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 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를 두고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우려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지만, 이 말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을 의미하는지, 언론이 제대로 알고 보도하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언론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라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의 말과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여당 대표의 말을 옮겨 적으면서, 공권력을 동원하겠다는 의미인지 아닌지 파악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희생은 최대한 막아야 하지만 무력 충돌로 발생하는 상황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뉴스임은 분명해서 그 시기가 언제인가에 좀 더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언론은 노동쟁의 관련 보도에 소극적이다. 대우조선 하청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건 6월 2일이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대표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불법행위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6월 21일 열기 전까지만 해도 대우조선 하청 노조의 파업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음날인 22일 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세로‧높이 1미터의 철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뒀다. 쪼그려 앉은 유 부지회장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손팻말을 움켜쥐고 비좁은 철창 사이로 얼굴을
언론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바닥 수준이라는 한탄은 새롭지 않게 들린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행하는 ‘디지털 뉴스리포트’ 뉴스 신뢰도 평가에서 최하위 혹은 꼴찌 수준이라는 평가를 종종 듣기 때문이다. 한국은 46개 국가 중에 2021년 38위, 2022년 올해는 40위라는 결과를 받았다.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은 전 세계적인 경향이다. 2021년 평균 44%였던 신뢰도 수준은 일 년 사이 42%로 낮아졌다. 뉴스리포트는 코로나 영향을 지목했다. 다른 정보원에 비해 공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사 뉴스에 대한 신뢰가 상승했었다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니까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가 30%로, 글로벌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5년 전인 2017년 23%였던 것에 비하면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조사는 “최근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뉴스 기피 문항을 추가했다. 뉴스 기피 경험은 뉴스 신뢰도가 낮을수록 많게 나타났다. 뉴스 기피 경험자들은 “뉴스를 보면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이라거나
“1980년 5월에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있고, 인터넷이 있고, SNS가 발달했다면, 신군부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했을 겁니다.” 나경택 기자는 지금도 5월이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기자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는 쉽게 잊히지 않는 듯했다. 광주 지역 대부분의 기자들이 그랬듯 그 참상을 목격하고도 신문에 기사 한 줄, 사진 한 장을 싣지 못했다. 신군부의 보도통제 때문이었다. TBS가 5·18민주화운동 42주년 특집으로 제작한 ‘오일팔 증명사진관’에서 나 기자는 당시 광주의 상황을 밖으로 알릴 수만 있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광주는 고립무원의 도시였다. 광주와 전남 지역 외 다른 곳에서는 광주의 진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정부는 광주시민을 무자비한 폭도로 매도했다. 나 기자는 건물에 숨어 촬영을 계속했다. 옷 안에 카메라를 숨기고 다녔다. 건물 옥상에서 군용헬기가 자신을 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황급히 숨었던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그는 계엄군이 시민을 곤봉으로 구타하는 장면을 찍었다. 광주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름과 사진을 잃을 수 없었다.
노인학대 근절, 모두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2017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의 고령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이며, 65세 이상 인구는 16.5%로 노인 빈곤율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노인복지 대책과 이들에 대한 인권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2020년 노인학대신고 건수는 1만 6973건으로 2019년 1만 6072건보다 5.6% 늘어났고, 이 가운데 학대사례 건수는 6259건을 차지해 전년의 5243건보다 19.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장소는 가정이 88%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노인요양시설 등이 8.3%였다. 학대행위자는 아들 34.2%, 배우자 31.7%, 기관 13%, 딸 8.8% 순으로 대부분 가족으로부터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대부분 가정 안에서 존속으로부터 가해가 이뤄지기 때문에 자식 일이라 차마 터놓지 못하고 혼자 고통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은 바 이에 대응책을 함께 고민해보자. 첫째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고 경찰이나 노인보호 전문기관에 신고하도록 올바른 인식전환 등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둘째 노노부양(노인이 노인을 부양)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아프
영화 공기살인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을 소재로 했다. 의사이자 주인공인 태훈은 아들의 급성 간질성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아내의 급사를 겪으면서 이 상황의 원인을 찾아보려 나선다. 유사한 증상을 겪는 환자들 사례를 살펴보던 그는 아들과 아내가 누웠던 침대 곁 가습기에 시선을 멈춘다. 태훈의 눈빛이 흔들린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유통되기 시작해서 2011년 판매 금지가 되기 전까지 17년간 43개 제품, 총 998만 개가 판매됐다. 당시 언론은 가습기를 정기적으로 소독해주어야 한다며 광고와 기사로 가습기 살균제를 소개하고 홍보했다. 제품을 사용한 사람은 4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 중 56만 명은 몸에 크고 작은 건강상의 피해를 경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7,685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1,751명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끝나지 않은 사회적 참사다. 정부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 제품을 걸러낼 검증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했다. 기업은 제품의 독성을 알면서 숨겼다. 이 사건을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그런데 언론의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기자회견에서 “정말 외람되오나”라며 질문을 시작했던 기자가 자신의 표현에 대해 사과하고, 공식 해명했다. 오마이뉴스에서 밝힌 해당 기자의 말인즉 “답변자가 윤석열 당선인이기 때문에 쓴 표현은 아니었다”고 했다. 평소 인터뷰 때에도 상대방이 누구든 난처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예의상 입버릇처럼 썼던 표현이었고 이 논란이 있고서야 적절치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해당 기자는 지난 13일 윤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인수위 관련 질문을 하고 그 뒤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특검’에 대해 추가로 질문했다. 미디어오늘 보도를 살펴보면 1인 1질문 체제에서 질문을 연달아 했던 상황인지라 다른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차원이기도 해서 “정말 외람되오나”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YTN ‘돌발영상’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졌다고 한다. 기자는 당일 기자회견에서 주제와 맞지 않은 사안임에도 당선인에게 누군가는 질문을 해주길 바라던 것이었기에 분위기를 고려한 표현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표현에만 주목하지 말고 질문의 전체 내용과 상황의 맥락을 고려해 보면 오히려 윤 당선인에게는 유리할 게 없는 압박성 질문이었다고 강
“토론하면 싸움밖에 안 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경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지지율 높은 대선 후보가 ‘토론해 봤자’ 하는 태도를 보이니 당연히 논란이 일었다. 윤 후보가 토론을 안 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게 됐지만 토론해 봤자 이득 있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는 단면을 드러내 흘려 넘길 수는 없었다. 토론은 정치 및 선거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뉴스는 선거 정보에 언론의 선택과 배제가 관여한다. TV토론은 언론의 간섭을 최소화한다. 정치 정보를 언론이 틀짓기 하려 든다고 우려하는 대중에게 TV토론은 정치인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유권자가 알아야 할 정책 또는 이슈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후보자의 외모나 말투와 같은 이미지만 두드러지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다. 마치 하나의 정치 쇼처럼 비춘다는 지적이다. 정치 이슈 실종과 이미지 천착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하다. 이번엔 TV토론이 후보자 얘기를 더 길게, 깊게 들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TV토론은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후보마다 시간 탓하며 얼버무리거나 상대 후보 반론을 가로막는다. 사회자가 주의를 줘도 후보자가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숫자처럼 일상화되어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하고 이 사회는 본래부터 저러해서, 저러한 것이 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훈 작가의 ‘빛과 어둠-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글의 일부이다. 2018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활동을 기록한 책 ‘김용균이라는 빛’을 발간하는 자리에서 작가가 소리내 읊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삶의 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생명의 안위보다 그 무엇도 앞세워 이야기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매년 공시하는 ‘안전경영책임보고서’를 보면 2016년 이후 2020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수는 총 39명이다. 이 중 1명은 본사(직영) 직원이지만 나머지는 ‘건설발주’로 구분했다. ‘하청’이 아니라 ‘발주’에 의한 사고사로 표시를 했다. 산재 사망사고 뉴스를 접하다 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하청 혹은 협력업체라는 표현이다. 희생자 다수가 직영 직원이 아니기에 하청 업체 근로자, 협력사 직원, 하도급업체 노동
선거 막판까지 여론조사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것인가? 그렇지 못할 수 있다. 이번처럼 주요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높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나온 여론조사 결과조차 지지율이 엇갈리는 초접전 상황이다. 여야 대선 주자 모두 ‘가족 리스크’로 지지율 자체가 하락했을 것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로 인해 누구에게 표가 더해지고 빠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 상당수 언론은 양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 득실을 따져가며 누가 앞서고 누가 뒤지느냐를 점치는 ‘경마 중계식 저널리즘’을 선뵈고 있다. 언론이 선거를 경마 중계하듯 흥미진진한 게임처럼 해서 누가 결승점에 먼저 도착할지 주목하게 하는 보도 방식이다. 이렇게 보도하면 선두 그룹 후보자에 대한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집중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대신 후보자가 내놓는 정책이나 이념의 문제는 재미가 크게 떨어진다. 독자는 경쟁 상황 자체에 조급할 뿐이다. 조금이라도 앞서길 바라고 마음이 닿는 후보가 이 게임에서 맹렬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니까 더 고집스러워지기도 쉽다. 지난 20일 선거 80일을 앞둔 시기 KBS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33.7%, 윤석
취재 보도 원칙 중에 기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이 ‘정확성’이다. 공정성, 심층성이 덜 중요하다고 말할 바는 아니지만 흥미성이나 신속성보다는 정보를 정확하게 모으는 기술을 우선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취재원의 말을, 정부의 발표를 정확하게 받아 적는 취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자가 팩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본래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는 데서 찾아진다. 대선 후보자의 유세를 직접 보지 못한 독자를 대신해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수집할 것인가? 물론 그런 이유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후보자와 연관한 사건을 제대로 전달해서 유권자가 판단을 정확하게 하도록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기사를 읽고 판단할 독자를 유권자로 위치하게 하는 보도 기술. 이런 부분을 기자들이 종종 간과하는 것 같아서 하는 소리다. 22살 강도영(가명)씨는 2심 법원에서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존속살해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의 아버지는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었다. 강 씨는 군입대를 위해 휴학한 상태였다. 아버지의 입원 이후 월 30만 원의 월세가 밀렸다. 입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