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읽고 보기가 두렵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정책이 뒤죽박죽이다. 메가톤급 뉴스가 숨가쁘게 터져 나온다. 복잡한 사안을 정리해줄 언론이 절실하다. 그러나 언론 생리를 잘 아는 스핀 닥터(미디어 홍보전문가)들이 꾸민 이벤트를 단순 전달하기에 바쁘다. 지난 5일(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空賣渡)를 다음날부터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가 허용한다. 일반화된 금융제도라는 말이다. 갚을 시점에서 주식이 내리면 투자자가 돈을 벌고, 반대면 손실을 본다. 손실도 볼 수 있음을 거론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유리하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대부분 언론은 주식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금융위원장의 발언 등 공매도 금지 논리만 부각하고, 부작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미진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정부에서 국민의힘에서 요구한 공매도 전면금지를 무게 있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정치 논리가 개입됐음을 자인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첫날 코스피는 134 포인트(5.66%)가 폭등, 상승폭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조선일보는 주가가 급등한 월요일 이슈를 전하는 화요일자 지면에서 ‘총선 어젠다 전쟁 불붙었다’는 1면 머릿기사를 실었다. 4·5면 두 면을 할애, 정책 대결로의 변화라며 반겼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주식시장은 꺾였다. 공매도 금지 직전인 3일과 비교하면, 1주일새 1.7%(41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조선은 토요일 지면에서 ‘첫날 급등했다 주르륵···공매도 금지, 반짝 효과’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도 ‘잠시 환호했지만, 더 깊은 미궁 속으로’라는 기사 한 문장으로 잘못된 정책임을 지적했고, 사설에서 ‘정부·여당이 앞장서는 포퓰리즘 정책들’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평소 이 신문의 입장과는 크게 달랐다. 우리나라는 주식을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행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 있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행해졌던 공매도는 ‘차입 공매도’ 방식이었다.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장기간 보유해야 빌릴 수 있는 대차거래다. 개인투자자는 일정한 증거금을 내야 주식을 빌릴 수 있는 대주거래 방식이다. 공매도 금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COVID-19) 사태 등 세 번 있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위기를 악화시킬 우려 때문이었다.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한 세계 경제 위기에 따른 조치였다. 갑작스런 이번 공매도 금지가 국민에게 말못할 경제 위기 상황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다면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일 수밖에 없다.
두경부암은 구강, 인두, 후두 등 상기도 소화관에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악성 종양을 말한다. 두경부암에 걸리게 되면 음식을 먹는 것, 말하는 것, 숨 쉬는 것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음주와 흡연이다. 음주와 흡연의 기회가 많아지는 연말연시에 두경부암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60만 명 이상의 새로운 두경부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증가세가 뚜렷한데 최근 발표된 ‘2020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두경부암으로 새롭게 진단 받은 환자수는 5666명이다. 이는 2016년 5080명 대비 최근 5년간 12% 상승한 수치며, 2011년 4320명 대비 최근 10년간 31% 상승했다. 전체 두경부암 유병자수도 4만6694명..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주요한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관련 교통사고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PM의 사고율이 자동차 사고율을 상회하는가 하면, 치사율도 높아 제도적 안전대책이 요구된다. 열악한 주행 환경 개선과 더불어 속도 제한, 안전 운전 교육이 시급하다. 아이들이 철없는 용기에 휩쓸려 함부로 이용하다가 평생 씻지 못할 횡액을 당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발표한 ‘전동킥보드 최고 주행 속도 하향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PM 교통사고는 총 5690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총 67명이 사망하고 6281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8년 225건에 불과했던 사고는 지난해 23..
문화현장에 종사하면서 아쉬운 점은 문화정책은 정치적 활동으로서 그 중요성이 낮게 인식되고 있다. 정치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문화정책의 분야도 정치활동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책의 민족’을 쓴 역사가 맥스 I. 디몬트는 “사상이 인간을 움직이고, 역사를 창조하는 것도 사상이다. 사상이 없는 사회는 역사도 없다. 그런 사회는 숨만 쉴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세계사의 주역이 된 20세기까지 유대인의 4천년의 역사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1962년 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세계인구 중 0.2%인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 중 20%를 차지하고 모든 분야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는 책의 민족이기 때문이다. 사상을 기록하고 전파하며 역사를 만들어내는 역할은 결국 책문화에 있다. 책문화 정책은 저술과 창작, 출판정책, 서점정책, 도서관정책, 독서정책을 아우르며 문화정책이면서도 교육정책과도 연결되어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깊이 있는 사유를 하는 콘텐츠가 아닌 단편적이고 선정적인 가십성 뉴스들이 대거 넘쳐난다. 영상미디어의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의 뇌는 문자를 읽고 해독하는 과정에서 발달한다. 특히 유아기 때부터 문자 중심의 독서를 꾸준히 하는 아이들은 청소년기에도 문해력이 높아져 창의력이 높아지고 학업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학교에 학생들의 독서를 지도하는 독서교사가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책문화 정책은 문화정책이면서도 교육정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 관심을 가지고 법과 제도를 바탕으로 투자해야 하는 분야이다. 그러나 책문화 정책은 정치적으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국가의 책문화 정책을 고사키시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도서관법’의 근거로 되어 있는 대통령 소속의 국가도서관위원회를 문체부 소속으로 위상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에 따라 국가도서관위원회는 2022년 4월에 7기 임기 종료 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8기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 기능이 상실됐다. 국가도서관위원회는 도서관법에 따라 도서관발전종합계획 등 도서관 정책의 심의,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대통령 소속 기구로 노무현정부 때 설립되었으며, 대통령이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도서관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였다. 또한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2022년 8월 임기 종료 후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공석이다. 관장 공개 채용을 3차까지 공모했는데 적임자가 없다고 한다. 윤석열정부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의 가치와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인재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까? 뿐만 아니라 2024년 정부예산안 편성에서 출판산업 및 독서진흥 예산이 91% 대폭 삭감되었으며, 도서관 정책 관련 예산은 32.9% 삭감되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했다. 출판문화 및 독서와 관련된 예산은 12억원으로 2023년 147억원에 비해 91% 줄어들었다. 도서관 정책개발 및 서비스 환경 개선 예산은 2023년에 비해 55억원으로 32.9% 감소했다. 내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늘어났지만, 기초예술분야를 포함하여 책문화 정책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책문화는 국가의 문화경쟁력의 위상을 높이는 기초적인 토대이며 근간이다.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책문화를 향유해야 할 권리가 있는 국민의 문화기본권을 국가가 빼앗는 것이다. 삭감된 예산을 복구하여 균형감 있는 문화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국민의 문화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1981년 사형 제도를 폐지한 프랑스. 프랑수아 미테랑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곧 바로 인권에 위배되는 사형제도를 과감히 폐지했다. 그로 인해 그는 오늘날까지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이 사형 제도의 폐지는 수많은 인권옹호자들의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소설가이자 정치인이었던 빅토르 위고였다. 위고가 처음 사형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건 1828년 어느 날 저녁. 그는 파리 그레브(Grève) 광장에서 사형 집행인이 단두대에 기름을 붓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를 본 그는 오늘밤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쓴 글이 ‘사형수 최후의 날(Le Dernier jour d’un condamné)’이다. 끔찍한 집행 전 24시간 동안 사형수의 마지막 생각을 전하는 일기 형식의 짧은 소설이다. 그 후 1834년 위고는 ‘클로드 귀외(Claude Gueux)’ 라는 글을 한 편 더 썼다. 이 소설에서 그는 어린 시절 목격한 사형 집행의 잔인성을 묘사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그레브 광장에서 사형 집행인들이 단두대를 세우고 준비하는 작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사법적 살인’에 사로잡힌 사형 집행의 공포와 야만성에 반기를 들고 처벌의 부당성과 비효율성을 입증함으로써 여론을 변화시키는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작가적 재능과 정치적 지위를 이용하여 소설, 시, 법정에서 변론, 의회, 그리고 상원에서 연설과 투표를 통해 이 대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했다. 위고의 사형폐지 운동을 촉발시킨 그레브 광장. 파리 중심부인 4구에 위치한 이곳은 현재 파리 오텔드빌(시청)이 자리한 수려한 광장이다. 샤틀레(Châtelet) 역과 오텔드빌(Hôtel de Ville) 역이 지나는 이곳은 과거에 수도의 역사를 장식한 많은 에피소드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5세기 동안 주요 범죄자들을 위한 가장 끔찍한 공개 처형이 이곳에서 거행됐다. 군중들은 처형식 맨 앞줄에 앉으려고 서둘러 입장했다. 고문이 무서울수록 군중들은 즐거워했다. 그리고 사형 집행인이 완벽하게 기술을 발휘했을 때 그는 군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사형수는 죄목에 따라 불에 타거나, 구타당하거나, 교수형을 당하거나, 도끼로 목이 잘렸다. 최악의 범죄인 왕의 살인자는 능지처참에 처해졌다. 1610년 앙리 4세 왕을 살해한 라바이악(Ravaillac)은 이 그레브 광장에서 네 마리의 말에 의해 사지가 찢기는 능지처참 형을 당했다. 이 광장이 ‘그레브(파업) 광장’이라고 불린 이유는 큰 모래와 자갈이 나타나는 하천의 가장자리였기 때문이다. 센 강둑에 배들이 도착하면 노동자들은 화물을 하역하는 작업을 했다. 19세기 분노한 이 노동자들은 더 나은 임금과 더 인간적인 근로 조건을 요구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사업주들은 양보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모든 일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에서 ‘파업’의 탄생과 용어는 이런 역사적 일화를 가지고 있다.
경기도가 선도적 반려동물 복지정책 추진에 나섰다. 도는 동물등록률·유기 동물 입양률 향상, 반려동물 친화 공간 설치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반려동물 복지정책 추진계획을 밝혔다. 올해 반려동물 학대·도살에 대한 끔찍한 뉴스가 유독 많았던 경기도 지역에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실현하려는 정책은 시대 흐름에 부응하는 적절한 시도다. 경기도의 따뜻한 동물사랑 정책이 빛나는 성과로 이어지길 성원한다. 경기도는 선도적 반려동물 돌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그동안 도민 설문조사, 전문가 회의 등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경기 애니웰(AniWel) 실현’을 비전으로 하는 경기도형 반려동물 복지정책을 수립했다. 지난 11일 여주시에 개관한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반려마루’를 시작으로 경기도형 반려동물..
며칠 전 ‘시사IN’에서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인가?”라는 내용으로 진행한 설문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검사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한지 1년 반,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받는 가운데 실제 국민들은 검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설문은 마지막에 조국 전장관의 책 ‘디케의 눈물’에 나오는 문단 “군사독재 시대에서는 검찰권이 정치권력의 의도대로 운영되는 정도였다면, 이제 검찰 자체가 정치권력을 잡았다. ‘권력의 시녀’가 권력 자체가 된 것이다. 검찰청이 경찰청등 17개 청 위에 군림함은 물론, 정부 각 부서 요직에 전현직 검사를 배치해 검찰 가족이 지배하는 나라가 만들어졌다.”를 누가 적은 것인지 알리지 않고 내용에 동의하는지만 물었더니 62.4%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적나라한 문구에 왜 다수가 동의했을까?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검찰을 권위적이며(87.3%) 권력지향적인(84.6%) 집단이라 답했다. 기간의 행태를 보면 검찰은 권위적이란 말도 점잖은 표현이다. 얼마전 뉴스타파가 3년7개월을 싸워 법원명령으로 받아낸 검찰의 특활비 영수증은 먹칠되고 지워진채 “니들이 알아서 뭐해?”하고 말하고 있었다. 검찰은 영수증마저 권위적이었다. 그나마 확인된 내역만 봐도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나 정보수집에 쓰라는 특활비는 검사들의 회식비로, 휴대폰요금으로, 기념사진 비용 등으로 쓰여졌다. 특활비 오남용문제를 그렇게 떠들어도 법무부는 내년도 검찰 특활비 예산안을 예년처럼 80억 원 반영했다. 권력의 편견은 위험하다. 한동수 전 대검감찰부장의 증언에 따르면 윤석열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조선일보 사주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면서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다.'라며 해방 직후 오제도 검사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오제도검사는 일제치하에서 검찰서기로 근무하다 해방 후 특별임용시험을 거쳐 검사로 임관되어 대표적인 '극우 반공 검사'로 이름을 떨친 사람이다. 그는 민간인학살로 민족사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 보도연맹 결성을 주도하고 3‧15 부정선거 때 마산의거를 북한의 짓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불행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만주에서 독립군 때려잡던 관동군 출신들이 군대를, 독립군 고문하던 왜경출신들이 경찰을, 독립운동가들에게 형을 지우던 법원·검찰 출신들이 사법체계를 장악하면서 빚어졌다. 하여 그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독립운동하던 사람들을 탄압하게 되었으니 이런 뒤집힌 역사가 현세까지 짓누르고 있음이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원래 두 눈을 가린채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히 법에 의해 처리하라는 뜻일 터인데 우리 대법원 앞의 디케는 두 눈을 뜨고 책을 들고 있다. 혹자는 재벌과 권력자 이름이 적힌 책을 보고 판결해야 하니 저렇게 만든 것이라 조롱하고 있으니 디케가 분노할 노릇이다. 어지러운 때 자치통감의 한 대목을 검찰이 상기하면 좋겠다. “법은 부득이할 때 집행되었고/형은 스스로 범한 죄에만 더해졌으며/작위와 상을 줌에 사사로움이 없었고/벌을 가함에 노여움이 없었으니/천하에 복종하지 않을 자가 있겠는가?(임은정검사 ”계속 가보겠습니다“에서 인용)”
지금은 북한강이 흐르는 가평군에 살고 있지만 ‘서울’은 내가 태어나 46년을 살았던 내 고향이다. 어릴 적 뛰놀던 골목에 대한 기억과 청춘의 낭만을 불사르던 거리, 혁명을 외쳤던 광장도 내 기억에는 온전히 남아있다. 그렇게 ‘서울’은 내게 낯익은 이름이다. 고향을 떠나 가평군에 온 지 11년이다. 그동안에 난 내 고향 ‘서울’에 대해서 아주 낯선 사실들을 알게 됐다. 가평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자연보전권역’이고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팔당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이다. 이로 인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한강 물이 오염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한강 물을 누가 먹는가. 도시 특히 서울특별시가 먹는다. 서울 시민의 안전한 식수를 위해 가평군에는 대규모 아파트, 공장, 사무용 빌딩은 물론 4년제 대학 등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그러니 지역에 민간 자본과 인적 역량이 축적이 안 되고 지역의 경쟁력은 떨어졌다. 이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경제적 지원을 마을에 했지만 그 지원금은 마을을 키우기보다는 마을에 분쟁의 씨앗을 던져주고, 공동체성을 오염시키는 흙탕물을 끌어 올리는 마중물이 되곤 했다. 난 서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아주 안전하게 어느 지역 누군가의 삶을 뭉개고 살아왔음을 알게 됐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낯선 서울의 모습이었다. 가평군은 수도권에 속해있지만, 전국에 지정된 89곳의 인구감소 지역 중 한 곳이다. 앞서 언급한 규제들은 가평군민들을 도시 특히 서울시로 떠나게 했다. 현재 소멸 위기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지역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최근 주간지 ‘시사IN’이 인구 이동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비수도권 중소도시의 20대 여성들은 인접 광역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서울로 전입하는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렇게 서울은 다른 지역의 출생률을 원천적으로 거세하는 역할을 하며 자신의 덩치를 키웠다. 그렇다면 서울의 출생률은 높은가. 놀랍게도 전국 꼴찌다. 전국 합계출산률 평균 0.78에 서울은 0.59다. 반면 최근 서울시 편입 논란이 있는 김포시는 0.93으로 전국적으로 봐도 높은 쪽에 속한다. 다른 인접 시는 어떤가. 하남시 0.89, 과천시 1.02, 안양시 0.9 등 모두 서울시는 물론 전국 평균보다 높다. 서울에서 돈은 벌어도 가정은 서울에 꾸리지 못한다. 한편 전국 시·군·구 모(母)의 평균 출산연령 상위 10위가 모두 서울시의 구(區)다. 그 1위는 강남구로 평균 35세다. 가장 생활비가 비싼 곳에서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출산을 늦춘 결과일 것이다. 결국 서울에 온 청년들은 치열한 경쟁 스트레스와 경제적 압박 속에서 서울에서 아이를 못 낳거나 늦게 낳고 있다. 이 역시 내게 낯설었던 서울의 모습이다. 전국의 사람 씨앗을 빨아들여 수태하지 못하게 만드는 특별한 불임의 땅이 바로 서울특별시다. 사람이 도시로 가면 사람만 가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따라 지역의 돈도 함께 간다. 농산어촌 소멸 위기의 진앙지는 바로 내 고향 서울이다. 북한강에서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을 생각하며 가수 정태춘은 이렇게 노래했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내 고향 서울이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는 특별한 땅이 되길 바란다.
교육계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가 돼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1년 교육정책네트워크는 최적의 수업을 위해 적정한 학급당 학생 수는 15명이란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4월 기준 전국 초·중·고(분교 제외) 학급 23만5020곳 중 18.1%(4만2523곳)가 과밀학급이었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농어촌 지역이나 구도심 지역에서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문을 닫는 학교가 늘고 있다. 반면 신도시 등에서는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하다. 물론 그동안 과밀학급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1년 교육부와 서울시·경기도교육청 등은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2024년까지 3조원을 투입해 과밀학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자생과 성장 역량을 갖추어 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다수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은 법적·제도적 한계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약한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모델의 미흡으로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며 위기감이 고조되어 가고 있다. 게다가 국가경제의 위기 상황과 사회적경제 시장이 견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재부각되면서 사회적경제 주체들 다수에게 어려움이 점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는 ‘24년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을 60%에서 최대 100%까지 삭감하기로 했고 이로 인해 사회적경제 전체에 커다란 위기가 찾아왔다. '협동조합 활성화 사업’에 대한 예산은 전년 대비 90%가 줄어들었고, 협동조합을 포함해 사회적기업, 마을기업도 전년 대비 60% 이상 대규모로 삭감되었다. 사회적경제의 예산이 크게 줄어듦으로써 사회적경제의 발전이 크게 저해되고, 사회적기업에 고용된 취약계층의 고용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지원으로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의 경우, 정부 방침대로 예산이 삭감되면 당장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착한 소비’나 ‘윤리 소비’ 등에 대한 동기부여 부족과 소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결여가 사회적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인식 부재로 이어져 판로 확장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주체이지만, 이들 기업이 정부 지원 없이도 생존 가능한지, 그리고 이들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사회적경제기업의 재정 자립도와 육성 지원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많은 사회적기업들은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여 일자리 창출과 복지 실현 등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지원사업을 활용하여 경영 및 기업활동을 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협력과 연대 속에 직접 참여하고 수행할 수 있는 지역사업을 견인해 가기도 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지역공동체의 재생을 도모하며, 이는 지역사회의 회복과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고 지역순환경제를 구현함으로써 지역경제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 준다. 사회적경제기업이 지역 주민의 삶의 질 및 복지 향상에 도움을 주는 지역경제 주체로서 작금의 사회적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육성 체계가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방정부 주도로 전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중앙정부의 내년도 사회적경제 예산 복원과 고사 직전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현실적인 정책, 그리고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지역에 견고히 뿌리를 내리고 성장을 가능케 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세부 예산과 시행계획이다. 정부가 그리는 지방시대 청사진 안에 사회적경제의 소중한 가치가 담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