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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 전소…600년 역사 5시간만에 폭삭

문화재 훼손 우려 초기 진화 작업 실패
목격자 “50대 남성 쇼핑백 들고 올라가”
라이터·사다리 발견 국과수에 감식 의뢰

 

설 연휴 마지막날인 10일 국보 1호인 숭례문(일명 남대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큰 불이 나 1·2층 누각이 전소돼 무너져 내리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5시간 넘게 진행된 진화 작업에도 숭례문 붕괴를 막지 못했고 방화 용의자에 대한 수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화 순간

서울 중구 남대문 4가 숭례문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한 것은 10일 오후8시50분쯤.

화재 장면을 목격한 택시운전자 이모(44) 씨는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떤 남성이 쇼핑백을 들고 숭례문 옆 계단으로 올라갔다”며 “이후 불꽃놀이를 하듯이 빨간 불꽃이 퍼져나와 신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누각 2층 지붕에서 발생한 불로 목재가 타면서 주변이 온통 하얀 연기로 뒤덮혔으나 소방관들은 ‘국보 1호’라는 문화재 특성상 훼손을 우려한 나머지 일반 건물처럼 적극적인 진화 작업을 펼치지는 못했다.

◇초기 진화 실패

타오르던 불길이 발화 40여분만인 오후 9시30분쯤 거의 사그라지면서 ‘훈소상태’(연기만 나는 상태)가 되자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한때 불이 잡힌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기와 안쪽에 남아있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고 남아있다가 곧 다시 맹렬한 기세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화재 진압팀은 오후 11시20분쯤 냉각수 대신 거품식 소화 약제를 뿌리기 시작했으나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숭례문 지붕을 해체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화재 발생 3시간 만인 오후 11시50분쯤부터 전격적인 지붕 해체 작업을 시작했지만 삽시간에 불이 번지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숭례문 2층 누각이 이날 오전 0시58분쯤 서울역을 바라보는 뒷면부터 우수수 무너져내리기 시작해 삽시간에 붕괴로 이어졌고 화재 발생 5시간만인 오전 1시54분쯤 진화 노력도 헛되이 누각 2층과 1층 대부분이 무너지면서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보가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화재 원인 및 수사

숭례문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1일 소방당국 등과 함께 화재 현장에 대한 1차 합동감식을 실시해 방화 여부 등 화재 원인을 가리기 위한 집중 조사를 벌였다.

남대문서와 서울경찰청 과학수사팀, 소방방재청, 중부소방서, 서울시청,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팀은 이날 낮 숭례문 화재 현장을 점검, 숭례문 1층에서 라이터 2개와 사다리 2개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 라이터와 사다리가 방화에 사용된 범행 도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정밀감식을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방화 용의자로 의심되는 50대 남성을 자신의 개인택시에 태웠다고 주장하는 택시기사 이모(49) 씨를 불러 제보의 신빙성과 이 남성의 인상착의 등을 캐물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폐쇄회로CCTV 화면에서는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숭례문 무인경비업무를 담당하는 KT텔레캅 측이 설치한 CCTV 4대와 인근 빌딩에 설치된 다른 CCTV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였으나 방화 여부나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만한 장면은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또 야간과 새벽 시간 숭례문 경비를 맡고 있는 무인경비업체가 최근 변경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업체가 변경된 이유와 관할 구청 및 업체의 관리·감독 소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피해 규모

숭례문의 붕괴는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격 문화재인 ‘국보 1호’의 소실이라는 점에서 재산 손해액수로만 계산할 수 없는 유·무형의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연 면적 177㎡의 2층 건물인 숭례문은 조선 태조4년인 1395년 짓기 시작해 태조 7년인 1398년 완성된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수 차례 전란에도 600년 이상 위용을 자랑해왔다.

숭례문은 도성 8문 중 가장 중요한 정문이며 서울에 남아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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