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콜드게임으로 패했다. 후폭풍이 만만찮다. 호기롭던 집행부는 김장철 배추가 소금 세례를 맞은 듯 풀이 죽었다. 패배 원인과 활로 찾기에 나선 모습이 호떡집에 불난 듯 요란하다. 하지만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통령실의 지침 때문인지 웅얼거림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의 뒤틀린 심사를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집권당에 우호적인 기사로 도배질해왔던 보수신문들도 ‘내가 언제 그런 조언 했었냐’는 투로 돌변했다. 낯뜨겁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야당이 잘했기 때문이라고 믿는 유권자는 없다. 딱 하나 원인을 꼽는다면 대통령실과 집권당의 실책 남발이다. 아울러 내편이라고 생각했던 특정 언론과 아부성 기사에 휘둘린 결과다. 하루하루의 여론을 전하는 일은 언론의 본질적 책무다. 언론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민주사회라면 선거결과에 놀라는 경우가 많아서는 안된다. 일방적인 결과가 나와 유권자는 울고 웃어도, 언론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변은 언론 기능에 치명적인 결함 신호다. 언론이 듣기 좋은 기사만 편식하는 국정운영자들의 ‘고맙다’는 말에 취해 유권자인 국민 여론을 뒤전으로 밀어냈기 때문에 일어난다. 11일(투표날) 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인 새벽 5시 50분, 연합뉴스와 연합뉴스 TV는 여론조사 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시행한 조사결과라며 여러 꼭지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중 하나가 ‘내일 총선이라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 32.6% vs 민주당 31.3%’라는 보도였다. 이 조사자료는 투표 당일 거의 모든 언론이 받아 썼고, 하루 종일 포털의 주요기사로 자리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이 조사자료를 인용, 서울에서 ‘국민의힘이 39.2%, 민주당이 26.8%’라며 오차의 범위를 크게 넘는 12.4%로 집권당의 지지도가 높다고 보도했다. 하루도 안 돼 엉터리 조사라는 게 판명됐다. 선거 6일 전부터 여론조사 보도가 금지돼 있는 현행법의 취지는 안중에 없었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7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내용과 이를 평하는 조선일보의 사설도 눈에 띄었다. “대법원장 후보 35년 만에 인준 부결, ‘이재명 방탄 의혹’ 부인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균용 후보자가 김명수 사법부를 줄곧 비판해왔다고 그를 두둔했다. 아울러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라는 대통령실 입장 만을 담았다. 21년 전인 2002년 대통령 선거 일 새벽 1시가 넘어 “나라의 운명을 결정 짓는 날”이란 사설을 “정몽준, 노무현을 버렸다”로 바꿔 내보냈던 전력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언론은 스스로 정치권이 쉽지 않은 상대로 여기게끔 해야 한다. 언론이 특정 정치세력과 한통속이 돼 ‘나 이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알랑대거나 ‘맹목적인 편들기’를 하는 것은 국민과 언론 간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지난주에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 사격경기 시상식장의 모습을 돌이켜 본다. 금메달은 한국, 은메달은 북한. 시상식 후 금ㆍ은ㆍ동 메달을 수상한 모든 선수들이 함께 시상대에서 기념 촬영함이 관례인가 본데, 우리 선수단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선수단이 참여를 거부해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유도에서는 패자인 우리 선수가 승자인 북한 선수를 찾아가 승리를 축하하며 악수를 청했으나 북한선수는 무심하게 이를 거부하고 돌아섰다. 예를 중시하는 유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 이런 냉랭한 분위기는 탁구, 농구에서도 볼 수 있었다. 가슴이 아린 안타까운 모습들이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추억해 본다. 나는 그 때 북한선수단의 선수촌에서 통일부 연락관으로 북한선수단을 지원하는 일을 했었다. SBS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여 북한선수단 선수촌에서 인터뷰를 했다. 기자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훈련 내용, 소속, 언제부터 축구를 했는가, 결혼 여부, 애인은 있는가, 북한 여자 축구의 현황 등 등. 그러던 중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한국 남자 축구 선수들과 같은 운동장에서 함께 연습할 때 무슨 대화를 나누었습니까?” 조금도 거리낌이 없는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우린 연습을 어떻게 하는가, 하루에 몇 시간 연습을 하는가, 뭐 이런 훈련에 관련한 것들을 물어 보는데, 가네들은 아 길세, 애인 있는가, 나 어떤가 뭐 온통 여자밖에 관심이 없더구만요” 그러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던진 한마디가 명언! “기리니까, 가들 금메달 못 땄지요!” 기자, 남북 연락관, 선수들 모두가 깔깔깔! 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북선수간 경기를 시청하면서 내 머릿속은 온통 20년 전의 부산 아시안게임 남북 선수단의 아름다운 만남과 지금의 안타까움이 뒤섞여 혼란스러웠고 가슴엔 울분이 가득했었다. 누가 우리네 젊은이들의 이 즐거움을 빼앗아 갔는가. 다시 그런 기쁨을 이들에게 돌려 줄 길은 없는가. 정치인들은 언제나 국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안겨 주겠다고 공언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늘 자신들의 권력 쟁취나 유지를 위한 거짓으로 점철된 행동으로 우리를 자주 실망케 한다. 남북간 화해와 평화, 그리고 번영은 남북 주민 모두의 꿈임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그런데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가 장애물이 되려고 한다. 전쟁으로 얼룩져 가는 현 세계정세 속에서 남북간의 대화를 재개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궁리를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어렵게 합의한 남북간 군사합의를 파기하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걱정이 태산 같다. 남북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정치, 남북관계를 재개하고 공동번영의 길을 찾는 길에 매진하라는, 국정기조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 번 강서구 보궐선거에서의 민심이 분명한데, 이 정부가 이런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는 있는지... 답답하다.
전국 곳곳에서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싱크홀’은 국민에게는 발밑의 지뢰나 마찬가지다. 아무 경계심 없이 지나다니는 길이 느닷없이 아래로 꺼지고 사람이나 운행 중인 차량이 빠지는 일을 놓고 단순히 불운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싱크홀’의 대다수가 공사관리 부실이나 안전불감증에서 기인한다면 얘기는 더욱 달라진다. 대개 인재(人災)에 해당하는 싱크홀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인력과 장비 확충·예산 확보 등 예방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황희(서울 양천갑)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총 879건이었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모두 90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88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62년 그가 쓴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은 지금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다. 이 소설은 우연히 세상에 나온 게 아니다. 저자의 풍부하고 생생한 경험에서 비롯된 고도의 전략이 들어있는 애민 소설이다. 위고는 소설가, 시인, 극작가, 만화가였지만 유명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양 분야에서 펼친 그의 헌신과 이념 싸움은 ‘레미제라블’을 더욱 흥미진진하고 리얼하게 만들었다. 이 독보적인 작가는 1840년대까지 왕당파였다. 하지만 점차 민주주의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루이 필립 왕의 은총으로 1848년 파리 8구의 시장이 된 그는 이듬해 제헌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1849년 7월 9일 의회 당선연설에서 빈곤과 부자들의 이기주의에 반대하는 투항을 보임으로써 보수주의자들을 전율케 했다. 민중..
사회적경제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이다. 필자는 10월 11일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주최한 ‘경기도 사회적경제 쇼케이스 및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쇼케이스는 무대로 꾸며진 런웨이(runway)에서 사회적기업인들이 무대로 걸어나오면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내빈소개와 인사말을 과감하게 없앴고, 사회적경제인들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경기도 사회적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김동연 지사는 사회적경제의 네 가지 비전을 발표했다. 임팩트 유니콘기업 100개 육성, 성공한 사회적경제기업 모델 프랜차이즈화, 공공·민간의 우선구매 1조원 시장 조성, 사회적경제 조직 1만 2천개 확대이다. 김..
경기도의 골목 골목을 누비며 도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마을버스들이 경영난·인력난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비용 증가, 승객 감소 등으로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데다가 필수 인력마저 조달이 어렵다 보니 정상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중이다. 버스 기사의 과로, 배차 지연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에게 ‘교통 불편’의 불똥이 튀기 일보 직전이다. 마을버스가 멈춰 세워지지 않도록 지원체계의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경기도 내에서 운영되는 마을버스 업체는 모두 147곳으로서 버스 2137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757대는 운수종사자 조달이 어려워 운행을 못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마을버스 834개 노선의 정상 운영을 위해서는 버스 1대당 2.6 명의 운수종사자가 필요해 산술적으로 필요한 인원은 7542명이다. 하..
최근 두가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첫째, 청문회 줄행랑으로 스타가 된 김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주식파킹’논란에 대해 여당의원 조차 "명백한 통정매매이자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해명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며 비판했던 후보자이지만 윤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본다면 임명을 강행할걸로 예상했다. 사실 그랬다. 대통령이 임명하고자 했던 장관후보자들 중에 각종 의혹에 휩싸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었는가? 그럼에도 취임 17개월 동안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18명에 이른다. 법무부에서 한다던 인사검증은 도데체 하기는 하는건지, 이럴거면 인사청문회가 왜 필요한지 회의가 들 정도였다. 그러니 아무리 김행후보자가 치명적 결격사유에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로 윤대통령이 지명을..
추수가 한창이다. 논농사의 특성상 벼 베기를 할 때는 농부들이 모여 같이 일을 하는 모습, 새참을 함께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좋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중장년의 젊은 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이들은 대개 평소 다른 직업을 갖고 일하다가 농사일이 바쁠 때 연로하신 부모님을 대신해 긴급 투입되는 겸업농가의 구성원들이다. 평상시 농가를 방문하면 고령의 어르신들이 농사를 짓고 계신다.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70세 이상 농가 가구주가 전체 농가의 55.9%를 차지한다. 어르신께 자식들은 농사를 안 짓냐고 여쭤보면 다들 인근의 직장에 일을 나간다고 한다. 시급 높은 아르바이트 일을 하거나 매달 또박또박 월급 받을 수 있는, 농사일보다 수익성이 높은 일로 사람들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가의 소득구조 및 소비성..
화성미래연구소 이사인 이경렬(화성지역학연구소 상임연구원) 시인은 오래 전부터 “경주에서 화성의 당성까지의 길을 ‘원효 구도의 길’로 정해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를 잇는다면 유럽 산티아고 순례길 부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대표 순례길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원효성사와 관련된 우리나라 사찰을 모두 답사한 바 있는 원효연구가이기도 하다. 원효성사는 ‘화쟁사상과 일심사상으로 해동불교를 확립한 대성사’ ‘한국불교의 한 획을 그은 선각자’ ‘동아시아 불교의 교학체계를 아우르며 일체유심조를 천명’했다는 평가를 받는 위대한 스승이다. 그가 깨달음을 얻은 곳이 화성시 마도면 백곡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와 관련된 학술발표회가 13일 오후 2시부터 화성시 마도면 마도문화센터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다. 화성지역..
사회서비스는 사회적 취약 계층의 자립과 생활 능력을 높여 주기 위한 지원 제도이며,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 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사회서비스는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함께 제공하여 자활의 능력을 심어 주는 데 주력함으로써 생활의 불안 요인을 실질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회서비스는 혁신을 통해 공정한 사회 구현과 사회문제 해결, 그리고 공공 책임성 강화라는 기대 속에서도 민간 중심의 공급 구조로 인해 서비스 시설에 대한 신뢰도와 국민의 정책 체감도 하락이라는 우려감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온 국민이 체감하는 보편적 돌봄서비스 구축을 위해 사회서비스 혁신은 꼭 필요하다. 사회서비스의 수요는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로 인해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다. 이는 경제사회발전에 비해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공투자가 미흡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국민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서비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민간 위주의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품질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으며, 사회서비스 사업 종사자들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낮은 임금 수준이 사회적 돌봄서비스의 안정적 공급과 서비스 품질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사회서비스의 스케일업과 규모화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영세한 사업체로서의 단점과 제도상의 여러 문제점을 보완함으로써 규모화가 가능한 사회적 경제 조직의 발굴과 육성이 필요하다. 반면에 사회서비스의 규모화와 시장화가 서비스의 품질과 접근성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서비스 제공자의 진입 결격사유나 퇴출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의 스케일업과 규모화에 대한 의사결정은 서비스의 품질뿐만 아니라 공공성,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권리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 진행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5년마다 사회서비스 기본계획과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여 혁신형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을 지정·지원하고 사회서비스 품질 인증제를 도입함으로써 사회서비스 기반 조성을 위한 재정 및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중앙사회서비스원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공유화 사업‘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표준모델 개발 및 홍보 지원을 해줌으로써 거점기관이 가맹본부 역할을 하고 공유기관(가맹사업자)들은 일정 규모로 스케일업이 되어 거점기관과 상생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사업이다. 사회서비스의 프랜차이즈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통해 사회서비스 사업의 규모화를 이루고 가맹사업자들의 스케일업이 이루어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 사업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어디서나 균등하고 높은 품질의 사회서비스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위해서는 장기요양 제도의 개편 및 인프라 확충, 다양한 민간주도형 시니어 복지 지원, 요양서비스 민간화 확대 등 민·관의 보다 적극적인 협력과 혁신 활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