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은 청명(寒食)으로 고향 북쪽에서는 공휴일이다. 산에 산에 꽃이 피는 시기이다. 남쪽에서는 벚꽃이 한창이다. 이 시기 북쪽 고향에서는 조상의 묘부터 살핀다. 묘소 주변을 정돈하거나 혹은 묏자리가 좋지 않거나 먼 거리 오가기가 불편하면 청명날에 맞추어 이장(移葬)을 한다. 떡이며 부침이며 과일 같은 구하기 힘든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서 산으로 오른다. 이러한 제례의식에 참여 못하는 사람들은 산에 갈 이유가 없는, 조상의 묘가 없는 사람들이다. 북쪽 고향집도 조상묘가 없어 청명날이면 아이들을 대동하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제상을 차려놓고 집안에서 제사를 한다. 할아버지는 중국 장춘 어디에 묻혔고, 기일(忌日)도 모르는 장손인 아버지는 막연하게 비슷한 날을 추정했다. 생전에 좋아했다는 담배를 상위에 놓으면 신기하게도 사람이 흡인하는 것처럼 반짝이며 타들어갔다. 어머니는 제상 차리는 것을 거들면서도 못마땅해했다. 사진도 없는 제상에서 부모님들은 눈물을 보였다. 나에게는 고향이지만 부모님에게는 타향이고 두만강 건너 정든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 인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이 그렇게 슬픈 것도 딱히 기쁜 것도 몰랐던 청명(寒食
언어는 은유(隱喩 메타포)의 바다다. 김동명의 시 구절 ‘내 마음은 호수요.’는 비유법 중 은유를 잘 보여준다. 은유는 ‘~과(도) 같다’는 설명을 숨기는(隱) 비유다. 시적(詩的) 표현에만 쓰이는 개념이 아니다. 언어와 사물(일과 물건)의 관계는 대개 은유로 연결돼 있다. 서양 논리학에서 온 말이되, 언어의 작동 원리가 원래 은유적이니 동서양 구분이 필요하지 않겠다. ‘내 마음은 호수와(도) 같다.’가 은유의 상대 개념인 직유(直喩 시밀리)적 표현이겠다. 같은 뜻이되 맛이 다르지 않는가. 예문들의 그 ‘마음’ 즉 ‘마음속 생각’은 한자어로 흉금(胸襟)이 되겠다. 한자어는 한자가 바탕인 외래어다. ‘오픈’이나 ‘클릭’은 영어가 바탕인 외래어다. ‘아침’ ‘무지개’ 같은 토박이말과 함께 외래어는 한국어를 구성하는 요소다. 장제원 당선자비서실장이 최근 대통령과 당선자의 회동 후 “(두 사람이) 흉금 없이...대화를 나눴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혹 회동에서 대통령이나 당선자 중 한 사람이 ‘흉금 없이’라고 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참 솔직한 표현이군.’하며 어떤 이들은 쓴 웃음을 지었으리라. 장제원 비서실장(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156분간 마음에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우크라이나는 전화에 휩쓸리게 되었다. 이 전쟁의 원인은 무엇이며,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이 전쟁에 대해 우리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미국과 영국의 편향된 언론 보도를 복사해 붙이느라 여념이 없다. 러시아 전함과 탱크의 피격 등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예외적인 사실들, 또는 러시아군이 자국 항공기를 격추하는 등 군사반란에 직면했다는 따위의 사실 확인이 안 되는 프로파간다 차원의 기사들을 선택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우리 국민들은 피해를 당하고 있는 우크라니아 국민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러시아를 비난하게 된다. 러시아의 1차 목표는 백인 우월주의의 극우 나치 민병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아조프 부대를 섬멸하고 마리우폴을 점령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한스크 공화국 사이에 있는 마리우폴을 점령함으로써 돈바스 지역을 평정하려는 것이다. 나아가서 우크라이나를 중립국으로 만들고 나토 가입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후 북대서양
다음달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차기 정부 조각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금명간 초대 국무총리를 지명할 예정이다. 이어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 참모 등이 차례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에 임명되는 총리는 역대 어느 총리보다 엄격하고 막중한 자질이 요구된다. 인사청문회와 국정현안에서 여소야대의 벽을 넘어야 한다. 여기에 차기 윤석열 대통령은 정계에 진출한 기간이 짧고 검찰직을 제외한 국정경험도 사실상 전무하다. 또 취임 20여일만에 전국 단위의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신냉전구도가 가속화하며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있고 북한의 도발 수위는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차기 정부에게는 어느 한 곳도 녹록한 상황이 없다. 과거 같으면 새정부 출범이후 잠시나마 허니문 기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결국 국내외 파고를 헤쳐나가려면 깨끗한 실력과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다. 그 예비 동작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였고 실질적인 첫 단추가 총리를 포함한 조각이다. 늘 강조되는 것이지만 차기 정부 고위공직의 첫번째 덕목은 도덕성이다. 윤 당선인은 철저한 검증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몫은 공직 후보자
故 장준하 선생(1918-1975)이 저자다. 스무살 때 처음 읽었으니 어언 40년이 넘었다. 그 감동은 줄지 않았다. 그간 또래나 후배들에게 선물한 것만 족히 백 권은 넘는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읽기를 권해왔다. 10여 년 전, 대학생들에게 씨알사상을 강의할 때는 아예 필독서 리스트에 올렸다. 요즘 청소년들은 안타깝게도 김구도 안중근(응칠)도 잘 모른다고 한다. 장준하를 알 리가 없다. "안중근 의사를 안과의사라고 하는 애들도 있다"는 중학교 교사의 탄식도 들었다. 그렇게 자란 친구들이 이 특별한 책을 읽고 발표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뭉클했다.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장준하 선생처럼 살겠다"던 학생대표의 스피치를 들으며 목이 메었다. 아, 장준하! 박정희의 정적이 둘이라면 장준하와 김대중이다. 하나라면 장준하다. 그래서 먼저 죽인 거다. 독립군 출신 정치인으로서 "독립군을 사냥하던 박정희만은 안된다"며 저항했던 선생은 박정희의 독재가 극한으로 치닫던 1975년 8월 포천의 약사봉에서 암살되었다. 추락사로 위장된 그 더러운 역사는 먼 훗날(2013년 3월 26일) 타살로 결론이 났다. 장준하, 김준엽 등 50여 명의 청년들이 7개
진짜 봄이 온다. 세상을 색색으로 물들이는 봄이.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은 봄꽃 개화 시기 지도를 펴고 발을 동동 구르지만 봄은 남쪽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온다. 마침내 시린 겨울을 보낸 이들 앞에서 봉오리를 틔우고 고운 잎을 펼쳐낼 때, 모두가 기다리던 봄은 시작된다. 하지만 축제는 없다. 봄이면 늘 수도권을 들썩이게 하던 축제들은 어떻게 됐을까. 황홀한 노란빛 양평 산수유·한우 축제와 이천 백사 산수유꽃 축제, 산자락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부천 원미산 진달래 축제, 아름드리 벚나무 이백여 그루가 수원 팔달구 일대를 화사하게 빛내주는 경기도청 벚꽃축제는 모두 취소됐다. 3년 연속 경기관광대표축제로 선정되며 진분홍빛 철쭉동산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문화예술행사를 펼치던 군포 철쭉축제도 3년째 조용하다. 친구, 가족, 연인이 가볍게 가까운 동네로 나가 봄꽃을 맞이하고 버스킹 공연과 마술쇼를 관람하며 지역 생산품을 구경하다 먹거리를 실컷 즐기는 축제들은 3년째 빗장을 내걸었다.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인 시기에 축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었고, 각 지역마다 몰려들 인파가 두려워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그래도 올해는 지난 2년과 다르다. 제주, 대구, 태안 등지에선 예년보다
뉘우친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과 단점을 모두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개는 자기 내부의 모든 악을 질책하는 일이고, 영혼을 정화하는 일이며, 영혼이 선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이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항상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애쓴다면, 그는 이내 선인에서 악인으로 전락할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것처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없고,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음을 완악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탈무드) 신 앞에서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타인과 자신 앞에서는 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정작 자기가 잘못을 저지른 놓고도 오히려 상대를 나쁘게 말한다. 선인이란 자신의 잘못을 기억하고 자신의 선행은 잊는 사람이며, 악인이란 그와 반대로 자신의 선행은 기억하지만 자신의 잘못은 잊는 사람을 말한다. 자신을 용서하지 말라. 그러면 남을 쉽게 용서하게 될 것이다. (탈무드) 자신의 지난 악행을 선행으로 덮는 자는, 구름으로 덮인 어둠의 세계를 비추는 달과 같다. (부처) 생명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뉘우치는 것이 좋다. 등잔불이 꺼지기 전에 기름을 부어야 하는 것처럼. (탈무드) 모든 회개는 선이다. 그
검찰, 언론, 정치부문 사회개혁은 ‘미완’된 채, 버라이어티 쇼는 끝났다. 승자가 된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자는 국민 앞에 낮은 자세로 임할 때다. 패자가 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고문은 새로운 환경에 응전해야 할 때다. 환호와 절망은 잠시, 시나브로 지방선거는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지사 선거에 예비 후보들의 출사표가 몰리고 있다. 정치권은 “대선주자급이 나와야 한다”라는 ‘도그마’에서 목하 고민 중이다. ‘대선 시즌2’라는 얘기도 들린다. 게다가 포스트 이재명은 누가 될 것인가? 유승민과 김동연의 매치는 성사될 것인가? 경기도에서 윤 당선자(45.62%)보다 높게 얻은 이 고문의 대선 득표율(50.94%)은 지선에서 그대로 적용될 것인가에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과방위·예결위·산자위·정책위의장을 두루 거친 5선의 조정식 의원, 교육 전문가인 5선의 중진 안민석 의원, 3선 경력 염태영 전 수원시장의 3파전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가세하는 모양새다. 열기가 후끈하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이재명 마케팅’ 중이다. 백낙청 교수가 “이재명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최고의 정치 지도자”라고 한 말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