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의 간부공무원이 공직에서 40년 일하고 1년을 앞당긴 퇴임식에 참석해 눈물을 흘렸다. 시장님과 후배 공무원들은 멋진 공로패를 보내어 격려했고 지역주민들이 축하의 패를 만들어 공직을 떠나는 센터장(4급 동장)의 노고를 치하했다. 동단위 인구 7만6천명의 각 기관단체장이 참석하고 시의원, 도의원, 동민들이 자리했다. 경력을 소개하고 공직 40년을 회고하는 사진첩에서 역시 20대 젊은이의 모습이 나온다. 공무원 퇴직자에게도 아름답고 멋진 20대가 있다. 퇴임 인사의 문구도 아름답다. 여러 날 고민하고 여러 번 탈고한 퇴임사다. 그런 말과 주옥같은 단어들은 혼자 머리를 짜낸다고 나오지 않는다. 진심으로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버티며 견뎌온 공직자의 고뇌속에서 생성되는 말이다. 아픈 조개의 몸에서 나오는 진주 같은 연륜이 있다. 푸석하기가 돌 같은 깻묵속에서 선홍빛 참기름이 흘러나오듯 공직의 무게가 응어리진 애증스런 단어들이다. 마치 ‘행정의 시’ 한 편이 아니던가. 20년간 4번을 같은 부서에 근무했다는 중간 간부의 송사도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40년 근무하고 후배를 위해 1년을 양보하고 퇴임하는 날에 코로나19가 발을 잡으니 떠나는 센터장의 마음을 무겁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속 좁은 행태가 또 한번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개편 구상과 관련, 한국의 참여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됐다. 일본은 북한 및 중국을 대하는 한국의 태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의 졸장부 행태는 하루빨리 복원돼야 할 한일 관계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 따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열릴 예정이던 G7 정상회의를 9월쯤으로 연기하고, 규모를 확대해 한국을 참여시키고 싶다는 뜻을 5월 말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회담에서 “(G7이) 낡은 체제로, 현재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G11이나 G12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문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다. 문 대통령은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해 오스트레일리아, 러시아, 인도 등 4개국을 새로 참여시키자고 했다. 트럼프가 국제법을 위반한 크림반도 합병으로 G8에서 배제됐던 러시아를 슬그머니 포함한 것을 문제 삼아 영국, 캐나다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놨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이 학의 날개처럼 숲으로 장관이다. 유배지문학의 산실인 해남에는 법정스님을 비롯한 이동주, 박성룡, 김남주, 고정희 시인 등 문학가들이 탄생했다. 법정스님을 떠올리면 ‘무소유’다. “무소유는 단순히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하고, 생명 중심사상으로 나눔의 인문학을 실천하셨다. 송광사 불일암 암자에서 홀로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며 세속적인 삶과 번잡한 삶들을 멀리했던 스님의 청빈한 정신은 해남태생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법정스님의 생가 터가 도서관으로 복원되는 소식도 있고, 해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도올 김용옥 선생의 서당도 전언되고 있어 필자의 가슴 한쪽이 뿌듯하다. 대흥사 사찰길이며, 미황사의 웅숭한 산골에 곱게 물든 신록이 깊어가는 것을 마주하면 성찰과 사색의 힘을 읽는다. 땅 끝의 상징성과 서정성이 배합된 해남문학에는 시문학의 싹을 틔운 문학사의 줄기가 길다. 심호 이동주 선생의 언어 절제와 남도특유의 가락과 리듬으로 한국적인 서사들을 노래한 ‘강강술래’, ‘새댁’등 빼어난 곡조로 감미롭다. 한국문학사에 상처요, 잊을 수 없는 김남주 시인과 고정희 시인의 시대적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기도를 통해 기관지와 폐에 달라붙어 호흡곤란을 일으켜 열이 나면서 심한 통증을 가져온다. 바이러스를 옛날에는 벌레라고 하였다. 신약성경(마태, 마가복음)에 의하면 헤롯왕은 벌레에 물려 죽었다고 한다(사도행전 12장23절). 헤롯은 동생 빌립의 아내를 취한 음행을 지적한 세례 요한을 참혹하게 죽이는 악행을 저지르고 천벌을 받았으며, 기원전 2세기 대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도 말라리아에 희생되었고, 영국의 유명한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과 신곡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시인 단테도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했다. 코로나19가 천재(天災)로서 인간의 입을 틀어막고 더욱 겸손하라는 싸인이 아닌가! 인류만큼 병을 많이 앓는 동물은 없다고 한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질병의 수는 약 1만2천400개나 된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치명적인 병은 광견병이고 가장 흔한 병은 잇몸 질환이다. 그런데 걸리고 싶지 않은 병은 혈관계 질환, 즉 혈액이 끈적끈적하여 혈관이 막히는 혈전이라는 질병이다. 중년 이후에는 혈전이 평균 40%까지 늘어난다고 하는데, 이것이 60% 이상이면 병이 생기고, 혈전이 80%까지 늘어나면 사
국제적인 시간과 세상의 표정은 어둡다. 망명정부 비밀 결사대같이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갑을 낀 데다 선글라스까지 걸쳤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 사람은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고 불법체류자 같이 어설프고 불안하다. 풀씨엔 막힌 통로가 없다. 곳곳의 들풀과 하나의 자연이 되기 위해 날아간다. 코로나19의 위험 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풀씨를 보면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수필가 박연구 씨는 ‘바보네 가게’ 저자이다. 1973년 ‘범우사’에서 나온 그의 책 표지를 보면 화가 이중섭이 스케치한 ‘바닷게가 어린이 고추를 물고 있는’ 그림이 있다. 박연구 씨는 그가 범우사에서 주간을 맡고 있을 때 나와 두어 번 만났다. 그런 그가 ‘속담에세이’ 에서 ‘부자유친’의 글을 내비쳤다. “막내인 아들이 자기 닮아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게으름이 있다. 그래서 일요일만이라도 같이 등산을 하러 가기로 약속했다. 어느 날 아침 아들과 마을 뒷산을 오르면서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는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 못 보았다’고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서 말했다. 그런데 아들은 ‘나는 보았어요. 아빠가 있잖아요’라고 말하더라는 내용이다. 이어서 그는 자신이
“백종원 씨 같은 분은 어때요?” “백종원 씨는 남녀노소가 모두 좋아하는 분 같더라. 싫어하는 사람이 없던데요” 미래통합당 김종인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말 한마디 때문에 통합당 내부는 물론, 언론에서도 갑자기 대선 후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물간 노래’라고 생각했지만, ‘미스터트롯’ 무대를 여니 쟁쟁한 실력자가 쏟아졌다. 차기 당 대표와 협의해 대선 주자들이 탄생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겠다. 새로운 인물이 분명히 나온다.” 이 말은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그런데 미스터 트롯 방식으로 대선 후보를 뽑자는 것은 김태호 의원이 먼저 제안했었다. 이렇듯 ‘백종원’ ‘미스터 트롯 방식의 경선’ ‘임영웅과 영탁’ 등이 거론되는 이유는, 지금 통합당 내에서 눈에 띄는 대선 후보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 지사 등 쟁쟁한 대선 후보들이 있지만, 통합당에는 그런 후보들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종원을 소환하고 미스터 트롯 방식의 경선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 미스터 트롯이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이유는, 그리고 미스터 트롯 출연진들이 출연
당신이었으면 /이복순 누군가 문을 두드려 선잠을 깨우는 밤 홀로 일어나 두 개의 소주잔을 앞에 놓고 대작을 합니다 창밖에 서성이던 달이 슬며시 내 곁으로 다가와 술잔을 들어 줍니다 말없이 웃어주는 달이 당신이라면 좋겠습니다. ■ 이복순 1957년 김포에서 출생했다. 2015년 계간 수원문학을 통해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KBS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다. 시집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 ‘길 위의 인문학상’, ‘수원문학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수원문인협회 이사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조록싸리 꽃 필 때 /송소영 조록싸리 꽃이 피고 있다 단정하게 여며 틀어 올린 분홍 머리들이 가지에서 조롱조롱 옛 기억을 연신 내리꿰고 있다 그 곳에 가야 할까 가지 말아야 할까 초여름 궁색한 내 그리움이 며칠 째 서성이며 밤을 지새우고 어느새 꽃잎은 또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는데 유월이다 ■ 송소영 1955년 대전출생, 공주교대졸, 2009년 문학·선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교직에 봉직했다. 시집 ‘사랑의 존재’, 백봉문학상, 수원문학인상 등 수상, 제27대 수원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수원영화인협회 부회장과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글밭을 열어가며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