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상륙한지 10년도 안돼 게임체인저가 되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OTT는 이미 지상파를 비롯한 전통적 방송의 대체재로 자리매김 했다. 더글로리나 오징어게임을 보며 우리는 K콘텐츠에 환호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190개국 글로벌 시청자를 대상으로 K콘텐츠는 대한민국과 우리 기업의 신인도를 상승시켰다. CNN에 따르면 한국의 여권(패스포트)파워는 전세계2위라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산업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막대해지는 영향력에 이젠 무서움마저 생긴다. 넷플릭스로 말미암아 한국 드라마는 정형화된 패턴을 깼다.광고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지상파의 드라마 작법에서 벗어나 드라마가 자유로와졌다. 정해진 시간에 최대 노출을 꾀하는 지상파와는 달리 넷플릭스는 화제성 높은 드라마로 신규가입자를 확보해야한다..
지난해 10월 29일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닫혀진 공간으로부터 해방감을 맛보기 위해 할로윈 축제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 159명이 목숨을 잃어 사랑했던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영원한 이별을 해야 했다. 이 참사로 인한 고통은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가족들에게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사고의 원인규명과 피해자 보상 등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 이상민장관은 25일 '10·29 참사 1주기에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재난·안전 담당 장관으로서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한 마음이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부는 고인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부당한 2차 가해가 없도록 하여 고인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입장문 만으로는 매우 부족하다. 유가족..
지역마다 가을 행사 한마당이다. 경기도에서도 수원, 포천, 연천, 파주, 남양주, 용인, 안산 가릴 것 없이 문화축제가 소복하게 열렸다. 해 저문 때, 레이저 불빛과 불꽃놀이를 보다보면 가을 밤하늘은 멋스럽다. 여름 내내 지쳐있던 감성이 살포시 살아난다. 음악, 미술, 공연, 특산물 축제는 이념 논쟁으로 불편했던 심기에 활력제로 작용했다. 불경기라고 난리지만, 문화축제기간 만큼은 행복하다. 시민들에겐 무형의 보물과 같은 존재다. 더욱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빛나는 수원의 ‘2023 힐링폴링 수원화성’ ‘수원화성미디어아트’ ‘수원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4개 행사는 경기도민의 힐링에 압권이다. 우리 조상의 지적(知的) 활동에 따른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성문과 성곽의 조형물에 레이저로 구현하는 미디어 쇼는 시민에게 파토스를 제공했다. 아쉬..
우리는 흔히 전동킥보드로 불리는 PM(Personal Mobility, 개인형이동장치)을 타고 이동하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단거리 이동에 특화된 교통수단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 때문인데, PM을 바라보는 교통경찰들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일부 PM이용자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난폭하게 운행하거나, 사용 후 보행로에 방치하듯 주차하는 등 무질서한 행위 때문이다. 또한 PM은 안전기능이 거의 없고, 특히 등화장치가 부족해 야간운행 시 위험하며 이용자의 전신이 노출되는 특징이 있어, 사소한 사고에도 높은 사상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7년 PM이 국내 도입된 이후로 매년 약 2배가량 운영대수가 증가하고 있고, 2022년에는 PM 운영대수가 10만대가 넘었으며, 사고발생 건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
10년 전인 지난 2013년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감싸고 있는 마을 행궁동에서 매우 특별한 일이 벌어졌다. ‘생태교통 수원 2013’이 시작된 9월1일 아침 행궁동 지역에 있던 자동차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기적적인 일이었다. 생태교통 수원 2013은 석유가 고갈된 미래 상황을 가정, 주민들이 자동차 없이 무동력 교통수단만을 이용해 한 달 동안 생활해보는 프로젝트였다. 마을의 모습도 바뀌었다. 간판정비사업 등 경관조성 사업이 실시됐다. 중심 도로엔 소나무를 심었고 화서문로, 신풍로 특화거리와 옛길에 대한 정비가 실시됐다. 차량이 아닌 사람을 위해 옛길이 아름답게 정비됐다. 전신주가 철거되고 흉물스럽게 늘어져 있던 전선은 땅 속으로 묻혔다. 자동차가 사라진 대신 어두웠던 마을이 밝아지고 활기가 돌았다. 이 기간 동안 행궁동에서는 각종 축제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인질 납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알아흘리 병원 폭발까지 모두 무고한 주민의 희생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가자지구 내에 있던 알아흘리 병원은 민간인과 환자의 치료에 전력을 다하던 의료시설이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을 키웠다. 예고 없던 폭발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전쟁 상황이라지만 너무하다는 의미다. 학살, 전쟁 범죄, 국제법 위반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전쟁법이라고도 불리는 국제인도법은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병원을 공격할 수는 있지만 이곳이 전투원을 숨기거나 진지 역할을 한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경우여야 한다는 식이다. ‘잔인한 전쟁’에 대한 우..
미국의 아치미션재단이 ‘억만년 보관소(Billion Year Archive) 프로젝트’를 추진하였습니다. 혹시 닥칠지 모르는 지구 최후의 날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들은 인류의 지식과 지혜가 담긴 백업자료를 달에 보관하려고 했습니다. 그 백업자료를 통해서, 살아남은 후손들로 하여금 인류의 문명을 다시 복원시키겠다는 취지였습니다. 2019년 아치미션재단은 3천만 페이지 분량의 저장장치 25개를 탐사선에 실어 달로 보냈습니다. 이 때 실어 보낸 저장장치를 ‘달 도서관(Lunar Library)’이라고 부릅니다. 달 도서관에는 위키백과 영어판과 5000가지 언어로 제작된 번역샘플 15억 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탐사선은 무사히 달 표면에 착륙하지 못했습니다. 달의 표면 어딘가에는 지금도 부서진 달 도서관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달 도서관과..
‘제1종 가축전염병’인 소 바이러스성 질병 럼피스킨병이 국내 축산농장에서 세찬 확산세를 나타내고 있다.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3일 오후 5시 기준 경기도 평택·김포의 농장들을 포함한 확진 사례가 총 17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잇단 전염병과 사룟값, 인건비에 시달려온 축산농가들을 위해서라도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걷잡을 수 없이 이어지는 가축전염병 기승은 우리나라의 공장식 축산 방식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럼피스킨병은 지난 20일 첫 발생 사례가 보고됐고 지난 21일 3건, 다음날 6건이 발생했다. 확진된 경기도의 축산농장은 김포시 한우농장(109마리), 평택시 젖소농장(84마리), 화성시 한우농장(92마리), 화성시 젖소농장(70마리) 등이다. 이 외에도 의심 사례 4건은 현재 정밀검사 중이다. 바이러스는 현재..
서두르자. 단풍이 왔다. 한국 가을을 대표하는 붉은 잎.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의 절정. 가을은 화사하기보단 곱고, 빛나기보다는 찬연하다. 생동하는 봄 뒤엔 열정적인 여름이 기다리지만 찬연한 가을 뒤에는 시린 겨울이 이어진다. 가을은 모두 져버린 후 휴식기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풍성한 축제의 시기다. 이 시기 전국은 들썩인다. 서울역과 교대역 등지에서는 가을만큼 울긋불긋한 사람들을 태운 대형버스가 줄지어 전국으로 출발하고, 유명한 단풍명소와 sns 사진 명소는 단풍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설악산과 오대산은 물론, 지리산과 내장산을 비롯해 아름답다는 산마다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400여 종의 단풍들이 붉게 빛나며 어우러지는 화담숲과 둘레길을 따라 단풍과 은행나무가 가득한 남한산성은 새벽에 도착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차가 막힌다. 코로나 시대가 지나가고 한류열풍이 부는 지금은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을 관광하러 온 외국인들도 많다. 사람이 그토록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곳을 찾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지금 이 순간, 단풍놀이를 해야 해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만끽해야 하니까. 가을이 유독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큰 일교차 때문이기도 하지만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로 뒤덮인 봄에 비해 찬란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드높은 하늘 아래 점점 색이 바래며 새로운 색을 입는 자연 앞에서 사람들의 가슴도 물든다. 삶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정신을 드높인다. 그러나 짧은 가을은 미루는 순간 가버린다. 날씨와 일과 기분을 핑계 대다 보면 어느새 사라진다. 단풍은 더하다. 산 전체 중 정상에서 약 20% 물든 ‘첫 단풍’으로부터 80%가 물든 ‘단풍 절정’에 이르기까지는 약 20일 정도 소요된다. 주말이 두세 번 지나면 올해의 단풍은 끝이라는 뜻이다. 가장 예쁜 시기는 한 주도 안 된다. 올해는 강원도 오대산과 설악산 단풍이 10월 중순부터 시작하며 지리산과 남부지방의 단풍은 11월 초에 끝난다. 멀리 떠날 여유가 없다면 꼭 단풍놀이가 아니어도 괜찮다. 서울 하늘공원과 남산둘레길, 양재시민의숲과 서울숲에서, 시흥 갯골생태공원과 안산 갈대습지, 연천 임진강댑싸리공원과 파주 율곡습지공원에서, 가족과 함께라면 안성 팜랜드나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가볍게 나들이를 해도 좋다. 가을은 댑싸리의 분홍빛에서도, 갈대의 금빛에서도 찬란하게 반짝인다. 풍성한 먹거리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가을 축제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즐기는 트레킹 등 가을을 맞이한 각 지역의 프로그램도 가득하다. 동네 공원에 조성된 단풍나무 한 그루, 아이 손바닥 같은 붉은 잎 하나에서도 충분히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어느새 산간 지역에서는 서리가 쌓이고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가을도 삶도 짧다. 지금 이 순간, 단풍놀이를 하자.
총선을 앞둔 하나의 지표로 여겨지던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양당의 해야 할 과제를 분명히 했다. 여당은 선거 패배 후 예상과 같이 윤석열 정치검찰 세력과 기존 정치세력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구체적 불만을 토로하는 유승민, 이준석 등으로 대표되는 후자 그룹의 신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심지어 윤석열 신당 창당설까지 들린다. 선거 결과를 빌미로 기존 국민의힘당 정치인이 당을 혁신시키면서 당 주도권을 잡을 것도 예상할 수는 있으나, 정치검찰이라는 여당의 권력 속성 상 그런 전개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선거에 승리한 민주당 역시 앞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내부 계파 갈등 치유도 시급하고 정치검찰의 집요한 당 대표 공격 대응이 우선 과제라면, 지난 정부 시절 집권 여당으로서 행정과 입법이라는 두 개의 권력을 위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