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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특색없어 ‘실망 그 자체’… 관광명소 꿈 ‘갈 길 멀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가다(上)
|현장르포| 관광명소가 되기 위한 선행과제는?

 

여객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자다깨다 반복
4시간 걸려 지친 몸 이끌고 사먹은 사곶 냉면맛 허탈
타임머신 타고 돌아온 듯한 숙소도 실망감 더해

‘서해 해금강’이라 불리는 두무진 기암괴석
유람선 엔진소음과 철창 때문에 감상 힘들어
버스 타고 모래사장 달리는 사곶해수욕장 ‘신기’
아름다운 관광자원에 비해 편의시설 부족 아쉬워


인천시와 옹진군이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 도서인 백령도를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령도는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한 천연비행장인 사곶해수욕장과 콩돌해안, 두무진 기암괴석 등 수많은 관광자원을 품고 있다. 그러나 육지로부터 200여㎞ 떨어져 있는 지리적 접근성의 한계와 관광 기반 시설부족 등이 관광명소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옹진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형공항과 중국 항로 개설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인천시 혼자 풀 수 없는 난제다. 중앙정부와 군 당국 등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지루한 중앙정부 등과의 협상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백령도가 가진 문제 중 우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개선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본지는 르포 형식의 백령도 기행문 ‘서해 백령도를 가다’를 통해 백령도가 처한 현 상황을 점검한 뒤 <관광명소가 되기 풀어야 할 선행과제>를 통해 백령도가 풀어야 할 선행과제와 해결방안 등을 짚어보기로 했다.



짭쪼름한 바다 냄새가 코끝에 와 닿자 졸음이 확 달아났다. 인천항 연안부두에 온 모양이다. 백령도행 여객선 출발시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난 탓에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바다 냄새와 함께 달아났다. 오전 8시 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 안은 수많은 사람들로 분주하다. 군인과 관광객, 섬주민 다양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매점에서 따뜻한 국수와 어묵을 먹는 사람들. 편의점에서 커피와 군것질 거리를 사는 사람들. 종종걸음으로 약국에서 배 멀미약을 사는 사람들. 짐도 제각각이다. 간단한 여행 가방만 들은 사람들은 단기 관광객이다. 반면 카트 한 가득 심을 실은 사람들은 섬 주민이다.

오전 8시30분 여객선이 출발한다. 여객선 1층은 맨 앞쪽 양쪽 끝에는 대형 TV가 걸려 있다. 모 방송국 드라마를 방영중이다. 중앙은 커다란 유리창으로 돼 있고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가림막도 설치돼 있다. 앞쪽 줄 의자는 바닥이 딱딱했다. 양쪽 팔걸이는 곡선형 쇠 재질이로 식판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앞쪽 의자 뒤엔 컵 받침이나 그물형 수납공간도 없다. 손에 들고 있던 손가방과 음료수는 바닥에 놓아야 했다.

배가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나자 엉덩이가 비명을 지른다. 잠시 일어나 쉬어야 했다. 뒤편 의자도 앞쪽 줄 의자와 마찬가지로 컵 받침이나 그물망, 간단한 짐을 수납할 공간은 없었다. 그런데 앉아보니 앞쪽 의자보다는 훨씬 편했다. 의자와 의자 공간도 더 넓었다. 같은 돈 내고 왜 다른 의자에 앉아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눈 앞에 TV속에선 철지난 드라마 방영이 이어졌다. 지루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억지로 잠을 청했다. 한참을 잤다고 여겨 눈을 떳지만 여전히 바다 한가운데다. 인천항을 출발한 지 무려 4시간동안 같은 일이 반복됐다.

낮 12시30분 드디어 백령도에 도착했다. 항구에 내려서자 백령도 여객터미널이 눈이 먼저 들어온다. 지은지 얼마 안된 것인지 외관은 깨끗했다. 별 특색 없는 건물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점심 식사가 준비된 곳으로 이동했다.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백령도 사곶 냉면집이다. 지친 몸은 시장끼까지 더해지자 더 피곤했다. 종업원이 내온 것은 부침개와 수육, 그리고 사곶 냉면이다. 잔뜩 기대를 하고 젓가락으로 한껏 냉면을 집어 입으로 투하했다. 기대가 커서일까 별다른 느낌이 없다. 새벽부터 일어나 장장 4시간이나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와서 먹는 냉면 한 그릇의 맛은 허탈했다. 허기만 달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백령도 시내라는 진천리에 도착하자 실망은 더 커졌다. 도로는 좁았고 도로 옆 건물과 집들은 볼품이 없다. 딱히 화려함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평범한 시골 마을이다. 하루밤을 묵어야 할 숙소에 들어서자 입이 딱 벌어졌다. 20여년 전 군대 시절 외박 나와 묵었던 숙소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기분이다. 방안은 높이 50㎝가량의 냉장고 한 대, 벽에 데롱데롱 매달린 소형 TV, 전화기 한 대, 이불 등이 들어 있는 조그만 벽장이 전부다. 화장실 벽엔 샤워기만 매달려 있고 세면대 위엔 치약 한통, 수건 몇 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마음을 비우고 백령도에서 제일 유명한 곳 중 하나인 두무진 포구로 향했다. 두무진 기암괴석은 서해 해금강이라고 불리울만큼 경관이 뛰어났다. 각양각색의 모양도 일품이었고 바위마다 가지고 있는 이름과 사연도 독특했다. 그런데 두무진 기암괴석을 보려면 몇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기암괴석을 보기 위해선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야 했다. 유람선은 규모가 작아 파도에 크게 흔들렸다. 배 옆은 관람객 안전을 위해 유리창으로 덮여 있지만 유리창 중간에 배 난간 철창이 기암괴석을 가려 배안에서 기암괴석을 보기가 힘들었다. 엔진 소음는 귀청을 뚫을 듯 굉음을 냈고 안내원의 안내방송이 뒤섞이자 머리까지 아팠다. 눈앞에 보이는 절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게다가 기암괴석을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그나마도 쉽지 않았다.

두무진 포구를 뒤로 하고 사곶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대형관광버스가 승객을 가득 채운 채 바다로 돌진했다. 버스를 탄 채 모래사장을 지나며 바다를 바라보는 경험은 경이로웠다. 해변을 걸으면 바다를 본적은 많지만 버스를 타고 보는 건 감흥이 달랐다. 버스에서 내려 모래사장을 밟아보니 바닥이 시멘트처럼 단단했다. 비행기 이착륙도 가능하다는 말이 그제야 수긍이 갔다. 다만 해수욕장이라고 하기에는 주변 편의시설이 부족했다. 그 흔한 기념품 상점도 눈에 잘 띠지 않았다.

어둠이 내려 숙소로 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답답한 마음에 시내로 나왔지만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자문을 해보니 막막하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지만 다음날 아침 배를 타고 4시간의 지루함을 생각하니 잠도 쉬 오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서둘러 선착장으로 향했다. 여객선에 올라타 의자에 앉자마자 그대로 눈을 감았다. 최선책이었다. 눈을 떠 보니 인천대교가 눈에 보인다. 다행이다. 인천항에 거의 도착한 모양이다.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 수 많은 관광자원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백령도. 다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인천=이현준기자 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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