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기도는 공공기관 3차 이전을 결정했다. 중첩 규제로 인해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낙후된 경기 북·동부 지역에 공공기관을 이전시켜 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동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하고 있다면 이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이러한 정책적 배려에 포천시민들은 환영했다. 경기도의 공정 원칙에 부합하고 균형발전 취지에 맞는 최적지가 바로 포천이기 때문이다. 포천시민들은 그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비롯해 군사 안보, 수자원 관리 등 각종 규제로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왔다. 그동안 늘 소외되었던 포천에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 우리 시는 70여 년간 국가안보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 포천시 면적의 29%에 달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과 미군 최대 훈련장인 로드리게스 사격장, 동양 최대규모의 승진훈련장 등이 있다. 9개소 사격장과 훈련장의 전체 면적을 더하면 50.54㎢로 부천시 면적과 비슷하다. 지역 주민들의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포천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규제 피해가 가장 심한 1등급 지역이다. 앞서 말한 군사 규제 외에도 성장관리권역이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12일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도권매립지 연장 뜻을 시사했다. 이에 최근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이 서울시장에게 공개 서한문을 보냈다. 이 청장은 언제까지 이 좁은 나라에서 지금과 같은 대형 매립장에만 의존해 쓰레기를 처리해야하느냐고 물은 뒤 “하루빨리 ‘수도권매립지를 계속 사용하기 위한’ 협의가 아닌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쓰레기 선진화를 위한’ 협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장은 서울을 글로벌화 하겠다는 공약이 실현되려면 쓰레기 선진화가 반드시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청장은 30년 넘게 환경 분야에서 종사한 환경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서한문을 통해 오시장에게 대안을 제시했다. ▲발생지 처리 원칙에 입각, 서울 내 쓰레기는 자치구별로 각자 처리 ▲감량과 재활용에 최우선한 쓰레기 정책 실행 ▲재활용 산업 파격 지원 ▲최첨단 쓰레기 소각 및 소규모 매립장 해결 등이다. 그런데 이 제안은 서울시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서울이 전국에서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가장 시급하지만 경기도를 비롯한 다른 지역 역시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 청장의 제안이…
지난 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를 읽고 필자는 놀랐다. 포털을 통해 접했다. ‘“한국이 또 입증할 것” 국내언론과 상반된 해외의 극찬’이란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에 대한 나의 평가가 주관적이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댓글을 확인했다. 45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다. 기사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 독자는 1만3000회를 넘겼다. 댓글은 ‘진짜 기사를 읽었다’는 찬사가 주조였다. 독자들의 반응을 한 번 더 검증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홈페이지를 통해 기사를 다시 봤다. 기사가 끝나고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기'에는 37만5000원이 후원됐다. 이 언론사 다른 기자에게 확인 했더니 이 금액은 최고수준이라고 귀띔했다. 기사는 ‘어둡던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는 희망을 담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미국, 프랑스, 영국과 한국을 비교한 수치(팩트)들은 한눈에 봐도 공이 많이 들어가보였다. 기사는 백신효과를 비롯해 착시효과들을 조목조목 점검해 나갔다. ‘백신접종률’과 ‘2021년 경제전망치’를 들어 두 부분 모두 실패할 것이라는 국내 언론보도들을 반박했다. 백신접종률은 코로나19 방역 성적순은 아니라고 논증한다. 인구 100만 명당 확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피천득은 쓰고 있다. 연한 살결에 비취가락지를 하고 기다리는 신부와 같은 오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있어 가정의 달이다. 자식과 부모와 스승이 모두 있는 사람에게 오월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꽃을 준비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고르고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남쪽에서의 오월은 분주하다. 고향 이북에는 피천득의 오월에 대한 아름다운 수필도 이벤트도 없다. 그러나 오월에 만들어 먹는 평안도 나박김치가 특별히 맛있었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남쪽보다는 훨씬 겨울이 긴 탓에 함경도 지역은 오월이면 마지막 겨울 김치를 먹고 있을 때 서해안에 위치한 평안도는 조금 따듯하니 새싹이 돋아나는 무를 움에서 꺼내 나박김치를 담근다. 물맛이 좋아 물김치를 많이 담그는가보다. 나박김치는 늘 해먹던 음식이라고 평안도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말한다. 봄에 담그는 나박김치는 생기를 얻고자 싹이 돋아난 것으로 골라서 담근다. 바로 먹어야 하기에 얄팍하게 네모지게 나박나박 썰어서 고춧가루를 비벼 색깔을 낸다. 주변의 밭이랑에서 봄기운에 자라는 달래를 한 옹큼 캐서 넣고 미나리도 넣고 마늘과 생강을 넣고 소금물을 슴슴히 가득
나는 자주 주검을 마주한다. 요즘 나의 직업은 장의사다. 영구차에서 내리는 유족들을 내가 제일 먼저 맞이한다. 그들은 모두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온다. 삼일간의 장례와 마지막 화장터에서의 이별이 유족들을 탈진하게 만들었다. 무표정한 얼굴에는 슬퍼할 기력마저도 남아있지 않다. 영정사진과 위폐와 유골함이 앞장서고 유족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처럼 늘어져서 뒤를 따른다. 나는 영정사진 속 고인을 가름한다. 수목장에서 내가 파는 땅은 지름 30센티, 깊이 50센티 정도이다. 먼저 삽으로 뗏장을 둥그렇게 떼어낸다. 뾰족한 모종삽으로 황토 사이에 끼어있는 돌을 골라낸다. 무덤은 좁고 깊다. 반듯하다. 무덤에 한지를 깔고 고운 모래를 부어 주검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다. 화장터에서 나온 골분은 따뜻하다. 영정사진 속 고인만큼 골분의 무게는 다르다. 어떤 주검은 반근 정도의 무게도 안 되게 가볍고 양이 적다. 그러나 어떤 주검은 뼛가루로 남았지만 무겁다. 대체로 한지에 싼 골분을 부을 때 유족들이 오열한다. 그러나 그 곡성은 길게 가지 않는다. 가끔 남편을 보낸 아내가 울고, 가끔 엄마를 보낸 딸이 구슬피 울 뿐이다. 울 힘도 없는 듯하다. 나는 골분을 고운 모래와 잘 섞는다
삶은 죽음을 향한 끊임없는 접근이다. 따라서 삶은 죽음이 더 이상 어둠으로 생각되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한 것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그들은 모두 사형선고를 받고 있고, 날마다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 가고 있다. 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운명이 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있을 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과연 서로 때리고 괴롭히고 죽이고 해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흉악한 강도들도 이런 상태에서는 서로 악을 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모두 그러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파스칼) 우리는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이내 죽어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이 매일 조금씩 소모되고 쇠약해지는 것을 알고, 언젠가 결국 죽어버리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이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어느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끝난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에 대해 꽃이 시들거나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단지 그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 중에서도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축하를 받게 된다. 필자는 어린이가 아닌데도 아직까지도 어린이날에는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모두가 설레는 이달에도 여전히 우리 아이들이 학대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접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 아동학대의 정확한 의미는 아동을 신체적, 성적, 심리적으로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아동학대는 가정뿐만 아니라 아동이 속해 있는 학교나 기타 모든 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의 아동학대는 사실 우리에게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동 유형을 통해 어떠한 유형의 행위가 학대에 해당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아동학대 행동유형은 정말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무심코 ‘이 정도 쯤은 자식이니까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만한 행위들이 많다. 예를 들면 아이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고자 ‘시설 등에 버리겠다’ 는 등 폭언을 한다든지, 짐을 싸서 집 밖으로 쫓아낸다든지, 또는 훈육을 이유로 높은 교구장 위에 앉혀 놓는 등 수 없이 다양한 행동들이 있다. 대개 이러한 행동들은 부모라면 한 번쯤 할 수도 있지만 아동학대 중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가상화폐 문제를 놓고 엇박자를 내는 사이에 이른바 ‘코인 광풍’이라고 불리는 가상화폐 신드롬의 부작용이 심상치 않다. 정체를 알기 어려운 중소규모 가상화폐 거래소나 불법투자업체의 사기행각에 말려들어 큰돈을 날리는 국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비트소닉’이라는 가상화폐거래소 하나에서만 130여 명이 75억 원의 손실을 볼 정도로 피해 규모가 막대한 상황이다.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올해 1분기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새로 개설한 사람은 모두 약 250만 명이고 거래대금도 총 1천486조 원으로 코스피 거래액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가상화폐 시장에 ‘미친 바람’이 불면서 국민의 종잣돈, 생활자금, 노후자금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여지가 있는 블랙홀이 등장한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피해가 양산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헐렁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투자를 ‘잘못된 길’로 표현하고,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도 성립할 수 없다”고 말해 거센 반발을 산 이래 ‘코인 민심’에 놀란 더불어민주당이 가
3년전 들떴던 ‘꽃피는 봄날’ 기억을 되살려 본다. 판문점 도보다리에서의 남북정상간 머리를 맞댄 그 긴박했던 순간들. 추억이 아니라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할 기회가 이번 5월에 찾아오고 있는 듯하다. 오는 21일에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문재인-바이든 대통령의 첫 만남인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다시 재 궤도에 올릴 절호의 기회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바이든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의 윤곽, 북한측의 미국과 한국정부를 향한 담화문 발표 내용, 그리고 문재인 정부로서는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는 남북관계 재개를 위한 정부의 결연한 의지 등을 종합해 보면 힘들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 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 내용은 트럼프대통령의 빅딜도 아니고 오바마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도 아닌 중간영역의 실용적 접근을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서 구체적인 대북협상 방향에 대한 언급 등이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우리 정부의 금번 대미외교의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외교부 북미국장의 담화를 통해 미국 바이든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기존의 대북적대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는 일반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내 생애 첫 이사였다. 온 동네 사람들과 가족과 같은 끈끈함이 있던 고향을 떠나 이사를 한다는 것은 현관문을 열고 밟았던 마당 대신 엘리베이터를 밟아야 하는 낯섦 이상으로 가혹했다. 더 이상 할아버지, 동생과 같은 방을 쓰지 않아도 되었고, 연탄을 때던 전에 비해 훨씬 따뜻해진 난방에 모든 환경이 훌륭해졌지만,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새집으로 들어와 가구 정리도 채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밤, 라디오에서 동물원의 '혜화동'이 흘러나왔고, 몇 주 만에 추억이 되어버린 내 동네와 사람들 생각에 눈물이 났다. 옛 동네가 그리웠다. 시간이 흐르고 중학생이 되어 새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새로운 환경에 나름 적응되어 가고 있었을 무렵 다시 한번 내 감성을 주무르는 노래가 나왔으니, 바로 김현철의 '동네'라는 곡이다. 그 앨범이 워낙 명반이라 '오랜만에', '춘천 가는 기차' 등의 주옥같은 곡들이 많이 있었지만, 나는 유독 '동네'에 크게 반응했다. 매달 이어지는 시험 점수의 등락에 울고 웃게 되는 이른바 입시 지옥의 초입에 들어섰던 시기였기에, 별 고민 없던 어린 시절의 나를 아니 옛 동네의 나를 더욱 그리워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