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최대 외교 쟁점인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놓고 윤석열 정부가 결단을 내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민간 기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변제 방식의 판결금 지급 방침을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론은 즉각적으로 극렬하게 갈리고 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돌파 의지를 피력한 윤 대통령과 집권당 국민의힘은 국익을 위해 지금 해결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 중이다. 그러나 제1야당 민주당은 ‘계묘늑약’이라는 딱지까지 붙여가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법 발표 다음 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김대중-오부치 정신 계승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언급한 대선 공약을 거론한 뒤 “강제동원 문제를 조속히 풀어내고, 한일 간 경제·안보·문화 분야 교류를 활성화..
요즘 북한 김정은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말이 많다. 집권 초기에 인민 생활을 강조하면서 개방의 길로 가는 듯 하다가 지금은 국가와 이념 중심, 사상 통제에 전체주의 폭군으로 변화하였고 이례적으로 둘째 딸 김주애를 군사 및 경제 행사에 대동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김정은 행보에 대해서는 김정은 자신만이 의도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를 포함한 국제 사회 당국과 전문가들은 정황상 추정에 의존하여 일종의 논픽션 소설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기대했던 기대하지 않았든 간에 국제사회 관심을 끌면서 여기에 더해 북한 비핵화 집중도 약화라는 효과를 얻고 있다. 즉, 국내외 언론에서 김주애가 과연 4대째 세습을 할 수 있을지, 남성위주의 동양 문화에서 과연 여성이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김주애 오빠..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참담함을 넘어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다. 여기저기 신문에 칼럼이랍시고 잡문을 끄적이면서도 ‘이런 글이 세상에 어떤 보탬이 되는가’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속칭 ‘검사정권’, ‘검찰왕국’ 치하에서 살아내기가 여간하지 않은 탓이다. 자기들만 가장 똑똑하고 정의로운 초엘리트집단이라 여기며 전횡을 휘두르는 형세는 그래, 집권했으니 권력놀이 한다고 치자. 또 정적제거에만 혈안이 된, 차마 두 눈뜨고 못봐줄 국내정치는 차라리 눈감으면 된다고 여기자. 그런데 3.1절 기념식에서 일제강점도 우리 탓이요, 침략자들은 이제 글로벌 협력파트너가 되었다고 하는데서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버렸다. 허나 이건 예고편에 불과했다. 강제징용배상문제마저 우리 기업 돈 걷어서 해결하겠다니 도대체 대한민국에 주권이 있기나 한 것인지 분노를 넘어서 부끄럽기가 이를데 없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전국에 국권찬탈을 항의하는 불길이 타오르자 조약체결을 이끌었던 학부대신 이완용은 고종에게 올린 상소에서 이런 망발을 지껄였다. “독립이라는 칭호가 바뀌지 않았고 제국이라는 명칭도 그대로이며 종사는 안전하고 황실은 존엄한데, 다만 외교에 대한 한 가지 문제만 잠깐 이웃 나라에 맡겼으니 우리나라가 부강해지면 도로 찾을 날이 있을 것입니다” 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국적에 유일하게 모두 포함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대명사인 그는 나라를 팔아먹고(일본에게서 거금을 받았으니 팔아먹은게 맞다) 거부로 살았지만, 죽거나 끌려가며 일제치하를 견디는 것은 백성들의 몫이었다. 이완용은 돈이라도 받았다지만 윤석열정권은 왜 이런 셀프배상이란 무리수를 둬가며 굴욕적 해결에 목을 매달았을까? 작년 9월 21일, 미국뉴욕에서 기시다총리와 윤대통령이 만났을 때 일본은 간담회라 깎아내렸다. 짧지 않은 만남이었음에도 굳이 회담이 아니라고 한 이유는 양국간 최대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소송문제 해결에 진전 없이는 정상회담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아사히신문은 “안 만나도 되는데 만나줬으니 한국은 일본에 빚을 졌다”고 표현했다. 3월16일 한일 ‘정상회담’을 합의한 이면에는 그때까지 강제징용 소송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그것이 굴욕이든, 치욕이든 말이다. 굴욕과 치욕은 다르다. 굴욕은 욕됨을 견디면서 사는 것이다. 참혹한 일을 당해도 남의 탓으로 돌리고 한탄할 따름이다. 치욕은 처절한 부끄러움이다. “이렇게 비굴하게 마지못해 사느니 차라리..”라는 자각이 뒤따르게 된다. 그래서 굴욕은 반복되고 치욕은 표출된다. 이완용은 상소에서 덧붙였다. “더구나 이것은 오늘 처음으로 이루어진 조약이 아닙니다. 그 원인은 지난해에 이루어진 의정서와 협정서에 있고 이번 것은 다만 성취된 결과일 뿐입니다. 가령 국내에 진실로 저 무리들처럼 충성스럽고 정의로운 마음을 가진 자들이 있다면 마땅히 그 때에 쟁집(爭執)했어야 했고 쟁집해도 안 되면 들고 일어났어야 했으며, 들고 일어나도 안 되면 죽어버렸어야 했을 것인데 일찍이 이런 의거(義擧)를 한 자를 한 사람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는 조롱하고 있었다. ‘정 꼽으면 백성이란 개돼지들이 죽도록 싸워보든가’ 하고.. 백이십년 후 정권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강제동원셀프해법의정서’를 내놓고 ‘그래서 어쩔건데?’라고..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라지만 세상은 고쳐 쓸 수밖에 없다. 치욕을 느낀다면 그때는 개돼지로 살아가게끔 만들어진 세상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경기도에 거주하는 전체 도민 20가구 중 1가구꼴인 5.2%(30만6천300가구)가 2차 복지사각지대에 속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2차 복지사각지대 규모는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중 위기 경험이 있는 비수급가구를 말한다. 경기복지재단이 발간한 ‘복지이슈 포커스’는 수년간 코로나 등 여파에다가 최근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충격까지 더해져서 사각지대는 더욱 증가해 발굴 대상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수원 세모녀’ 사건 이후에도 훨씬 다양해진 사각지대 개념의 규모·특징을 분석하지 못했고, 접근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게 경기복지재단의 설명이다. 지난 2021년에 실행한 사회보장조사를 활용해 분석한 복지사각지대 규모를 살펴보면 기준중위소득 50%이하의 비수급 빈곤 가구인 1차 복지사각지대는 전체 가구의..
가평군청 본청 실내 안내판이 얼마 전 바뀌었다. 그런데 왠지 새것 같지 않고, 때가 묻은 것 같기도 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안내판 한쪽에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안내도는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업사이클하여 만들었습니다.” 이 문구를 보자 새 안내판이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알았고, 이어서 이전에 보도됐던 기사의 제목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 세계 3위”, “1인당 섭취 미세플라스틱, 매주 신용카드 1장 분량”, “2025년 인천시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 종료”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는 이제 턱에 차 있다. 해양오염의 주범 중 한 나라로 우리나라가 거명되고,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의 생명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편하게 갖다 버리던 쓰레기장도 곧 문을 닫고 “앞으로는 너희 집 쓰레기 너희 집에서 처리하라”고 경고까지 받은 상황이다. 이런 연상 끝에 다시 안내판을 보니 재활용 판재의 오래된 듯한 느낌은 마치 고급 한지의 자연스러운 무늬같이 보이기도 했다. 평소 아름다움은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안내판은 그런 자신감이 깃든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이 안내판을 가평군 21개 마을이 연합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과 20여 년간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해 매진해온 사단법인이 협력해 만들었기에 그런 느낌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얘길 들어보니 지자체 안내판을 이렇게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으로 교체한 것은 가평군이 처음인 것 같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판재의 색이나 재질은 기존 새 플라스틱 안내판이 보여줬을 새로 화장한 듯한 느낌은 줄 수 없으니,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 입장에서는 하기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새로 만든 게 왜 저 모양이냐’고 누군가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에 담당 공무원은 얼마나 상처를 받겠는가. 그런 생각이 드는데 누가 선뜻 그 일을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것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이런 용기 있는 시도는 경기도의 최고봉인 화악산을 비롯해 1천 미터 넘는 산이 즐비하고, 북한강이 흐르는 자연보전권역인 가평군이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6만3천여 명의 주민이 약 1000만 명의 관광객이 버리는 쓰레기를 감당하려면 남다른 쓰레기 재활용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작년 선출된 서태원 가평군수는 가평군민과 함께 “자연을 경제로 꽃피우는 도시, 가평”을 새로운 군정 비전으로 정한 바 있다. 기후재앙 시대, ESG경영이 필요한 시대에 수도권의 물과 공기를 만들고 있는 가평군의 입장에서 의미 있는 군정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군정 비전이 공염불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을 이번 안내판을 보며 갖게 됐다. 교체 비용은 몇백만 원에 불과하지만 그 상징성의 값어치는 그 수만 배에 달할 것이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오래된 듯 아름다운 새 안내판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도전을 하는 오래된 아름다운 공무원을 응원한다.
윤 대통령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두고 국내가 매우 시끄럽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계묘늑약”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다수의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이런 해법에 동의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필자도 이번 해법은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 모두는 지지율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 지지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지지율은 곧 자신의 정치 행위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지지율에 “일희 일비“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더욱 그럴 것이다. 여당이 국회에서 소수당이기 때문에, 자신이 의지할 곳이란 여론의 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룬 것도 지지율 관리 측면과 아주 무관하지는 않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발표했으니,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윤 대통령의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라는 언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언급은 윤 대통령 자신도 이런 해법이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런 논란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일 관계의 정상화가 절박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왜 이런 절박감을 가졌을까? 일단 경제 위기와 반도체라는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한 이후부터, 이른바 소부장, 즉 반도체 관련 소재, 부품, 장비를 국산화하는 노력을 지금까지 기울이고 있지만, 이것이 이른 시일 내에 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위기까지 닥치고, 그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는 형국이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자부품 부문의 대일 수입액은 약 96억 1,110만 달러로, 소부장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8년 59억 9651만 달러보다 절대적인 수입액과 전체 전자부품 부문 수입액 비중(9.6%) 모두가 늘어났다. 이런 수치만 보더라도 윤 대통령은, 경제 위기의 빠른 극복을 위해서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또한,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미국의 바람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을 수 있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신 블록화 속에서, 한일 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바라는 미국의 입장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과연 이런 ”결단“이 성과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가는 미지수라는데 문제가 있다. 비난을 무릅쓰고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켰는데, 성과나 결과가 없다면 이는 ”굴복“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구급차 이동 중에도 세심하게 안 아프시냐, 조금만 참으시라고 친절하게 말씀해 주셨어요. 병원 응급실 도착, 접수하는 곳이 어수선했는데 접수하시는 것도 다 해주시고...옆에 여성 구급 대원에게 정말 감사해요 말했더니, 저희가 할 일인 걸요 말씀해 주시네요. 난생처음 119에 전화해 보았는데, 우리나라 119 서비스에 정말 놀랐어요. 신속하게 처리해 주시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119 구급 대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이다. 이 글에서도 나타나지만 우리 국민들은 119 구급대원을 영웅이나 의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언론이나 SNS에는 국민들의 생명을 구한 장한 119 구급대원들의 활동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장래 희망으로 ‘소방관’ ‘119 구급대원’을 꼽는 어린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이들도..
1894년 와카야마현에서 태어났다. 1989년에 작고했으니 100년 가까이 살았다.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오사카로 나가서 자전거 가게의 점원이 된다. 기차역에서 눈물을 훔치시던 엄마를 생각하며 밤마다 울었다. 소년에게 돈벌이 현장은 갓 입대한 신병이 투입된 전쟁터나 다름 없었다. "나는 세 가지 은혜를 받고 태어났다. 가난해서 어려서부터 온갖 힘든 일을 하며 세상살이에 필요한 경험을 쌓았다. 허약하게 태어나서 운동을 꾸준히 하여 건강하게 되었다. 무학(無學)이라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선생으로 여기며 배우고 익히는데 힘썼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어린 시절은 비범하다. 선생에게는 신산고초(辛酸苦楚)의 시간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매사에 정면대응하여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 어떤 난제도 포기하지 않고 궁리를 거듭했다. 심지어 경쟁사ㅡ소..
2년차를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시대착오적 고집으로 ‘전쟁의 안개(the fog of war)’가 언제 걷힐지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막후에선 휴전이나 타협과 같은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타협점을 모색하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나, 베트남전과 같은 역사적인 전쟁의 교훈에서 볼 때 시간이 걸릴 것은 확실하다. 2년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전쟁은 몇 가지 교훈도 던져주었다. 지도자들이 자신의 군사력·경제력 등 능력을 과신하여 상황을 오판하기 쉽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국가 간 단결이 침략자를 분쇄하는데 매우 효험 있는 수단임을 보여주었다. 물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그 수면아래에는 각국 간에 미묘한 긴장도 흐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독일의 미온적 태도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편으로 우크라이나전쟁은 디지털 폭탄시대의 서막을 열어가고 있다. 핵무기 경쟁 시대에 가장 큰 억지 용어가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즉 상호확증파괴였다. 네가 공격하면 나도 너의 본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논리다. 이 논리 때문에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도 핵전쟁을 피하고 해군력을 통한 쿠바 봉쇄 방법을 택했다. 이제 디지털 심화시대로 접어들면서 MAD는 MAC로 대체되고 있다. MAC는 Mutual Assured Cyberdestruction을 말한다. 상호확증 사이버기반 파괴다. 백업시스템과 같은 전력기반을 파괴하고 나아가 운송수단을 정지시키는 공격도 그 공격범주에 들어간다. 재래식 폭탄이 물리적 고속도로를 파괴한다면, 디지털 폭탄은 데이터 고속도로를 파괴한다. 은행은 올스톱될 것이고, 제조업도 정지되며, 병원에 대한 약품공급도 차질을 빚을 것이다. 잡화점은 상품이 떨어져 진열하지도 못할 것이다. 판데믹 당시 도시 봉쇄를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이런 혼란상은 천천히 터지는 중성자탄과 맞먹는다. 빌딩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을 살아가게 하려고 디자인한 시스템이 역으로 위험에 빠트리는 역설적 현상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 죽음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점차적으로 산업화이전 방식으로 되돌아갈지 모른다.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는 인터넷 이전 시대로 회귀할 지도 모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미디어, 금융기관, 비즈니스 및 민간영역까지 공격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 이런 우울한 미래의 전조다. 지금 각국은 전자기파 폭탄(electromagnetic pulse bomb)과 디지털 흐름을 마비시키는 무기 개발에 한창이다. 냉전시대와 격이 다른 새로운 무기경쟁이다. 이 경쟁이 염려스러운 것은 핵무기 사용 위협보다 사이버기반 파괴위협이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최근 ‘국가사이버 안보 전략’을 발표하고, 북한·중국·러시아·이란을 주요 ‘사이버적성국’으로 규정한데 이어 “미국의 국가안보나 공공안전을 위협할 수 없도록 법 집행과 군사 역량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국가들의 관련 단체들을 파괴하고 해체할 것”을 말했다. 그간 수비위주에서 공격적인 ‘정보방위(information defense)’를 선언한 셈이다. 우리도 지난해 입법예고한 사이버안보기본법안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것이 ‘정보방위’의 첫걸음이다.
국민의힘이 ‘친윤’의 김기현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이제 여야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을 향한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요즘 여야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내년 총선거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난해 3월9일 초박빙으로 승부가 갈린 대통령 선거 이후 여의도 정가는 하루도 바람 잘 날 없고 그 증상이 점입가경이다. 진실은 간 데 없고 거짓과 이것을 덮는 가짜뉴스로 뒤엉켜 결론없는 평행선 대치만 이어가고 있다. 사용하는 언어도 시장 싸움판 수준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메뉴도 대선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고 등장인물도 거의 마찬가지다. 더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는 것은 민생을 챙긴다는 여야 각당 내부가 스스로 모래성처럼 돼 있다. 특히 집권당을 이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막판까지 최악의 진흙탕 선거전을 표출했다. 김기현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