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학에 아시혈이라는 경혈개념이 있다. 눌러보았을 때 환자가 아파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리를 가리키는데 아(阿)는 ‘아~ ’라는 고통스러운 신음의 음차이고, 시(是)는 ‘여기다’라는 뜻이다. 낯선 단어이지만 뜻은 친숙하다. 아시혈의 용어를 처음 사용한 당대(唐代)의 명의 손사막은 그의 저서 (천금방)에서 “눌렀을 때 깊은 곳에서 통증이 느껴진다고 하면, 함요처가 아니라도 그 자리가 혈자리가 된다. 그 자리를 자극하면 시원하다고 하거나 혹은 아파하기 때문에 아시(阿是;아, 거기예요.) 하는 곳”으로 침과 뜸치료를 하면 효과가 있다고 말하며 아시혈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조선시대 침구명의인 허임 – 400년 전의 조선과 현재를 오가는 인기리에 방영된 사극 (명불허전)의 모델이 된 실존인물이다. 김남길이 허임역을 맡았다- 의 저서 (침구경험방)에서도 아시혈에 대한 언급을 하는데 그는 아시혈의 특징을 눌러서 아픈 것 더해서 근육이 뭉쳐서 만들어진 경결점의 개념을 추가한다, 아시혈은 정해진 자리가 없다. 그래서 혈자리가 계속 변동된다는 점을 강조해서 부정혈(不定穴)로, 치료를 시행하는 그때에 적절하게 반응해서 확인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천응혈(天應穴)이라
언젠가 친척 어르신 한분이 전화로 건강상담을 하셨다. 증상인 즉. 목이 뻐근하게 아프고 한쪽 팔이 저리고 당기는 것이었다. 체크해봐야 할 검사와 일상에서의 자세와 운동 등 변화가 필요한 것들을 설명드리며 이어진 나의 대답은 내원 치료가 필요한데 먼 거리를 고려하여 근처 한의원에서의 침치료를 권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목이 아프고 팔이 저리는 등의 증상이 침으로 치료가 되냐고 반문하셨다. 약침 등 다양한 침에 대한 안내와 함께 치료효과를 설명하자. 놀라워하시며 지금 이렇게 설명을 들어서 이제야 알게 되었지 정말 지금까지는 몰랐다고 반색을 하셨다. 반면에 몸의 상태가 그렇지 않은데 침만으로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최근 무릎의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의 경우가 있었다. 걷기가 힘든 지경이 되었는데 정형외과의 치료로 호전이 없었다고 하며 침을 맞아볼까 해서 내원하였다. 어릴 때부터 약했던 무릎인데 치료를 하고 조심하기도 하고 해서 성인이 되어서는 일상에 불편이 없었다가 출퇴근 왕복 4시간과 계속되는 과로와 스트레스에 다시 통증이 조금씩 시작되는 것을 시작으로 갱년기 이후의 호르몬 저하 등의 복합상황과 함께 증상이 심해진 분이었다. 면역이 관
이번에는 꼬꼬마 한의사일 때, 특히나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수많은 중환자들 속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인턴 시절의 기억의 한 자락을 꺼내볼까 한다. 그 병원은 중풍전문병원으로서 엄격한 관리시스템 덕분인지 항상 전국에서 오는 중풍환자들로 풀 베드(full-bed;입원실이 빈 곳이 없는 상태를 그렇게 불렀다)인 곳이었다. 중증의 중풍환자들은 마비가 심하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항상 침상에 누워있게 된다. 그런데 오랜 시간 동안 한 방향으로만 누워있으면 눌려있는면 살이 체중의 무게를 받기에 욕창이 생기기 쉽다. 한마디로 살이 짓물러 상처가 나고 곪아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세를 수시간마다 바꾸어주기를 지도하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잘 안되어 욕창이 심한 반신마비의 중증 중풍의 노인환자분이 입원하게 되었다. 꼬리뼈 부근의 엉덩이살이 짓물러서 탁구공 반개 정도로 파여 있었다. 인턴인 내가 드레싱(소독)을 담당했었는데 드레싱 할때 마다 너무 안쓰러웠다. 문제는 열심히 드레싱을 해도 낫지 않는 거였다. 나이도 많고 병도 중하고 하니 치유력이 저하되어 낫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부위가 넓어지는듯했다. 그때 레지던트들이 침 치료를 하자고 했는데. 전체적으로 기혈순환
벌써 10년 전이다. 한 산모가 증상이 너무 심해 입덧이 심한 시기인 산후 9주-11주 사이 거의 음식을 못 먹고 힘들어서 내원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자가요법을 하던 중 다른 것은 효과가 없고 맘까페에서 추천받아 해외직구로 구입한 것이 조금 효과가 있었다고 가지고 왔는데 바로 내관혈 자극기라고 부르는 손목밴드였다. 손목에 시계처럼 찰 수 있게 되었는데 내관이라는 손목 내측에 있는 혈자리 부위에는 볼록하게 요철이 있어서 그 요철을 압박하면 혈 근처를 자극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단순한 장치였다. 내관혈이 소화기 질환 등에 효과적인 혈자리인지라 입덧에도 효과가 있기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오늘 언급하려는 EFT도 한의학의 경락의 경혈을 자극하는 법만 달리했고 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큰 맥락에서 내관혈 자극기와 비슷하다. EFT는 한의학에 관심이 많았던 로저 칼라한이라는 임상심리학자가 우연히 물 공포증 환자를 치료하다가 경락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이 감정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만든 치료법을 공학을 전공한 게리 그레이그가 보다 쉽게 실용적이고 대중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EFT를 기존의 약물, 상담치료 등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호전이 없었던 베트남
‘침구동인’ 이라는 것이 있다. 그 청동으로(또는 청동처럼 색을 입혀) 만든 인체 모형은 혹자는 한의원에 진료를 받을 때 한 번씩 보았을 수도 있고 TV 드라마에서 한의원의 배경으로 봤을 법도 한 풍경이지만 실제는 침구경락학의 요약지도라고 할 수 있다. 예전의(긴 시간 전의) 침구학의 연구자들이 인체의 경락과 경혈을 청동으로 만든 인체모형에 새겨 표시해 놓았던 것인데 세월이 흘러 현대에는 보급형 플라스틱 인체모형에 WHO에서 정한 국제표준경혈명의 영문이 새겨져 있기도 하고 최근은 경혈경락 어플 속의 3D 모형으로 컴퓨터나 모바일 속의 이미지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내용은 긴 세월 동안 변함이 거의 없다. 나의 진료실 한켠에도 꽤 큰 ‘침구동인’이 그렇게 시간을 건너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그 동인을 한의원에 ‘침 한번 맞으러’ 치료를 받으러 왔지만 한 번도 침 치료를 받은 적 없는 이들에게 동인의 몸에 새겨진 오랜 지혜의 흔적과 함께 소개한다. 환자들 중에서도 한의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 오랜시간 공부를 한 분들도 만나기도 하고 모 대학의 피부미용학 수업시간에 안면의 해부학과 함께 경락과 경혈을 가르치는 분의 경락학에 관한 지식을 뽐내는 것을 접하기
만약 당신이 인식론, 정신질환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야구심판이라고 가정해본다면 어디에 속할까? 심판들은 다음의 다섯 종류가 있다. 그저 퀴즈이니 편한 마음으로 임해 보길 바란다. 1) 볼이 있고 스트라이크가 있고, 나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판정한다. 2) 볼이 있고 스트라이크가 있고, 나는 그것을 내가 본대로 판정한다. 3) 볼도 스트라이크도, 내가 판정할 때만 있다, 4) 볼이 있고 스트라이크가 있고, 내가 사용하는 대로 나는 그것들을 판정한다. 5) 볼도 스트라이크도 선언하지 않겠다. 애초에 불공평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답은 다음과 같다. 1)의 심판은 이는 강한 실재론자로서 정신질환은 추상적 실체로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을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2)의 심판은 유명론자로서 정신질환은 존재하지만 진단이 그것들을 정확히 분류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3)의 심판은 구성론자로 정신질환은 구조물과 같아서 그것을 나타내는 사람들과 동떨어져서 불확실한 실체를 가진다. 4)의 심판은 실용주의자로 정신질환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므로 우리는 최선의 그리고 최소한의 위해를 목적으로 진단을 사용한다. 5)의 심판은 사스주의자이다. 정신질환은 사회 통제의 수단이고 그것에
내가 진료하는 한의원의 이름은, 말하자니 좀 쑥스러운데, 어느 작명소에서 지었다. 나의 진료공간을 시작한다는 두려움반 설레임반으로 소개받은 작명소를 찾아 작명해주는 분이 제안한 이름 여럿 중에서 부르기 쉬워보이는 ‘다강’으로 선택하였다. 생소한 조어라 그런지 개원하고 다강이라는 한의원이름의 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럴 때 “‘많을 다(多)’ ‘편안할 강(康)’ 으로 ‘강’자는 건강에서의 강자예요. 몸도 마음도 자신도 주변도 두루두루 다 편안하고 건강하라는 뜻이랍니다.” 라고 설명하면 정말 한의원 이름답다고 하며 끄덕끄덕했던 분들의 기억이 지나간다. 우리말에서 건강이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탈이 없고 튼튼함, 또는 그런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굳세고(健) 편안함(康)으로 정신과 신체가 튼튼하고 온전할 때 탈(어려움,고통)없이 편안하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데 이는 한의학에서 정기가 튼튼하면 병이 오지 않는다.(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의 온전함에 중심을 두는 관점이 언어에도 스며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영어에서는 건강(health)는 질병의 부재(absence of illness)로 정의되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다. 실제로 질
나는 내 앞의 그녀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이러저러한 자신의 증상을 호소한후에 잠을 계속 잘 못자서 그런가. 하는 혼잣말을 하는 그녀에게 말이다. 5일전부터 소변이 1,2시간에 한번씩 자주나와서 모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미세한 혈뇨가 보인다고 간단한 처방을 받았는데 남편이 한의원가서 보약지어먹고 빨리 회복하라고 성화여서 한의원에 들른 차였다. 나는 혈뇨가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말하며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혈뇨일지라도 지금부터 몸을 잘 돌볼 것을 일렀다. 어느식당에서 서빙을 하는일을 하루 종일 소변생각도 잊을 만큼 바쁘고 고되다. 열심히 해서인지 손님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일할 때는 힘든줄 모르다가 밤이 되면 넘 피곤하데 밤에는 편치 않아 잠을 잘 못잤다고 하였다. 검은 흙빛의 얼굴로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표정은 밝은 그녀다. “그래요. 잠이 보약입니다. 지금 필요한 한약을 복용하면서 제가 안내하는데로 일상생활을 관리하면 점점 좋아질거예요. 잠을 잘 못잤던 분들은 몸이 회복될때까지는 잠이 많아진답니다. 몸이 이제까지 쌓인 피로를 풀려고 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니 잠이 오면 주무세요. 한달 쉴 수 있어 정말 다행이예요. ” 수면장애의 대표적 증상인
“이렇게 힘든데 검사해봐도 이상이 없다고 하고 그런데 아프고 치료해도 낫지 않는것이 힘들어요.” 그녀는 종합병원에서 온몸을 스캔하듯이 한 심전도, 심초음파, MRI, 면역학적 검사까지 포함한 가능한 모든 혈액, 소변등의 실험실검사를 포함한 여러 검사상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대해서 힘들어했다. 검사상 이상이 없다면 그건 아직 혈액검사나 가타 영상검사 등에서 측정될 정도의 물질적, 기질적 변화가 없다는것이니까 이제 기능적인 부분에 대해서 치료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말은 그녀에게 전혀 닿지가 않았다. 사실 그녀는 산부인과에서 이미 다낭성난소증후군과 질염, 위염, 경추디스크 진단도 받았다. 다만 그 병명과 그에 대한 약들은 그녀가 가슴을 비롯한 몸의 여러부분에서 두근거리고 목구멍이 답답해서 잠을 자지못하고 다리와 둔부, 목과 어깨 등 전신의 여러군데에서 발생하는 고통에 도움을 줄수 없었다. 그녀는 내원시 심한 우울과 중등도의 불안소견을 보였는데 그녀가 가장 불안한 원인은 무슨병인지 모르는데 힘든 증상들이 있는것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피임약을 다시 복용하기 시작하고서부터 두근거림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 피임약은 정맥혈전의 부작용이
왜 그럴듯한 남성조차 여성존중에 실패하는가? 정의당의 장혜영 의원은 당대표가 자신을 성추행한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국민들에게 발표한 글에서 위와 같이 물었다. 사실 나도 계속 그것이 오래동안 궁금했다. 왜 그럴듯한 그들이 여성을 존중함에 실패하는가? 선한 가치의 추구, 인간 진보에 대한 희망과 그것에 대한 실천을 표방하는 이들이 왜 바로 옆의 여성을 존중하는데 성공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궁금한 그것을 물을수도 없었고 행여 아주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어 물어도 대답은 석연치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하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니가 너무 예민하다는 말을 많도 많이 들었다. 그러던차에 나의 오랜 내적물음을 표면화시킨 장의원의 글들은 나만 아팠던 것이 아니구나 나만 궁금했던 것이 아니구나 위로가 되었다. 문제제기를 하는 국회의원이 대한민국 국회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희망을 보았다. 급진적 여성주의를 표명하던 한 여성의원은 한 한의사모임에 참여해서 그 모임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던 나에게 건배를 청하며 자신이 여성주의를 내세우며 핍박을 받은 역사를 알려 주었다.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과거에 어떤 시선을 받았는지 알기에 그녀의 용기에 지지를 보내었다. 그 말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