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몰아닥친 ‘부동산’ 광풍이 갈수록 태산이다. 요동치는 민심을 더욱 자극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거듭 터지면서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4.7 재·보선 정국 속에서 난감(難堪)의 극단에 몰려 있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이념과 진영을 벗어난 뿌리 깊은 적폐다. 지금 민주당이 궁지에 몰리는 것은 순전히 국정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여당이기 때문이다. 그 해법은 당연히 ‘기본’에서 찾아 나가는 게 맞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심전심으로 내놓은 ‘기본부터 새로 시작’이라는 개념에 길이 있다. 그렇게 겸손하게 접근하는 게 백번 옳다. 치열한 재·보궐선거 전쟁 중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개인의 부동산 문제로 전격 경질됐다. 민주당으로서는 문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재앙이다. 김 전 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29일 자신이 소유한 청담동 주택의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금을 기존 8억5천만 원에서 14.1% 인상한 9억7천만 원으로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된 참사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거의 비슷한 시점에 내놓은 메시지가 눈에 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가 400명대 후반을 지속하고 있다. 3월 28일 00시 기준으로 확진자수 101757명, 사망자는 1722명이다. 언론의 관심과 국민의 경각심이 1년전 이맘때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를 국난수준으로 괴롭히고 있다. 1년전 3월 19일,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일일확진자 수도 최초로 100명을 넘어선 날이다. 다음날인 20일 이 뉴스를 전했던 신문들은 1면에 머릿기사에서부터 5개 면에서 6개 면을 할애해 보도했다. '텅빈 도심···대구가 멈췄다'는 달구벌대로의 모습을 전하는 1면 사진은 송연함마저 자아냈다. 4·15총선을 20여일 남겨 놓은 시점이었지만 총선관련 기사는 한참 뒤로 밀렸다. 국난이 오래 지속되면서 언론의 코로나19 보도도 여기저기서 문제를 낳고 있다. SNS를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이런 가짜뉴스는 정쟁에까지 활용돠고 있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다고치자. 그러나 전통있는 언론이 정치인의 발언이라고 검증 없이 보도하는 관행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은 클릭수를 늘리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파렴치함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지난 문재인 대통령의 백신접종과 관련된 가
친절은 미덕이며 기쁨일 뿐만 아니라 폭력보다 강력한 무기이다. 죄 많고 거짓에 차 있으며, 특히 우리에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는 건 확실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사람에 대해서도, 아니 바로 그런 사람에 대해서야말로, 그를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서나 친철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그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와서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이면 되겠습니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 만약 네가 세상 사람들이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있고, 또 그들에게 선을 원한다면, 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너를 믿고 이해하도록 그 사실을 얘기할 것이다. 그들이 너를 믿고 또 이해하게 하려면 너는 가능한 한 네 생각을 차분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전하도록 애써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자주 정반대의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의견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과는 잘 얘기할 줄 알지만, 우리와 생각이 다르고, 아무리 설명해도 동의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거나 우리의 말을 왜곡할 때, 우리는 쉽게 평정을 잃고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화
- 연재를 시작하면서- '광고로 세상읽기'란 제목으로 시리즈의 문을 엽니다. 매 회마다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광고 작품을 선택한 다음 그에 얽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속살을 살펴보려 합니다. 많은 이들이 광고를 단순히 제품 팔고 브랜드 이미지 높여주는 도구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광고는 그런 마케팅 수단의 의미를 넘어 사람들 모듬살이에 중요한 영향 미치는 엄연한 사회적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1920년대, 현대인들에게 샤워와 면도 그리고 양치질 습관을 처음 심어준 것이 바로 광고의 힘이었습니다. 미국의 광고학자 셧 잘리(1990)는 지적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 고유한 성적 정체성(gender identity)을 형성하는데 있어 광고가 매스미디어 못지않은 핵심 역할을 한다고. 또 한 가지 빠트릴 수 없는 것은 광고가 ‘세상의 거울’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먹고, 입고, 쓰고,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되비춰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편의 광고는 인간을 둘러싼 당대의 환경들이 교집합된 일종의 종합적 콘텐츠라고 할 수 있지요. 현란한 설득기술의 장막 뒤에 정체를 숨긴 광고의 심층적 의미를 추적하는 작업이 재미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무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가 뜨겁다. 그런데 그 작품성에 대해서는 시청자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다. 내용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소재가 너무 자극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우리네 교육이나 정치, 사회 현실의 개연성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도스토옙스키 등의 고전에서도 반사회적 소재가 단골로 쓰였으니 그리 문제될 게 없다며 맞불을 놓기도 한다. 설령 누군가 이 작품을 ‘갈 때까지 간’ 드라마로 분류하더라도 먼 훗날 그 평가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드라마든 다른 예술 작품이든 사회적으로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는 경계해야겠지만 어쨌든 드라마는 허구이고, 사회적 평가에는 일정한 ‘시간의 세례’가 필요하며, 시청 여부는 결국 시청자가 결정한다는 의견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치, 특히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 막판 펼쳐지는 허위사실 공표와 비방으로 드라마처럼 얼룩질 때가 있다. 이 역시 드라마처럼 모두의 주장을 존중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선거는 드라마와는 다르다. 허구가 아닌 현실 그 자체이며, 선거 결과가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아무리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아니면 말고’식의 근거 없는 비방·흑색
학림다방 앞이었다. 다방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양희은의 노래가 걸어 내려왔다. 양희은의 노랫소리는 턴테이블에 감긴 LP판 눈금을 따라 천천히 풀어졌다. 다방 앞 횡단보도 역시 불어난 퇴근길 인파로 감겼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이 신문지를 깔고 앉아 술판을 벌였다. 새내기들은 선배들의 기타 반주에 맞춰 김광석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술잔이 부딪칠 때, 대학로의 젊음도 덩달아 참방거렸다. 권이 형은 붐비는 인파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리곤 불쑥 아무 이름이나 불렀다. 그것도 큰 소리로. “희숙아!” 아무도 돌아보는 이가 없으면 다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또 다른 이름을 불렀다. 역시 큰 소리로. “미경아!” 그렇게 아무나 부르는 여성의 이름에 누군가 뒤돌아보면, 비로소 권이 형이 움직였다. “이게 얼마만이냐. 오빠는 잘 있지?” 권이 형은 뒤돌아본 젊은 여성, 혹은 여성의 일행들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권이 형은 처음 본 여성들을 이끌고 가까운 순대국밥 집으로 왔다. 외상장부를 적고 먹는 몇 안 되는 단골집이었다. 단골이라고 해 봐야 극단 소속의 배우들이 전부였지만, 인심 좋은 할매는 추가
코로나 19의 최대 격전지는 이탈리아다. 작년 초 밀려온 코로나로 밀라노에서는 순식간에 3만 명이 사망했다. 국토는 봉쇄되고 경제활동은 전면 중단됐다. 실업자가 속출했고, 먹을 것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시민들이 즐비했다. 카리타스(Caritas) 수녀회가 운영하는 밀라노의 한 배급소에 식료품을 받으러 나온 65세의 여인 마리아(Maria)는 “참 괴롭네요”라며 수줍어했다. 마리아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라 스칼라(La Scala) 오페라 극장 휴대품 보관소에서 일했다. 그런데 오페라 극장이 문을 닫자 생계는 막막해졌다. 미망인 연금으로 월세를 내고 의약품비로 매월 60유로를 지출해야 한다. 로마 한복판에서 생필품 보급차(Ronda della Solidarieta: 연대 순회차)를 기다리는 50대 여인 아나(Anna) 역시 “생활이 어려울 때 가끔씩 오지요. 창피하네요”라고 말한다. 아나는 가사 도우미였지만 코로나로 직장을 잃었다. 집세를 내려면 식비를 아껴야 한다. 노동조합 콜디레티(Coldiretti)에 따르면, 이 여인들처럼 식료품을 보급 받는 사람은 약 370만 명. 전보다 100만 명 더 증가했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탐욕과 망상과 사치와 분노를 다스리는 것이 지혜의 원천이다. 만일 네가 진심으로 정욕을 극복하고자 하는데도 불구하고 때때로 정욕에 지배당할 때가 있더라도 너에게는 정욕을 이겨낼 힘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마부가 단번에 말을 세우지 못하더라도 고삐를 내던지지 않고 계속 잡아당기면 말은 언젠가는 서게 되어 있다. 정욕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는 싸움터에서 백만 군대에 이기는 자보다 위대한 승리자이다. 모든 타인을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훨씬 낫다. 타인과의 싸움은 언젠가는 질 때가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는 영원한 승리자로 남을 것이다. (법구경) 남을 자기 자신처럼 존경하고, 자기 자신을 이기며, 내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이야 말로 인애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높은 가르침은 없다. (공자) 젊은이여! 유흥이나 사치 등의 온갖 욕망의 만족을 멀리하라. 설사 온갖 욕망을 완전히 물리치겠다는 생각이 아니더라도,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커지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한 관능의 향락을 절제하고 미룸으로써, 네 즐거움은 더욱 더 풍성해진다. 즐거움이 수중에 있다는 의식은 그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미국 인텔이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진출을 선언했다. 반도체 제조의 80% 이상이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권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인텔이 반도체 제조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인텔의 결정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미국의 글로벌 전략과 맞닿아 있어 더욱 그렇다. 지난 2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등 핵심부품의 공급망을 재정비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반도체의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오겠다는 신호다. 그동안 미국은 메모리 등 반도체를 삼성전자, TSMC(대만) 등으로부터 공급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차량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포드, GM 등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동안 전략적으로 크게 보이지 않았던 반도체에 대해 미국에 새로운 인식을 갖게 했다. 반도체가 자칫 식량이나 원유처럼 확실하게 공급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자국의 이익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위기 의식 말이다. 앞으로 개인 PC, 스마트폰에 이어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완전자율주행차 등에 가속이 붙으면 반도체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