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싼 인천시와 ㈜디씨알이(DCRE)의 갈등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시와 DCRE 모두 ‘시민들을 위해서’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법리로만 서로를 겁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와 DCRE는 지난 13일 1차 공방을 벌였다. 이날 열린 ‘용현·학익지구 도시개발사업의 공사중지 및 실시계획인가취소 행정처분 사전통지’에 대한 1차 청문회에서 시와 DCRE는 서로의 입장만 되풀이 했다.
갈등이 장기화되면 결국 그 피해는 시민들의 몫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명분과 실리를 만족하는 공감대 형성은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시 “법 위반…공사 중지, 실시계획인가 취소” vs DCRE “위법 없다…법적 절차 진행”
시는 공사 중지, 실시계획인가 취소 등 예고한 대로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시는 지난 4월 DCRE를 인천특별사법경찰에 고발했다. 용현·학익 사업 구역 내 1-1단지 공동주택 층수를 당초 2016년 환경영향평가에서 검토한 층수(14∼18층)와 달리 고층(22∼42층)으로 바꿔 착공했고, 이 과정에서 환경보전방안 재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또 DCRE가 사업 구역 내 땅 소유권을 신탁사로 이전하면서 관련 계획을 제출하지 않아 도시개발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공사 중지, 실시계획인가 취소 등 행정처분은 DCRE가 환경영향평가법·도시개발법 등 관련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소음방지대책을 위한 협의에 DCRE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DCRE는 관련법 위반 사항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DCRE는 지난 2020년 4월 도시개발사업 착공 이후, 2021년 시티오씨엘 1·3·4단지 아파트 2536세대, 오피스텔 1238실, 상가 338실에 대한 분양 및 착공과 관련해 승인권자인 시와 미추홀구 등 유관기관과의 적법한 협의와 인허가 절차를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DCRE 관계자는 "위법행위가 사실이면, 그동안 착공, 분양 과정에서 수십 차례의 협의와 인허가 절차 또한 모두 위법하다는 의미"라며 "협의와 인허가를 진행한 공무원들이 DCRE가 위법 행위를 했는데도 승인을 했거나, 혹은 위법인지 조차 몰랐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의 행정 처분에 대해 DCRE는 가처분 소송과 행정소송, 사업적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대응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 오락가락 행정 인천시, 소음대책 미루는 DCRE
갈등의 원인은 결국 제2경인고속도로 소음저감대책이 핵심이다.
당초 DCRE는 2016년 1차 환경보전방안에서 한국도로교통공사와 소음저감방안을 논의해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지 인근 경인고속도로 일부 520m 구간에 방음벽을 짓기로 했다.
이후 2018년 시로부터 2차 환경보전방안을 검토 받은 뒤 이듬해 인가까지 받았다. 2020년 8월에는 3차 환경보전방안을 검토 받아 인가를 마쳤다. 여기까지는 520m 구간 방음벽에 대한 변동은 없었다.
문제는 시가 2020년 6월 디씨알이의 공동주택 1-1단지 건축심의를 통과시키면서 시작됐다. 당시 시는 디씨알이의 42층 공동주택 건설 계획을 확인했다. 이후 미추홀구도 2020년 8월 1-1단지의 건설 승인을 내줬다.
DCRE는 42층 공동주택을 같은해 12월 착공 후 2021년 6월 분양했다. 하지만 시는 올해 4월에서야 DCRE가 층고 변경 후 환경보전방안 재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고발 조치했다. 시의 행정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DCRE도 소음대책에 미온적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층고를 변경해 1-1단지를 착공한 이후 2021년 9월 4차 환경보전방안 협의에서 520m의 방음벽을 방음터널로 바꾸기로 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2021년 12월 디씨알이의 4차 환경보전방안을 검토 후 ‘건축물배치, 건축물 이격거리, 층수 등을 고려해 소음영향을 3D모델로 예측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라’는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DCRE는 소음영향에 대한 예측치를 6개월이 넘은 지금까지도 시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DCRE는 예측치를 사용한 5차 환경보전방안을 수립해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는 소음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 "더 이상의 치킨게임은 안 된다"
이번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와 DCRE, 시민사회 등이 함께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적 다툼으로 자칫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시민들의 피해는 물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 이사장은 “청문회가 한 달 뒤 다시 열리게 됐다. 결국은 민선8기 유정복 인천시장 체제에서 다뤄야 할 양상으로 바뀔 것이다”며 “현재 시가 공사중지와, 실시계획인가 취소 등 일방적으로 강력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 잘못하면 1만 3000세대에 달하는 피해자가 나오는 지역 최대 민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시정부가 들어오면 합의점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와 기업, 시민사회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소음문제는 DCRE가 한국도로공사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시는 공사중지, 실시계획인가 취소 등의 카드로 치킨게임을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