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1일 코로나19 사태를 ‘감염병 세계적 유행(팬데믹)’으로 선언했는데,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이는 WHO가 1948년에 설립되었기 때문일 뿐, 역사상 수많은 감염병 유행이 있었다. 많이 알려진 것은 페스트인데, 기원전 2800년경부터 유행했다는 연구도 있다. 유럽에서는 1347년부터 1351년 사이에 2천만 명이 희생되었고, 창궐과 잠복이 반복되었다. 13세기 유럽은 1억2천300만 명이었는데 14세기에는 6천500만 명만 살아남았다. 원인과 치료법을 몰라 속수무책이었다. 그런데 유대인 동네에는 비교적 덜 발생하자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서 퍼뜨렸다는 소문이 퍼졌고, 유대인 혐오와 학살로 이어졌다. 유대인이 공포와 분노를 배출할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 이면에는 상술이 뛰어난 유대인들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질투가 존재한다. 유대인들은 율법의 정결의식에 따라 목욕을 자주하고, 전염병이 걸리면 무조건 격리시키고, 환자들이 쓰던 물건들을 태워버렸던 것이다. 20세기에 독일의 히틀러는 유대인들이 세계지배를 위해 음모를 꾸민다면서 서유럽 금권정치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음모론은 기독교인
잊는다고는 말자 /한분옥 잊는다고는 말자 만나자고는 더욱 말자 마음이 흘러간 뒤 정은 흘러 무엇하랴 아, 문득 무너져 내린 산 그림자였다 그러자 이미 한번 울고 나온 목숨의 비탈길에 설움의 돌 수레를 또 어찌 굴릴까 보냐 먼발치 신발을 끄는 다저녁때 쑥부쟁이 출렁이던 그늘마저 앙금으로 앉았던가 휘굽은 밤의 허리 훠이훠이 넘다 말고 긴 울음 가운데 앉아 성긴 모시 올을 센다 ■ 한분옥 1987년 《예술계》 문화예술비평상, 2004년 《시조문학》 신인상,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연암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한국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시조집 『꽃의 약속』. 『바람의 내력』과 산문집 『모란이 지던 날』이 있다.《시조정신》 발행인으로 외솔시조문학상 운영위영장, 울산대학교 행정학과(예술행정) 박사 수료. 한국예총울산광역시연합회회장 역임했다.
결국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을 선언했다. 얼마전까지, 오판(誤判)이길 바랐지만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세계가 패닉에 빠졌다. 경제적 충격은 더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악명 높았던 팬데믹은 중세 유럽 인구 1/3의 생명을 앗아간 흑사병이다. 20세기에는 1918년 스페인독감(사망자 약 2천만~5천만 명 추정), 1957년 아시아독감(사망자 약 100만 명 추정), 1968년 홍콩독감(사망자 약 80만 명 추정)이 해당됐다. 그후 세계보건기구는 2009년 6월 신종플루로 불린 인플루엔자 A(h4N1)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한 바 있다 전염병 경보는 감염 범위에 따라 나뉜다. 1단계는 동물에 한정된 전염, 2단계는 동물 간 전염을 넘어 소수의 사람에게 전염된 상태, 3단계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이 증가된 상태를 말한다. 4단계는 사람들 사이의 전염이 급히 퍼져 세계적 유행병 발생할 초기 상태, 5단계는 전염이 널리 퍼져 최소 2개국에서 병이 유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6단계 판데믹이란 5단계를 넘어 다른 대륙의 국가에까지 추가 전염이 발생한 상태를 의미한다.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가장 주의가 필요한 때 인 것이다. 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자 감염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심리 상담까지 찾는 이들이 많다. 전국 각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는 확진 환자와 자가 격리자 또는 일반인들이 ‘코로나19’와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 및 심리적 문제로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확정 판정을 받지 않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집단 패닉 현상이 일어나 계속 생각하고 상상하면 불안, 공포, 사람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최근 필자가 만난 고객분들은 “집에만 있으면 좋을 줄 알았는데, 너무 우울하기만 해요.”라고 답답하여 상담을 요청했다. “일상이 다 멈춰버려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공포감이 압도되어 불면증이 심해요”라는 등 힘들다는 하소연을 이야기한다. 최근 방송에서는 온 국민이 이른바 ‘코로나 블루(blue)’를 겪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이 자신도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무기력과 불안, 우울감
그때 생각나서 웃네 /이종문 그때 생각나서 웃네, 그녀를 괴롭히는 그 자식이 빠지라고 물웅덩이 메운 뒤에 그 위에 마른 흙들을 덮어뒀던 그때 생각 그때 생각나서 웃네, 그 자식은 안 빠지고 어머야 난데없이 그녀가 풍덩 빠져 엉망이 되어버렸던 열두어 살 그때 생각 그때 생각나서 웃네, 어떤 놈이 그랬냐며 호랑이 담임 쌤의 불호령에 자수했다, 열흘간 변소 청소를 도맡았던 그때 생각 그때 생각나서 웃네, 혼자 남아 청소할 때 그녀가 양동이에다 물을 떠다 날라주어, 세상에 변소 청소가 그리 좋던 그때 생각 ■ 이종문 1955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저녁밥 찾는 소리』 『봄날도 환한 봄날』 『정말 꿈틀, 하지 뭐니』 『묵 값은 내가 낼게』 『아버지가 서 계시네』 『그때 생각나서 웃네』으로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다.
나는 올해 1월에 만 18세가 되었다. 작년 말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2002년 봄에 태어난 나와 친구들은 몇 달 뒤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생애 최초로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만 18세가 되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결혼과 취업을 할 수 있으며, 남자의 경우 제1국민역에 편입되어 병역의 의무를 지게 된다. 이처럼 만 18세 이상의 국민은 납세, 국방, 근로,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국민으로서의 기본 의무를 진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투표권만큼은‘만 19세 이상’에게만 주어져서 만 18세인 국민은 의무는 지면서 권리는 행사할 수 없다는 모순이 있었다. 공적인 영역에서 만 18세인 국민에게도 권리와 의무가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이 마땅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은 늦은 감이 있다. 얼마 전 만 18세 이상으로 선거권 연령이 확대되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고등학교 담장에 걸린 것을 보았다. 올해 고3이 되는 내 친구들은 학기 중에 투표라니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오히려 다들 신이 난 눈치다. ‘낙선자를 찍는 게 영 찜찜해서 무조건 될 사람을 뽑겠다’는 친
코로나19로 인해 무료급식소와 복지회관 등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노숙인과 홀몸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아동 등 사회 취약계층은 어느 때보다 춥고 배고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월 하순부터 대부분의 무료급식소들이 운영을 중단하는 바람에 따듯한 한 끼를 이곳에서 구했던 노숙인과 홀몸노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이들은 하루 한 끼만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밤과 새벽에는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요즘, 결식이 계속된다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쉽다. 이에 몇몇 무료급식시설은 빵이나 떡, 라면, 우유 등을 나눠주고 있지만 모든 노숙인이나 홀몸노인의 건강을 챙기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현재 도내 각 시·군은 자원봉사자를 통해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집으로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있다.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도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수원역 매산지구대 옆 정나눔터에서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게 아침, 저녁으로 무료급식을 해 왔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대신 하루 두 번 노숙인에게 김밥과 도시락 등 대체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칭찬해주고 싶은 곳은 천주교 수원교구 성남 ‘안나
팬데믹 선언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낙폭을 키우며 휘청이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에도 메가톤급 충격을 주고 있다. WHO가 전염병 최고 경보단계인 팬데믹을 선언한 것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 대유행 이후 11년 만이다. WHO의 이번 결정은 총확진자 수가 110여개국에서 12만명에 이르고 사망자가 4천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WHO는 이전의 대유행과 달리 이번엔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공식적인 팬데믹 선포로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팬데믹 선언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로 74개국에서 확진자 3만명이 나왔을 때 선언한 전례와 비교하면 상당히 늦은 결정이다. 많은 전문가가 일찍이 감염 확산세가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WHO는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지난달 28일 글로벌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했을 뿐 팬데믹 선언은 주저해 미온적인 대처라는 쓴소리를 들은 바 있다. 물론 WHO의 위상이 유발하는 국제적인 파장 효과, 특히 과도한 공포감 조성과 혼란 등을 우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 말은 2천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최초로 정의한 금언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당시 그리스 지역에서 사람들이 도시국가(polis)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인간은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로빈슨 크루소와 척 놀랜드 (영화 ‘캐스트어웨이’ 주인공)가 각각 28년과 4년 동안 무인도에서 살 수 있었던 것도 난파된 배와 항공기에 있었던, 사회가 만든 물품과 식료품, 그리고 사회에서 터득한 삶의 지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공동체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게 ‘인간의 운명’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가 멈춰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우선적 생활준칙이 되었기 때문이다. 본래 이 말은 ‘전염병의 확산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감염 통제 조치 혹은 캠페인’을 말한다. 하지만 이 현상이 장기간 지속하다 보니, 사람들 간 마음의 거리도 멀어져 공동체 소멸 위기국면으로 치달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등, 생활공간에서 사람 간의 거리가 좁아지면 인사말을 건네는 것은커녕 눈길을 맞추는 것조차 금기시되고 있다.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속도의 충돌>을 언급하고 있다. 기업이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마일로 질주하고 있을 때 시민단체가 90마일로 뒤따르고, 그 뒤를 가족이 60마일, 노동조합이 30마일, 정부 관료조직이 25마일, 학교가 10마일, 정치조직이 3마일로 주행하고 있다고 설정하고 있다. 기업이 가장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비해 다른 분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속도의 충돌을 야기함으로써 경제발전의 저해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속도의 충돌>이 아니라 <사고의 충돌>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사고의 충돌>이야말로 <속도의 충돌>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로서 우리 사회 전반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념대립을 예 들어보자. 우파로 대별되는 보수주의자 대 좌파로 대별되는 진보주의자 간의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분파와 갈등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처럼 극심한 대립 속에서 극한으로 치닫는 경우는 흔치않다. 사색당쟁의 뿌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반들이 모이기만 하면 남인, 북인, 노론, 소론 등 사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