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옆 좌석 안모 집사님이 내 손을 잡더니 말문을 연다. ‘오월은 참 좋습니다. 나뭇잎의 싱싱한 기운도 좋고 짙은 숲의 깊은 느낌- 모두 싱그럽고 시원스러운 빛입니다.’라고. 나는 엉뚱한 그러나 싫지 않은 답변의 인사말을 드렸다. ‘저는 계절의 5월보다 안 집사님의 아들 ’0록‘이의 봉사하는 모습이 더 든든하고 5월의 청년으로서 자랑스럽고 장래가 푸르러 보입니다.라고.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봄이다. 5월의 봄날에는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는 노인들도 젊은 모습이다. 피천득 선생은 《오월》이라는 수필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청신한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이어서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라고도 했다. 내 어머니 별명이 ‘앵두’이어서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피천득 선생은 ‘오월’이라는 수필 마무리 부분에서 ‘신록을 바라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라고 썼다. 이 문장은 피천득 작가를 영원히 대신할 것이다 박완서 소설가는 《피천득 선생을 기리며》에서 ‘나는 박애보다 편애를 좋아하는데 아마 선생님도 그러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선생님 댁에
춘추시대 진나라 중군위의 직에 있던 기해(祁奚)가 나이 70에 이르러 고령을 이유로 왕 도공(悼公)에게 사직을 청했어요. 기해를 붙잡을 수 없음을 안 왕은 적합한 후임자 천거를 부탁했대요. 그러자 기해는 놀랍게도, 원한 관계에 있는 해호(解狐)라는 인물을 추천했대요. 도공이 깜짝 놀라 “어찌 원수지간인 그를 추천하시오?”하고 묻자 기해는 “왕께서는 제게 적임자를 물으셨지, 제 원수가 누구냐고 묻지 않으셨잖습니까?”하고 태연하게 대답하더래요. 20대 대통령선거전 승자인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를 꾸리고 운영하는 중이지요. 초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 인선이 끝나고, 국회가 티격태격 인사청문회를 시작한 걸 보니 정권 교체 시점이 도래했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별로 감동적인 인물을 발굴해내지 못하고도 꿋꿋한 모습인 윤 당선인의 이미지에 만만찮은 뚝심이 흘러넘치네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국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극심한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군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4.9 대선 패배의 내상이 상당히 깊어 보여요. 특히나 0.73%라는 ‘박빙(薄氷)’의 격차가 현실 비수가 되어서 정부 여당의 폐부를 깊이 찔러버린 형국이에요. 패배를…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만간 종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당초 러시아의 일방적 우세가 예상되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항전 의지,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적극 지원이 어우러져 푸틴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은 휘청거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은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러시아간 가치전쟁이자 경제전쟁으로 성격이 확산되어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일치감치 러시아 입장에 동조하는 편에 서고 있다. 유엔의 러시아군 철수 결의안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불순한 의도에서 초래된 전쟁이라는 식으로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유엔이 국제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을 이용하여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제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전술핵무기 실전배치 의지를 보이면서 추가적인 핵실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지난 4.25 심야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핵무기를 전쟁 억제는 물론 북한의 근본이익이 침탈될 경우에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적 언사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지난 3~4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물가‧금리‧환율 3고(高) 속에 적자폭도 3월(1억1500만달러)보다 4월(26억6000만달러)에 더 확대됐다. 2021년 1월4일 1082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엔 127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대만이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의 개인 GDP는 3만4994달러로 대만(3만6051달러)에 1000달러 이상 뒤진다. 2003년 이후 19년 만의 역전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둔화해 한때 '늙어가는 호랑이'로 불리던 대만이다. 한국은 2019년 2.2%, 2020년 -0.9%, 2021년 4% 성장했다. 이에 비해 대만은 각각 3.1%, 3.4%, 6.3%의 성장률을 보였다. 대만이 이처럼 코로나팬데믹 등 세계경제의 악조건속에서도 주목할만한 상승세를 보인데는 TSMC로 대표되는 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TSMC는 2019년 11월부터 주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기 시작해 최근 두 기업의 시총 차이가 1.5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1차적으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삼성
음악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신통력이 있다. 헨델과 베토벤의 음악이 그렇고, 이문세와 양희은의 노래도 그렇다. 귀에 익숙한 노래는 전주곡만 들어도 마음이 동한다. 노래는 가사도 중요하다. 가사는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가사는 시와 동격이다. 대중음악은 시대정신을 대변하기도 한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도 그런 노래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요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아 그러나 비는 안 오네” 이 노래는 포크 록(fork-rock) 장르에 해당한다. 포크송 가수 밥 딜런(Bob Dylan)과 록 밴드 비틀즈(The Beatles)가 서로의 장르를 융합함으로써 새롭게 잉태된 장르다. 두 장르의 공통점은 반(反)문화로서 기성의 지배문화에 저항하면서 민중의 애환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물 좀 주소’도 그런 노래다. 한대수는 그래서 한국의 밥 딜런 또는 한국의 존 레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미국에서 포크송이 1950년대 반공 쓰나미에 주춤할 무렵 로크롤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한다. 새롭다기보다는, 흑인음악 R
인생의 목적을 정신적 완성에 두는 사람은 어떠한 외적 사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자다움은 오직 용맹함 속에만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최고의 남자다움은 분노를 이기고 자신에게 악을 행한 자를 사랑하는 데 있다. (페르시아의 격언) 내가 어두운 데서 말하는 것을 너희는 밝은 데서 말하고,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말을 지붕 위에서 외쳐라. 그리고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영혼과 육신을 아울러 지옥에 던져 멸망시킬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 (예수) 옳은 것을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 (공자) 어떠한 불행도 그것에 대한 공포보다 무섭지 않다. (호케) 만일 무언가가 두렵거든 네 두려움의 원인이 네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네 속에 있음을 알라. 강자란 것은 제 살 생각만 하는 것입니다. 전체를 떠나 저란 것이 없는데, 제 생각만 하기 때문에 생명의 부드러운 기운이 거기 가지 않습니다. 강하다는 것은 사실은 하나의 벌인데 사랑의 진리를 무시한 마음은 그런 줄은 모르고 그것을 점점 더 잘난 것으로 알고 더 교만해집니다. 그래서 모든 강자는 반드시 망했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주인은 부드러운 씨ᄋᆞᆯ이 됩니다.
남쪽의 오월은 가정의 달로 분주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부모자식간 사랑을 확인하는 달이다. 양로원을 찾아가 꽃을 달아준다거나 봉사활동으로 평시에는 몰랐던 나이 듦을 생각해본다. 스승의 날도 있고 부처님 오신 날도 오월에 있다.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선물을 들고 찾아간다. 즐거이 받는 분도 있고 부담스러워하는 스승도 있다. 석가 탄신일에는 아름다운 색상의 풍등이 거리에 가득히 달린다. 오월에는 기념일이 많아 지출해야 하는 돈이 많아지는 달이기도 하다. 북쪽에도 어린이날과 유사한 조선소년단 창립일이 있다. 조선소년단은 초등학교 2학년이면 선서를 통해 가입하는 정치조직이다. 어버이날은 없으나 어머니날이 있다. 어머니날이 있는 것은 여성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쪽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고 제한하기도 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높게 본다. 어버이는 부모보다는 수령이라는 의미가 크다. 모든 것이 수령 영도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교육되므로 남쪽과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북쪽에도 스승의 날이 있을까. 스승의 날은 없어도 스승에 대한 노래는 있다. 남쪽에서 스승의 날과 유사하게 교육절을 기념한다. 이날 학생과 제자가 만나 스승에게 감사를 전한다. 북쪽에서
흔히 삼국지라고 하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우리 (생활)문화 특히 언어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4자성어라고도 부르는 고사성어의 주요한 요람이다. 演義는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뜻이다. 원나라의 나관중이 역사를 토대로 지었다. 부정적인 영향도 많다. 최근 정치동네 말잔치에 나온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사례 중 하나다. 우선 말뜻부터 풀어보자. 三顧草廬의 顧는 ‘방문하다’의 뜻. 3은 하나 둘 다음, 셋 말고도 ‘많다’는 뜻이니 여러 번 찾아가 뭔가 청한 것이 ‘三顧’다. 草廬는 우리말로 초가집이다. ‘고대광실 기와집’과 대칭되는, 청렴하게 사는 가난한 사람의 집이다. 보도를 토대로 상황을 그려보자. 유비 현덕이 아우 관우와 장비를 데리고 제갈공명의 사립문 앞을 세 차례 찾아와 경세(經世)의 지혜를 청했다. 장제원 비서실장이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를 삼고초려 한 끝에 그가 수락했다.’고 했다. 장제원과 유비가 동급으로 비유의 대상일세. 인군(仁君) 즉 윤 당선자는 제쳐놓았군. 옛 소설 같으면 ‘역모(逆謀)의 싹’일세. 장제원의 현대판 와룡선생(공명)이 사는 ‘초가집’은 어떤 모습이지? 그의 ‘터전’ 김앤장과 수십억(훨씬 더 되는 듯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