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내놓은 ‘9·7 부동산 대책’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경기 지역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업성 부족과 복잡한 절차에 막혀 있던 리모델링 사업들이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에 힘입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용인·안양·수원 등 경기 남부권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도내 8개 시 49개 단지, 총 5만 296세대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지역별로는 용인시가 13곳으로 가장 많고, 안양시 10곳, 수원시 8곳 순으로 나타났다. 리모델링 수요가 경기 남부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리모델링 제도 개선이다. 전용 85㎡ 초과 대형 평형을 두 가구 이상으로 분할해 일반분양이 가능해졌다. 늘어난 분양 물량만큼 사업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조합원 입장에서는 경제성이 크게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추가 공급 효과도 기대된다.
조합 운영 절차도 간소화된다. 총회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할 수 있고,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주택건설사업자 등록 없이도 사업 시행이 가능하다. 아울러 조합원 20% 이상이 요구하면 전문기관의 공사비 검증이 의무화돼 사업 투명성 역시 강화된다.
정부는 리모델링뿐 아니라 정비사업 전반의 속도전을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섰다. 기존에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후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수년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두 절차를 단 한 번의 총회에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평균 15년 이상 걸리던 정비사업 기간을 최소 3년 이상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용인, 안양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고질적인 신축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경기 남부권의 일부 지역은 신축 공급이 사실상 끊긴 상태다. 용인 수지구의 경우 지난해 ‘e편한세상 죽전 프리미어포레’(430가구)를 끝으로 최근 3년간 100가구 이상 신규 입주 단지가 전무하다. 인구 85만 명에 달하는 도시에서 대규모 공급이 사실상 끊긴 셈이다.
리얼투데이 분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경기 남부권에서만 리모델링으로 최대 6만 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최근 연평균 수도권 신규 입주 물량의 약 15%에 해당한다.
한 건설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리모델링은 합리적인 공급 대안으로 부상했다”며 “특히 용인·안양·수원은 입지와 수요가 뒷받침돼 이번 대책 이후 본격적인 사업 가속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대형 평형 분할 분양 허용은 조합의 사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조치”라며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와 동시에 조합원 부담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