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신종 질병들이 빈번하게 출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올해 1월 이후 급속히 확산하면서 지금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코로나19 발병국가에 문을 걸어잠그는 나라들이 늘고 있습니다. 일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병 매개체는 야생동물 식용과 시장에서 가금류 등 가축을 현장 도축해 판매하는 문화가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 세계적 확신 조짐이 역력한 가운데, 중세와 근대 및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염병은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붙이기도 하였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신종 전염병들은 거의 호흡기 질환이다. 과거 인류사에서 겪어왔던 질병들이 위생이나 영양, 환경 등에 의한 세균 문제가 주류였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인 것이다. 기후온난화나 대기오염, 생태계의 변화 등이 새로운 전염병의 주범으로 중점 거론된다. 2015년 5월 20일, 국내 최초로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된 ‘중동호흡기증후군&rs…
오늘의 레시피 /김경엽 저물녘, 국수를 삶았다 맑은 노을에 헹구었다 방금 새가 날아간 가지가 흔들렸다 가느다란 새의 발가락이 떨어뜨린 몇 잎의 적막 고명 대신 적막을 주워 국수 위에 얹었다 고소한 적막과 담백한 노을 맛이 새가 떠난 허공과 잘 버무려질 때 누군가 골목길에 두고 간 자전거처럼 지상의 쓸쓸함이 환하게 켜지는 저녁 ■ 김경엽 1961년 강원 원주 출생으로 고려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해, 평론집 <중국식 표정>을 출간했다.
높은 담벼락을 세운 저택이 있었다. 주인은 그 담벼락 때문에 주야장천 신경이 곤두서 있다. 심심하면 사람들이 그곳에 애완견을 데려와 오줌을 누이거나 한밤엔 취객들이 실례를 하고 갔다. 오물 냄새가 등천을 했다. 그래서 담벼락에 경고문을 썼다. ‘이곳에 오줌 싸지 마시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몰래 실례를 더 저질렀다. 그는 성질을 못 이겨 파출소에 전화를 했다. 파출소장이 와서 보고 한마디 했다. “그러지 말고 저 담벼락 경고문을 ‘니 맘대로 싸시오!’라고 고치시오. 왜냐? 사람의 심리란 하지 말라면 더 하는 성질이 있소. 틀림없이 똥오줌 냄새가 덜 할 것이오.” 듣고 보니 그럴싸한 얘기였다. 주인은 담벼락에 이렇게 썼다. “니 맘대로 싸시오!” 그다음 날부터였다. 예상은 적중하지 못했다. 그걸 본 마을 주민들이 너나없이 그곳에 개를 데리고 와서 똥오줌을 내갈겼다. 이를 본 주인 남자가 펄펄 뛰면서 미친개처럼 설쳐댔다. “왜 싸! 여기가 개 오줌 싸는 곳이야!” 그러자 개를 끌고 온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 당신 손으로 니 맘대로 싸라면서? 그러니까 맘대로 싸는 거 아니오.” 주인 남자는 억장이 터져 울먹거리며 하소연을 했다. “이것 보시오. 이는 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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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이 29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초로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선거연령이 낮아지고 개정 선거법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역사적인 선거다. 미증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 사태 후 첫 총선이기도 하니 이른바 ‘탄핵정치’ 지형의 재편이 주목되는 면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그러나,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의 소재를 확인하고 차기 대선을 앞둔 정치 환경을 결정한다는 의미가 짙을 것이다. 그것은 격렬한 진영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정권 심판론 대 야당 심판론’ 또는 ‘정부 지원론 대 정부 견제론’이 충돌하는 형태로 구현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이로 인한 전대미문의 민생·경제 쇼크 속에 치르는 선거라는 점도 과거와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어서 결과 예측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전문 연합정당 합류는 13일 당원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확정됐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전문 미래한국당과 대결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로써 양당의 과대대표 구조를 완화하고, 아무리 작은 정당이라도 자기 간판으로 승부를 겨뤄 득표한 만큼 의석을 조금이라도 더 비례하여 받게…
중국 3대 민영항공사인 중국동방항공의 한국인 기간제 승무원 73명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했다. 이들은 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 항공사는 통상 2년여 간 계약직으로 근무한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해 왔다. 그런데 같은 해 채용된 일본인이나 이탈리아인 등 외국 승무원들은 해고통지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계약이 됐다는 얘기여서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는 것은 당연하다. 동방항공 측은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나 일본 모두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상황, 이 소식을 들은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더욱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회사가 한국인 승무원들을 코로나19 진원지인 우한 등 중국 내 위험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 항공사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은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자발적 무급휴가를 도입했다. 중국에서도 에어차이나와 동방항공, 남방항공 등은 노선을 줄이고 조종사들을 무급휴직 시키고 있다.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할 경우 세계 항공사가 1천130억 달러(약…
프랑스 경제사회학자 ‘기 소르망’은 “문화 없인 훌륭한 국가도 발전도 불가하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문화가 국가 경제에 기여 하는 효과가 지대하다는 뜻이다. 국가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것이 이제는 대량생산을 통한 무역의 경쟁이 아니라 영화인, 가수, 작가 미술가들과 같은 예술창작가들이며 이들은 그 어떤 국가의 지도자보다 훌륭하게 한 국가의 대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2004년부터 ‘겨울연가’로 일기 시작한 한류 열풍은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는 물론 심지어 대형서점에 한류스타 코너가 별도로 운영될 정도로 상상 이상의 열풍을 가져 왔다. 지금 동남아를 비롯한 유럽, 미주 등에 있어서 한류 문화 콘텐츠 산업의 수출은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문화 콘텐츠의 경영 과목 수업을 하면서 중국 7명, 우즈베키스탄 1명 등 8명 유학생에게 설문지를 받아본 결과 거의 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만큼 한류의 국가 이미지는 실로 지대함을 피부로 느꼈다. 콘텐츠 기획서 발표를 통해 본 그들의 한류 문화 콘텐츠에 대한 교양과 지식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
우리에게 뚜렷한 계절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더운 여름에는 눈이 펑펑 오는 겨울을 그리워하고, 겨울에는 꽃이 만발하는 봄을 기다리는 희망이 있다. 그런 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바람조차 졸고 있는 호수에서 아지랑이가 하늘거린다. 호수 길 따라 산책하는 삽살개가 주인을 앞섰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신이 났다. 원앙새 떼도 활기차다. 수컷 원앙의 머리 위로 펼쳐진 청록색 깃털에 윤기가 자르르하다. 지난해 수명을 다해 누운 물풀 사이로 어미 잉어가 천천히 배회하는데 곁에서 어린 물고기는 무리를 지어 노닌다. 저 멀리 물닭은 자맥질이 한창이고. 봄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 베란다에 앉아 진한 커피 향에 취했을 때 새눈 돋는 나뭇가지에 훈풍이 스치면 마음은 앞서서 날개를 단다. 그리하여 수취인도 없는 엽서를 산 넘고 강 건너 실체 없는 임에게 띄우는 허황한 꿈을 꾸게 한다. 봄에는 친구가 곁에 없어도 무방하다. 발길 따라 걷다 보면 마주치는 것마다 친구고 말동무다. 그중에서도 흙을 뚫고 머리를 치켜든 새싹은 반가움의 극치다. 새싹 앞에 앉으면 대지에서 울리는 봄의 소리가 쿵쾅쿵쾅 들린다. 그 소리는 희망의 울림이요, 환희의 경적이다. 돌돌돌 시냇물 따라 능수버
두 손을 가슴 쪽에 맞대며 하는 ‘나마스테’(‘안녕’이란 뜻의 힌디어)는 인도식 인사법이다. 그런가하면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은 두손을 공손히 모으는 와이(Wai·합장)가 보편화 되어있다. 유럽 대부분 국가에선 포옹과 볼 키스가 인사의 기본이다. 특이 인사법도 있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코를 서로 비벼대는가 하면 에스키모족은 반갑다는 뜻으로 서로 뺨을 친다. 티베트인은 귀를 잡아당기고 혓바닥을 내민다. 지역과 문화에 따라 전통과 풍속이 다르듯 각 나라의 인사예법도 이처럼 각양각색이다. 우리는 예부터 절과 고개를 숙이는 인사가 보편화 되어있다. 하지만 세계 공통적인 인사법은 뭐니 뭐니 해도 ‘악수’ 아니가 싶다. 나라와 문화를 초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인 인사법이기 때문이다. 악수는 고대 로마에서 부터 전해진 오래된 인사법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는 사례를 들어 중세이후 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보편화된 인사법이지만 악수는 때론 남자끼리 결의를 다지는 데도 쓰인다. 존중의 의미와 성공의 기원, 격려, 축하, 위로 등등 힘주어서 나누는 악수 속에 담겨진 의미와 뜻 또한 무궁무진하다. 어느 땐 백…
볕 좋은 창가에 앉아 밖을 본다. 노랗게 망울을 터트린 산수유와 매화사이를 노랑나비가 날고 제철을 용케도 아는 파리도 유리문에 붙어 껄떡대고 있다. 분명 봄은 왔는데 현실은 춥기만 하다. 이맘때면 놀이터엔 아이들 재잘거림이 끊이질 않았고 산책 나온 발길들로 분주했는데 가끔 지나치는 행인 말고는 한적하기만 하다. 황사와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날이지만 주말 나들이는커녕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한 시간씩 줄을 서다 돌아서기를 반복하는 일상이 야속하기만 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소한 운동을 하고 누구도 믿지 못해 서로를 의심하게 됐다. 옆에 사람이 가까이 서는 것이 두렵고 음식점에서도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게 되고 가급적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움직이거나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한다. 이렇게 사람을 접하는 일이 두려우니 생계에 관련된 꼭 필요한 소비 말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람 하나 들지 않는 매장을 종일 지키고, 허탕치고 돌아오지만 그래도 날이 밝으면 다시 매장으로 향하며 개점휴업의 시간을 보내다보니 꽃을 봐도 반갑지 않고 나비를 봐도 예쁘지가 않다. 봄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는 사라지고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