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과 이웃하여 사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10만년에서 3만년 전 사이의 어느 때까지는 우리의 대륙과 붙어 있었기 때문에 선사시대 원주민들의 영토에 우리의 조상들은 물론 중국과 몽골족, 시베리아 인종들 다수가 건너가서 오늘날 일본족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 저 대한해협은 1만2천년 전에 생겼다고 한다. 일본에 대해서 관심이 크다.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들, 특히 한국말 좀 하는 일본친구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며 질문을 많이 한다. 지난 연말연시를 휴가차 서울에 온 일본의 유력지 기자와 보냈다. 노래하고 춤추고 마시고 얘기하고…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일어판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읽은 특별한 친구다. 내가 속한 ‘씨알의 소리’에, 45년 전 그가 경험했던 감격적인 독서와 그 기쁨과 쑈크를 내용으로 기고하게 하였다. 멋진 인연 아닌가. 조만간 양국에서 각 열명씩 참여하는 문화교류협회를 만들어 왔다갔다 하며 함께 놀기로 했다. 작년 9월, 나는 본 지면에 ‘일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20년 전, 일본총리 고이즈미에게 썼던 편지글이었다. 반응이 뜨거웠다. 일본에 대한 나의 관심은 함석헌 선생의 ‘내가 겪은 관동대지진’을 읽고나서부터다.
혼자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함께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혼자 샤워를 할 때마다 등 한가운데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비누칠을 하려고 팔을 최대한 천천히 꺾는 순간, 등이 간지러워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생각한다. 아, 혼자는 불편하구나.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가 되었다 치자. 이젠 등 한가운데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 커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싱글들이 커플이 되면서 지금까지 혼자서도 잘해왔던 일들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등 한가운데 뿐 아니라 온몸을 상대에게 맡기며 그걸 믿음이라고, 사랑이라고 오해한다는 거다. 등 한가운데만 해결해주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늘 불만이 많다. 그러나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맺는 현명한 방법은 모든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기대한다고 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므로, 나에게 똑같이 기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래서 지금까지 스스로 해오던 삶을 상대에게 내던지지 말고 그저 꾸준히 등 한가운데를 제외한 자신 전체를 스스로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 그때 상대방
2021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 4구역을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등재했다. 충청남도 서천군의 ‘서천갯벌’,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의 ‘고창갯벌’, 전라남도 신안군 ‘신안갯벌’, 전라남도 보성군과 순천시의 ‘보성-순천갯벌’이다.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조수 간만 차가 크고 해안선이 복잡한 서해안과 남해안에 형성된 갯벌에는 많은 생명체들이 살기에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서·남해안 갯벌에는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다. 흰물떼새,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 종의 서식처이며,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개펄의 퇴적층에서는 바지락, 동죽, 낙지, 갯지렁이, 칠게, 농게와 같은 150여종의 저서생물(benthos, 물의 밑바닥에 서식하는 생물)들이 살고 있다. 갯벌에 사는 동·식물은 육상의 오염물질 분해를 촉진시켜 정화 효과를 높인다. 이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확인했다. 지난 3월 서울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캐나다 서스캐처원 대학, 군산대 등이 참여한 산학연 공동 연구팀은 경남 마산만 봉암갯벌의 정화능력을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 대형저서동물군과 대형식물군이 퇴적물 안팎으로 활동하고 서식하면서 오염
내가 전통주를 함께한 지도 25년이 되었다. 현재 나는 북촌에 있는 전통주갤러리에서 다양한 우리 술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매일매일 전통주와 일상을 함께하는 나의 삶이 참 풍요롭다. 술을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이것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행복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술이 나의 인생에 반을 차지하는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와 술의 첫 인연을 말하자면 아버지께 해드렸던 음식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어려서 자주 몸이 아파 아버지의 손이 많이 필요한 딸이었다. 늦은 밤 아프다는 딸을 업고 빗속을 달리던 아버지의 따뜻한 등이 생각난다. 등굣길 어지럼증 때문에 지하철 역사 나무의자에 몸을 쪼그리고 있으면 한걸음에 달려와 나를 안심시켰던 아버지의 음성도 떠오른다. 아버지의 따스한 보살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시는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아버지만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각 음식의 온도에 따라 즐기는 것이다. “찬음식은 차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특별한 날, 우리의 식탁에는 모든 음식이 한꺼번에 올라오지 않았다. 매 음식을 그렇게 즐기셨다. 부엌에서 준비하는 사람은 힘들
공부하는 목적은 인식의 변화를 꾀하며, 철학적 사상의 확충과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데 있다. 한마디로 영혼을 풍요롭고 밝게 가꾸는 일이다. ‘나는 지금 무엇하며 사는가?’를 생각하면서 아침에도 실비 내리는 산길을 걸었다. 읽히는 수필, 내 아이들이 읽어줄 만한 글을 써야 할 텐데- 하는 작가로서의 의무적인 생각을 했다, 예술가에게도 공주병 같은 심리가 있는 것일까. 내가 쓴 글이 감동적이고 울림이 있어 독자의 사랑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공주병 스타일’이라는 유머다. 이순신 스타일 : 나의 미모를 적에게 알리지 마라./ 안중근 스타일 : 하루라도 예쁜 척하지 않으면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맥아더 스타일 : 공주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리질 뿐이다./ 나폴레옹 스타일 : 내 사전에 추녀는 없다. 몸 기능은 낡고 세월 수치는 쌓여 가는데, 어느 날의 오후 가족까지 잃었다. 황량한 우주의 한가운데 홀로 서 있다는 느꺼움이 가슴을 날카롭게 찔러댈 때가 있다. 새는 제 이름으로 운다고 한다. 이름대로 운다는 것은 운명대로 운다는 것이다. 조상이 내린 운명과 이름대로 살면서 울어댄다면 나는 여자 이름이어서 남자로서 그 울음도 비 매력적일 것이다. 남달리 타고난…
1989년 7월 한 영화가 개봉되었다.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이다. 좋은 성적을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여중생 딸 은주가 자살하고 만다. 이 영화는 학교 성적에 목을 매고 사는 가정의 비극을 고발하고, 한국교육의 어두운 면을 경고하였다. 1960-70년대에 이룬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교육의 발전을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 자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을 양성하여 산업화를 추구하였다. 교육을 위해 초중등 교원을 양성하고 존중하여(君師父一體) 기초교육과 중등교육을 견고하게 하고, 실업교육을 통해 산업화의 기반을 만들고, 고등교육 특성화, 산학협력 등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근대화를 이룩하게 되었다. 2023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0위가 되고, 국민총소득(GNI)은 3만 6000달러가 되었다. 인구 5천만명 이상이고 국민총소득 3만불 이상인 국가에 속하게 되었다. 경제발전은 교육발전을 통해 성취되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교육에는 어두움이 짙게 드리워졌다. 12-14세 아동과 15-7세의 청소년의 자살율이 2021년 각각 5명, 9.5명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통계청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지옥행 ‘마약’ 열차 속에 꼼짝없이 갇혀가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부르짖어온 ‘마약 퇴치’ 구호가 무색하게도 마약사범은 연일 폭증세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마약범죄의 질곡으로 속절없이 빠져드는 비극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국가가 펼쳐온 어떤 마약 대책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마약 추방’ 구호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효과적 대안이다. 국가사회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적발된 전국 마약사범은 총 2만8천여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10대 마약사범은 2배 넘게 늘었고, 제조와 수입·매매 등 공급 사범도 5천여 명에서 1만 명 가까이 곱절 증가했다. 특수본은 앞으로 범죄 신고, 제보자에 대한 처벌을 감경하는 형벌 감면제도와 마약류 범죄에 쓰인 계좌를 즉시 지급 정지하는 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검찰청이 지난달 말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 백서’를 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중 10대 청소년 마약사범 수는 1477명으로 전년 대비(481명) 무려 3배나 증가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는 분명 정상적으로 가고 있지 않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갈등과 분열이 증폭되고 있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혹자는 윤 대통령이 너무 극우적 유튜브를 많이 시청하기에 모든 것을 정의로운 일반인과 불법적인 범죄자로 구분한다고 한다. 실제로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정 운영보다는 오히려 극한 대립을 야기하는 이상한 통치방식을 행한다. 진정 윤 대통령은 정치를 모르는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윤 정부 들어서 한국판 극우를 상징하는 뉴라이트 사관에 경도된 인물들이 지배층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정치권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찬양하는 인물이 국회의원에 당선될 정도이고, 정의의 보루라는 사법기관에도 이런 인물들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부 내에도 통일부 장관과 실세 중의 실세라는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물이고, 최근에 좌파 언론 척결이라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KBS와 YTN의 사장들도 그렇고. 심지어는 과거 억울한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위원장도 뉴라이트 출신이다. 한발 더 나아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현장에서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상사들의 괴롭힘에 대해서 절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여전히 신고하지 못하고 견디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특히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소규모·5인 미만 등 사각지대에 대한 해소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대다수 직장인이 신고하면 해고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야만적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직장문화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경기신문 취재에 의하면 2019년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공개된 직장갑질 119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신고한 비율은 19세 이상 직장인 응답자 1000명 중 고작 10.3%에 지나지 않았다. 중복답변이 가능한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신고한 비율은 더 낮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기능하다. 절대다수인 90% 안팎의 직장인들이 부당한 갑질을 당하고도 대응할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끔찍한 얘기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 방법으로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60.6%에 달했다. 이처럼 불합리한…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갈등 격화·불충분한 책임성 등을 시정하기 위하여 4년 중임 대통령제(결선투표제) 등을 제시하였다. 개헌이 번번이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개헌 내용보다는 개헌 시기 및 방법에 대한 여·야의 정략과 대통령과 여당, 여당 내 의견 차이에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종반 개헌 시안(2007)은 여·야가 제18대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제의는 야당의 반대와 여당 내의 의견 차이로,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의는 임기 후반 탄핵사태에서 야당의 반대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제안(2018)은 여·야와 여당 내 의견 차이로 투표 불성립·폐기되었다. 지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개헌을 실현시키려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보장하여 안정감을 주고 개헌의 책임감과 신뢰성을 제고해야만 한다.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국회 내 각 정당이 제출한 개헌안을 심의한다. 각 정당의 입장이 사전에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효율적인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렵게 된다.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복적으로 약속했던 개헌의 실현을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