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람들은 특권층의 사람들이 자기식대로 행동하고 지배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이에 길들어져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방식은 자유로운 사람들 사이에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대의제(代議制)에 의한 통치의 목적은 큰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나쁜 지배에 굴종하면서 그것을 불평할 권리를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헌법 조문 같은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것은 주인과 노예의 계약서이다. 우리의 목표는 노예의 지위 향상이 아니라 노예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게르센) 한 사람이 많은 사람을 지배할 권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한 사람을 지배할 권리도 없다. (블라디미르 체르트코프) 진리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진짜처럼 보이지만, 이는 찬반 투표로 결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칼라일) 투표수의 많고 적음이 정의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쉴러) 우리는 총칼을 고문도구가 놓여 있는 박물관의 선반에 진열하는 것은 물론, 곧 경찰기구와 투표함도 그 뒤를 따르게 될 것임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어니스트 크로스비) 이곳의 바닷가에 앉아 절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나는 내가 모든 의무에서 해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2월 23일에 올해의 처음이자 마지막 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학교 밖 활동은 꿈도 꾸지 못했던 6학년 친구들인데 졸업하기 전에 문화 공연 관람으로 한 해를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바라던 수학여행과는 거리가 먼 클래식 공연 관람이지만 이것만으로도 학교 밖 활동에 대한 아이들이 갈망이 조금은 사그라들 것 같다. 작년에 처음 코로나를 맞닥뜨렸을 땐 이렇게 오래 코로나 때문에 학교가 멈춰있을 줄 몰랐다. 다들 평소처럼 이런저런 체험학습 계획을 잡아뒀다가 모두 취소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코로나 2년 차에는 우리 학년을 제외한 전체 학년에서 체험학습을 안 가기로 결정했다. 학교 운영 위원회에서도 올해 체험학습은 없는 걸로 동의했다. 내가 속한 6학년은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문화 사업 예산을 받을 기회가 생겨서 2학기 말쯤에 문화 공연을 관람하기로 계획했었다. 연말 정도면 코로나가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하면서 받은 예산이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2학기 중반 넘어서까지도 코로나가 기승이라 정확한 일정을 잡기가 어려웠다. 다른 소규모 학교는 이미 올해 초부터 전면 등교를 하고 있고 어떤 학교는 체험학습까지 간
최근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사의 제목은 ‘이재명을 몰라서’였다. 기사의 내용은 《인간 이재명》 읽기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유행이라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이다. 그만큼 민주당 국회의원들조차도 이재명이란 사람을 몰랐다는 얘기다. 어쨌든 반가운 기사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의 진심》이란 책을 읽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으면 좋겠다. 샴푸 한 통을 파는 판매원도 상품을 팔려면 그 상품의 성분과 효능, 임상결과를 정확히 알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 근거도 없이 ‘이 상품 좋으니까 사세요’라고만 줄기차게 외치는 판매원은 빵점짜리다. ‘우리 상품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저 상품 사면 안 돼요’라고 떠드는 판매원은 없는 것만 못하다. 더구나 자신이 마케팅하려는 상품이 나라의 살림을 5년이나 맡길 대통령 후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재명을 모르고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모른다. 몰라도 아주 많이 모른다.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이재명이 정말 훌륭하다고 믿어서 이재명을 지지하고, 선택을 호소하는가. 윤석열이 정말 잘할 것이라고 믿어서 윤석열을 지지하고, 줄을 서는가. 윤석열이 싫어서, 이재명이 싫어서가 아닌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패권 경쟁의 첨병으로 부상했지만 한 해가 저무는 한국은 경이로울 만큼 여유롭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자국 및 동맹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자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정부가 올해 약속했던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 조차 국회에서 해를 넘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EIP)은 미국과 대만 등 각국 정부가 국립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정부의 시급한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기준으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웨이퍼 제조장비는 일본 의존도가 63.2%에 달했다. 또 집적회로 반도체 부품은 미국으로부터 수입해오는 비율이 70.6%다. 일본·중국·미국·대만·베트남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수입액의 82.8%를 차지한다. 한번 공급망이 흔들리면 어떻게 되는지 최근 요소수 사태에서 지켜봤다. 일본은 미국·대만과의 동맹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을 끊임없이 견제 도전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매출 세계 2위, 메모리 1위 강국이다. 하지만 소재‧부품‧장비 등에서 여전히 추격자이고 이를 위한 연구·개발(R&D)이나 고급 인력은 갈 길이 멀다. 반도체가
지난 22일 이재명 39.5%, 윤석열 40%라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윤석열 후보 캠프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김영환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를 받아 쓰는 언론도 있다”며 “혹세무민의 여론조사를 규제할 방법은 없는가”라고 했다. 많은 언론이 이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같은 날 개그맨 강성범 씨의 유튜브 채널도 뉴스원으로 등장했다. “정권을 재창출해서 다음 정부가 이 정부를 계승한다면 부동산 폭등에 대한 ‘원죄의식’이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기를 쓰고 부동산을 잡으려고 머리카락을 세울 것이다. 근데 정권이 넘어가면 ‘우리가 한 거 아닌데’라며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가 낮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3일 김종인 씨의 윤석열 선대위 합류 문제가 난항을 보이자 이를 두고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이라고 화력지원을 해주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요지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스스로 정파적 발언을 했음을 자인했다. 이 사례가 아니더라도 그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들은 속보성으로 기사화된
실업자가 넘쳐났던 경제 대공황 시기,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산업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노동은 남성의 것”이라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를 공고화시키는 도구였지요. 하지만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상황이 급변합니다. 독일의 경우 “여성의 본분은 아이와 부엌과 교회에 있다”는 나치즘 이데올로기 탓에 여성 노동력 차출이 상대적으로 저조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 모든 참전국에서는 대대적 여성노동력 동원이 실행됩니다. 미국이 대표적이었지요. 1941년 12월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지 불과 1년 만에 18세에서 39세 사이 수백만 명의 남성들이 전쟁에 투입되었습니다. 당연히 산업 전반에 걸쳐 극심한 노동력 부족이 발생했고, 이것이 여성노동의 불가피한 확대를 요구한 겁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가부장적 편견에 순응하여 집안에 머물러 있던 여성들을 산업 현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때 광고와 프로파간다 캠페인이 지대한 역할을 합니다. 여성의 노동 참여를 애국시민의 미덕으로 칭송하는 대대적 캠페인을 펼친 거지요. 노동하는 여성에 대한 긍정적 이데올로기가 전 방위적으로 유포된 겁니다. 이에 따라 여성노동…
뉴스가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촘촘하게 제시된 팩트 앞에서 사실과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다. 기성 미디어에 SNS에 기반한 1인 미디어의 가세로 그 어느 때보다 뉴스가 풍부해졌지만 뉴스 문맹률은 오히려 높아진 것 같다. 가짜뉴스의 범람을 이유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기성 언론의 가짜뉴스는 언제나 상수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테면 군사정권 시절 한국 언론은 정권의 보도 자료에 아첨이라는 양념을 더해 시청자·독자 앞에 뉴스랍시고 내놓곤 했다. 거기에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치열한 뉴스 정신이 들어있을 리 없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윤석열 사태에서 보았듯이 이른바 언론의 받아쓰기는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팩트 왜곡과 조작 등 전통적인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이즈음이다. 그렇다고 그게 다는 아니다. 육하원칙에 입각한 사실 전달이 뉴스의 속성이자 생명이기 때문이다. 모든 언론은 운명적으로 사실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 그다음은 독자의 몫이다. 일차적으로 제시된 사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덕목은 판단 유보일 것이다. 헷갈리면 거부하거
어젯밤 늦은 시간 큰아들 친구 두 명이 찾아왔다. 예고 없이 찾아온 녀석들이 아들과 함께 거실에서 술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으니 집안이 꽉 찬 느낌이었다. 이들은 큰아들과 함께 코 흘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실컷 놀면서 다져온 우정이기에 반가움이 넘쳐났다. 큰아들은 외국에서 사업을 하다 코로나로 귀국했다. 그런데 그 길로 발목과 삶이 함께 묶여 세월을 허비하고 있다. 그래 저래 두 친구가 위로하겠다는 마음으로 찾아왔는데 나 또한 뵙고 싶어 들렸다고 한다. 녀석들은 이야기 도중 모두 아버지를 잃었다고 하면서 내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데 마음이 짠했다. 녀석들은 50대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이 아이들 나이 때는 오직 직장과 직업에만 몰두했다. 그 일이 최우선이요 전부였다. 부모님 모시며 세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 딴생각할 겨를도 여유도 경제적 물기도 없었다. 그런 마음으로 녀석들을 쳐다보니 ‘너희들도 힘들겠구나.’ 싶어졌다. 녀석들은 술이 몇 순배 돌자 내가 고향에서 교원 생활을 할 때 우리 집에서 기르던 개 이야기를 했다. 어려서부터 혼자 자란 나는 주인에게 충성도 높은 개를 좋아하며 기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얀 털이 눈부신 스피츠를 다음은 포인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아동복지시설(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보호 종료 아동’들에게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 중 약 100호를 우선 배정한다고 밝혔다. 보호 종료 아동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돼 아동양육시설의 보호가 종료되는 청소년이다.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는 ‘소년소녀가정 등 전세주택 지원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공포했다. 내용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한정한 보호종료아동 주거안정지원사업 시행자에 지방공사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지침이 개정된 것은 경기도가 보호종료아동에게 공공임대주택 물량 공급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정부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는 최근 GH와 보호종료아동 공급물량 배정 협의를 마쳤다. 앞으로 도는 공공임대주택 100호를 공급한 후에도 배정물량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에 따르면 매년 전국에서 2500여 명, 도내에선 400여 명이 만 18세에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퇴소하지만 절반가량이 거주할 곳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단다. 따라서 이들의 자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보육시설에서 나온 청년들에겐 1인당 500만 원 정도의 자립정착금이 한번 지급되고, 3년 동안 지방정부가 월 30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