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5월 광주에서의 체험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갖고 있었으리라.’ 소설가 임철우(53)씨가 장편소설 ‘봄날’의 집필을 끝낸 후에 꺼냈던 말이다. 임씨에게 광주는 하나의 운명이었다. 평론가 남진우씨는 작가란 천형(天刑)을 달게 받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는 세상과 끝없이 몸을 섞는 일을 형벌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의 형벌 또한 마찬가지였던 듯싶다. “5·18은 민주주의 고귀한 희생” “여러 곳에서 얘기했지만, 난 특별하게 한 것이 없다. 다만 한 사람의 시민이었을 뿐. 군중과 함께 몇 개의 돌멩이를 던지고, 개처럼 거리에서 쫓겨 다니고, 분노와 공포, 절망과 슬픔에 몇 번이나 눈물을 쏟았고…… 그게 전부이다. 내 선배들과 친구들 중엔 항쟁의 중심으로 뛰어들어 싸우다 죽고, 끌려가고, 행방불명된 이들도 있지만, 난 정작 겁에 질려 징징 울고 다니기만 했을 뿐이다. 그 일에 대한 죄책감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그 이후 단 한순간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고백하자면, 분노와 슬픔뿐만 아니라 바로 그 죄책감과 부끄러
16일 인천 신세계갤러리 화가 전운영씨는 오랫동안 자연풍경을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전씨는 강원도 정선을 비롯해 전남 보성과 경북 문경 등을 여행하면서 경험한 풍경에 대해 애정을 담고 표현해 내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자연 풍경, 정물 등을 다채롭고 변화 있는 색감으로 재현해내는 한편 색채와 자연을 매개로 삼아 인간애를 비롯해 시적 정취를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전씨는 빛의 작가라고 불린다. 그의 작품에선 산 속의 이름 모를 계곡의 한적한 외로움, 고향으로 가는 길목의 정겨움, 산길에서 느껴지는 봄날의 생명력 등 자연과의 작은 속삭임들을 느낄 수 있다. 미술평론가 박황재형은 전씨의 작품에 대해 평범한 일상의 창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한편 하나의 새로운 문제의식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연에 대해 외면적인 탐구 뿐만 아니라 내부에 담겨진 세계를 꺼내 빛과 색을 촉매로 단순 재현을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이다. 전씨는 인천 신세계갤러리에서 12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번 신작들은 더욱 작아진 색채의 파편들로 구성, 순수한 자연의 리얼리티와 색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또한 단순히 자연의 모방이 아닌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있다. 16일부터
‘계절의 변화는 여성의 옷차림에서 온다?’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거리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여름이 가까워져서 일까. 거리를 지나는 이들의 옷차림은 한결 가벼워지고 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제법 있지만, 한낮의 거리는 여름을 방불케한다. 도심 곳곳에는 여름마케팅이 한창이다. 계절의 변화는 여자들이 먼저 아는 법. 여름이 가까워지는 5월, 올여름 여성 패션 경향을 알아본다. ▲올 여름의 거리는 빛나는 소재가 접수한다 올봄부터 이어지는 유행은 빛나는 것들이다. 이름하여 퓨처리즘.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복고풍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는 1950~1960년대 유행되던 미래주의(퓨처리즘)의 한 형태에서 기인한다. 국내·외 잡지들을 보면 올 봄과 여름은 퓨처리즘과 스포티즘이 주를 이루고 있다. 퓨처리즘의 대표적인 형태는 영화 ‘메트릭스’에 등장하는 옷들을 떠올리면 된다. 동대문 의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장식 달린 셔츠나 나염 의류 등의 판매가 증가되고 있다. 특히 옷 장식에는 광택 소재의 구슬이 대세이다. 여기에 미니멀한 옷차림의 영향으로 간결한 디자인에 포인트로 쓰이는 광택 옷장식이 눈길을 끈
포저 조익 1611년 작품… 후손 첫 공개 연암 초상·실학서적 등 보물급 수두룩 창립 10주년을 맞은 경기문화재단이 포저 조익 가문 미공개 보물급 유물을 전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전시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포저 조익이 광해군 3년인 1611년에 함경도 안변의 고산도 찰방으로 좌천됐을 때 그린 매화그림인 ‘묵매도’이다. 포저 조익은 대표적인 소론집안이자 대동법을 주장한 인물. ‘실학과 효 유물 특별전’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전시는 포저 조익의 후손들이 가문소장 유물을 일부 기증으로 마련됐다. 실학과 효 특별전은 많은 전시품들이 일반에게 최초로 공개되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여기에 지난해 실학박물관 기공식때 일부 공개됐던 연암 박지원과 혜강 최한기, 일본 난학자료 등 미공개 보물급 유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연암 박지원의 초상은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가문에서 소장해 온 유일본으로 최초로 원본이 공개된다. 또 그의 손자인 환재 박규수가 직접 제작한 지구의 설계인 ‘평혼의(平渾儀)’도 종이로 제작된 유일본이다. 혜강 최한기의
지난해 노환으로 별세한 숙당(叔堂) 배정례(裴貞禮) 화백의 특별전시회가 12일부터 28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당 전시장에서 열린다. 숙당은 미인도의 대가로 알려진 인물. 숙당의 미인도는 치밀한 세필묘사와 화려한 색채로 인해 인물과 현실공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회에선 숙당의 대표적인 미인도와 산수화, 화조도 등 100여점을 비롯해 유품과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도쿄 일본미술대학 출신인 숙당은 구한말 시서화의 대가로 명성을 떨친 진제 배석린 화백의 딸이며, 세필 채색화의 거장인 이당 김은호 화백의 유일한 여제자다. 특히 운보 김기창, 월전 장우성과 함께 이당 화백 문하에서 그림을 배워 미인도 분야의 독보적인 화가로 활동해왔다.
사내아이 같은 소녀가 손을 들어 공을 던지려 한다. 누군가 소녀를 부른다. 매미 울음소리가 귀를 찌를 듯하다. 소녀는 공을 머리 위로 든채 고개를 두리번 거린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야구방망이를 손에 든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소년의 등뒤로 야구장의 전조등이 아스라이 스쳐간다. 머뭇거리던 소녀가 손을 높이 들어 공을 힘껏 던진다. 야구장을 따라 이어진 나무들이 온통 파랗다. 소년이 방망이로 공을 힘껏 친다. 공이 솟아 오르는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그림처럼 떠다니고있다. 뭉게구름 사이로 공이 사라진다. 페이드 아웃. 자막이 뜬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자막은 물론 일본어. 이는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예고판이다. 물론 정식버전이 아닌 어느 블로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사실상 어른들이 봤을 때는, 성장소설같은 청소년 애니메이션으로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 포털사이트 여러곳에서 이 영화에 대한 글들을 올리는 것들을 보면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
올해로 12회를 맞는 인디포럼이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인디포럼은 1996년 젊은 감독들이 직접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기획한 영화제이다. 올해 인디포럼은 59편의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신작전, 포럼 등 다채로운 행사로 독립영화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뜨거운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그렇다면, 심기열전’이라는 표어로 진행되는 인디포럼2007은 10일 신작전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3인의 사회로개막식을 개최한다. 특히 영화 ‘상징적 그녀’에서 어느 여배우의 고민을 리얼하게 보여준 고수희씨를 비롯해 ‘불을 지펴라’에서 록큰롤과 짐모리슨을 동경해 탈북한 소년을 연기한 유형근씨와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임지규씨 등이 사회자로 나서 관심을 끈다. 또 개막공연으로는 올해로 밴드 결성 10년이 되는 록큰롤 밴드 ‘오! 브라더스’가 흥겨운 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는 치열한 공모 끝에 선정된 95편을 마련, 신작전에서는 상업영화에서 접할 수 없는 이야기와 감수성으로 영화의 경계를 넓히는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개막작으로는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아우르는 ‘유령소나타’와 해외입양아이자 성노동자·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을 지닌 한 개인
동양과 서양이 만난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이 동·서양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봄날의 저녁 풍경을 스케치할 예정이다. 바람이 삽상한 저녁, 늦은 산책을 나설 일이 있다면 오는 11일 인계동에 있는 경기도문화의전당 부근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이번 연주회는 스트라빈스키의 무용 모음곡 ‘불새’를 비롯해 중국 작곡가 4명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황하’,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8번 ‘더 그레이트’로 진행된다. 지휘는 박은성씨. 특히 평론가 모리스 힌손으로 부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피아니스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를 받은 한세대 음대 교수인 피아니스트 임미정씨가 협연자로 나서 관심을 끈다. 11일 오후 7시30분, 175회 정기연주회.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 문의)031-228-2318.
12일 금난새·유라시안 필 첫 공연 ‘감동 무대’ 선사 하남문화예술회관(이하 하남문예회관)이 11일 ‘하남그랜드오프닝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첫 포문을 연다. ‘재미와 유익함’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하남그랜드오프닝페스티벌은 손범수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120분 동안 환상의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바리톤 김동규씨와 대중가수 인순이, SG워너비가 개막축하 무대를 펼치는 한편, 풍장21 예술단의 북 대향연 등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는 다채로운 자리가 펼쳐진다. 이어 하남문화회관은 12일 개관기념 첫 공연으로 대극장 검단홀에서 금난새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하남판타지(HANAM FANTASY)’를 진행한다. 하남판타지는 클래식이 생소한 관객들을 위해 지휘자 금난새씨의 설명이 더해져 한층 더 재미있는 공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소극장 아랑홀에서 국립모스크바중앙극장의 ‘진기한 콘서트’가 열리며, 13일에는 ‘클래시컬 비틀즈’, 18일 아르헨티나 넌버벌 퍼포먼스 ‘메이킹 사운드’, 24일과 25일 유니버셜
조선 지식인들 글쓰기 노하우 책제목 :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지은이 : 한정주·엄윤숙 펴낸곳 : 포럼 256쪽, 9천800원 “생각을 그려라! 생각을 꽃 피워라! 글은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조선 시대의 글쓰기는 과연 어땠을까? 그런 궁금증이 생긴다면 이 책을 볼 것. 조선시대의 지식인들은 글쓰기에 대해 사유를 중요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록을 중시하며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글쓰기가 모방과 답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논술은 누구나 잘할수 있다 책제목 : 논술 잘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지은이 : 김다정 펴낸곳 : 이채 262쪽, 1만2천원 누구나 논술을 잘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논술은 국어책만 읽을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책은 논술이 무엇인지, 논술을 왜 해야하는지,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제시해주고 있다. 책 제목만 본다면 마치 ‘인생을 위한 성공전략’ 쯤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논술을 잘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은 책 전체가 논술문제이다. 저자는 논술을 잘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