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태원 참사 관련 행안부·경찰청·소방청 업무보고를 진행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방침에 행안위가 들러리 서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에 대한 행안부·경찰청·소방청 등 정부 당국의 현안 보고를 받기 위한 자리였다.

당초 사고 수습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현안만 빠르게 보고 받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 각 기관장의 보고 내용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것과 다를 바 없어 전체회의 연 이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오후 2시에 개회된 전체회의 업무보고에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사과 발언이 끝나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렇게 일방적인 회의 진행이 어디있냐”고 소리 높여 말했다.

용 의원은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책임지지 않고 조용히 하라는 정부의 방침에 행안위가 들러리 서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있으라는 것이다. 도대체 왜 국회 행안위가 들러리로 서야하나. 이러면 나쁜 선례가 남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채익 행안위원장은 “오늘은 여야 간에 정부 현안 보고를 일단 받고 애도 기간이 끝나면 위원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 질의할 시간을 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용 의원은 “국회가 확인해야 할 것, 규명해야 할 것을 정쟁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재차 따져물었다. 별다른 대답 없이 이 위원장이 업무보고를 이어가려고 하자 용 의원은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 장관의 업무보고가 끝나자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언론에 나온 내용 망라해서 보고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문 의원이 거듭 질의 요청을 하자 회의장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아울러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이날 업무보고가 끝나자 “너무 평이했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왜 사고가 났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계획 등이 있어야 하는데 조금 답답한 면이 있다”며 “진실을 밝히고 문제는 문책하고 책임도 물어야 진정한 추모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조기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별도의 현안 질의 시간을 갖는 것이 이른감이 있다”며 이날 회의 진행 방식의 취지를 상기시켰다.

이 의원은 “위원님들이 하고 싶은 질의가 얼마나 많겠나. 사후 야당 간사와 (협의해) 국민들에게 사고 원인 규명하고 수습 과정을 설명해 드리겠다”며 “티끌 하나 남김없이 공개해서 국민 여러분께 말씀 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개회 50여분 만에 산회를 선포, 오는 5일까지 예정된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고 이른 시일 내에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행안위 다음 전체회의는 예산안이 상정되는 10일로 이날 현안 질의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