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목적은 아베 개인을 찬양하고자 함이 아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아베가 이룬 업적을 평가하고 이로부터 교훈을 얻고자 함이다. 잠시 민족적 감정을 뒤로 하고 객관적으로 아베를 바라보도록 노력해 보자. 아베는 일본 평화헌법의 개정과 안보 강화에 노력한 정치가로서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아베의 업적은 국내정치 분야보다 국제정치 분야에서 더 두드러진다. 아베는 일본의 지경·지정학적 위상을 재구축함으로써 일본의 대외 영향력 향상에 기여하였다. 회자되는 대표적 사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쿼드 및 인도-태평양 비전이다. 아베는 CPTPP의 침몰 위기를 극복한 선장이다. 2017년 미국의 일방적으로 탈퇴로 인하여 붕괴의 위기에 직면하였을 때, 리더십을 발휘하여 CPTPP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CPTPP는 중국이 준수하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무역 개방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중국이 가입을 신청하는 의외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만장일치제이므로 일본은 중국의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이 중국의 국내 거래 등 관행을 CPTPP 기준에 맞추어 개혁하도록 요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놀라운 지경학적 역전이다
지난 22일 수원시 팔달구 덕영대로895번길 9-14에 문화 공간이 개관됐다. 이 건물의 이름은 시민들과 이어지는 공간, 어두웠던 과거와 밝은 미래를 잇는다는 뜻을 가진 ‘기억공간 잇-다’다. 기억공간 잇-다는 연면적 84.23㎡, 단층 건물로 전시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한다. 이 지역은 수원역 동쪽 성매매집결지였다. 빛과 단절된 어둠의 장소였던 구 수원역성매매집결지가 60년 넘게 이곳에 있었다. 잇-다는 지난 해 5월 31일 밤 모든 성매매업소가 자진 폐쇄한 후 도로 개설구간 내 잔여지에 있던 성매매업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개관과 함께 첫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기획전 ‘집결지의 기억, 도시의 미래를 잇다’는 22일부터 10월 21일까지 열리는데 1900년부터 2022년까지 집결지 형성·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근대도시 수원과 수원역 성매매집결지의 변천 과정,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폐쇄·변화의 흐름, 집결지를 기억하는 사람들, 미래를 향한 기록, 기억을 함께 잇는 방법 등 5개 주제의 아카이브로 구성돼 있다. 수원역 앞에 성매매업소가 생긴 것은 1960년대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 연구진은 6.25 전쟁 직
정의는 그것을 추구하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랑에 의해 실현된다. 과녁을 명중시키려면 그 과녁보다 위를 겨냥해야 하듯이 공정하려면 자기를 희생해야 한다. 즉 자기 자신에게는 오히려 불공정해야 하는 것이다. 오로지 공정하려고만 하면 결국 자신에게 관대해져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공정하게 되어버린다. 완전하게 올바른 행동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정직한 인간이 오로지 진실만을 얘기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거짓말쟁이와 구별되듯이, 정의로운 사람은 정의롭고자 하는 노력에 의해 정의롭지 못한 사람과 구별된다. 부정 그 자체보다 나쁜 것이 있다. 그것은 사이비 기독교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짓 선행, 거짓 사랑, 하느님에 대한 거짓 봉사이다. 사람들은 사랑의 법칙을 실천할 생각으로, 또는 실천하는 척하면서 정의의 요구를 외면하고 자못 우쭐하여 악랄한 부정에 빠져든다. 그들은 교회에 헌금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지만, 그들이 내는 것은 그의 형제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결과물이다. 재판관은 문제의 어느 한 면만을 보고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사실상 인생에 있어 어떤 측면에서 문제를 보느냐에 따라 어는 것이나 옳다고 말할 수 있는 다양한 대답이
소년은 통창 앞 의자에 혼자 앉아있다. 책을 떨군 것도 모른 채 한 시간 넘도록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창 너머 하늘을 찌르고 선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무 사이에 걸린 구름일까, 나무들 뒤 주차장을 오가는 차와 사람들일까. 소년의 시선을 이끈 것은 마음, 영혼, 무의식같은 그의 내면일 것이다. 어린 날, 그가 점령했던 왕국의 일용할 양식이던 것들. 웃음소리와 고집과 도발로 융성했던 그 아름다운 나라를 찬탈한 이는 누구였을까. 소년은 최근 자퇴한 고교 2년생이었던 내 아들이다. ‘멍 때리고 있던 아들’ 그 아들의 뒷모습에 감동해 ‘멍 때리고 있던 나’, 모자(母子)의 생경한 모습은 어제 헤이리 내 작업실에서의 실황이고. 입시지옥에 영육이 말라가는 것을 보다 못한 남편의 권유가 시작이었고 아들의 빠른 수용으로 일사천리 결정된 자퇴 후, 한 달이 지났다. 아들은 다시 깔깔 웃기 시작했고, 말이 많아졌고, 없었던 애교(?)까지 부린다. 숙제와 시험에서 해방돼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아들 뒤에서 난데없이(물론 동의했지만) 그의 삼시세끼 해결이라는 숙제와 시험을 받은 나는......소리도 못내는 비명을 지른다. 아이들 키우며 한숨과 함께 튀
사람들은 ‘조선의 잔다르크’라 불렀다. 45년 12월, 항일무장투쟁을 벌이던 김무정 장군과 함께 조선의용군을 이끌고 종로거리로 행군해 들어오던 날 ‘백마탄 여장군’이 왔다며 환영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후 친일파나 민족반역자를 뺀 모든 사람들이 통일된 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설파하던 장군은 48년 10월, 해방된 조국의 부평경찰서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조선의용군 지휘관 김명시의 이야기다. 1907년 마산에서 태어난 김명시 장군은 일찍이 오빠 김형선의 영향으로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모스크바유학을 마치고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시작해 1930년 하얼빈 일본 영사관을 습격하면서 본격적인 무장투쟁의 길에 들어선 장군은 1932년 국내잠입 활동 중 일경에 체포되어 신의주형무소에서 7년의 옥고를 치렀다. 이때 오빠 김형선은 서대문형무소, 동생 김형윤은 부산형무소로 삼남매가 모두 갇히는 신세가 되기도 했었다. 감옥에서 풀려난 장군은 즉시 중국으로 탈출하여 해방될 때까지 휘하에 2000명의 부대원을 이끌고 싸웠다. 해방 이후 46년 3월 시인 노천명이 김명시 장군을 인터뷰하고 서울신문에 “김명시 여장군의 반생기(半生記)”라는 제목으로 글을
지난 21일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발생했다. 정치권, 행정부 곳곳에서 ‘특단 조치’를 말한다. 공동체주의와 연대가 대안이란다. 좋은 말이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다. 두 가지 경우를 보자. 먼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장애인현황 통계’의 등록장애인은 263만3000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5%대다. 실제 장애인 수는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장애인이라는’ 낙인, 수치심 등은 등록과 신고를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 ‘된장녀’, ‘된장남’(의존적 과소비자, 혹은 여성과 남성을 비하하는 신조어)이라는 단어엔 ‘불편한 진실’이 함의돼 있다. 어쩌면 된장녀, 된장남은 정신지체나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행태일 수 있다. 한국 사회에는 정신질환과 장애를 숨기는 문화가 있다. 장애인 등록과 정신과 치료를 터부시하기도 한다. 등록과 신고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2022년의 ‘수원 세 모녀 사건’은 무등록, 무신고가 공통점이다. ‘송파 사건’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법 등이 개정됐다.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자체별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도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사무
“이 감정은 뿌듯함입니다.” 6/29일부터 16회를 달려 8/18일 막 내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마지막 대사다. 로펌 한바다의 정규직이 된 우영우는 뿌듯하다. 우영우를 연기한 박은빈도 뿌듯하다. 완벽히 톱스타 반열에 올랐기에. 제작사인 에이스토리는 우영우 IP로 웹툰을 출시하였고 뮤지컬도 계약했다. 우영우 방송 전 6/23일 종가 기준 16,250 원하던 주가가 7/19일 32,800원이 되었다. 한 달 만에 시가총액이 두배 되었다. 안 뿌듯하면 그게 이상하지. 투자를 결정한 스튜디오 지니의 김철연 대표와 채널 ENA의 윤용필 대표도 뿌듯하다. 올 4월 ENA리브랜딩 미디어데이 때 향후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첫 번째로 언급한 드라마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다. 이름도 생소한 채널명을 TVN에 버금가게 만든 공은 윤용필 대표와 우영 우에게 있다. 이들의 뿌듯함 대신 시청자는 따듯함을 느꼈다.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를 보면서 응원하고 인간승리에 박수를 쳤다면 우영우에서는 따듯한 마음으로 공감하고 힐링을 느꼈다. 우영우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가는지, 주변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함께 성장하는지를 보여주었
폭력이란 무지하고 야만적인 자가 민중들에게 그들의 본성에 어긋나는 것을 강요하기 위한 무기이다. 그러나 그 무기가 작동을 중지하면 그 효과도 중지된다. 반대로 설득은 마치 강물이 우리의 관심이나 노력 없이도 스스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기울어져 있는 강바닥과 같은 것이다. 인간의 활동을 지도하는 방법에 단 두 가지밖에 없다. 그 하나는 인간에게 그 사람의 성향과 판단과는 반대로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그 성향을 다스리며 이치로 설득하는 방법이다. 하나는 무지하고 야만적인 방법이므로 그 결과는 환멸뿐이지만, 다른 하나는 경험이 증명해 주는바 반드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콩브) 폭력은 그릇된 정의를 만들어냄으로써, 사람들을 폭력 없이 바르게 살수 있는 가능성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한다. 자기 형제나 자매를 주적(主敵)이라고 일컫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폭력을 행하는 것과 같다. (조헌정) 1945년 8월 15일은 일본이라는 제국으로부터 해방된 날임과 동시에 또 다른 제국인 미국과 소련에 의해 남북 분단이 일어난 날이다. 현재 북쪽에는 소련군이 없지만, 남쪽에는 남한 군대를 통제하고 지휘하는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어 온전한…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창현리에서 포천시 관인면 초과리까지 연결되는 일반 지방도로인 387호선 확장공사를 요구하는 지역주민들의 민심이 폭발했다. 이 구간은 편도 1차선이지만 하루에 2만4178대(2020년 기준)의 차량이 통과하고 있다. 이 도로를 이용, 수동면과 화도읍 일대에 공장과 물류창고의 물류가 운반되고 있다. 많은 차량이 이용하는데다가 도로 폭마저 좁아 출·퇴근 시간대의 정체는 심각하다. 게다가 여름·가을철에는 행락객과 등산객까지 몰려 주차장을 연상케 한다. 5분이면 통과할 수 있는 거리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통행에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악성 정체구간이다. 이석균 경기도의원에 따르면 이 도로 위에서 교통정체로 구급차가 움직이지 못해 4명이나 사망했다고 한다. 이에 지난 2004년 도로확장 계획인 ‘지방도 387호선 화도~운수 도로사업’을 입안했다. 남양주시 화도읍 가곡리 너구내교차로~수동면 운수리 운수교차로 구간까지 총연장 4.52㎞ 도로를 기존 왕복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넓히는 사업이다. 이 지역의 도시개발로 인구까지 증가하면서 늘면서 지방도 387호선의 차량 포화상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시점에서 이 사업은 반드시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