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시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예비 후보들의 문자가 넘쳐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외면받기 일쑤다. 국회의원·대통령 선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번 지방 선거도 이전처럼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질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의 막강한 힘을 감안하면 열기 없는 선거가 낯설 뿐 아니라 시민들이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기초자치단체는 시민들의 일상생활 그 자체를 관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통과 환경, 복지, 문화, 건축 등 눈 뜨면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건축 등 각종 인허가권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 권한이다. 지난 2011년 녹지 변경 권한 등을 기초정부로 이전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자체의 힘은 더욱 막강해졌다.
그런데 이 권한은 두 얼굴의 야누스다. 중앙의 권한을 지역으로 분산했다는 점에서는 민주주의의 진전임에 틀림없다. 구소련의 멸망 원인 중 하나로 중앙과 지역의 권한 분담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 비민주주의를 들곤 하는데 이런 점에서 지방자치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권한이 기초자치단체장의 전횡으로 이어지기도 해 본래 목적이 흔들리고 있다. 성남시가 좋은 예다. 민선 1기부터 7기인 현재까지 연임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시장 중 3명이 구속되었다.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은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 중이고 다른 한 명은 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다. 5명 중 4명의 혐의가 인허가권에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 국민적 공분 대상인 대장동 부동산 사기사건도 결국 성남시장의 인허가권으로 귀결된다. 실제 대장동 종범인 4인방은 인허가권이라는 백지수표를 통해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수중에 넣었다. 대장동 사건은 중앙정부가 아닌 기초정부 아래에서도 공권력에 의한 범죄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민주주의를 위한 제도적 장치인 기초자치단체가 거꾸로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뼈아픈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은 인허가권을 무기로 한 기초자치단체장의 전횡을 생생하게 그렸다. 시민의 집을 강제로 빼앗으면서 저항하는 개인을 경찰서장과 검사장, 재판장 등을 동원해 구속까지 시킨다. 조폭을 수족처럼 부리면서 폭력을 일삼는가하면 종교 지도자도 끌어들여 자신의 방패막이로 삼는다.
즈뱌긴체프는 말한다. "영화는 (기초자치단체) 공직자들이 만든 러시아의 초상화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도 얼마든지 구약성서 '욥기' 편에 나오는 바다 속 괴물 리바이어던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들리는 것은 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