 냉면보다는 농마국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사용하는 육수에 따라 온면과 냉면을 구분한다. 농마국수는 차게도, 따뜻하게도 먹는다. 따뜻한 농마국수는 고기국물을 부어 먹는다.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에서는 농마국수를 일상으로 먹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농마국수를 별미로 먹는다. 함경북도, 량(양)강도, 자강도 사람들은 감자전분으로 만든 농마국수 음식에 친숙하다. 갓 김치국물에 먹는 언감자국수는 기막히게 맛있다. 함흥 신흥관 농마국수가 유명한 것은 도시 발전과 관련 있다. 함흥사람에게 함흥냉면을 물으면 신흥관 농마국수를 기억한다. 함흥에서는 농마국수가 일상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기에 1990년대 이전에는 신흥관이나 음식점에서 맛 볼 수 있었다. 1990년 이후 지역에 묶여 있던 감자녹말이 유통되면서 농마국수는 흔하게 보게 되었다. 함흥 신흥관 농마국수 재료는 감자녹말이다. 감자녹말로 만든 국수는 가늘고 질긴 맛에 먹는다. 이렇게 만들려면 재료를 잘 써야 하고, 얼움물에 담그거나, 찬물에 여러번 헹궈야 한다. 질긴 면을 얻으려면 반죽을 잘 해야 한다. 육수는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를 우려낸 물을 사용한다. 고명으로 함흥에서 생산되는 사과 배를 얇게 져며 올려놓는다. 양념장(다데기)을 만들어 면에 고루 섞고 국물을 붓는다. 함흥 신흥관 농마국수와 남쪽에서 만드는 함흥냉면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함흥 신흥관 농마국수는 탱탱한 면발과, 양념장에 맛의 비결이 있다면, 남쪽에서 함흥냉면은 감자녹말이라는 독특한 재료와 비빔면, 회냉면으로 인기를 얻는다. 질긴 맛으로 먹는 감자농마국수를 가위로 잘라 먹는 것도 다른 풍경이다. 차거운 육수에 회를 올린 국수도 있다. 회냉면은 신선한 생선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냉동시설이 부족한 북쪽에서 일반화되지 않은 음식이다. 가늘고 매끄러운 면발에 사과 배로 고명을 얹고 양념장으로 맛을 내는 국수가 함흥시 중심에 있는 신흥관 농마국수이다.
소설가가 자신이 쓴 소설 밖의 이야기로 질문을 받는 일은 드물다. 나는 평생 받고도 남을 그 드문 질문을 지난 며칠 내내 받았다. 내가 쓴 소설 ‘범도’의 바깥에서 벌어진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에 대해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물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나는 누가 왜 항일무장투쟁을 이끈 영웅들의 흉상을 철거하려 드는지는 잘 모르지만 철거의 대상이 된 그들이 누구인지는 조금 안다. 줄이고 줄여서 6백 페이지가 넘는 책 두 권으로 펴낸 소설 ‘범도’에 담긴 홍범도와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 이회영 선생의 이야기를 몇 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한 문장씩으로 대답했다. -홍범도? -항일무장투쟁 전선에서 가장 오래 싸우고 가장 크게 이겼으면서도 무엇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남기지도 않은 채 극장 수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