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정치’를 중심에 세우고 발전해온 한국과 미국의 정치체제가 막장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 국민의힘 윤석열의 거대정당 맞대결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대선판은 상대방을 향해 “감옥에 보내겠다”는 협박을 주고받을 정도로 막가는 수준으로 치닫는 중이다. ‘정책대결’이라는 선진적 선거의 본질은 실종되고 ‘티 뜯기 올림픽’ 형태로 추락하는 모습이다. 이 신물 나는 ‘양당 충돌정치’를 언제까지 견뎌야 할 것인가. 부디 누군가는 이 고질병을 고쳐낼 방안을 내놓고 추구해야 할 때 아닌가. 작금 벌어지고 있는 선거전 행태는 ‘대통령 선거’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저질선거로 흐르고 있다. 사소한 사생활 문제까지 망라하여 경쟁상대의 약점만을 들춰내고, 조금만 빌미를 잡아내기만 하면 침소봉대하여 떠든다. 없..
처음으로 6학년 담임을 하고 놀란 점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린다는 사실이었다. 첫 미술 수업 때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보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에게 이미 선생님이 그림을 얼마나 못 그리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약간의 부담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반 아이들의 대다수가 잘 그린다면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리는 방법과 순서를 정확히 알려준다면 아이들이 찰떡처럼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 내가 가진 주지 교과 관련 지식이나 체육, 음악의 실기 기능은 교사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 임용고시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보장한다. 다만 미술 실기만큼은 도무지 자신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초, 중, 고, 대학 내내 미술 실기에서 낙제점을 겨우 면한 상태로 졸업했다. 사실 낙제인 적도 있었을 거다. 초등학교 때는 찰..
중국발 요소수 사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자동차의 마그네슘(100%), 2차 전지의 망간(99%), 반도체의 산화텅스텐(94.7%) 등 대중의존도가 80% 이상인 주요 품목이 1850개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은 2년전 일본의 불화소수로 홍역을 치렀다. 앞으로 제2의 불화소수, 요소수 파동이 어떻게 닥칠지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2% 올라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중국도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3.5%로 역대 최고치다. 유럽 등도 마찬가지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에 3%대(3.2%)로 10여 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주 휘발유 주간 평균값은 7년 만에 1800원대로 올라섰고 정부는 유류세를 낮췄다. 코로나19에 맞서 양적완화 정책을 펴온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이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들어가고 금리 인상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한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도 물가상승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요소수 파장부터 원자재를 포함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흐름, ‘테이퍼링‧금리인상’ 움직임 등 각각의 출발점은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지만 그 결과는 한 방향의 위기로 압축되고 있다. 바로 세계 패권을 둘러싼 미‧중의 마주 달리는 열차다. 미국 바이든 정부들어 유럽, 일본, 호주 등 전통적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대중포위 전선이 일대일로의 중국 노선과 안보 경제 등 모든 부문에서 충돌하고 있다.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요소수 대란도 코로나 기원을 둘러싸고 중국이 갈등을 빚은 호주의 석탄 수입을 거둬들이면서 한국으로 2차 파동을 낳았다. 1, 2차 산업혁명 이후 비교우위로 분업화된 세계 시장이 미중으로 양분되는 반쪽 세계화로 역주행하고 있다. 원자재 등의 공급망이 교란되면서 원가 인상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전이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있다. 또 1985년 일본을 상대로 플라자합의 등 금융전쟁을 벌인 기축통화국 미국이 이번에는 금리인상 또는 BIS(자기자본비율) 등의 카드로 중국과 싸움을 걸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지금의 국제정세는 의도한 것과 의도하지 않은 것이 혼합된 ‘퍼펙트스톰’(동시 다발적 위기) 이상의 격변기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 이외에도 각종 원자재‧중간재, IT, 금융, 식량, 기후, 우주 등 전방위로 그리고 모든 나라가 미중 패권의 전장화에 갇히고 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장기집권 나아가 종신집권의 길을 구축했다. 주변 ‘지도자 리스크’까지 커졌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는 신작 ‘인공지능시대(Age of AI)’에서 미·중 적대감이 외교·안보·경제 등 전통적 영역에서 AI 첨단무기 개발 등으로 확대된 현 상황을 제1차 세계대전 전야로 진단했다. 오늘의 위기는 세계화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고용이 동반된 성장이 사실상 멈춰 제로섬 게임만 남게 된 데 큰 원인이 있다. 동맹‧안보‧경제 등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할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라는 언급은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해묵은 논란거리를 다시 한번 들췄다. 이에 따라 이런 논란의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찬반 양측의 논란’ 식의 보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상투적 표현이 등장한다. 관련 부처 역시 굳이 임기 말 대통령 언급에 찬반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고,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있는 남북평화 문제나 한반도 종전선언, 내지 검찰개혁 사안마저 여당과 정부 관련 부처의 적극적 호응이 없어 흐지부지 되는 상황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식용에 대한 대통령 언급이 있다 보니 여야 대선후보들의 입장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개고기 금지를 분명히 하면서 육견협회 등 찬성 측과의 대타협을 통해..
꽃 속이 따뜻하다. 너무 아프면 세상이 다 꽃으로 보여 천지간 온통 꽃 아닌 것 없으니 /이승희, 푸른 연꽃 인적 드문 사막에 숙소를 잡고 매일 느린 걸음으로 산책에 나섰다. 오솔길을 따라 한참 걷다 보면 브라만 사원이 나왔다. 거기서부터 작은 사원과 신전, 상점이 즐비한 바자르가 이어졌다. 사원 주변에는 걸인들이 우글거렸다. 인도 전통의학 아유르베다에서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해독요법인 ‘판차카르마(Panchakarma)’에 참여하고 있던 때였다. 내가 머물던 푸쉬카르는 “푸른 연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었다. 생명의 여신 사비트리와 지혜의 여신 가야트리가 지키는 사막의 성지라고 한다. 나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무기력과 우울함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몸과 영혼이 길거리 걸인들처럼 누더기였다. 어느 날 기도를 드리..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블록체인, 로봇공학, 바이오, 재생에너지 등 신기술분야가 가장 유망한 기술과 직종이 될 전망이다. 모두 디지털 대전환과 에너지 대전환을 뒷받침하고 고부가가치 지식경제를 확산하는 데 필수적인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기술들이다. 위의 신기술분야에 종사하는 경제활동인구가 많을수록, 그리고 그 비중이 높을수록, 국민경제가 상대적으로 윤택해질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우리나라에서 향후 신기술인재는 몹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공식추계에 따르면 2030년엔 부족인력이 무려 2만 5000명에 달한다. 예상되는 신기술인력 부족사태 앞에서 팔짱만 끼고 있을 순 없다. 당연히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향후 10년 동안 기존대학이 아무리 관련학과를 신설하거나 학과정원을 증원해도..
김정은 정권은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무기체계 5개년 계획“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한편으로 남한의 ’종전선언 목매기‘를 이용하여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등 남한의 방위력 약화 기도와 동시에 자신들의 군사력 확충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신포항 인근 동해상에서 발사한 소형SLBM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북극성을 개량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무기체계임을 공언했다. 요격이 쉽지 않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인 지대지전술유도탄(KN-23)과 유사한 수중발사용 버전이다. 북한 잠수함에 실린 SLBM이 선제기습공격 능력을 갖고 있고 전술핵과 결합할 경우, 가공할 파괴력을 갖는 것은 상식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한미 양국의 방어수단이 미비한데다, 우리 최고지휘부에 대한 기습..
수원시가 11월 한 달간 ‘SNS 동물등록 인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등록률을 높여 반려동물의 유실·유기를 막기 위해서다. 반려견·반려묘 몸 안에 마이크로칩을 넣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등록을 한 수원시민이 대상이다. 내장형은 목걸이로 된 외장형 칩보다 훼손·분실 위험이 적고, 반려견 유실·유기 예방효과도 높다. 수원시 공식 블로그 등에 올라온 ‘2021년 수원시 SNS 동물등록 캠페인’ 게시물을 선택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한 시민 중 추첨을 통해 강아지 또는 고양이 간식, 커피 모바일 상품권을 준다. 수원시의 이 캠페인이 전국으로 확산돼 책임감 있는 반려동물 돌봄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시는 캠페인과 함께 ‘동물등록제 비용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동물등록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진료·상담비(1만 원 이내)만 부담하면 내장형 방식으로 동물을 등록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도 지난 제355차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동물보호 조례 개정안’을 의결, 이달 2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개정안은 동물학대 방지와 유기동물 보호 등 동물보호·복지정책 추진을 위한 동물복지계획 수립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유실·유기동물의 입양률을 높이고자 '반려동물 입양센터 설치·운영'에 대한 지원근거도 들어있다. KB금융그룹의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 정도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반려가구라고 한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연관 산업 규모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 유실·유기 또한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 조사’ 결과 유실·유기동물은 지난해 13만 401마리나 됐다. 이 가운데 분양은 30% 정도, 소유주 인도는 1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안락사란 이름으로 죽임을 당한 동물은 21% 가량이었다. ‘반려’라는 인식이 없이 단지 순간적으로 귀여운 느낌이 들어 입양했다가 키우기 귀찮다고 내버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늙어서 보기 싫어졌다거나 병이 들었다고 버리는 경우도 많다.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견 등록이 의무화돼 미등록 동물 소유주에게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시키고 있다. 광견병 예방접종 지원도 동물 등록이 돼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미등록 반려견인 경우에는 동물 병원에서 먼저 동물 등록 완료 후 접종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동물등록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반려동물 소유 가구도 20%가 넘는 131만 가구 정도 된다고 한다. 특히 농촌지역이 동물등록제의 사각지대다. 농촌지역은 고령인구가 많다.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에서 반려동물을 벗 삼아 자식 삼아 지내는 노인들이 많지만 정보력이 부족해 동물등록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이다. 이 노인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따라서 농촌지역으로 찾아가서 동물 등록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울러 고양이도 반려동물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등록 의무화 대상은 반려견이다. 하지만 반려묘의 유실·유기 문제도 심각한 만큼 고양이 역시 반려동물 등록을 의무화시키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첫눈이 내렸다. 감정은 나이 들지 않는다고 하던가. 첫눈......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눈사람 되도록 걸었던 스무 살로 돌아간다. 첫눈 오면 내 어린 시절부터 청춘시절까지, 라디오와 거리의 음반가게에서 종일 틀어대던 노래, 프랑스 샹송 가수 아다모(Salvatore Adamo)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가 환청처럼 들린다. 고등학교 불어 시간에 처음 들었던 샹송도 아다모의 그 노래였다. 팝송보다 샹송에 더 빠졌던 그때, 에펠탑 아래에 샹송을 들으며 앉아있는 꿈을 꾸곤 했다. 코르시카를 듣지 않았다면 지금도 프랑스 노래는 샹송으로만 알았을 것이다. 노래가 넘쳐나는 세상, 대개의 노래는 나뭇가지에 잠시 앉았다 뜨는 새처럼 귓가를 맴돌다 멀어진다. 그런데 심장으로 직진하는 노래가 있다. 페트루 구엘푸치(Petru Guelfucci)의 코르시카(C..
지난 3일 《뉴욕타임스》는 ‘BTS에서 오징어게임까지’라는 제목으로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는 한국이 세계 문화계의 ‘거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겨울연가’에서 소녀시대로 이어져 온 짧지 않은 한류의 역사, 할리우드를 비롯한 세계적인 콘텐츠 성공 사례에 대한 빠른 벤치마킹,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불평등 확대와 계급갈등과 같은 보편적 소재의 적절한 활용 등을 꼽았다. 그럴듯한 분석이지만 한류 성공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수준의 문화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DJ정부 등장 이후 민주화의 진전과 이에 따른 표현의 자유 등 시민 공론권 확대, 그리고 2016년 이후 촛불혁명에서 찾아야 한다. ‘한류’라는 말은 1999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문화부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