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酒幕) /백석 호박잎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었다//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팔八모알상이 그 상 우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만 한 잔盞이 뵈었다//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울파주 밖에는 장꾼들을 따라와서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도 있었다. 유년의 기억을 생생하게 포착한 이 시는 주막에서 건져 올린 애환의 정경과 시골마을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잘 그려져 있다. 신경림 시인이 백석의 「주막」 이 작품을 감동받은 작품으로 꼽아서「농무」와「파장」같은 작품의 원천이 되었다고 술회했었다. 백석시인의 이야기 시는 앞서서도 논했지만 인간적인 시점들과 자신이 듣거나 이미지 차원보다도 대상의 실제적인 모습을 말하는 상상한 것들을 타인에게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는 상징이기에 개인주의보다는 연대의식이, 배타의식보다는 포용의식이 들어 있다. 생동감 있게 풍경을 구체적이고 따스한 시로 남는다. 유년의 고향은 늘 그립다. 그 유년의 거울은 추웠고 어둠이 깔린 연기소리가 만연했지만 이 겨울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는 날이다. 시인도 유년의 풍경과 그리움들을 담아낸듯하다. 고요한 시골마을의 정경이 부드럽고 따스한 겨울밤처럼…
러시아 연해주(沿海州)의 가치는 높다. 대표 도시인 블라디보스톡은 ‘동방을 정복하라’는 뜻으로 러시아 동진(東進)정책을 상징한다. 우리에게는 항일독립운동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지역으로 의미가 크다. 현재는 대북 교류의 배후 거점이며 극동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곳이다. 경기도가 이 미래 가치의 땅과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해 반갑다. 이를위해 이화영 평화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방문단이 지난 11~14일까지 연해주를 공식방문했다. 방문단은 셰스타코프 연해주 부지사와 만나 ‘경기도-연해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용은 ▲문화예술 ▲관광 ▲의료 ▲교육 ▲공공외교 ▲항일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지난 2013년 이후부터 이어온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구체화하려는 구상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방문 기간동안 맺은 ‘경기문화재단-아르세니예프 박물관 MOU 협약식’의 가치는 높다. 이번 협약으로 재단은 박물관에 있는 발해유물전시관에 한글 오디오 안내시설을 제작지원하는 등 연해주지역 발해문화 계승과 보존 사업에 적극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아르세니예프 박물관에서 열린 ‘신북방 정책의 역사적 여정, 과거-현재-미래’ 세미나도 눈길
수원지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수원을)·김영진(수원병) 의원이 신분당선 연장선(광교~호매실) 타당성 조사를 연내에 마무리하라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본보 보도(12일자 4면)에 따르면 두 의원은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신분당선 연장선 타당성 조사 진행 과정을 살핀 뒤 연내 조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토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수원시민, 특히 서수원 지역 주민들은 두 의원의 노력을 성원하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선(광교~호매실)은 서수원 주민들의 숙원이지만 13년 째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입주 시에 이미 광역교통시설 부담금 약 5천여 억 원을 낸 바 있는데도 말이다. 신분당선은 수원 서부의 택지개발지구인 호매실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계획됐다. 2006년 7월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에 이어 2013년 6월 2단계(광교~호매실) 사업 민간투자사업 추진이 결정(기재부)돼 본격화됐다. 그러나 두 차례 민자 타당성 분석에서 불가 판단을 받았다. B/C가 기준(1.0)에 미달(2014년 11월 0.57, 2017년 6월 0.39)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주민들과 수원시, 지역 정치권의 항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맞이하는 늦가을은, 한해의 봄보다 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만추(晩秋)는, 그렇게 다가오고 사라진다. 집 근처 산책길은 늘 걷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요즘 들어 이렇게 동내 근처를 걸으면서 과연 ‘문화’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회는 무척 복잡하고 그 사회 구성원들 또한 생각들이 각자 다르다. 그리고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더 치열하게 경쟁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들의 심리적인 격차를 좁히고 인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문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제주도 오름 중에서 유독 ‘용눈이오름’을 자주 찾게 된 것은 김영갑 사진작가 때문이었다. 작은 서점에서 우연히 그가 쓴 제주도에서 정착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수필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자를 읽으면서 ‘김영갑’이라는 이름을 기억했다. 그의 책 속에는 제주도의 풍광 등을 담은 사진도 같이 들어가 있었다. 그 때 유독히 눈에 들어온 것이 ‘용눈이오름’ 사계를 담은 사진이었다. 그가 제주도를 건너와 찍은 자연과 인간을 소재로 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대학입시 정책의 기조가 1997학년도 수시전형 도입 후 20여 년 만에 다시 바뀐다. 정시 비중은 사실상 45% 안팎까지 늘어나고 그동안 ‘깜깜이 전형’으로 비판받아 온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축소된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가는 2024학년도부터 학종의 핵심인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이 대부분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 등 비교과 영역이 폐지된다.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와 분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비교과 영역의 폐지는 충격적이다. 특히 봉사활동을 전형에서 제외시킨 점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봉사활동은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하는데 교육적 의미가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봉사활동을 교육과정화하여 중고생에게 60시간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기도 하였고, 현재는 적극적인 권장사항으로 시행되고 있다. 학교에서의 봉사활동은 봉사방법을 학습하는 과정이며, 현장 경험을 통해 스스로 봉사정신을 체득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진로와 연관되어야 동기가 강화되고 그 내용이 심화되기 쉽다. 상급학교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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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자 본란에서도 밝혔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 수)은 0.98명이었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94명으로 추정된다. 인구가 줄어드는 대신 노년층이 급증하는 이런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기 어렵다. 국가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경제, 사회, 교육, 국방 등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끼친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청년실업과 육아, 취업, 주거, 교육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합계출산율이 높은 나라는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출산·육아 친화적 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출산과 육아가 용이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국공립 어린이집과 국공립 유치원 이용 비율이 최소 40%가 되도록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기도가 공개한 ‘2018년 경기도 보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은 6.4% 밖에 안됐다. 서울은 24.7%였으며 인천은 9.4%였다. 그나마 연천(20.0%)과 양평(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획기적인 보건의료정책인 ‘수술실 CCTV’가 내년 1월부터 신생아실까지 확대된다.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과 여주공공산후조리원 등 2곳에서 우선 실시한다. 운영결과를 지켜본 후 효과가 있으면 점진적으로 확대 설치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올해 안에 신생아실 내부에 CCTV설치를 완료하고 24시간 관찰할 예정이다. 보호자가 신생아 학대가 의심될 경우 영상물 사본을 요청해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생아실을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운영해 낙상사고나 감염 등으로부터 ‘절대 약자’인 신생아를 보호하기 위해 실시하게 됐다”고 도는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정책은 보호자의 불안감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불안감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사고에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지난 11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발생했다. 태어난지 5일 밖에 되지 않은 갓난 아이가 갑자기 무호흡에 빠져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야간 근무자인 간호사가 갓난 아이를 거꾸로 들거나 바구니에 내동댕이 치는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간호사와 병원장은 불구속 입건됐다. 피해를 입은 갓난 아이는 여전히 의식을
삼국유사에는 진표율사가 속리산에 길상초가 난 곳을 표시하고 그 곳에 사찰을 세울 것을 제자들에게 명하였고, 영심 스님 일행이 사찰을 세우고 길상사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 길상사가 나중에 속리사로 그리고 다시 법주사로 바뀌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표율사는 미륵불을 조성했던 스님으로 진표율사의 법을 받은 영심 스님도 법주사에 미륵불을 조성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주사는 화엄신앙과 더불어 미륵신앙을 중요한 핵심으로 삼고 있다. 법주사 경내로 들어서면 눈에 띄게 큰 황금색으로 번쩍번쩍 거리는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 바로 청동 미륵대불이다. 미륵불을 쳐다보려면 끝없이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데 이는 건물 10층의 높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조선 고종 9년에 경복궁 중건에 필요한 당백전을 만들기 위해 불상이 몰수되었고 법주사는 내내 미륵불이 없이 지내다가 1939년에서야 미륵불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완성되지 못했다. 해방 후 1960년대에 시멘트로 완성되었던 불상은 2015년에야 지금의 부처님 다운 미륵불로 완성되었다. 이 미륵불을 조성하는데 160여톤의 청동이 소요되었다고 하니 가히 국내 최대 규모라 할 만하다. 미륵불은 미래에 오시는 부처님
중생이란 축생을 포함, 미혹함과 번뇌에 가득 찬 생명이 있는 존재다. 어리석어 태어난 이유도, 어떻게 살 것인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채 순간순간 탐욕을 지니고 만족과 불만 속에서 울고 웃으며 열리고 닫히는 생사(生死)라는 파도 위에 뜬 나무 조각처럼 육도(六道)를 끝도 없이 윤회(輪廻)할 따름이다. 행복과 영원으로 가는 길을 모르기에 중생의 삶은 단 하루도 편한 날 없이 매일 근심걱정이 끝이 없지만 중생이 어느날 홀연히 깨달음에 이르면 각자(覺者)가 돼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완전하고 절대적인 해탈을 얻는다. 제법의 실상을 깨달은 진리의 발견자, 존경과 예배의 대상인 붓다에 대한 찬사는 그를 지칭하는 열 가지 별호, 여래십호(如來十號)에서 잘 나타나며 실로 고귀한 자(無上士), 존경할만한 자(應供), 완전한 현자(正遍知), 지혜와 덕행의 완성자(明行足), 다시는 생사해(生死海)에 나오지 않을 복된 자(善逝), 세상의 일체를 다 아는 자(世間解), 제신과 인간의 스승(天人師), 인간의 자기 극복에의 독보적 안내자(調御丈夫), 그리고 불세존(佛世尊)이다. 붓다의 가르침을 믿어 실천하는 사람들의 신행양식이 곧 불교이며 제반 불교의식·법회의 시작에 삼귀의(三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