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여기서 마무리 되는가? 인간의 미래는 어디에 달려 있을까? 오늘날 기후위기를 인류 전체가 마주한 가장 위태로운 사건으로 여기는 절박감은 한국 사회에서는 의외로 강하지 못하다. 기후정치는 우선 순위의 상위권에 들어가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가는 기본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한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해온 시대가 마감된다는 ‘인류세(Anthropocene)의 종말’이 경고되고 있어도 꿈적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어온 문명이 도리어 인간을 파멸시킬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Distopia)의 도래에 대한 걱정은 소수의 기우(杞憂)로 취급된다. 과연 그럴까? 최근의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 망원경이 보여주는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별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다시 깨우친다. 오랫동안 우리의 우주 시력(視力)을 받쳐준 허블 망원경의 차원을 넘어 우주의 탄생과 우주에 새겨진 생멸(生滅)의 순간들을 포착한 사진들은 지구의 나이 45억년과 맞먹는 시간을 거쳐온 빛의 풍경을 보여준다. 칼 세이건(Carl Sagon)이 1990년 보이저(Voyager) 1호가 찍은 지구를 보고 “창백하고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불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출산 예정 경기도청 북부청사 공직자를 격려하고 축하선물을 직접 전달했다. “출산 휴가자들이 보직이나 근평, 승진 등에서 인사상 불이익과 차별을 받지 않고 오히려 이익을 받도록 하겠다. 여성 직원과 남성 직원들 모두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란 말도 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27일에도 본청 청사에 근무 중인 출산 예정 공직자들을 찾아가 격려하기도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양육 지원금만으로 출산·육아 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며 “그들의 결정과 책임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존중을 표현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경기도가 먼저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사는 취임 후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잇달아 표명하고 있다. 7월 11일 도청에서 열린 제11회 인구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인구 문제가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쉽고 실제로 위험이 닥쳤을 때는 대처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위험 요인)’라면서 남다르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사는 출산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젊은 세대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정 조직이나 사람으로 해결할 수
복날은 7월과 8월 사이의 가장 더운 시기쯤 10일 간격으로 초복, 중복, 말복을 일컫는다. 복날은 몸에 기운을 보하여 더운 여름을 무사히 보내라는 일종의 관습적 식문화이다. 과거에 프랑스의 여배우인 브리지트 바르도가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을 비판하면서 우리나라가 야만국가처럼 회자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브리지트 바르도의 조국인 프랑스도 한 때는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생또노레(Saint-Honore)라는 곳에는 개시장이 있어서 개고기 1kg에 2프랑 50센트 받고 팔았다고 한다. 사실 개고기 식용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남미와 북미 일부, 아시아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개고기 식용문화 자체가 사라지거나 정부의 정책에 의해 개고기 식용이 사라지게 되었을 뿐이었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에 개고기 식용은 생존하기 위한 선택적 식문화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미래도 개고기 섭취를 금지하거나 자발적으로 금식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는 이유는, 먼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이 충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전체…
수업을 하면서 가장 기대되는 순간은 아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해 만들어낸 결과물을 확인할 때이다. 특히 고학년을 맡으면 글쓰기나 영상 만들기 수업을 하면, 이후에 몹시 기대감에 차서 아이들의 과제물을 기다린다. 어린이들의 편견 없고 솔직한 글솜씨에 한번 감동 받고, 기대 이상의 영상 퀄리티에 다시 한번 놀란다. 이번 영화 만들기 수업도 혼자 여러 가지 기대를 품고 시작했다. 단편 영화 제작은 방학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팀당 5분 남짓의 단편 영화를 만드는데 25차시 혹은 그 이상이라는 막대한 시간이 들어갔다. 초등학교는 1차시에 40분이니 16시간 30분 정도 걸린 셈이다. 처음 계획은 17차시에서 끝내는 거였는데 진행하다 보니 도저히 시간을 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할 것 없이 모두가 열정적으로 영화 만들기에 매달렸다. 마지막 영화 상영회까지 숨 가쁜 일정이었다. 긴 시간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영화라는 작업은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고 온전히 협업해야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팀으로 움직여야 하는 일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쉬웠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웠다. 몇…
생명은 에너지와 물질의 변환이다. 태양의 불꽃이 광합성 생물의 녹색 불꽃이 되는 것이다. 녹색 불꽃은 꽃식물의 적색, 홍색, 황색, 자주색 등 성적인 불꽃, 즉 다른 생물계를 설득하는 전문가가 된다. 화석화된 녹색 불꽃은 태양의 경제체제 안에 있는 인간의 방에 축적된다. 생명은 끊임없이 열을 소산하는 화학작용이다. 그리고 생명은 기억이다. 과거의 화학작용을 반복하면서 행동하는 기억이다. 그리고 생명은 자기 초월적이다. 태양으로부터 온 에너지를 저장하고 재분배하면서 생명은 최고 수준의 활동력과 복잡성을 과시한다. 생명이 우주의 큰 영역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만들어 간다면 그 과정에서 자신을 어떤 생명으로 만들지 누가 추측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포유류 종과 마찬가지로 호모 사피엔스 역시 200만 년을 더 견뎌낼 것이다. 신생대 포유류 종의 평균 존속 기간이 300만 년보다 짧았다. 모든 종은 사라진다. 멸종하거나 둘 이상의 후손 종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캄브리아기부터 지금껏 살아 있는 동물 종은 없다.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도 오늘날 침팬지와 사람만큼 서로 다른 자손 종 둘로 나뉠지도 모른다. 종의 분리가 기술에 의해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 내구력 있는 영
노르웨이의 가수, 카리 브렘네스 (Kari Bremnes)의 베를린의 사랑( A Lover in Berlin)을 들으며 신문을 보고 있는데 노르웨이의 연례 행사에 대한 토막기사가 눈에 띈다.(카리 브렘네스의 목소리가 만든 고적하고 멜랑콜리한 분위기가 날아간다) 노르웨이인들은 연례로 ‘대구 혀 자르기’ 행사를 하는데 주어진 시간 2분내 대구 혀를 뼈 없이 가장 많이 발라내는 이에게 상을 준단다. 참가 연령은 13세 이하. 어린이판 몬도가네 느낌이라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지만 문화 차이로 돌린다. 노르웨이 하면 대개 인형의 집 작가인 헨리크 입센, 절규의 화가 에드바드 뭉크, 페르귄트 모음곡으로 유명한 에드바르 그리그를 떠올리고 스웨덴 핀란드와 묶어 북유럽 지상낙원이라고 부러워한다. 그런데 노르웨이는 무엇 때문에 부국이 됐을까? 100년 전만해도 척박한 땅, 적은 인구 등으로 고생하던 농업국가였다. 오늘날 스웨덴은 이케아와 H&M, 볼보, 스카이프, 에릭손, 일렉트로룩스 등을 내세우고 핀란드는 (노키아는 지는 노을이 됐지만) 게임계의 슈퍼스타 슈퍼셀과 로비오, 그리고 모바일 운영체계 안드로이드 기반인 리눅스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상징기업도 없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3%로 낮췄다.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2%p(포인트) 내려갔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글로벌 경기를 계속 짓누르고 있다. 한국의 내년 성장 전망치도 2.1%로 석달 전보다 0.8%p 낮아졌다. 갈수록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는 위기라지만 수출주도형 한국의 경우는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미중 패권다툼에 따른 ‘반(反‧半)세계화’는 반도체는 물론 식량 의류 운송 등 지구촌 구석구석 전반에 침투해 ‘자유무역 세계화’ 시절엔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40년여 만에 최악의 고물가를 잡기위해 미국이 27일(현지시간)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p 올리는 것)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고물가 곡선의 꼭지점이 언제쯤일지도 안갯속이다. 그래서 IMF나 많은 전문가들도 전망치를 계속 수정하고 있다. 특히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는 올 가을을 넘어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등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을 비롯해 상당수 유럽에서는 전기절약처럼 가스…
1. 까마득한 옛날부터 광고는 정치와 관계가 깊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유사 광고는 기원전 5000년 경 이집트 고대왕국시대의 전쟁 승리화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태양신을 숭배하는 파라오가 적을 무찌르는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넓게 보았을 때 오늘날 정치광고 포스터의 원시적 형태다. 기원전 4,000년 경 아시리아 왕국의 전승도(戰勝圖)도 마찬가지다. 부조(relief)로 새겨진 이 작품에도 천하를 지배하는 왕의 권위에 대한 선동적 메시지가 선명히 드러나 있다. 현대에 들어와서 광고와 정치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캠페인(campaign)이란 용어 자체가 그렇다. 평야라는 뜻의 라틴어 ‘캄푸스(campus)’에서 비롯된 이 단어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관된 계획 하에 일정 기간 전개하는 정치적, 상업적, 기타 일련의 활동이나 운동”으로 정의된다. 선거를 치를 때 많이 쓰는 말이지만,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분야는 오히려 광고 영역이다. 광고주가 상품광고를 행하는 목적은 3가지다. 소비자에게 특정 브랜드의 이름과 특성을 알리는 것. 그것을 경쟁제품보다 더 좋아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 구매행동에 나서게 하는 것이다. 정치의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한의원에서의 진료는 가볍게 이어지는 대화의 연속이다. 그 대화들은 증상을 묻고 지금 몸의 상태와 치료과정에 대해서 이해를 돕는 목적에서 때때로 혹은 자주 삶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19가 시작된 후로는 지금까지 그 대화 중에 면역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가끔 한의원을 찾는 중년의 그녀는 소장암으로 수술과 항암치료 후 소화불량과 피로감이 일상이다. 임플란트 시술을 며칠 전에 하느라 꽤 힘들었고 그 이후에 시작된 두통으로 내원하였다. 그러면서 지난번에 치료와 처방한 한약 덕분에 저녁이 되면 목 뒤 쪽으로 열이 나면서 가려운 것이 없어졌다고 너무 고맙다고 한다. 갱년기 상태의 호르몬 부족과 과로로 몸의 에너지와 조절력이 저하되어서 열이 나고 가려운 증상에 대한 한약 처방의 결과였다. 다른 병원을 여러 군데 갔었는데 방법이 없다고 하거나 치료 후 호전이 없었는데 좋아졌다고 하며 감사를 표현했다. 그녀는 예전의 감기 걸렸을 때 복용한 한약도 효과가 좋았다고 덧붙인다. “한약치료는 직접 호르몬제를 투여하지 않지만 갱년기 증상이 좋아지고 균과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감기 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