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오늘 동독과 서독이 서베를린 통행협정을 체결했다. 분단 26년만의 일이다. 이 협정의 체결로 서독 국민들은 자유롭게 서베를린을 왕래할 수 있게 됐다.서(西)베를린은 지리적으로 당시 서독 본토로부터 동독의 영내로 170km나 깊숙이 들어간 곳에 있었다.
긴 물배암 설악동에서 가평골로 퍼런 등 꿈틀이며 흐른다. 억새 쏴악쏴악 소리 지르는 산그늘 밑을 지나 감국甘菊들이 배시시 웃어 주는 산이 물러난 낮은 자리에 또아리를 틀고서 구부정한 나무에게 길을 묻는다. “낮은 곳으로 가시게.” - 시집 <불량한 시각> 중에서 - /김춘 사는 일이 각박해졌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래로 아래로만 흐르다가는 아예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세상을 채우고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의 전조는 보이지 않고, 밀려난 자는 다시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막판 드라마가 한창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 다급한 마음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럴수록 물에게 묻자. 더 낮은 곳으로, 모두를 껴안으며, 끝없이 기다리는 희망으로 오늘을 견디자. 퍼런 등을 꿈틀대며 억새가 속삭이는 들판을 지나 감국의 아름다운 미소를 읽는다. /장종권 시인
이젠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샤쓰 같이 당한 그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천상병 -천상병 전집-1996년 평민사 바보 시인이라 불리던 시인이 있었다. 시 「귀천」으로 친숙한 천상병 시인. 이 세상을 “소풍”으로 비유했던, 그의 삶은 너무나 기구하여 자주 회자되곤 한다. 오래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고문을 받으며 6개월간 감옥생활을 했던 시인. 고문 후유증과 영양실조로 쓰러져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는데, 가까운 문인들은 그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여 유고시집 『새』(1971년)를 펴내기도 했다. 이 일화는 부끄러운 유신의 역사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가 억울하게 “아이론 밑 와이샤쓰 같이/ 당한 그날”, 비로소 그의 살과 뼈는 깨닫는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helli
죽이라는 말 속엔 아픈 사람 하나 들어있다 참 따뜻한 말 죽, 이라는 말 속엔 아픈 사람보다 더 아픈 죽 만드는 또 한 사람 들어 있다 출처 시집<코뿔소/문학의 전당 2011> 이 세상 모든 아픈 이들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말씀이 들어있다. 겸손하며 늘 남을 배려하고 공경하는 평소의 시인을 쏙 빼닮은 시이다.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시인들도 적응하려 발버둥을 치지만 시의 본질에서 자꾸 멀어져만 가는 요즈음 이렇게 낮은 목소리로 큰 울림을 전하는 시인도 있다. 누구라도 있어 참 따뜻한 죽 한 사발 나누고픈 날이다.
2001년 오늘 아프가니스탄에서 반탈레반군과 격전을 벌이던 알카에다 대원들이 항복 선언을 했다. 미군이 가공할 위력을 가진 6천800kg 무게의 폭탄 데이지 커터를 투하한 지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결사항전을 외치던 알카에다의 항복선언은 9·11 동시다발 테러 발생한 지 3개월 만이었다.
경복궁의 남쪽문인 광화문이 1968년 오늘 복원 준공됐다. 1399년 조선 태조 때 세워진 광화문은 임진왜란 당시 소실된 뒤 1865년 고종 2년 때 재건됐으나 6·25전쟁으로 또다시 불에 탔다가 1968년 오늘 다시 복원된 것이다. 광화문은 수도 서울의 상징물로서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97년 오늘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선진국들은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인 합의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 이른바 교토 의정서는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을 기준으로 평균 5.2% 감축하자는 내용이다.
떠난 자리는 남은 자리 끈 떨어진 슬리퍼 한 짝 머리카락 몇 올 걷히고 나도 씻어지지 않는다 칼에 베인다 쥐똥나무는 가지 끝에 움트는데 노을은 홀로 오래 탄다 빈 몸이다 - 시집 『여기 있어요』/2011년 시안 빈센트 반 고흐의 <구두>가 생각난다. 구두의 주인은 가고 구두라는 사물만 남았으나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단한 노동의 시간을 미루어 짐작하고 구두 주인의 성실성까지도 읽을 수가 있다. 그렇게 떠난 자리는 곧바로 남은 자리가 된다. 떠난 자리에 “끈 떨어진 슬리퍼 한 짝 / 머리카락 몇 올 남아” 떠난 사람의 모습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슨 일이 있었을까? 분명 거센 폭풍의 시간이 지난 뒤 텅 빈 고요가 남아 출렁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비어서 꽉 찬 풍경과 수많은 상념들이 걸어 들어온 것이다. /박홍점 시인
함경북도 우리고향 아득한 마을 행준네 넓은 콩밭머리에 이 아침 장끼가 내렸는가 보아라 칙칙거리기만 하고 아직 못가는 기차 해는 노루골 너머에서 몇 자쯤 떴는가 보아다오 -시집 『느릅나무에게』, 2005년, 창 작년 구월 하순 김규동 시인의 부고를 접했다. 함북 중산에서 월남하여 일평생 민족통일을 애타게 노래하다 육신이 아니라, 영혼으로 고향에 드신 김규동 시인은 말년의 시집 ‘느릅나무에게’에서 모든 힘을 다 빼고 오직 자신의 고향을 애틋하게 노래하셨다. 1923년 태어나 청년기에 서울로 오신 선생님은 60여 년 단 하루도 당신의 고향과 어머니를 놓친 적이 없으시다. 그가 민족시인으로 불린 것은 그가 우리의 모국어로 우리가 하나임을 끊임없이 노래했기 때문이리라. 구순을 앞두고 당신의 눈앞에 아른거렸던 고향마을, 그 콩밭, 노루골. 아, 이 얼마나 비탄하고 답답한 그리움인가? 도대체 한 혈육이 하나로 만나야 되는 일 말고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통일, 통일, 칙칙거리기만 하고 아직도 못가는 기차, 누가 이 노시인의 그리움에 철조망을 치고 한 서린 죽음을 방치했는가, 이제 산자가 대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지 1년여 만인 1998년 오늘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정-재계 6차 간담회가 열려 5대 그룹 구조조정 추진 합의문이 발표됐다.이 합의에 따라 5대 그룹은 2000년까지 주력업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계열사 수를 절반 수준인 130개 안팎으로 줄이고, 비주력 계열사나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20조 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