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지난해 11월 24일 발행된 제688호에서 '뉴욕타임스' 과학전문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팬데믹 저널리즘을 다루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과학 저널리스트인 칼 짐머는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마주하는 모든 중요한 질문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과학과 연결된다. 만약 과학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할 것이다.” 라고 강조했다. 짐머는 의학전문기자처럼 의사나 과학자일까? 짐머는 놀랍게도 과학 전공자가 아니었다.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과학 전문 매체에서 우연히 과학 기사를 담당하게 되면서 과학 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짐머는 스스로 공부를 하며 과학자들과 대화하고 기사를 쓰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과학 저널리스트가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감염병 전문기자 도널드 맥닐도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한 적이 없고, “지금 아는 것의 대부분은 일하면서 배웠다”고 한다. 역시 다양한 시각을 가진 여러 전문가를 만났는데, ‘1년 뒤 미국의 코로나’ 라는 제목의 기사를 쓸 때는 무려 30명이 넘는 전문가를 취재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에는 과학기자가 무려 30명이란다. 한국의 매체들은 어떨까? 코로나를 취재하는 한국의 기자들은 과
오래전 ‘추억’이 ‘안동’에 있다.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졸업생인 후배들과 함께 안동을 방문했다.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안동역까지의 기차였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개최된 ‘하회마을 탈축제’(현재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가 보기 위한 전통의 도시 '안동'의 문화탐방이었다. '지역의 문화원형을 잘 살린 축제'의 시작이었다. 안동역에 도착해서 숙소인 호텔로 들어선 순간, 청결하고 단아한 숙소에 기분도 상쾌해졌던 기억이 있다. ‘안동댐’ 근처의 은어회집에서 뒤늦게 합류한 민속학과 교수 분들과 같이 ‘안동의 지역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그 후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여행 자제로 방문을 하지 못했지만 매년 안동은 주요 문화 콘텐츠의 탐방지였다. 헛재사밥과 안동 간고등어의 유래, 안동 낙동강 하류에서 잡은 은어회가 '왜' 더 맛있는가 하는 것 등등 그들의 안동의 문화 대한 얘기들은 지금도 기억될 만큼이나 각별했다. 안동은 문화 콘텐츠 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이곳을 가보면 여러 체험을 해보고 싶은 곳이다. 다시 말해서 ‘문화의 원형’과 ‘이야기 풀어가기’가 가장 전범(典範)이 되는 민속마을인 것이다. 이 하회마을은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
마루는 마당에 있는 사람이 방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내부에 있는 사람과 소통이 가능하고, 내부 있는 사람 역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마루에 걸터앉아 주변 자연을 감상하거나 마당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명륜당에서 공부를 하던 유생들이 자주 명륜당 마루에 앉아 시원한 바람과 숲에서 풍겨오는 싱그러운 냄새를 맡으며 머리를 식히기도 했을 것이며, 자연을 벗 삼아 책 속에 빠져 들기도 했을 공간이다. 또한 사방으로 마루가 연결되어 있으니 이동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선이다. 틀 안에 가두지 않고 사방으로 확장될 수 있는, 서원의 어느 공간과도 소통이 원활한 곳이 이 명륜당이다. 이 연결성을 중심으로 명륜당을 본다면 정문에서 접근하는 축으로서는 남쪽이 정면이 되고, 사당을 연결하는 정신적인 측면으로는 서쪽이 정면이 된다. 또한 유생들의 연결성, 즉 기능적인 부분으로 접근했을 때는 북쪽을 정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명륜당으로 오르는 계단이 없는 서쪽을 건물의 후면으로 봤을 때 공간적 측면에서는 동쪽이 정면이 된다. 1543년,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에 지어진 이 명륜당은 보물 1403호로 지정되어 있다. 명륜당 북쪽…
“쥐의 배는 공포로 헐떡거렸다. 비거가 한발짝 다가가자 쥐는 새까만 구슬 같은 눈을 반짝이며 작은 앞발로 허공을 초조하게 할퀴어댔다. 그리고 대들 듯이 길고 가는 소리를 냈다. 버거는 프라이팬을 던졌다.” 매우 큰 놈이었다. 조그만 생쥐를 일컫는 마우스가 아니라 랫(rat)이다. 쓰레기든 뭐든 닥치는 대로 먹고 몸집이 커졌단다. 이 흉물을 잡은 비거(Bigger)는 이름대로 덩치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면 뭘 하나? 그의 집은 그런 쥐가 살기 딱 좋게 쓰레기통이나 다름없다. 프라이팬에 으깨진 쥐의 운명은 비거의 운명과 닮았다는 걸 아직은 모른다. 조만간 그도 그렇게 때려잡힐 운명이 된다. 리차드 라이트의 소설 ‘미국의 아들(Native Son)’의 첫 장에 나오는 장면이다. 인종주의와 결합된 흑인 빈민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쓴 리차드 라이트는 이 작품의 서두에, 이해할 수 없는 고난에 처한 성서의 인물 욥 이야기를 담은 ‘욥기’의 한 대목을 옮겨 놓는다. “오늘 또 이 억울한 마음 털어놓지 않을 수 없고 육중한 손에 눌려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겠구나” 누구도 들어주지 않은 고난. 그래서 쏟아내는 통곡이다. 마틴 루터 킹이 “나에게 꿈이 있다”고 외쳤을 때 말
벤치에 그늘이 앉아 있다 나는 그 그늘에 앉는다 특별한 그늘, 그러나 시한부 그늘, 창대했던 그 그늘 속에서 그리운 거 하나 없었는데, 그늘은 점점 햇빛을 제 몸에 들이고 있다 그늘과 햇빛이 만드는 저, 무지개. ▶ 서울 출생. 숙명여대 졸업. 1993년 등단. ▶ 시집 [안단테 자동차] 외 6권. 산문집 [잠시 또는 영원의 생각] ▶ 한국시문학상, 천상병시상, 숙명문학상 등 ▶ 숙명여대 문학인회 회장 역임. 한국기독교문인협회 부회장.
한의원에서 화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다 보니 많은 인생역정을 만난다. 그 많은 만남 중에 수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분이 있다. 내원당시 77세였던 그녀는 10년전에 이혼을 했다. 사연인즉 평생 열심히 돈을 벌었고 꼬마빌딩도 사고 제법 재산을 모았는데 평생 일 안하고 속썩이던 남편이 어느 순간 잘해주고 해서 잘 지내게 되었다 한다. 그 즈음 남편이 건물을 자기명의로 해달라고 해서 그래도 아이들 아버지인데 하는 생각에 그녀는 그렇게 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편이 이혼하자고 했고 알고보니 그가 건물도 팔고 재산을 많이 빼돌려 놓아 이혼하고 나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한다. 남편을 바보같이 믿었다고 자책하며 많이 아팠는데 설상가상으로 뇌경색이 왔다. 15년전 이미 요통으로 수술을 3번 한 그녀는 3년전에는 자다가 넘어져서 어깨가 골절되어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하였고 그 즈음부터 양쪽 4번째 발가락이 아프기 시작 했다. 치료로 아픈 발가락을 긁어내는 수술을 했는데도 여전하였고 약물치료를 시작하였는데 1년동안 복용 후 아픈통증이 크게 변화가 없자 그 병원에서 추천한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 후 또 1년 가량 약을 복용하였는데 신장기능이 11퍼센트밖에 남지
‘중도입국청소년’이란 용어가 우리사회에서 회자되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용어에 대해 시민들은 익숙하지 않으며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의 기준에 의하면 부모의 국적에 따라 부·모 중 한명이 외국인일 경우 중도입국자녀, 부모 모두 외국인일 경우 외국인가정 자녀로 분류된다. 그러나 ‘중도입국’ 대한 광의의 개념으로 적용해 볼 때, 국내 출생이 아닌 자녀가 본국에서 생활하다가 '학령기 중도'에 한국으로 입국한 경우에 중도입국청소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중도입국청소년은 국제결혼 이후 본국의 자녀를 한국으로 초청해온 중도입국청소년이 가장 많으며, 조선족 고려인과 같은 재외동포의 국내 이주로 인해 동반하거나 시간차 입국하는 청소년도 증가하고 있고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난민의 자녀들 역시 이에 해당된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은 입국연령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한국에서 출생한 다문화가정청소년과는 달리 한국어 소통이 어렵고 문화적 정체성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한국사회로의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577명의 중도입국청소년을 대상(재학 404명, 비재학 173명)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앗쌀라무알라이쿰!” 이 말은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는 뜻으로 흔히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 즉 무슬림 간에 인사말로 사용된다. 간단히 "쌀람(salaam)"으로 줄여 말하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최소 20만 명을 넘는 무슬림들이 한국에 있다지만, 한국인 무슬림도 포함된 이 수치는 아직은 한국 전체 인구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현재 이슬람교를 믿는 종교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19억 명에 달하고, 2100년에는 세계 제1의 종교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니, 급성장하고 있는 이슬람을 보면서 일부 개신교 교단에서 이슬람에 대해 경계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종교간대화위원회”의 위원장 임기를 마쳤다. 부족한 사람이 무거운 직을 맡아 4년의 임기 동안 나름대로 종교 간에 서로 소통하고 상생하기 위한 노력의 첨병 역할을 하고자 했다. 여러 종교의 성직자들이 함께 다른 종교에 찾아가 그 곳의 수행자들을 만나 듣고 보고 느끼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찾는 등 노력했지만 되돌아보니 아직 신통치 않았던 듯하다. 세계 3대 보편종교인 이슬람교는 유대교, 그리
2007년 이안 감독의 영화 ‘색, 계’는 파격적인 정사신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제6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장아이링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인 여성 스파이 정핑루(鄭平如 1918~1940)를 모티브로 삼는다. 일제가 점령했던 1930년대 상하이에서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여성 왕치아즈는 정핑루라는 인물의 행적을 따라간다. 왕치아즈는 친일파 정보부 대장 이를 척결하기 위해 정체를 숨기고 접근해 유혹에 성공하지만, 사랑에 빠지면서 비극적 삶을 마감한다는 이야기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과 거의 비슷하다. 영화는 사실적인 정사 장면을 통해 암울한 시대와 인간의 욕망,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담아낸다. 길고 노골적인 성애 장면은 스크린 안에서 주제와 어우러져 예술로 승화되었다. 이처럼 예술의 영역에는 아름다움과 고귀함뿐 아니라 추함과 농도 짙은 에로티시즘까지 포함된다. 최근 청와대 청원 20만 명을 넘기며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청원인들에 의해 심판의 무대에 오른 알페스는 팬덤이 만들어낸 하위문화의 한 장르이다. 'RPS(Real Person Slash)'의 한국
지난 1980대 초 미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사람들의 생활 양식은 물론, 60-70년대의 반전 평화와 개인 자유를 강조하는 당시 젊은이 문화를 한번에 종식 시키고 미국사회를 보수화 시킨 질병으로서 에이즈가 있다. 에이즈는 지난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40년 동안 8000만명의 감염자를 발생시켰고, 33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 해 발생이 보도된 코로나19 사태는 현재 진행으로서 지난 화요일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1억 100만명 가까이 감염되었고, 200만명 넘게 사망자가 나왔다. 이는 코로나19의 유행이 지난 에이즈 사태에 이어 또 다시 인류의 생활 양식을 바꾸게 될 것이며, 앞으로의 시대적 틀도 바뀌어야만 됨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최우선이지만, 방역조치로 인한 경제 활동의 위축으로 인한 민생고가 점차 한계에 이르고 있다. 또한 2020년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비중이 전체 인구의 약 15.7%로서 고령사회이며, 2025년에는 20.3%가 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된다. 코로나19에 대한 고령층의 취약성은 물론, 방역조치에 의한 고령층에서의 운동부족은 우리사회에 장기적 영향을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