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5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합당의 총선을 이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의원은 스스로를 ‘실력과 품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사실 그동안 미래통합당은 합당한 정책을 내놓는 대신 정부 정책이 잘못 됐느니, 나라를 망친다느니 종주먹을 들이대며 반대만 했다. 대안 제시 없는 정치는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미래통합당은 보수 유권자를 강제로 진보로 만드는 집단이다. 보수를 욕되게 하지 마라”는 아픈 댓글도 있다. 미래통합당이 이 말을 뼈에 새겨 정상적인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미래통합당이 적극 나서야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사무장병원’ 단속권한을 국민건강보험에 주는 것이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사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병·의원이나 요양기관이다. 목적은 단 하나, 이익 추구다. 따라서 생명이나 안전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 또 건강보험재정 누수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지만 교묘한 운영방식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그러나 처벌규정이 미약한 데다 법의 사각지대까지 존재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1918년 당시 전 세계 18억 인구의 2%가 넘는 4천만 명 이상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스페인 독감처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스페인 독감이 각국 사망률과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로버트 배로(Robert Barro)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2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미국·스페인·중국·인도 등을 포함한 전 세계 43개국에서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였지만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6%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코로나 19가 장기전으로 확산될 경우 2~3년에 걸쳐 10% 이상의 전세계 GDP 수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15일 최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아닌 시점에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 큰 폭으로 인하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경감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전 세계의 공급사슬에 타격을 주고 있는 불확실성의 ‘코로나의 공포’는 향후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3월 모건스탠리와 맥킨지가 발표한 자료에서 코로나19…
햇살이 눈부신 한 낮. 벚꽃이 화사하다. 이렇게 화려한 날에 외출할 일이 없다. 좀 아쉽다. 대신 삶은 달걀을 다져 넣은 샌드위치를 만든다. 달걀을 삶는 동안 오이와 양파를 다지며 입술을 움직여 본다. 샌. 드. 위. 치. 입술 사이로 나오는 낯익은 발음. 카페에서도, 빵집에서도 흔히 보는 간단한 식사. 아니, 간단하다는 말은 하지 말기로 하자. 결론만 보고 과정을 간과하는 사고다. 먹는 방법이야 한 입 베어 무는 것으로 간단할지 몰라도 만드는 과정은 절대 간단하지 않은 음식이 샌드위치니까. 간단하게 비빔밥 해먹자는 말도 마찬가지다. 가운데에 낀 상태를 샌드위치에 비유한다. 두 쪽의 빵 사이에 있는 재료처럼 사람과 사람사이에 부대끼는 상황이다. 부모와 자녀사이. 상사와 부하 직원사이, 선배와 후배사이의 중간자 역할이 힘들다. 부모에 대한 부양과 자녀의 뒷바라지로 정작 자신의 노후는 생각할 겨를이 없는 중년. 권위적인 상사와 공사 구분이 명확한 부하직원 사이에서 욕을 먹는 과장. 선배와 후배 틈에서 괴로운 가운데가 그렇다. 이들의 공통점을 든다면 책임은 무겁고 권리는 가볍다는 것이다. 명예 없이 책임만 짊어지는 경우도 있다. 일이 잘못되면 질책이 쏟아진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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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도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속에서도 한국의 민주적 가치에 대한 전념은 진정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투명한 사회의 특징” “이는 현 위기를 마주해 반드시 필요한 자질들이자 한국의 성공적 코로나19 관리의 열쇠이자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 모범”이라고 극찬했다.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CNN과 로이터통신, 영국 텔레그래프는 체온계와 1회용 위생 장갑, 손 세정제를 갖춘 투표소의 방역 환경을 소개하면서 한국 유권자들이 다른 사람들이 있는 투표소에 오는 것을 우려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한 이후 한국이 가장 먼저 총선을 실시한 나라” “조만간 선거를 치를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정부가 한국의 실험적인 투표 방식을 모방하게 될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지난 부활절과 총선이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에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처방식은 전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 참가한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대처를 잘한 정부를 밀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있
문화란 뭘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배우고 경험한 우리의 고정된 습관일 수도 있고, 정해진 틀에 맞춰 살면서 굳어진 고유의 전통일 수도 있다. 우선 문화의 정의를 살펴보자. 위키백과에서는 “사회전반의 생활양식”이라 하고, 인류학자 타일러 (Tyler)는 “지식, 신앙, 예술, 법률, 도덕, 풍속, 그리고 인간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취득한 모든 능력과 습관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 전체”라고 했다. 우리에겐 오랜 시간동안 독특한 생활 방식으로 다져진 우리 나름의 문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그들에게 우리의 문화는 어떻게 이해될까? 전대길 작가는 “그럴수도, 그러려니, 그렇겠지”에서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 문화의 특징을 “반찬의 무한 리필, 공짜 물, 화로구이, 24시간 술 판매, 빠른 배달 문화” 등으로 정리해 놓았다. 이런 우리의 일상적인 문화는 다른 문화에서는 단순히 독특함을 넘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생각이 다르면 차이로 인식하겠지만 행동이 다르면 당연히 충돌하기 마련이다. 개인의 성격 차이도 있겠지만 머리로 생각하는 문화와 가슴으로 느끼는 문화나 몸으로 행동하는 문화는 당연히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CIO코리아에서 작성한 “작은 차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류는 큰 시련에 봉착했다. 전대미문, 생산과 소비는 급격하게 줄고 대공항이후 전 지구적 위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소규모의 자영업이나 영세한 업종의 지속적인 피해는 상당하고 가계와 기업이 빛을 갚지 못해 파산으로 내몰리는 등 자고이래로 가장 강력한 위기의 세계는 생계의 펜더믹을 우려하고 있는 절체 절명의 시기이다. 권위주의 사회부터 여전히 ‘동물국회’를 연출하며 민생과는 거리가 먼 행보로 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으며 경제가 정치를 받쳐줘 나라를 살펴 주어야 하고 정치가 경제를 제대로 견인하지 못하는 지경이니, 이 나라의 경제와 정치는 더욱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 진보적 정치학자들은 “쇼핑보다 정치가 중요하다”라는 시의 적절한 논의를 제기한다. 먹고 사는 의식주의 문제이며 나와 가장 밀접한 관계이고 나를 표현 하거나 보호하고 또는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를 경제적 행위인 쇼핑이라고 한다면, 우리 실생활에서 이와같이 중요한 사회적 실천은 ‘정치참여’이다. 소비자인 유권자의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물들이 세금과 공공의 자산과 재물을 제껏인 양 퍼주겠다는 공약(空約)은 자유당 시절의 수준이하의 고무신…
다문화가구 30만 시대다. 가족 구성원 수는 96만명에 이른다. 거기에 이주 노동자, 국내 체류 해외국적동포 등을 모두 합치면 205만 5천여명의 외국인이 국내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 중 4%가 외국인인 셈이다. 20년 뒤인 2040년 다문화 가정 비율이 20%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선진국과 다름없이 인종과 문화가 융합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 중심에는 결혼이민자들이 있다. 2010년 14만1천여명에서 2018년 15만 9천여명으로 늘어 증가율이 꽤 높은 편이다. 결혼이민자는 여성수가 절대적이다. 전체의 83.2%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적별로는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순이다. 최근에는 캄보디아·몽골·태국·우즈베키스탄등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이러한 결혼이민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작년기준 4만5천여명으로 국내 전체 결혼이민자수(15만 9천여 명)의 약 28%를 차지하고 있다. 국적별로는 80%(3만 6천여명)가 중국·베트남 등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다. 통계에서 보듯 우리사회는 단일민족·문화라는 말이 더 이상 전유물이 아닐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순혈주의에 빠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
꽃 피는 아몬드 나무의 바탕 /권지영 나는 그의 그림을 보네. 겨울을 견디고 2월의 유럽에서 제일 먼저 꽃망울을 틔우는 나무 쇠약한 신경으로 조카의 파란 눈망울을 생각하네. 단단하게 익은 상처의 가지마다 변덕스런 바람이 껍질 사이로 숨을 고르고 설익은 햇발이 연한 봄을 어루만지네. 사랑의 꽃이 피는 아몬드 나무 하늘에 번진 코발트블루의 바탕 사이로 하얀 꽃이 아기 입술처럼 피어나네. 조도에 따라 조금씩 색이 바뀌는 그림들 아기 빈센트, 너는 나의 모든 사랑이야. ■ 권지영 1974년 울산 출생. 시집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 『누군가 두고 간 슬픔』. 동시집 『재주 많은 내 친구』『방귀차가 달려간다』 등이 있다.
아침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고 보면 창밖의 풍경이 달라졌다. 열세 살 소녀의 젖가슴처럼 동그란 목련의 꽃봉오리가 눈길을 끈다. 어디 이뿐이랴. 창문 아래 수목들이 그새 움을 틀었다. 새싹이 돋는 걸 보니 봄이 완연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은 봄이로되 바람은 아직 겨울이 남았다. 이럴 때 내 앙가슴도 왠지 설렌다. 더구나 이 겨울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재앙에 휩싸여 있다. 온 나라가 들썩인다. 일어나면 전염병 이야기에 마스크 이야기다. 사회적 거리를 두어 사람을 만나도 2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대화를 하라고 한다. 도시도 한산하다. 길거리에는 민중의 수도 줄었고 지하철을 타도 승객들의 자리가 텅텅 비었다. 참으로 암울하고 엄습한 겨울이다. 그런데 이 암울한 겨울의 벽을 뚫고 보이지 않는 계절의 변화가 왔다. 봄이다! 봄이로다! 봄이 오니 봄병이 든다. 잊었던 사람들이 그리워지고 뜨거운 햇살의 이국의 풍경이 나를 그냥 두지 않는다. 꼭 해외여행이 아니래도 좋다. 떠나고 싶다. 어딘가로 훌쩍 마음 맞는 사람과 은밀한 여행이라도 하고 싶다. 이렇듯 봄이 오면 매화가 활짝 핀 섬진강 변 풍경이 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