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지난달 30일 오후 6시 수원 화성행궁 유여택 안마당에서 ‘수원화성 제1회 KS 세계시낭송축제’가 열렸다. 국내 최고 시인들과 수원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멀리 유럽의 루마니아, 몰도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시인들과 함께 한 명실공히 세계적인 시축제였다. 사단법인 시사랑문화인협의회와 수원시, 수원문화재단, 한국시인협회, IBK기업은행 등이 후원한 이번 축제에 참가한 외국 시인들은 ‘유여택’이라는 공간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유여택은 수원시 화성행궁에 있는 건물로 평상시에는 화성유수가 거처하다가 정조대왕 행차시에 잠시 머무르며 신하를 접견하는 곳이었다. 정조는 약 500여 편의 시를 쓴 인문군주다. 약 2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정조의 시 정신에 화답하듯 각자 시를 낭송할 때 비록 언어는 다르지만 모두 알 수 없는 마음의 흔들림이 있었다고 했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몰도바 공화국의 국민시인으로 추앙되는 니콜라이 다비자는 국경을 지날 때마다 여권검사를 하는 대신 시를 한편 읽어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이미 정부당국에 한 바 있다고 말해 큰 박수
엊그제(15일)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해발 1708m의 설악산 대청·중청봉 일대에 이날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진눈깨비로 바뀌면서 첫눈이 관측됐는데 쌓이지 않아 적설량은 기록돼지 않았다는 것. 첫눈 관측은 지난해 10월18일보다 3일 빠른 것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이르긴 하다. 단풍도 지지 않았는데 첫눈 소식을 접하니 올해도 얼마남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착찹하고 서늘하다. 그러나 작은 위안도 있다. 깊은 산중이 아니라 도시에도 곧 첫눈이 내리고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삶 속에 묻혀 있는 추억을 꺼내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을 회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눈이 내리면 삶에 지친 마음도 푸근해진다. 아쉬웠던 순간,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보다는 행복하고 희망있던 시간이 더 생각난다. 그리고 첫눈을 보고 있노라면 팍팍하고 삭막해진 마음엔 한줄기 따스한 바람이 분다. 시인 정호승은 그런 맘을 이렇게 적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고 했다. 이번 설악산에…
성경말씀 마가복음 10장 51절-52절 말씀을 주제로. “예수께서 말씀하여 이르시되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맹인이 이르되 선생님이여 보기를 원하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하시니 그가 곧 보게 되어 예수를 길에서 따르니라” 현 시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이켜 봅니다. 우리 모두가 ‘이게 아닌데’의 삶이 아니라 ‘바로 이거야’의 삶을 살아가고 싶지만, 어쩌면 정작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어느 소리꾼이 부른 노래 가운데 ‘이게 아닌데’라는 제목의 노래 가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면 꽃은 집니다. 이게 아닌데 하는 동안 무더운 여름은 오고 이게 아닌데 하니 가을 낙엽은 지고 섬큼 다가와 내 옷가에 스며드는 차가움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며 그러면…
1916년 스위스 취리히의 ‘카바레 볼테르’라는 공간에서 한 남자의 기상천외한 공연이 펼쳐졌다. 휴고 발이라는 이름의 독일 출신의 젊은 예술가는 마분지로 희한한 공연의상을 만들어 걸친 후 홀로 무대에 섰다. 흡사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과 같았다. 마분지를 둥글게 말아 몸과 다리, 팔을 감쌌고, 마분지 망토와 모자도 걸쳤다. 그는 이 자리에서 ‘카라바네’라는 제목의 시를 읊는다. ‘올라카 올랄라 알로고 붕 블라고 붕….’ 문방서 블로그 아트살롱 그 누구도 정확한 뜻을 알 수 없었다.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는, 그저 소리로만 존재하는 시구였기 때문이다. 유럽의 각지에서 전쟁으로 인해 상처 입은 젊은 예술가들은 중립국 스위스라는 작은 섬을 찾아와서 놀라고 아픈 가슴을 이처럼 황당한 퍼포먼스로 표현을 했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은 심장을 잃어버린 인물이었지만, 스위스의 젊은 예술가들은 언어를 상실해버린 이들이었다. 전쟁으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 실어증에 걸린 환자와도 같았다. 이곳 ‘카바레 볼테르’는 중립국…
달 가면(마흔여드레) /김혜순 너는 이제 얼굴을 다 벗었다 하얗고 둥근 달이 동쪽에서 뜬다 동서남북 천 개의 강물에 천 개의 가면이 뜬다 - 김혜순 ‘죽음의 자서전’ / 문학실험실·2016 시적 주체는 “아직 죽지 않아서 부끄럽지 않냐”는 목소리에, 일종의 견디기 힘든 수치심에 휩싸인 존재이다. 질문을 듣는 귀는 실제의 귀가 아니라, 자기윤리를 탄생시키는 마음의 귀다. 쉬임없이 들려오는 저 목소리. 저잣거리의 질책은 어떤 명령을 담고 있다. 어떤 의지의 무게로 시적 주체를 덮쳐오고 있다. 주체는 균열되고 분열된다. 고통과 고독으로 전염된다. 마흔여드렛 날에 이르러서 ‘너는 이제 얼굴을 다 벗었다’. 여기에서 “너는 네가 아니고 내가 바로 너”로 나타난다. 너는 “유린의 역사를 지탱해온”, “억울한 죽음이 수많은 나라”에서 개별적인 죽음을 겪는 존재이다. 문득 너는 “존재에서 존재자”로 출몰하였다. 너를 탄생시킨 현실은, 죽고 사는 일이 자연스럽지 못하는 곳이고, 죽임이 떠도는 장소이므로, 새로운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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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의 위험성에 대한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연구진은 빅데이터를 통해 소아 청소년 1천2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CT 검사의 위험성을 분석했다. 세계 최대 규모 연구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9월호에 실렸다. 이 결과 CT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보다 암 발생이 1.5배나 많았다고 한다. 갑상선암은 두 배 가까이, 뇌암과 혈액암도 1.5배 안팎으로 많이 발생했다. KBS 뉴스는 CT 검사를 한 번이라도 받은 117만 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1천200여 명에게 암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CT 검사 때 피폭된 방사선의 영향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아 청소년 시기에 암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홍재영 고대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방사선의 영향이 축적된 결과가 여러 가지 유전자나 세포 계통을 변화를 시키게 되고 변화들이 장기간에 걸쳐 2~3년에 걸쳐서 암세포를 유발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방사선은 몸에 지극히 해롭기에 적은 양이라도 쬐지 말아야 한다. 홍 교수는 “무증상 소아청소년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이거나 조직이거나 마찬가지다. 특히, 자기애(自己愛)가 강할 수록 이 증세는 더욱 심하다. 지나친 자기애는 결국 광기(狂氣)를 불러온다. 얼마전 대한민국 최대 권력기관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수원시가 쓰레기 분리배출과 관련해 고백한 자기반성은 좋게 평가할 만 하다. 제 식구 감싸기에 익숙한 조직들의 행태에 비춰보면 차라리 신선하기까지 하다. 갈무리 해보자. 시 청소자원과가 지난 11일 시청 별관 지하 1층 쓰레기 수거장에서 청사 내 19개 부서가 배출한 종량제 봉투 기운데 무작위로 4개를 골라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확인했다. 일명 ‘공공기관 생활폐기물 샘플링 검사’다. 결과는 실망이었다. 일반 쓰레기 봉투 4개 가운데 3개 봉투에서 있으면 안될 내용물이 나온 것이다.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이물질이 묻은 비닐 등 분리 배출해야 할 쓰레기가 쏟아졌다. 심지어 휴대전화 충전기 등 소형 가전제품도 발견됐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꼴이라 망연자실(茫然自失), 그 자체겠다. 시가 그동안 시민들에게 강조해온 ‘생활쓰레기 분리배출 권장’이 공염불이 되는 순간이다.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지키지
두보(杜甫)는 ‘군불견간소(君不見簡蘇)’에서 ‘나무는 백 년을 살고 죽어야 그 나무로 거문고가 만들어지며, 사람은 관 뚜껑을 덮어봐야 그 사람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유래된 고사성어인 ‘개관시사정’은 ‘관의 뚜껑을 덮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독일 속담에는,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좋다’라는 것이 있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좋다’는,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의 제목이다. 각자의 인생은, 스스로 납득하면서 살아야 하는 진정한 승부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셰익스피어가 이 교훈적인 제목으로 희곡을 쓰고 대중들에게 연극으로 선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 농부도 그 내면의 깊이를 알면 그 어떤 지성인보다도 더한 지혜로움과 삶에 있어서 교훈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 세상에는 그만큼 지혜로움을 가지고 있는 고수들이 수도 없이 존재하고 있다. 각자의 일생 속에서 ‘오만가지’를 생각하는 각자의 시선에서 본 세상의 그 진리는 깊고 넓다. 인생이란 각 사람이 스스로
일명 ‘윤창호법’이라고 명명된 도로교통법 개정 법률이 지난 6월 25일 시행되었다. 하지만 100여일이 지난 지금도 음주운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도로교통공단(2012)’ 및 ‘보험개발원(2016)’의 발표에 의하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 피해 및 재산 손실비용이 무려 1조 원 이상, 음주운전사고 보험금 지급 규모는 약 3천568억 원에 이르고 음주 교통사고 사망자의 10∼15%정도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망한다고 한다. 음주운전은 주의력, 판단력, 지각능력을 저하시켜 순간적으로 위험 상황에 직면했을 대 대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음주하지 않았을 때보다 사고 발생 확률이 혈중알콜농도가 0.05%일 때 2배, 0.1%일 때는 6배, 0.15%일 때는 25배로 증가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해야 한다. 음주운전의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3% 이상이다. 소주 한 잔 정도만 마셨다 하더라도 ‘지금 당신이 운전대를 잡는 순간 당신은 이미 예고된 심각한 교통 사고 제공자’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 생명을 앗아가고 더 나아가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