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특정감사’를 진행하고, 주요 순화 용어 78개를 발표했다. 또한 일회성 감사에 그치지 않고자, 정기 감사제도 정착 등 올바른 공공언어를 쓰기 위한 중장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도의 공공언어 사용 실태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경기신문이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바꾸겠다” 했는데…도 보도자료, 여전히 ‘외국어·한자어’ 투성
② 인프라·글로벌·멘토링 등 관행적으로 쓰는 외국어도 다수
③ ‘스타트업 M&A 교육’·‘DMZ정책과’…사업·부서명 외국어 다듬어야
④ “국어책임관 1명으로는 한계…팀 수준으로 조직 확대해야”
<끝>
경기도(이하 도)가 지난해 정부 지자체 최초로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특정감사’를 진행했지만, 아쉽게도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가 정착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도의 특정감사는 대외적으로는 '전국 관공서 최초의 감사'이자 ‘민간의 시민과 국어 전문가들을 시민 감사관으로 위촉해 진행한 합동 감사’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 노력 덕에 도는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11회 국어책임관·국어문화원 공동연수회’에서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수상이 무색할 정도로 특정감사 이후에도 도 보도자료에서는 여전히 외국어·한자어, 로마자·한자 등이 다수 쓰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기신문이 특정감사 결과 발표로부터 6개월이 지난 올해 5~6월 도가 생산한 보도자료 총 690건을 조사한 결과 75.9%에서 외국어 단어와 낯선 한자어, 일본어 투 용어, 권위적 표현 등 고쳐 쓰기로 한 78개 용어를 순화하지 않고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이후’라고 하면 될 것을 ‘향후’로 쓴 한자어와 ‘누리집’으로 충분히 우리말로 쓸 수 있는데 ‘홈페이지’라고 외국어로 쓰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쉬운 우리말로 쓰기로 한 78개 용어 외에도 ‘인프라’(기반, 기반 시설), ‘글로벌’(세계, 세계적, 국제, 지구촌), 매칭(맞춤, 연결, 연계, 대응) 등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쓴 경우도 다수로 나타났다.
결국 위에서는 특정감사를 통해 쉬운 우리말로 된 공공언어를 사용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아래인 도 내부 구석구석까지는 그 의지가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한 번 자리 잡은 언어를 고쳐 쓴다는 것이 단번에 이뤄질 수 없는 어려운 일이라는 방증이다.
이에 도는 지속적인 교육으로 공공언어의 필요성을 직원들이 체화하고, 조직 또는 제도적으로 보다 더 강화할 고민을 하고 있다.
도 국어책임관 김태근 종무과장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감사’ 후 올해 국어문화진흥사업 예산을 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000만 원 증액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감수 범위를 도의회 의원들이 발의하는 조례안까지로 확대했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태근 종무과장은 “이전에는 집행부에서 제안하는 자치법규와 의회에 제출하는 조례만이 감수 대상이었다”며 “의원 발의 조례안은 연 100여 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감사 결과에서 제시된 4가지 개선사항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기적 감사 제도 정착 ▲포상 제도 방안 수립 및 시행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교육 방안 수립 ▲공공언어 교정 인공지능 장치 개발 및 보급’ 등이 제시됐는데, 국어책임부서인 종무과는 감사를 제외한 나머지 개선사항들을 이행 중이다.
포상은 ‘도지사 공무원 포상 계획’에 따라 올 연말에 공공언어 쓰기에 성과를 낸 우수 공무원 2명을 선정해 포상할 예정이다.
교육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도내 국어책임관 74명과 홍보담당자 74명 총 148명을 대상으로 경기문화재단 상상캠퍼스에서 진행했다.
국어책임관은 국어기본법에 따라 그 소속 기관과 지방자치단에에서 국어의 발전과 보급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교육 내용은 국어책임관의 역할과 임무를 살피는 국어책임관 제도의 이해, 국어정책의 현황과 과제, 수어·점자 진흥 등 언어복지 정책의 이해, 공공언어의 이해 등이다.
다만 공공언어 교정 인공지능 장치 개발 및 보급은 도 자체적으로 할 수 없는 사항이기도 해 중앙정부에 지속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 전반에 공공언어 사용이 자리잡는 게 녹록지 않다. 때문에 김 종무과장은 조직과 개인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국어책임관 1명이 관련 업무를 도맡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며, 관련 ‘조직(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과장은 “지금 하고 있는 공공언어 발굴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로 알리는 게 중요하기에, 팀 정도의 조직으로 강화해 전 직원들이 공공언어를 쓸 수 있게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의 의식 변화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공언어를 바르게 쓰려는 본인의 노력과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옆에서 시키거나 요청해도 할 수 없다”며 “도에서 발표한 78개 순화어만이라도 지킬 수 있도록 항상 옆에 놓고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쉬운 우리말 쓰기 특별취재팀 / 유연석·배덕훈·정경아·강현수 기자 ]
※ ‘우리말이 우리의 미래’는 경기신문, 문화체육관광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