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답보, 퇴보 상태다. 2019년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결렬 이후 경색국면은 대북 삐라 살포를 외피로 한 김여정의 독설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공세 강화로 인해 대립 국면은 증폭 되었고, 김정은 위원장의 개입으로 갈등이 봉합된 모양새다. 경기도의 발 빠른 삐라 대응책은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은 적절한 조치였다는 긍정 평가를 받았지만, 제재를 넘어 평화와 교류를 강조했던 세력에게는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 북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비난도 이어져 정치적 위기 국면이다.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서나 대남 선전 전략에서 특유의 패턴을 반복해 왔다. 스코트 스나이더는 ‘벼랑 끝 협상 (Negotiation on the Edge)’이라는 저서에서 KEDO 협상과정에서의 북한의 전략을 분석했다. ‘벼랑 끝 전술’은 협상 상대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위협이나 허세, 공갈 등의 방식을 이용한다. 또한 협상 상대방의 이득에 대해 위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약점을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독특함이 있다고 부연했다. 때가 되면 반복되는 ‘서울불바다’ 발언이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처음 ‘서울불바다’ 발언이 나왔을 때 수도권…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이 국제라이온스협회의 올해 ‘라이온스 인도주의상’을 받았다. 이 상은 뛰어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가장 영예로운 상이다. 상금도 25만 달러(한화 약 3억 원)나 된다. 이 총장은 테레사 수녀(1986),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1996),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2008)와 데니스 무퀘게 콩고민주공화국 판지 병원장(2018) 등이 받은 이 상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 더욱 감동을 주는 것은 상금 전액을 세계 각국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와 국내 외국인 근로자 가정의 이른둥이 치료에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가천대 길병원 설립자다. 1958년 인천에서 산부인과를 개원한 이래 보증금 없는 병원, 자궁암 무료검진, 무의촌 의료봉사, 의료 취약지 병원 운영, 해외 심장병 환자 초청 무료수술 등 의료를 통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왔다(본보 6월 30일자 6면). 지난 2013년 8월2일자 본란 ‘국격 높이는 길병원의 선행’ 제하 사설에서도 이 총장의 국경없는 선행을 칭송한바 있지만 평생 소외된 환자를 돌보고, 나눔과 봉사에 헌신해왔다. 이 총장은 1983년 당시 레이건 미
섬유예술도 현대미술에 큰 빚을 지고 있다. 35년전, 수원에서 섬유예술을 한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섬유예술이 뭐에요?”이다. 젊고 열정적인 때라 1988년 1회 개인전때는 섬유, 한지, 구리동선 등 모든 재료를 써서 설치미술로 표현했다. 1992년 2회 개인전은 실크에 파라핀, 소금, 섬유물감을 이용해 페인팅을 하여 그 작품으로 스카프와 넥타이 수백점을 만들어 지역에 돌렸다. 또한 수원화성인 화성행궁, 장안공원, 화홍문등에 설치미술로 섬유예술의 확장성을 알렸다. 최근에는 미국, 프랑스등 국제미술계를 돌던 중 코로나19가 터졌다. 프랑스에서 국제섬유미술제에 초대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코로나19가 국내외 미술계의 가장 큰 행사인 비엔나레 개최를 연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베니스비엔나레에 참가할 독일은 자국의 전시관을 책임질 총감독을 결정지어 준비에 돌입했다. 모두들 설왕설래 하며 확신에 찬 어조가 아니라, 그럴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만 남기며 코로나19 이후를 말하는 와중에 정확하고 현실적인 미술적 맥락을 짚었다.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은 대략 1860년대 기점으로 예술의 형식과 철학의 변화를 의미한다. 현대미술은
지구상에서 전쟁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길고, 여전히 세계 도처에서 지금도 총성과 포연(砲煙)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시대와 국가를 변화시킨 예가 허다하다. 가깝게 우리의 분단과 전쟁만 보더라도, 6·25 사변이 겨레의 삶과 심성에 끼친 영향은 막대한 것이었고 문학사적으로도 예외 없이 걸출한 작품들이 그로부터 나온 것은 열거할 나위도 없이 많다. 전쟁문학의 역사는 유구하고 면면(綿綿)하다. 서구문학의 시원(始原)에 자리한 ‘일리아드’부터가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을 그린 서사시다. 그래서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은 문학적으로 소재의 알파이자 오메가라 한다. 이제 전쟁 체험 세대가 뒷전으로 물러나고 기억조차 아스라해지면서 어느덧 한국문학에서 전쟁 이야기는 희소재가 되었다. 그러나 문학 외적으로는, 올해로 6·25가 발발한 지 70년이 되었지만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현재도 적과 대치 중인 세계 유일의 나라이다. 시간의 흐름만큼 전쟁을 겪은 나라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하여 70년 전의 참상은 문학속에서나마 그 실상을 더듬어 볼 정도이다. “전쟁은 지옥이다. 그렇지만 그 표현만으로는 전쟁을 설명
사각티슈 /전다형 뽑아 쓰기 좋은 사람 물 한 방울에 처녀를 주는 사랑 엄밀한 뒤를 보는 유일한 관계 세상 모든 뒤를 훔치는 사랑 편리한 뒤처리가 관건 천년만년 물리지 않을 사랑 유곽遊廓, 사물의 체위 사각지대 휴지통 넘쳐나는 통속적 관계 일회용 사랑 ■ 전다형 1958년 경남 의령출생,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연구저서로 한하운 시의 고통 연구, 시집으로 ‘수선집 근처’, ‘사과상자의 이설’이 있다. 제12회 부산 작가상 수상, 현재 부산작가회의 부회장과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한 달간 펼쳐진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끝내 실패로 끝났다. 절대 소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미래통합당은 ‘비협조’를 선택했고, 국정 운영의 무한 책임을 진 민주당은 일당 독주의 독배를 들었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이 맨바닥을 드러낸 셈이다. 끝내 ‘협치’의 미덕을 포기한 민주당은 민심의 칼날 위에 올라섰다. 권력을 다 거머쥔 다수세력이 가장 먼저 되새겨야 할 교훈은 ‘절제’와 ‘겸손’이다. 통합당과의 최종 합의에 실패한 민주당은 본회의를 열어 여당 의원만으로 남은 11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하는 절차를 밟았다. 국회부의장 합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7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며 원 구성을 마무리한 것이다. 통합당은 자당 몫인 7개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했고, 야당 몫 국회부의장에 내정됐던 정진석 의원도 항의의 표시로 맡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은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서 코로나19 등 난국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입법부의 속도감 있는 뒷받침이 절박하다는 판단인 것 같다. 전반기에 펼쳐온 경제정책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고, 부작용을 낸 것도 많다는 사실이 초조감을 보탰을 수도 있다. 소수
지난 11일부터 진료를 시작한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감사서한을 받았다.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의 개원이 정신질환자의 인권증진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서한은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의 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는 정신보건 분야를 인권기반으로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의미 있는 첫 걸음” “(정신질환자의) 회복과 인권을 향한 국제적 협력이 미래에도 이어지길 기대 한다”는 내용이다. 도관계자는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이 WHO에서 추구하는 국제적 정신건강증진 방향과 부합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은 용인시에 위치한 (구)서울시립정신병원 건물을 임차해 리모델링했다. 50병상에 정신과 의사, 가정의학과 의사, 간호사, 약사 등이 근무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며 중증정신질환자의 응급·행정입원이 가능한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눈에 띄는 것은 격리, 강박 등의 처치 대신 인권을 존중하는 입원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에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회복지원 프로그램도 병행할 계획이다.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은 급성 정신질환으로 위기에 처한 심리·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집중…
얼마 전 우리의 시야를 뜨겁게 붙잡은 보도가 있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2020년 6월 11일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조사에서 죽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는 어미 돌고래의 행동을 촬영했다며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 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어미 돌고래가 이미 죽은 새끼 돌고래를 수면 위로 올리려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포착했다. 태어난 직후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돌고래의 사체는 꼬리지느러미와 꼬리자루를 제외하고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한 상태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과학원 김현우 박사의 얘기다. 죽은 새끼의 크기나 상태를 고려할 때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라. 자신의 몸에서 새끼의 사체가 떨어지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새끼를 주둥이 위에 얹거나 등에 업고 유영하기를 반복하는 어미 돌고래의 모습을. 그런데 이러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에 아프게도 지방의 한 도시에서 일어난 9세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이 오버랩 된다. 여행 가방에 갇힌 A군은 계모를 향해 “숨쉬기 힘들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갇혀있는 여행용 가방에
2006년 3월 개성 자남산여관, 남북대표단이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발굴 및 봉환사업’ 실무협의를 위해 만난 자리다. 중국측은 남북이 합의하여 현지조사를 요청하면 긍적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낸 상황이고. 북한측은 안 의사 유해 발굴시 봉환장소가 황해도 해주(안 의사 고향)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현지 남북공동발굴을 위한 현지합동조사에는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우리측은 현지에서 매장 추정지를 직접 발굴시도해야 한다는 것과 유해봉환장소에 대해서는 우리 지역에 모셔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북측 의견을 들어주기로 의견을 모은 상황이다. 그 때 우리측 대표는 “만약 우리가 안 의사 추정 매장지를 직접 파보지 않고 이 사업을 중단한다면 안 의사 혼령이 우리들을 가만 두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하며, 유해발굴 시 봉환장소는 당연히 북한 해주라고 제시했다. 그해 6월 남북의 현지조사단 22명이 중국 대련 여순감옥 안 의사 매장지로 향했다. 남북관계가 정체된 상황에서 북한측 의사를 포용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했던 경우는 많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카자흐스탄에 안치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사업이 지연되고 있으나 조만간 국내로 모셔올 것으로 예견된다. 일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