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옵티머스 1심 재판의 선고공판이 진행됐다. 1심 재판부의 허선아 주심판사는 주요 피고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선고한다. 김재현 징역 25년, 벌금 5억 원, 추징금 751억 7500만원 / 이동열 징역 8년, 벌금 51억 7500만원 / 윤석호 징역 8년, 벌금 2억 원 / 유현권 징역 7년, 벌금 3억 원 / 송상희 징역 3년, 벌금 1억 원 선고 결과만 놓고 보면 옵티머스의 전 대표이자 본 공판의 핵심 피고인인 김재현이 징역 2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지라 검찰의 엄중한 수사와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이 나온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실제 대다수 언론에서도 ‘김재현 25년형’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은 보도를 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고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검찰의 구형은 김재현 무기징역, 이동열 징역 25년, 윤석호 징역 20년, 유현권 징역 15년, 송상희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는데 판결의 결과를 보면 김재현만 검찰 구형량에 인접했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상당부분 감형됐다. 이는 김재현을 제외한 다른 피고인들의 공소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의 공소내용은 이동열, 윤석호 등을 김재현과 함께 옵티머스 펀드사기
음악의 치유효과를 수없이 경험했다.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2000년대 초반, 어느 날의 이야기. 가을밤, 예고 없는 비에 젖은 생쥐꼴로 귀가하던 중 아파트 밖 자전거를 들이다 발목을 삐었다. 절룩대며 집안에 들어섰는데 열어놓은 베란다 사이로 들이친 비에 책들이 흠뻑 젖어있었다. 으악, 비명이 올라오는데 울리는 전화벨. 반가울 리 없다. 더군다나 ‘죽이는 목소리가 있어 들려주려고’라는 말에 짜증이 더해졌다. 지금 음악 따위 들을 분위기 아니라고! 냅다 지르려는 소리를 전화선을 타고 넘어온 목소리가 덮는다. 수화기를 든 채 커피포트 스위치를 올렸다. 커피 향이 번지는 창가 소파에 몸을 기댔다. 구질구질한 비에 젖은 시가가 천천히 영화 속 풍경으로 바뀐다. 친구의 표현은 적확했다. 죽이는 ‘음악’이 아니라 ‘목. 소. 리’였다. 대체 불가의 목소리. 가을, 밤, 비, 커피와 너무나 어울리는 목소리. 노라 존스. 컴 어웨이 위드 미(Come Away With Me) 지금이야 세계적인 재즈 가수지만 그때는 첫 앨범을 냈을 때니 신예였다. 앨범이 발표되자마자 400만 장 팔려 대히트를 기록했고 그다음 해 2003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음반, 올
벌써 10년 전이다. 한 산모가 증상이 너무 심해 입덧이 심한 시기인 산후 9주-11주 사이 거의 음식을 못 먹고 힘들어서 내원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자가요법을 하던 중 다른 것은 효과가 없고 맘까페에서 추천받아 해외직구로 구입한 것이 조금 효과가 있었다고 가지고 왔는데 바로 내관혈 자극기라고 부르는 손목밴드였다. 손목에 시계처럼 찰 수 있게 되었는데 내관이라는 손목 내측에 있는 혈자리 부위에는 볼록하게 요철이 있어서 그 요철을 압박하면 혈 근처를 자극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단순한 장치였다. 내관혈이 소화기 질환 등에 효과적인 혈자리인지라 입덧에도 효과가 있기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오늘 언급하려는 EFT도 한의학의 경락의 경혈을 자극하는 법만 달리했고 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큰 맥락에서 내관혈 자극기와 비슷하다. EFT는 한의학에 관심이 많았던 로저 칼라한이라는 임상심리학자가 우연히 물 공포증 환자를 치료하다가 경락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이 감정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만든 치료법을 공학을 전공한 게리 그레이그가 보다 쉽게 실용적이고 대중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EFT를 기존의 약물, 상담치료 등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호전이 없었던 베트남
- 발걸음으로 시작된 인류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는 그의 책 《우리 인간이라는 종자(Our Kind)》에서 인간 역사의 시초에 “발걸음이 있었다”라고 적고 있다. 성서의 창세기 첫 문장 “태초에”를 본뜬 건데 직립보행의 인류사를 압축한 문장이다. 그런데 이 발걸음이 있기 위해서 가장 결정적인 것이 생물학적 진화 못지않게 기후다. 또는 기후의 변화가 진화를 촉진했다고 할 수 있다. 빙하기가 지속되는 한 인간의 활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기온이 올라가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그만큼 초목이 들어차면서 초식동물의 이동이 있게 되고 그 뒤를 따라 이들의 포식자가 움직이고 인간의 생활영토 역시 넓어지게 된다. 최초의 인류 발상지를 아프리카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루시’라는 이름으로 불려진 원시 유골 발견이기도 한데 거기에서 시작된 인류의 역사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 역시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의 압박 때문이었다. 방하기를 지나 적도 지대의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숲이 건조한 사바나 초원이 되자 나무 위에서 땅으로 내려와 살아야 하는 상황은 직립보행의 결정적 조건을 만들었다. 고대 이집트 제국의 젖줄인 나일강 유역도 주변이 사막화되면서…
한순간 지속되는 사랑. 밤, 그것은 빛의 그림자, 생명, 그것은 죽음의 그림자. (알제논 스윈번) 생명은 지구에 충만한 하나의 태양 현상이다. 생명은 지구 대기와 물, 태양을 세포로 바꾸며, 우주 전체로 볼 때 극히 제한된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생명은 성장과 죽음, 처리와 배제, 변화와 부패가 뒤얽힌 복잡한 패턴이다. 생명은 다윈의 시간을 통해 최초의 세균과 연결되고, 베르나드 스키의 공간을 통해 생물권의 모든 구성원과 연결되는 팽창하고 있는 하나의 조직이다. 신이고 음악이고 탄소이며 에너지로서 생명은 성장하고, 융합하고, 죽어가는 존재들이 소용돌이치는 결합체다. 생명은 피할 수 없는 열역학적 평형의 순간(죽음)을 무한정 앞지르기 위해 자신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억척스러운 물질이다. 생명은 또한 우주가 인간의 형태로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살아있는 물체를 그토록 다르게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 답은 과학적이면서도 역사적이다. 생명은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역사다. 일상의 눈으로 보면 “여러분”은 나이가 몇 살이든 태어나기 약 9개월 전에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진화적 관점에서 더 깊숙이 보면 “여러분”은 생명의 대담
내년 3월 9일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가 7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의 각축 만큼 언론의 보도 열기도 뜨겁다. 여론조사 보도는 선거보도의 핵심이다. 선거-여론조사-언론은 삼각동맹을 구축한다. 정치 여론조사는 단순하지만 순위가 보도되면 최고의 클릭수를 기록한다. 언론의 효자상품이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보도경쟁에 뛰어든다.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 보도를 방불한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 입장에서는 최고의 홍보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걱정이다. 언론사는 경영이 어렵고, 여론조사기관은 조사원이 투입되지 않는 기계음을 활용한 ARS 조사기법이 개발돼 저비용 조사가 가능해졌다. 언론사가 의뢰하는 ARS를 통한 지지율 조사는 3-4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부 조사회사는 유명 언론사를 상대로 무료 조사까지 제안하는 현실이다. 유명 언론사와 손을 잡은 조사회사는 정치여론조사를 기업컨설팅 등 다른 수익사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 언론사와 여론조사 회사가 ‘누이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가 형성된다. 지난 7월 13일 머니투데이는 윤석열 캠프에서 제기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는 자사 입장문 냈다. 이에 앞서 윤석열 캠프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해 1월 20일 첫 발생한 이후 최근 잇따라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가 발효 중이다. 직격탄을 맞은 음식점 등의 자영업자들은 연일 거리에 나서고 있다. “집에서 입학하고 집에서 졸업할 것 같다”는 2년제 대학생들의 절규도 들린다. 사상 초유의 감염사태로 해외 파병 청해부대가 귀환했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다는 기업들이 30%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방역당국은 강화된 거리두기가 조만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9월까지 70%의 1차 백신 접종에 11월까지 집단 면역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노마스크 추석’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나 계획과 다른 상황들이 속출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섰던 모더나 백신은 당초 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등 백신 수급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기에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갈수록 위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금은 여름휴가철이다. 지역마다 거리두기 단계도 다르다. 방역당국이나 국민 모두 처음 가보는 길이라 혼란스럽고 힘든 것은 마찬
1. “이 자들은 너무 적게 일하고 너무 많이 받으려 한다.” 산업혁명이 개시된 18세기 중반부터 250여 년 동안 고용주들이 유행가처럼 흥얼거리던 말이다. 뼈가 부서지는 초과 노동 아래 신음해온 노동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에게 해당되는 말을. 특히 1830년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노동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조차도 영국 노동자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2시간에서 최대 16시간이었다. 일주일에 하루도 안 쉰다고 가정하면 112시간, 일요일 하루는 쉬는 것으로 계산해도 96시간이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수용자 사망 확률이 85%였던, ‘강제노동을 통한 절멸을 목표로 했던’ 아우슈비츠에서조차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98시간이었다. 나치가 인간적이어서가 아니었다. 실제로 한계 이상의 노동이 강제되면 몸이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백 년 동안 전 세계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이 문제가 말 그대로 죽고 사는 생존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2.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정부의 주 52시간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주당 120시간 근무” 운운을 들이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