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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와 편지에 아로새긴 이중섭의 애틋한 가족 사랑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중 이중섭 작품 집중 조명
엽서화·은지화·출판화·편지화 등 90여 점 전시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 전시 해설 녹음 재능 기부
내년 4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나는 우리 가족과 선량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진실로 새로운 표현을,

위대한 표현을 계속할 것이라오.

내 사랑하는 아내 남덕 천사 만세 만세.

 

1954년 화가 이중섭이 부인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이다.

 

1952년,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 그리고 두 아이들과 헤어진 이후 1955년 말까지 이중섭은 가족들에게 많은 편지를 보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두 아이들의 학교생활, 1955년 개인전 준비 과정, 일본으로 건너가기 위한 노력 등이 담겼다.

 

이중섭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엿볼 수 있는 편지를 비롯해 그의 작품 90여 점을 한자리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12일 개막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시대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 이중섭의 애틋한 가족 사랑을 집중 조망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4월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1488점 중 이중섭 작품 8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존 소장하고 있던 이중섭 작품 중 10점으로 구성한 전시다.

 

특히 1940년대 제작된 엽서화 40점이 대거 소장돼, 이번 전시에는 36점이 출품됐다. 3점에 머물던 은지화는 총 30점으로 늘어나 전시에서 27점을 볼 수 있다.

 

 

지난 10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중섭은 6·25 전쟁 때 급히 월남해 이전 작품은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엽서화는 이중섭의 화풍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또한 “은지화는 작은 크기 작품이지만, 이중섭 예술 세계의 상징과도 같다”며 “여러 은지화를 한자리에서 비교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큰 특징이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그의 작품세계를 1940년대와 1950년대로 나눠 소개한다. 1940년대는 이중섭이 일본 유학 시기부터 원산에 머무를 당시 작업한 연필화와 엽서화를, 1950년대는 제주도, 통영, 서울, 대구에서 그린 전성기 작품 및 은지화, 편지화 등을 선보인다.

 

◇ 끊임없이 작품에 정진했던 이중섭의 1940년대

 

이중섭은 1936년 일본 도쿄 교외에 위치한 제국미술학교에 입학하며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이듬해 도쿄 문화학원으로 옮겨 1941년까지 수학했다. 이 시기 자유미술가협회전에 ‘서 있는 소’(1940), ‘소묘’(1941), ‘망월’(1943) 등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1950년 한국 전쟁으로 월남하면서 작품 대부분을 원산에 두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1940년대 주요 작품으로 문화학원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이름 이남덕)에게 1940년부터 1943년까지 보낸 엽서화가 전시된다.

 

이중섭은 9×14㎝ 크기의 관제엽서 앞면에 그림을 그리고 뒷면에는 주소를 남겼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엽서화는 총 88점으로, 엽서화에는 이중섭의 서명과 우편 소인이 남아 있어 작품 연도를 알 수 있다. 연도별로 구분하면 1940년 1점, 1941년 75점, 1942년 9점, 1943년에 보낸 것 3점이다.

 

 

이 중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은 엽서화 중 가장 빠른 1940년 12월 25일자에 보낸 것으로, 작가는 먹지를 사용해 선을 베껴 낸 뒤 채색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엽서화와 함께 여인상, 소년상을 그린 연필화 등을 만날 수 있다.

 

여인상은 ‘소와 여인’(1942), ‘여인’(1942)으로 ‘제7회 미술창작가협회전’에 출품한 작품들이다. ‘소년’(1942-1945)과 ‘세 사람’(1942-1945)은 이중섭이 1945년 10월에 열린 ‘해방기념미술전람회’에 출품을 위해 원산에서 가져왔으나 시일이 늦어 출품하지 못했다.

 

 

◇ 가족을 그리워 한 이중섭의 1950년대

 

이중섭은 1950년 부산으로 월남한 뒤 1956년 사망하기 전까지 제주도, 통영, 대구, 서울 등지를 옮겨 다니며 작업을 지속했다.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뒤, 그의 작품에서 가족은 더욱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별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이 온 가족이 모여 있는 모습을 통해 표현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중섭이 제주도에 정착한 이후 그린 작품으로 추정되는 ‘가족과 첫눈’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날 서귀포까지 눈을 맞으며 가족이 함께 걸어갔던 기억을 담았다. 작품 속에는 남녀노소가 초현실적으로 표현된 커다란 새, 물고기 사이에서 첫눈을 맞으며 뒹굴고 있다.

 

 

은지화에도 주로 가족과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가족을 그리는 화가’는 가족이 모두 함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가 자신이 그려져 있다. 그 주변부에 물고기와 게가 등장하는데, 이는 가족들과 헤어진 후 서귀포 시절을 추억하며 그린 것으로 보인다.

 

이중섭은 공예가 유강열의 초청을 받아 옮겨간 통영에서 1953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머물며 소 연작 등 대표작들을 제작했다. 미도파백화점 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작품전’(1955)을 앞두고는 매일 작품을 그려낼 만큼 열성적이었다. 이때의 왕성했던 창작력은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편지 가장자리에 그려진 그림들에서 당시 대표작들을 추측해볼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는 ‘닭과 병아리’(1950년대 전반)와 ‘물놀이 하는 아이들’(1950년대 전반) 등 2점이 이건희컬렉션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1980년대 전시된 이후 오랜만에 공개되는 ‘춤추는 가족’(1950년대 전반)과 ‘손과 새들’(1950년대 전반) 등 2점도 볼 수 있다.

 

한편,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이 재능 기부로 이번 전시 해설 안내에 참여했다. 제주는 이중섭이 1951년 정착해 가족들과 1년 간 지낸 곳으로, 그의 작품 세계가 완성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전시 해설 안내는 국립현대미술관 앱과 전시장 내 큐알(QR)코드를 통해 누구나 들을 수 있으며, 안내 창구에서 기기 대여도 가능하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8월 12일부터 내년 4월 23일까지.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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