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독립했다. 세 아이 모두 오롯이 홀로 섰다. 아이들이 떠난 둥지는 겨울들녘이다. 씨앗과 줄기와 열매는 떠나고 냄새만 남았다. 겨울들녘의 냄새는 춥고 쓸쓸하다. 보듬는 냄새마다 어김없이 명치끝에 박힌다. 나는 차마 냄새를 떨어내지 못하고 도리질한다. 그때마다 길게 누운 그림자가 내게 묻는다. 겨우살이 준비는 했어? 나는 우물쭈물 대답을 찾지 못한다. 발끝만 보며 아득바득 살아온 내게 겨울을 날 준비라니. 식량은커녕 땔감조차 옹색하다. 어쩌자고 이렇게 살았을까. 어디를 둘러 봐도 겨울들녘엔 내 그림자뿐이다. 생계형 글쟁이로 살았다고? 시답잖은 소리. 뿌리내린 나무 하나 없는 글쟁이에게 겨울바람을 견뎌낼 기둥은 없다. 그래서겠지. 겨울들녘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귓속을 울린다. 삐이이이. 종일 울려대는 소리는 이제 그만 들녘을 떠나라는 경..
“책에도 나와 있습니다. 언론, 스핀 닥터는 무엇인가? 스핀 닥터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국회에서 열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언론 장악 논란 관련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이 후보자는 문제없다는 식으로 답을 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대변인 혹은 홍보수석 시절 정부에 우호적 보도가 나도록 노력한 것이 당시 홍보를 맡은 조직의 기본 직무였다는 취지로 답했다. 대변인 시절 작성한 ‘VIP 전화 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에 대한 추궁에서도 마찬가지로 답변했다. 스핀 닥터의 일을 한 것일 뿐 딱히 특별할 것 없다는 식의 대답이었다. ‘스핀 닥터’란 무엇인가? 한국말로 공보비서관, 정치홍보 전문가, 정치활동 고문으로 부르는 역할을 지칭한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언론기술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 입장이나 국민에게 알려야 할 정책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대변인의 차원으로 이 후보자는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야당의 추궁은 그뿐이 아니었다.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일종의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함을 포함했다. 여기서 일종의 전문성이란 의도한 대로 분위기를 조작하거나 조성하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언론 통제, 언론 장악의 시작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에 다다른다. 어떤 의도에서 말했고 그 범위가 어떠하든지 간에 스핀이라는 단어 자체만 봐도 부정적 느낌의 비중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자리에 서서 몸을 회전시킨다는 의미인데 조작해서 방향을 바꾼다는 표현은 사실이나 정보를 널리 ‘알리는’ 업무를 한다기보다는 특정 목적을 위해 여론을 의도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뉴스타파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지휘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찾아 공개한 바 있다. ‘이동관 언론 장악 개입 입증 공공기록물’이 그것이다. 이 후보자가 수장으로 있던 청와대 대변인실과 홍보수석실에서 생산하거나 요청해서 만든 문건이다. 문건에 따르면 언론 모니터를 강화했고,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찾아냈고, 정권에 문제적 보도를 자주 내는 언론인을 축출하는 방안을 제시받고, 좌파 인물들을 고정 출연시켰던 언론에 대해 감시를 늘리거나 단계적 압박을 높이라는 대응을 내렸다.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스스로 스핀 닥터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했음을 강조하고 이러한 수행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이 후보자는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소감으로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의 복원, 자유롭고 소통이 잘 이뤄지는 정보 유통 환경,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언급했다. 여기서 말한 공정과 자유, 가짜뉴스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가 혹은 어디를 향할 것인가에 의문이 든다. 필자 혼자만의 우려는 아닐 것 같다.
경기도의 올 상반기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불법행위 적발 건수가 폭증했다. 항공촬영, 드론 동원 등 단속 수단이 다양화한 영향이긴 해도 적발 건수의 가파른 증가세는 심각하다고 할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도가 개발압력이 높고 교통이 편리하며 임대료가 저렴해 불법행위가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급변하는 기후 위기 흐름 속에서 그린벨트 수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획기적인 제어 수단과 영구적인 근절책이 시급하다. 올 상반기 내에 적발된 경기도 내 그린벨트 내 불법행위는 모두 4654건으로서 전년 대비 74%나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적발 건수 2665건에 비해 무려 1989건이 증가했다. 시군별로는 남양주가 100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고양(801건), 화성(449건), 의왕(385건), 시흥(365건) 등의 순이었다. 상반..
내년 4월이면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실시된다. 각 정당의 국회의원들은 이미 총선 준비 일환으로 지역구 다지기에 바쁘고, 여의도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은 비례 의원들도 적당한 지역구 찾아 뿌리 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정당은 정당대로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 준비 등 향후 두세 달 정도 외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지금의 국민의힘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이란 위성 정당을 등장시켜 생겨난 혼란과 진행을 기억한다. 미래한국당이 모든 비례 국회의원을 쓸어갈 비상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켜 그에 대응했던 과정도 있었다. 지난 총선 이후 그런 혼란과 난맥을 없앨 선거법 개정이 가장 필요했건만, 내년 22대 총선도 기존 선거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국정 운영, 미숙한 국..
십 년을 만난 연인이 신혼여행 갔다가, 대판 싸우고 돌아와서 파혼했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들려오는 이야기는 의문을 안긴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서로를 속속들이 다 안다 여겼던 그들은 왜 결혼까지 하고도 헤어졌을까?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면, 여행이 문제인 걸까? 여행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긴 시간 함께하는 일이다. 붙어 있는 시간이 긴 만큼 일상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다름을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액티비티와 체험으로 꽉 찬 짜릿한 경험이고,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보송보송한 호텔 침구에 몸을 파묻고 룸서비스를 주문해 하루 종일 방에서 나가지 않는 휴식이다. 여행에서 추구하는 목적이 다른 만큼 서로 사소한 일에서 부딪힐 일도 많아진다. 또 여행은 익숙함을 벗어난 새로움의 세계다. 아무리 치밀한 계획..
경기도가 ‘정비사업 표준 예산‧회계규정’을 마련해 고시했다. 앞으로 도내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이 규정에 맞춰 업무추진비나 경조사비를 지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도내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예산 부적정 사용 등에 따른 분쟁이 상당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는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흔히 복마전에 비유되는 정비사업의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투명성을 높이는 지방정부의 노력은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경기도 내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모두 169개로서 관계된 주민만도 24만2248세대에 이른다. 운영 전반의 불투명성에 기인하는 정비사업을 둘러싼 잡음과 혼란은 고질적인 병폐다. 정비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소위 기술자들이 전국의 사업장에 침투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위태로운 모험에 빠트리는 요인은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가없는 욕심이다. 자금력을 앞세운 시공사(대형건설사)의 개발이익 창출 욕심(분양수익)과 조합의 시세차익 욕심(지가상승)이 서로 뒤엉키면서 정비사업을 로또 같은 대박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행정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 또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사업 투명성 담보가 이뤄지지 않는 주요 이유다. 미비하기 짝이 없는 규정으로 인해 ‘공공의 개입과 감시’가 제한적인 환경 역시 비리 잡음이 끊이지 않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쟁의 불씨들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도는 지난해 재개발·재건축 조합 점검 결과, 표준화된 회계규정이 없다는 점이 계약과정의 불법 사항, 해임된 임원의 주요 서류 파기, 업무추진비의 불합리한 운영 등 조합 안팎에서 갈등 요인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그 판단을 근거로 전문가 자문, 시군·조합 의견 청취를 거쳐 마련한 것이 이번에 고시된 ‘정비사업 표준 예산‧회계규정’이다. 고시된 규정은 ‘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 ‘각종 명세서 작성 및 근거 내역 제시 의무 사항’, ‘회계기준 및 예산‧회계 보고서 계정과목 통일’, ‘카드사용 및 업무추진비 사용기준’ 등을 망라한다. 이권 분배와 개발 과정을 놓고 해당 주민과 사업체, 정비업체, 건설사, 허가관청, 감독기관 사이에 불거지는 얽히고설킨 검은 거래도 불투명한 회계처리가 출발점이다. 해당 주민과 사업주체 간 분쟁 또한 모두가 금전과 관계된 일인 게 사실이다. 경기도가 준비하는 ‘정비사업 종합관리시스템’은 사업 주체의 운영 분야에 예산·회계·인사·행정 등 조합업무를 전산화하고 실시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스템이 완비되면 예산·회계·인사·행정의 실시간 공개가 가능해진다. 도민의 피해방지와 권익 보호를 위한 선제 대응이 효과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 또 비리 방지를 위한 감독자료와 법적 근거를 제공해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정비사업 종합관리시스템’은 하루빨리 완비돼야 한다. 물론,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당국의 지속적이고 엄정한 점검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1. 사냥꾼이 수풀을 헤치고 있다. 사슴을 찾는 중이다. 드디어 바위 모퉁이에서 사냥감이 나타났다. 어미 사슴이다.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옆에 무언가가 보인다. 새끼 사슴이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총구를 거둔다. 어미와 새끼를 함께 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한지 4년 만에 조민 씨를 기소했다. 하반신을 못 쓰는 상태로 3년 3개월째 실형 살고 있는 어머니와 재판 중인 아버지에 이어 딸까지 기소의 형틀에 묶은 것이다. 주범을 처벌하는 경우 가족은 함께 기소하지 않는 법적 관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다. 유례가 없는 전 가족 처벌 시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말아먹은 압도적 범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기소를 포기했다. 조민 씨의 경우는 왜 다른가. 검찰이 제기한 입시서류 제출 관련 ‘업무방해’가 최순실이 저지른 국정농단과 천문학적 뇌물수수보다 더 크고 심각한 죄목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검찰의 사적 감정이 개입된 것이다. 부모자식 관계를 천륜이라 부르는 것은 그것이 모든 인간관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의 악착같은 공격이, 그것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감정적 도화선을 건드리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개탄이 세상을 뒤흔드는 것이다. 2. 검찰은 조민 씨의 기소 여부를 흥정하며 공개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딸에 대한 기소에 아버지의 자백과 반성을 연관시켰고, 그것이 이뤄지지 않자 자식을 본보기로 벌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법률적 인질극이다. 대한민국 검찰의 유구한 적폐로서 기소편의주의가,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된 세상에서 최악의 형태로 꽃피어나는 셈이다. 사람들이 현재 목도하고 있는 상황을 공소권 남용의 전형이요 자의적 권력 행사의 극단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국 가족이 백설처럼 무고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조국 자신이 열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불찰을 공개 사과했다. 문제는 그의 가족이 행한 잘못의 크기와 수사, 기소, 처벌 사이에 존재하는 극단적 불균형에 있다. 죄를 저지른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는 근대사회를 만든 기초적 원칙이다. 개인적 호불호에 따른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국과 그의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공격이 과도하게 잔혹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3.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 재판 광경이 절로 떠오른다. 판결에 앞서 판사는 검사에게 잔고증명서 위조로 기소하면서도 그것에 당연히 뒤따른 위조 사문서 행사에 대해서는 왜 기소를 하지 않았느냐 물었다. 보도에 따르면, 담당 검사는 이 질문에 대하여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검찰조직이다. 이들이 조국 가족 재판에서는 갑자기 공정과 정의의 투사로 변신하고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칼을 휘두르고 있다. 검찰의 최은순 씨에 대한 자세와 조국에 대한 태도를 비교하며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초동 대법원 앞에 서있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저울추는, 왜 유독 검찰을 향해서만 균형을 상실한 채 기울어져 있는가? 특수부 검사를 대거 동원한, 조국 가족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개시된 2019년 9월. 당시 울산지검 임은정 부장검사는 경찰 출석 자리에서 “조국 수사는 사냥처럼 시작된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검찰 내부에서 터져 나온 그 한마디야말로 지난 4년간 사태의 본질을 집약한다. 이 사건이 지난 정부에서 시도된 검찰개혁에 대한 집요한 반격의 연장선상이라는 점. 나아가 단순한 법률공방으로 바라볼 수 없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그 모든 것에 앞서, 지금까지 검찰의 행태가 수사의 균형성과 처벌의 형평성 관점에서 역대 최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헌법이 규정한 적법절차에 대한 것이다. 법이 부여한 권한을 가진 모든 국가기관은 비록 법률에 명시되어 있더라도 그 권한을 형평성에 기초해서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헌법 해석의 상식이다. 권한 행사의 외형뿐 아니라 실질적 내용도 적정하고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수사는 과잉수사이고 그렇지 못한 기소는 공소권 남용이다. 법원이 조민 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 폭력을 멈춰주세요’ 테니스 세계 랭킹 2위의 수퍼스타, 노박 조코비치의 지난 5월의 발언에 발칸반도가 들썩였다. 코소보는 즉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조코비치의 징계를 요구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조코비치의 고향은 코소보다. 그런데 왜 코소보의 적국(?), 세르비아 편을 든 걸까? 이 의문은 코소보 문제의 핵심을 품고 있다. 코소보 분쟁의 해결이 난망한 이유는 세르비아와 코소보, 양국의 입장과 주장이 좀처럼 만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속내를 가상 토크로 꾸며보았다. 코소보 : 한 마디로 우리 코소보의 주장은 ‘우리를 독립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오!1980년 대 말, 발칸반도를 장악하던 유고슬라비아에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몬테네그로,마 케도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이 모두 독립했는데 왜 우리만 독립국으로 인정 하지 않는 거요? 세르비아 – 코소보 땅은 우리 세르비아인들에게 유대인의 예루살렘같은 곳이요. 우린 6세기부터 이 땅에 세르비아 왕국을 건설했고 중세 세르비아 정교회의 첫 번째 교구도 이곳 에 만들었소. 그뿐 아니지. 오스만 터키와 싸울 때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역사의 현장도 이곳이오. 한마디로 우리 세르비아인의 민족적 정체성을 품은 땅이오. 조코비치 선수가 코소보를 “세르비아의 심장”이라고 말한 이유일거요. 코소보 – 배신자 조코비치! 아버지가 코소보인인데 자식놈이 세르비아를 편들고 있으니! 세르비아 – 정확히 말하면 코소보에 살던 세르비아인이었소. 코소보는 세르비아 땅인데 알바니아 놈들이 숫적으로 우세하다고 몇 안되는 세르비아인을 못살게 굴어왔잖소! 코소보 – 그러니까 독립하겠다는 거요!. 우리 코소보에 세르비아인은 고작 2%밖에 안되오.. 알바니아인이 94%고 종교도 이슬람이 95%요. 세르비아인들이 믿는 정교회 신자는 3.5%요. 민족과 종교가 세르비아와 너무 다르다는 말이요. 그래서 세계 모든 나라가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있잖소. 세르비아 – 그 입 다물라. 그리스, 슬로바키아, 스페인, 불가리아, 루마니아, 키프로스는 우리 편일걸? 러시아와 중국은 확실히 우리 편이지. 코소보 – 우리를 우크라이나 꼴로 만들고 싶소? 러시아가 지금 하고 있는 짓처럼? 25년 전, 소위 ‘코소보 전쟁’이라고, 당신네 세르비아와 싸워 민간인 1만 3000명이 죽고 3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비극을 되풀이해야겠소? 세르비아 – 독립하겠다고 나서지 않으면 전쟁은 없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코소보는 우리 세르비아의 자치주’요! 코소보 – 독립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코소보 전쟁 중의 소수민족 박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가장 피해가 컸던 이들은 집시였다. 600만명 추산되는 집시의 반이 발칸반도에 살고 있는데, 코소보 땅의 집시들은 전쟁 중에는 세르비아에 이용 당하고 전쟁 후에는 코소보 안, 알바니아인들의 보복대상이 돼 살해, 폭행 등 만행을 당했다. 지금 코소보 땅에서는 집시들의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경기신문은 16·17·18일자 1면 기획기사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적기에 치료받는다면 증세가 완화돼 충동적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전했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에서 1명을 숨지게 하고 13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피의자 최원종은 정신적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15년부터 정신과에서 치료받기 시작했고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바 있다. 2020년엔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최원종을 지속해 치료했더라면 이번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벌어진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인 조선도 반사회적 성격 장애, 이른바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다.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도 지난해까지 조현병·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자 국민들 사이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를 넘어 혐오와 증오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정신질환자 문제를 다룬 한 신문의 기사 댓글에는 “위험한 정신질환자는 강제격리, 수용해야 한다. 선량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살아 있는 흉기” “42만 명의 테러리스트”라는 혐오성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일부 댓글에서는 끔찍하고 극단적인 단어도 보였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올해 초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1’를 발표했다. 만 19~79세 중 2021년 연말을 기준으로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장애(우울장애, 불안장애, 알코올 사용장애, 니코틴 사용장애)를 앓은 적 있는 사람의 비율이 무려 27.8%나 됐다고 한다. 국민 3~4명 중 1명은 정신장애를 경험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진단을 받은 사람 중 12%가량만 전문가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분당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처럼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들에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찾는 것도 돕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정신의료기관은 물론 각 지방정부의 주민센터와 경찰서, 소방서 등에서도 환자가 발견되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연계한다. 이들은 ‘입원에 준하는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거나, ‘일상생활에 중대한 제약’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환 정도가 약하다고 생각하거나, 스스로 또는 가족들이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하지 않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자의로 치료를 중단한 뒤 방치상태에서 증상이 심해지기도 하지만 감옥과 같은 병동에 강제입원당하는 일이 두려워 기피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경기신문은 지난 9일자 ‘정신질환 범죄 원인 아닌 치료해야 할 아픔’ 제하의 기사에서 정신질환자들이 흉악범죄자는 여겨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범죄자 124만 7680명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는 8850명으로 0.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는 이들을 도태시킬 뿐”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에 동의한다.
황제 나폴레옹. 우리는 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165센티의 작은 키? 마지막 전투인 워털루에서 패배하고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 된 사실? 야망에 찬 이 남자가 유럽 역사에 남긴 건 전투나 군대보다 예술과 패션 쪽이 더 거창하다. 그가 폭군인지, 천재인지 다양한 논의들이 아직도 펼쳐지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는 엄청난 아이디어맨이었다. 흔히 프랑스를 패션의 나라라고 한다. 샤넬,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오르, 루이뷔통, 셀린느, 지방시, 게를랑, 쇼메, 크리스찬라크루아... 수많은 명품의 원산지는 프랑스다. 이 나라가 패션으로 벌어들이는 외화는 어마어마하다. 작년 한 해 루이뷔통 그룹인 LVMH(Louis Vuitton-Moët Hennessy)가 벌어들인 돈은 11조 4334억 원이 넘는다. 이렇게 프랑스가 패션 왕국으로 우뚝 서는 데는 나폴레옹의 역할도 컸다. 군인과 패션?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나폴레옹의 유명한 프록코트와 전설의 검은 이각뿔 모자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최고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이 남자가 저울질해서 만든 것이다. 패션은 그에게 힘과 정당성을 입증하는 엄청난 상징매체였다. 그가 프랑스 정치와 제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폴레옹은 그의 방식으로 19세기 초 패션의 계승자이자 복원자의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그는 집권한 후, 남녀 복장을 프랑스 왕정의 존경할 만한 이미지와 일치하도록 개혁했다. 하지만 그의 패션은 개인의 주요 신체적, 도덕적 특성에 주의를 기울였다. 누구나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심플하고 엄격한 제복을 강조했다. 이는 전적으로 나폴레옹 황제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그가 제정한 남성복은 파란색 또는 검은색 프록코트, 회색 또는 검은색 바지, 흰색 셔츠와 검은색 넥타이로 구성해 고급 모자와 부츠로 옷차림을 완성했다. 코트는 엄격하게 재단되었고, 반짝이는 단추가 두 줄로 늘어져 닫힐 수 있었다. 바지는 스키니로 재단하고, 신발은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들어 광을 냈다. 큰 행사의 경우, 남자들은 재킷, 조끼, 깃털로 장식된 롱코트를 입을 수 있었다. 공식적인 상황에서, 군인들은 빨간 코트와 흰색 팬츠를 입었다. 민간인들은 짧은 재킷과 헐렁한 바지를 입었다. 여성복은 보통 훨씬 더 장식적이고 부피가 큰 드레스와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를 포함했다. 이 스타일은 나폴레옹 통치 기간 절정을 이뤘고 곧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현재도 나폴레옹 스타일은 각종 영화, 비디오 게임, 연극 공연에서 인기를 누린다. 디즈니 크루엘라(Cruella)의 주인공들은 나폴레옹 패션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을 입고 있다. 마돈나를 비롯한 많은 현대 아티스트도 무대 공연을 위해 이 스타일을 선택한다. 루이뷔통이나 버버리 같은 명품 브랜드들도 그들의 컬렉션에 나폴레옹 패션의 요소들을 계속해 접목시키고 있다. 나폴레옹은 이처럼 당대를 넘어 현재까지 패션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