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낳는 모든 나쁜 관념, 즉 국가간의 증오, 무공(武功)에 대한 동경, 승리 또는 복수에 대한 갈망 등은, 국민의 양심을 짓밟아 인간 상호의 선의를 ‘애국심’이라는 이름의 비열하고 무분별한 이기심으로 바꾸고, 자유에 대한 사랑을 허물어뜨리며, 단순히 남의 목을 베려고 하는 야만적인 욕망에서, 또는 남이 내 목을 노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사람들은 지배계급의 발아래 스스로 몸을 던진다. 전쟁에 의해 부추겨진 나쁜 관념은 사람들의 종교적 감정을 완전히 왜곡시켜, 교회 지도자들은 신의 이름으로 살인과 약탈을 위한 무기를 축복하고, 대지가 피투성이 시체로 뒤덮여 죄 없는 백성들의 가슴이 슬픔으로 가득 찰 때, 평화의 하느님을 향해 감사의 예물을 드리는 모순을 낳는다. (헨리 조지) 어린이들은 처음 만날 때, 기쁨에 찬 얼굴로 서로 웃으며 호의를 보인다. 대부분의 어른의 경우도 그러하다. 그러나 한 국가의 일원이 되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웃 민족을 증오하며, 그들에게 고통과 죽음을 안겨주려고 마음먹게 된다. 사람들 속에 이와 같은 증오심을 조장하여 그러한 잔학 행위로 몰아가는 사람들의 죄가 어찌 무겁지 않을 것인가! “서로 대립하도록 쪼개서 통치하라”(
김정은 정권은 요란한 미사일 발사로 임인년 벽두를 장식하고 있다. 1월 중에만 다섯 번에 걸쳐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그중 두 차례가 극초음속 미사일이고 한 차례가 ’북한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중거리 순항미사일이었다. 한반도를 우크라이나, 이란, 대만해협과 더불어 세계의 4대 화약고로 부상시키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합참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애써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 고도화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머지않아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미사일 방어망이 무력화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이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와 국제사회는 지난 30 년간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했고, 마침내 2017 년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오늘날 북핵문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에 굴복하여 비핵화 협상장에 걸어 들어오기를 마냥 기다리기에는 너무 엄중하고 급박하다. 북한의 핵역량 증가는 대남 군사적 위협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향후 비핵화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한반도에서 핵무기…
건전한 정책대결이 돼야 할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혼탁에 혼탁을 거듭하고 있다.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네거티브에다가 고소·고발전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박빙의 대결을 거듭하고 있는 이번 대선은 시종일관 쩨쩨한 티 뜯기와 인신공격만 난무하는 최악의 선거전 형국이다. 공식 선거 기간이 도래한 만큼 각 진영은 이쯤에서 ‘비호감 대선’을 멈춰 세워야 한다. 백척간두에 선 이 나라, 국민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부디 지혜와 비전을 겨루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등 거대정당 후보 간 양자 대결 구도로 치러지고 있는 이번 대선은 애초부터 건강한 정책대결이 실종됐다. 마땅히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를 겨뤄야 할 선거전은 상대방 할퀴기에 중독된 채 끊임없는 증오와 비방, 폭로전으로 치달아왔다. 후보등록이 끝난 직후에도 변함없이 민망스러운 사진 한 장씩을 꺼내 흔들면서 망신 주기에 급급한 저질 선거전을 벌여 유권자들의 한숨을 보태고 있다. 국민의 여론 한복판에 자리 잡은 “찍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개탄은 어쩌면 정치혐오를 넘어서 절망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은 두말할 필요
몇 년 전 중국거지 구걸통의 QR코드가 해외토픽으로 화제된 적 있었다. 중국 SNS인 위챗의 결제서비스다. 중국의 핀테크는 미국을 넘어 세계 1위다. 신용카드도 잘 사용하지 않던 중국의 디지털화는 엄청난 변혁 속에 핀테크의 시대로 성큼 들어섰다. 국가자본주의라 정부가 그냥 밀어붙이면 된다. 아날로그에서 1차 디지털을 거치지 않고 고도 디지털사회로 급이행된 유일한 국가다. 일본은 스스로 잃어버린 30년이라 한탄한다. 1988년 세게 100대 기업에 일본기업이 52개, 톱10 중 8개였다. 미국기업은 IBM과 액슨모빌이 끼어있을 뿐이었다. 2021년 세계 100대 기업에는 소니, 도요타, 소프트뱅크만이 들어있다. 소니도 삼성전자에는 한참 못 미친다. 8, 90년대 일본은 소비자편의성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감각적 디자인으로 세계산업을 선도하며 일본신드롬을 일으켰다. 한마디로 감성제조산업의 극치였다. 그 대단한 소니가 삼성전자에 밀린 이유는 무엇인가? 미래사회와 산업의 패러다임을 놓친 것이다. 삼성의 주력제품은 가전이 아니라 반도체와 스마트폰이다. 반도체는 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더 필요한 소재이고 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필수불가결한 디
동영상이 ‘카톡’에 올라왔다. 딸이 촬영한 동영상이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웃음소리부터 쏟아진다. 아내와 딸의 웃음소리다. 웃음은 고양이 목에 달린 방울처럼 요란하다. 흔들리는 웃음을 따라 화면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화면 저 편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김진호의 ‘가족사진’이라는 노래다. 흔들리는 화면 한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는 중년 사내가 비틀거린다. 술에 취한 사내의 비틀거림은 흔들리는 화면과 무관하다. 취한 사내의 입에서 박자를 놓친 노랫말이 흩어진다. 방바닥에 나뒹구는 노랫말을 아내와 딸의 웃음소리가 주워 담는다. “아빠, 춤도 춰야지.” 딸의 주문에 중년의 사내가 두 팔을 치켜들고 비틀어댄다. 흐느적거리는 꼴이 행사장 입구에서 손님을 불러대는 바람풍선 같다. 바람풍선의 두 팔이 허우적거릴 때마다 아내와 딸의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른다. 고양이 목에 달린 방울소리 같아서일까. 아내와 딸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입 꼬리가 먼저 올라간다. 아무리 필름을 되감아도 그날 밤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끊어진 필름 대신 남은 건 술에 취한 중년 사내의 동영상뿐이다. 몇 번을 다시 보았지만, 동영상 속의 중년사내가 나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더러운 육체적 욕망, 독으로 가득 찬 그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온갖 고뇌가 뿌리 없는 덩굴풀처럼 달라붙는다. 그 욕망을 이겨낸 사람은 마치 연꽃잎에서 빗방울이 굴러 떨어지듯이 모든 고뇌가 사라진다. (부처)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는 힘보다 자신의 욕망의 힘 자체를 더 자랑한다. 이 얼마나 해괴한 미망(迷妄)인가? 지금은 거의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많은 일들이 과거에는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던 일인지를 생각해보라. 지금 너를 혼란 속에 빠트리고 있는 욕망도 마찬가지이다. 또 네가 여태까지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애쓰다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를 상기해보라.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네 욕망을 달래고 가라앉혀라. 그것이 가장 유익한 일이고, 또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다. 삶은 먼저 맞춤(適應)이다. 살았다 할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터전을 보게 된다. 삶을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둘러쌌기 때문에 환경이라 한다.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아무도 이것이 왜 변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산 것은 그 변함을 무시할 수 없고 그 변한 환경에 맞추어가야만 한다. 둘째 생명은 대듦(拒否)이다. 맞춰감으로만 보면 생명은 순전히 수동적이다. 그러나…
어제는 하루종일 필자가 근무하는 철도가 세간의 화제였다. 열차의 맞은편 좌석에 구둣발을 올려놓은 윤석열후보의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사진을 보고 “에이 설마?”싶었다. 올해 정년퇴직을 앞둔 철도기관사 입장에서 지금까지 이런 고객은 단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도 “못봤지.. 예전에는 빈자리 많을 때 신발벗고 앞 좌석에 발 걸치고 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눈치 보여 거의 없는데 어딜 신발을 신은채로.. 말도 안되지”라며 혀를 내두른다.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는 말이다. 하긴 윤석열후보 입장에서는 구두가 뭐 그리 더럽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과거 국정감사에서 김진태의원이 질의했듯이 윤석열후보는 기업인들과 술자리에서 자기 신발에 양말을 벗어 넣고 술을 따라 마시게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 사실이라면 그에게 구두란 술잔이나 다름없을 터이니 말이다. 난 정치인의 사생활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가 집에서 무얼 하든, 점을 보건, 바람을 피건 당신들 일이다. 그러나 정치인이라면 최소한 공적 영역에서 기본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수신제가 클리어 한 다음에 치국을 순차적으로 하란 말은 못하겠다. 그렇게 하다간 아
현행 60세인 정년 연장론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일 4차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직장인의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60세 정년 뒤에도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을 통해 은퇴 근로자를 노동시장에 투입하자는 얘기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의 0점대다. 특히 생산연령인구(15~65세)는 2020년 약 3738만명(72.1%)에서 2070년 1737만명(46.1%)까지 급격히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 역피라미드 인구 구조는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동시에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직격탄이 된다. 그런데 정년연장으로 연금 보험료 내는 나이를 더 높이고, 타는 나이를 더 늦출 수 있다면 연금고갈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인구 감소를 선행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계속고용연령을 2013년 65세에서 지난해 70세로 다시 높였다. 우리의 경우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이 정년 퇴직한 우수 인력을 비정규직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년연장을 산업계 전반으로 일반화하는데는 고려해야 할 다양한 논란의 지점이 존재한다. 우선 재계쪽이다. 지난해 9월 대한상
TV토론을 보고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바꾸는 유권자가 있을까? 거의 없다. 5% 내외다. 지난 3일, 20대 대선 후보 1차 TV토론이 끝난 후 조사를 봐도 그렇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 리퍼블릭에 의뢰해 7일 보도한 결과는 ‘TV토론을 보고 바꿀 생각이 있다’는 응답자는 7.3%다. 행동으로 옮길 유권자는 이보다 더 낮을 것이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보도한 내용도 비슷하다. 1차 토론을 보고 지지후보를 바꾼 사람은 6.3%였다. 11일(금)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까지 두 차례 토론이 끝났다. 앞으로 후보가 싫어도 나서야하는 법정토론회 세 차례가 더 있다. 후보간 합의로 더 할 수 있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토론에 따른 이해득실이 있어 합의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의 TV토론을 거치면서 든 생각은 ‘국민 모두가 대선 해설위원’이다. 철벽 논리로 무장돼 있다. 군필 남자들의 군대 무용담 같다. 첫 TV토론은 시청률이 39%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후보가 출마했던 1997년 15대 대선토론 시청률 55.7% 이후 최고 기록이다. 종편,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청률은 놀랍다. 요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