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 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4·19혁명 기념식에서 한 발언이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역대 대통령 연설기록 8980건 중 ‘사기꾼’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세계는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가짜뉴스에 얼마나 예민해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 발언 하루 만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짜뉴스 신고·상담 센터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연설한 그날, 세계 언론사에 기록될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미국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폭스뉴스가 투·개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사에 우리 돈 약 1조 4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미니언사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28개주에 투·개표기를 공급했다. 이 배상금은 언론사의 명예훼손 소송금액 중 역대 세계 최고다. 기존 최고액은 2017년 ABC뉴스가 육류 가공업체 비프 프로덕트에 지급한 약 2700억 원이었다. 폭스뉴스는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개표 조작이 있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도미니언사가 바이든 당선을 위해 투표 결과를 조작 했다는 것이었다. 이 보도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다. 도미니언사는 앞서 2021년 1월 폭스뉴스를 상대로 약 2조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청구하는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부분 국내언론은 폭스뉴스의 배상금 지급 소식을 보도했다. 중앙과 동아는 20일자(목) 국제면 기사로 간단하게 처리했다. 한겨레와 경향은 국제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방송도 SBS를 제외한 공중파, 종편, 케이블 뉴스채널도 이 기사를 다뤘다. 조선일보는 이례적으로 20일자 1면과 종합면 두 개 지면을 할애해 비중 있게 다뤘다. 그뿐이 아니었다. 다음날(금)은 이 기사를 보도했던 기자가 오피니언 면에 <거짓말 시대는 끝나야 한다>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사설도 <가짜뉴스로 美는 1조원 배상, 韓은 오히려 돈 벌고 정치 이득>이라는 논지를 폈다. 가짜뉴스의 사례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특정 진영의 사례만 들었다.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어 22일 토요판에서는 국제면 톱기사로 <낚시성 기사로 SNS 휘어잡던 온라인 뉴스 폐업>이란 기사를 다뤘다. 미국 버즈피드가 뉴스부분 사업을 시작한지 12년만에 폐업하고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키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날 북섹션도 <가짜뉴스는 ‘완전 거짓’이 아닌 ‘반쪽 진실’로 당신을 홀린다>제목으로 폭스뉴스 사태로 본 가짜뉴스 메커니즘을 다뤘다. 윤 대통령의 사기꾼 발언이 대통령의 언어로 적절했는지를 차치하고 국민적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 조선일보의 가짜뉴스 폐해 의제화는 조선일보 일부 보도가 반쪽 진실일 수 있다는 사실에 귀를 열고 있는가? 보수언론 폭스뉴스의 독선이 부른 화를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경기도가 오는 6월 마무리되는 경기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오는 9월 경기도형 준공영제인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를 도입한다. 새로운 제도는 도덕적 해이 등 비판을 받는 기존 준공영제 운영의 허점들을 보완하고 과학적 교통 데이터에 기반한 운행의 개선을 시도하는 등 선진적 기법이 도입된다. ‘노선’과 ‘운영’의 관리주체를 분리해나가는 이번 제도 개혁이 대중교통의 선진적 모델을 완성해내길 기원한다. 경기도의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는 기본 지원금과 성과이윤으로 운영되는 기존 ‘준공영제’와 달리 100% 성과이윤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기본 지원금을 받는 기존 준공영제의 운영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도덕적 문제 등 모순점을 보완하기 위해 버스업체의 성과를 토대로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노선 이용자 데이터를 통해 증..
노동시간 개편안을 이야기하면서 자주 등장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엠지(MZ)’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 개편 정책을 구상할 때부터 MZ세대를 고려했다는 점을 내비쳤다. 그런데 젊은 세대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명 MZ노조가 주69시간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통령은 정책 보완을 위한 의견 수렴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서도 MZ를 직접 언급해서 관심이 갔다. 이 말인즉 젊은 층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서 노동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개편안이 보완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MZ는 기성세대와 다른, 혹은 구분되는 ‘젊은층’,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의미로 쓰인다. 언론에서 인기 있는 용어로 활용이 늘었다. 여기에 ‘미래 세대’라는 의미를 더할 수 있겠다.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내놓은 때였다. 언론에서 MZ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어도 앞선 경우처럼 기시감이 들었다. 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피해 배상 방안을 두고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어떤 결정이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듯 미흡하다는 지적은 인정하지만, 반대로 기대가 있다면 이런 것일 거라는 논리를 폈다. 이를테면 언론은 ‘양국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혹은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기 위해’라는 대의를 내세우며 이것이 곧 성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게 했다. 여튼 한일관계를 개선하면 경제적 수혜가 청년세대, 즉 MZ세대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내용이 있다. 그래서 정부의 이번 결정을 미래 세대를 위한 결단으로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다. MZ세대에 대한 정부나 언론의 태도가 상당히 편의적으로 느껴진 장면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심한 사과’의 뜻을 모른다거나 ‘사흘’을 구분 못 하는 세대라며 문해력 부족을 지적해왔던 때와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다. ‘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을 연구한 김수아, 이설희, 홍남희(2022)의 연구를 보면 ‘정치권과 언론’이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주체라는 지적이 있다. 정치인과 언론이 세대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때로는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세대라고 부르면 특정 집단을 일반화하고 단정적으로 설명하기가 쉽다. 이는 특정 세대로 부를 수 있는 집단에 대한 편견을 그만큼 만들기 쉽다는 우려 섞인 평가이다. 세대를 언급하는 방식은 손쉬운 근거를 댈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우려가 있다면 특정 집단을 동질화하거나 낙인찍기 효과를 만든다는 데 있다. 세대 내 다양성이나 불평등의 문제, 격차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게 한다는 지적이다. 언론의 정파적 보도와 독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손쉽게 세대 갈등이 이용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일초라는 시간은 짧다. 틱, 하면 사라지고 틱, 하면 나타난다. 틱, 하는 순간 소멸해버릴 작은 단위를 왜 사람은 시간의 범주에 포함시켰을까? 하찮아 보이지만, 일초가 지닌 의미는 흥미롭다. 일초는, 야구경기에서 투수 손을 떠난 야구공이 배트를 맞고 다시 투수에게 날아가는 시간이다. 일초는,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온 침이 백 미터 날아가는 시간이고, 총알이 구백 미터 떨어진 표적을 관통하는 시간이다. 뿐만 아니다. 달팽이가 일 센티미터 전진하고, 두꺼비 혀가 먹잇감을 낚아채고, 벌새가 육십 번 날개를 퍼덕이는 것이 모두 일초에 이루어진다. 범위를 지구촌 전체로 넓히면 일초가 지닌 의미는 더욱 흥미롭다. 일초마다, 세 번 결혼식이 열리고, 네 명이 태어나고, 두 명이 죽는다. 일초 동안,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사백팔십육억 킬로와트의 에너지를 받고, 사백이십 톤의 비가 쏟아지고, 일만 천 리터의 바닷물이 증발한다. 두 대의 승용차와 네 대의 텔레비전이 생산되고, 청바지는 칠십 벌, 신발은 백 켤레가 팔린다. 그것이 일초다. 오천칠백 리터의 탄산음료와 오십일 톤의 시멘트가 소비되고, 스물두 명의 여행자와 이십만 건의 문자메시지가 국경을 넘나든다. 틱, 하고 사라져버리는 그 짧은 순간에, 우주에서는 일흔아홉 개의 별이 사라진다. 그것 또한 일초다. 범위를 사람 내부로 좁혀도 일초는 경이롭다. 사람은 수십 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체다. 세포는 사람의 삶과는 무관하게 끝없이 태어나고 늙고 죽는다. 일초라는 짧은 순간에도 사람의 몸에서는 천만 개의 세포가 새롭게 태어나거나 늙거나 죽는다. 대부분의 사람 체세포는 한 달 정도 사는데, 일 년이면 대부분의 낡은 세포가 죽고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그렇게 보았을 때, 똑같은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고,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전혀 다른 존재다. 일 년 전의 나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세포로 탈바꿈한 별개의 생명체다. 사람의 몸은 작은 우주다라는 말은 그래서 틀림이 없다. 사람의 몸은 산소와 탄소, 수소와 질소, 그리고 극소량의 칼슘과 인과 칼륨으로 만들어졌다.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기본 성분과 사람의 몸을 이루는 성분이 다르지 않다.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별이 우주 공간에서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처럼, 사람의 몸에서도 세포의 생성과 사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진행형인 소우주小宇宙로서의 사람을, 경이롭게 대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바로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이 얼마나 소중하고 경이로운지 망각하고 살아간다. 망각의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사람이다. 두 발로 걷는다고 해서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일초는 첫눈에 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미움도 시기도 질투도 거짓도 마찬가지다. 고민하는 시간은 길어도 결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초다. 일초의 결정으로 정권이 바뀌고, 전쟁이 터지고, 역사가 변한다. 일초의 선택으로, 속이고 배신하고 훔치고 빼앗고 죽이고 모른 척 한다. 나누고 돕고 살피고 보듬고 끌어안고 사랑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일초다. 선택에 이르기까지 들이는 시간은 길어도 결정의 순간은 실로 짧다. 참으로 짧은 것이 사람답게 사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골치 아픈 뉴스도 알고 보면 일초의 결과다. 신중하게 고르고 선택하고 결정하자. 일초야 말로,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을 가르는 경계선이니까.
1960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주의 혁명인 4.19혁명이 일어났다. 이승만 독재정권이 장기집권을 이어가면서, 부정부패와 억압정치는 점점 더 심해졌고 국민들의 생활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독재 정치에 대한 불만이 극심하던 시기,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조병옥이 사망했다. 1960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따라서 이승만은 가만히 있어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당시는 부통령도 있어서 대통령처럼 선거로 뽑았는데 이기붕이 출마했다. 선거결과는 이승만과 이기붕의 ‘압도적 승리’였지만 부정선거로 인한 결과였다.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부정행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폭력을 써서 입후보 등록을 방해하는가하면 유령유권자도 무더기로 나왔다. 관권을 총동원해 유권자들을 협박했고, 3~5인조 공개투표, 야당참관인 축출, 부정개표,..
추어탕집에 갔다. 돈까스 메뉴가 있다. 돈까스가 별미여서가 아니라 안먹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다. 이 세상을 같이 살지만 참 다른게 세상살이다. 요즘처럼 디지털화가 급진전한 때에는 그 다름이 예전보다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내 선택이 보장되는 편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TV 앞에서 가족이 공시청하던건 20년전 일이다. 미디어는 개인화되었고 결과적으로 세대별 프로그램 시청패턴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연간 프로그램 평균 시청율을 닐슨데이타로 분석해보았다. 베이비부머와 M세대, Z세대간의 비교를 주로 하였다.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인간극장이 베이비부머 세대 1위 M 세대 6위 Z세대 35위다.생로병사의비밀은 베이비부머 9위 M세대, Z세대 공히 26위다. 의외인 것은 생생정보가 베이비부머 13위, M세대 14위, Z세대가 4위다. 세 집단에 공통적으로 시청율 상위에 포진한 프로그램이 있다. 순간포착(각세대별 2,3,2 위),생활의달인(각세대별 7,4,3 위), 실화탐사대(각세대별 6,5,7위)다. 인간극장과 비교해보면 프로그램의 성격차이가 나타난다. M세대 Z세대 공히 1위는 “꼬리에꼬리를무는이야기”인데 베이비부머 세대에선 15위다. 휴먼다큐적 터치와 아날로그적 스토리텔링이 M,Z 세대에게 소구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청율로 추론해보면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펼쳐 보여주는 것을 선호한다. 가르치려 드는 프로그램이 싫은 것이다. 드라마에선 M,Z세대의 비지상파 선호가 눈에 띈다. 시청률 20위 안에 비지상파 드라마가 베이비부머에겐 5개 타이틀, M세대에겐 8개, Z세대엔 10개다. 앞으로 세월이 더 흐르면 지상파의 포지셔닝은 어떨지 그냥 보인다. Z세대 시청률 1위는 “이상한변호사우영우” 2위는 “스물다섯스물하나”. 이상한변호사우영우의 베이비부머 시청률은 11위 M세에선 4위,스물다섯스물하나는 베이비부머 27위,M세대는 5위다. M세대의 연령이 80년대초일수록 X세대와 비슷하고 90년대생일수록 Z세대와 유사하다. 그나마 주말연속극은 공시청이 가능한 스토리 구조라 M,Z세대도 어느정도 시청량을 보이고 있지만 일일연속극은 전혀 다르다. 베이비부머 6위인 국가대표와이프가 Z세대 50위,M세대 24위다. 일일연속극은 대부분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가족드라마를 표방하지만 결코 가족이 보진 않는다. 베이비부머의 절대적인 시청량이 많아 통상 시청률 상위권을 지상파방송의 주말극이 차지하지만 TV화제성지수는 전혀 다르다. 그만큼 M,Z세대는 기존 TV 이외의 OTT 시청량이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현재의 시청률조사 시스템은 국민의 전체적 시청현상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지상파 연간평균시청율은 6.87%, 2022년은 4.64% 다. 32%가 줄었다. 베이비부머는 11.2%에서 7.3%로 줄었지만 Z세대는 1.97%에서 0.86%로 반토막났다. M세대,Z세대의 TV이탈율이 높다.디바이스론 모바일이,미디어론 OTT시청률이 급증한 탓이다. 세대간 분절 현상은 오락프로그램에서 더하다. 1박2일,TV동물농장,미운우리새끼 등은 공히 선호도가 높지만 놀면뭐하니,나혼자산다,런닝맨 등은 베이비부머와M,Z세대간의 시청선호도가 확 갈라진다. 베이비부머시청 순위가 많이 떨어진다. 전국노래자랑,불후의명곡,가요무대는 M,Z세대가 아예 안보는 프로그램이다. 오락프로그램의 속성상 출연자에 따라 시청률이 등락하기 때문에 세대간 시청률 패턴의 차이가 극명히 다른 것은 당연하다. 2022년 지상파,종편의 메인뉴스 연간 평균시청률을 봤다. 베이비부머가 22.2% M세대가 5.3%, Z세대는 2.2% 였다. 베이비부머와 Z세대가 10배의 차이가 난다. Z세대는TV 를 통해서 뉴스를 안본다. 신문 안보는 것은 당연하고. 각 세대 내에서 총시청량을 장르별 기준으로 구분해보자. 교양을 1로 볼 때 예능,드라마 비중은 베이비부머가 1: 2: 3.3, M세대가 1: 2.9: 3.7, Z세대는 1 : 3.2 : 6.5 다. 교양프로그램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외면받는다. 가뜩이나 M,Z세대로 갈수록 OTT등의 영향으로 TV시청량이 적은데 교양의 비중이 세대별로 더 감소되는 것은 고탄수화물 식사 같은 느낌이 든다. 삶은 드라마고 예능버라이어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또한 베이비부머의 기우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아프고 난 뒤 성장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4년 만에 재개되는 축제 소식이 이어지는 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늘 붐비고 인천항 크루즈터미널도 해외에서 온 여행자들로 생기를 띈다. 각종 행사와 모임이 줄줄이 잡히고 단체여행도 활성화된 시기, 개방의 시기다. 본격적인 엔데믹 전환, 입출국 규제 완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으로 인해 그동안 억눌렸던 자유가 날개를 달았다. 꽉 막혔던 항공편 회복과 더불어 5월 황금연휴 기간엔 베트남, 일본, 태국 등 근거리 해외여행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여행자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정부는 근로자 1인당 국내 여행비 10만 원을 지원하는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을 펼치며, 각 지역도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코스 개발과 국내..
전기차를 둘러싼 글로벌 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기차 선두 주자인 미국 테슬라가 잇따라 가격을 인하하고, 비야디(BYD)와 폭스바겐 등은 보급형 소형 전기차를 내놓는 등 가격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올해 들어 독일과 한국 등에서 두 차례 가격을 낮췄고, 이달 초에는 미국에서 올해 들어 5번째 인하를 단행했다. 이런가운데 지난 18일 미국 정부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차 명단을 확정했는데 GM(제너럴모터스)·포드·테슬라 등 미국 완성차 7개 브랜드의 16개 자동차만 포함됐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다른 나라 자동차 업체들은 최대 7500달러를 지원받는 미국 업체들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 처지다. 전기차는 반도체에 이어 향후 10년 이상 세계 먹거리 시장을 주도할 미래 최대 핵심..
1. 봄이 오면 꽃을 구경하러 다닌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잠시 왔다 사라지는 찬란한 계절의 이름을 직접 불러줘야 할 것 같아서. 꽃들은 저마다 아름다움이 다르다. 바람에 고요히 흔들리는 목련에는 순백의 기품과 고고함이 있다. 벚꽃은 일시에 피어났다 비처럼 떨어지는 낙화(落花)가 아름답다. 산수유는 봄 햇살 맞으며 소풍 떠나는 아이 웃음을 떠올리게 하고, 개나리는 돌담 아래 미소 짓는 순박한 새악시 같다. 진달래, 배꽃, 철쭉, 등꽃, 연산홍은 또 어떤가. 이 땅의 길섶에 피어나는 이름 없는 들꽃조차 봄에는 모든 것이 눈부시다. 주말에 복사꽃을 만나러 갔다. 경상북도 영덕에서 ‘복사꽃 큰 잔치’가 열린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이다. 동해안에서 안동으로 넘어가는 34번 국도변의 복사꽃이 그렇게 곱다는 이야기였다. 황장재를 넘어 굽이치는 오십천 물길 옆에 수줍게 두근거리는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는 소식이었다. 두 시간 넘어 차를 몰았다. 하마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착했다. 그런데 꽃이 벌써 다 떨어져버린 것 아닌가. 가지마다 연두색 어린잎이 무성히 돋아나고 있었다. 초봄부터 시작된 이상 고온 탓에 예년보다 개화가 훨씬 앞당겨졌다는 거다. 도로 가에 차를 세우고 복숭아 농장으로 들어갔다. 몇 송이 매달려있는 분홍 꽃잎을 손으로 쓰다듬어 보았다. 아쉽고 서운했지만 또 다른 생각으로 마음을 달랬다. 다시 계절이 오면 꽃들은 어김없이 피어날 것이므로. 보지도 못한 채 져버린 꽃은 그때까지 기다림으로 내 가슴에 피어날 것이므로. 2. 돌아오는 길에 문득 융의 ‘꼬리를 무는 뱀’이 생각났다. 정신과 무의식의 관계를 통찰하여 인간 자아의 본질을 찾아내려 한 위대한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 서구 정신과학과 동양적 구원의 신비를 통합하려 일생을 바친 그의 사상 체계를 총괄하는 상징이, 자기 꼬리에서 시작되어 다시 꼬리를 무는 원형(圓形)의 우로보로스 뱀이다. 끝이 시작이고 시작이 곧 끝이라는 뜻이다. 안과 바깥, 삶과 죽음, 전체와 일부는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순환한다는 말이다. 그의 관점을 빌리자면 이렇게 덧없이 사라지는 꽃의 아름다움은 반드시 다시 태어날 꽃들의 출발점이다. 자연 속에 순환하는 원(圓)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근원이 시작되는 그 자리가 거꾸로 돌아가야 할 마지막 비밀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융은 늘 말했다. 존재가 진정 빛나는 자리는 자기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듣는 데서 시작된다고. 떨어진 꽃을 보고 돌아오는 내 마음이 이렇게 화답한다. “나무는 꽃을 피워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기가 뿌리 내린 대지의 바람과 햇빛을 사랑할 뿐이지요. 스스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에 몸을 맡길 뿐입니다. 그러면 저절로 꽃이 핍니다. 개나리의 소리가 개나리꽃을 피우고, 매화의 소리가 매화꽃을 피우고, 벚나무의 소리가 벚꽃을 피웁니다. 복사꽃, 진달래, 배꽃, 동백, 철쭉, 연산홍들도 그렇게 소리를 피우지요. 꽃들은 바로 생명의 소리 자체인 것입니다” 3. 꽃은 사라져도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내 인생의 길모퉁이를 돌아서 가버렸다 해도 그가 없어진 게 아닌 것처럼. 꽃이든 사람이든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다시 누군가의 안에 싹으로 심겨진다. 시간이 지나 봄이 오면 눈부신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차를 몰고 돌아오는 시간 내내 나를 찾아온 인연들을 생각했다. 떠나간 만남들을 떠올렸다. 울고 웃으며 한 시절을 통과했던 그들이 내 인생을 만든 원천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러므로 나는 내년 봄에도 영덕으로 꽃구경을 갈 것이다. 하늘 빛깔을 보고, 바람의 흐름을 만질 것이다. 그리고 꿈을 꿀 것이다. 나의 존재의 나무에서 태어난 꽃이 피고 지는 것을. 그 연푸른 잎이 마침내 영원한 어머니의 땅으로 돌아가는 것을.
최근 우리나라는 유명 배우의 마약 투약 혐의 사건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의 청소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마약 음료(필로폰 성분) 전달 사건 등 마약과 관련된 다양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 중 하나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마약 거래가 직거래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거래 당사자들간 신분을 밝히지 않고, 퀵서비스 등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한 비대면거래를 한다. 2021년 대검찰청에 따르면 10대와 20대는 증가 추세인 반면 40대와 50대는 감소 성향으로 이는 비교적 SNS 활동이 잦은 10대와 20대가 오히려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마약류 범죄는 지난 2018년 8107명에서 2022년 1만 2387명으로 가파르게 급증하고, 인구 5천만 명 기준 1만 명 이하인 국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