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박근혜 정부에 의해 개성공단이 폐쇄된 후 남북관계의 재개가 논의될 때마다 개성공단은 언제나 화두가 되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남북경협사업의 상징물로써, 아니 실질적인 남북 상생의 모델사업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화해무드로 돌아선 남북관계는 4·27 판문점 선언, 6·12 북미 싱가포르 공동선언, 9·18 평양선언을 거치면서 곧 개성공단사업은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토지, 우리 측의 자본과 기술이 합쳐져 그야말로 남북이 Win-Win 한 개성공단사업은 경제적 효과를 넘어 공단부지 인근에 주둔했던 북한군이 후방으로 이동하고 DMZ에 통로를 만들기 위해 남북 간 군사회담이 빈번히 열리면서 평화의 제도화 모습을 보았고, 남북간 근로자들이 함께 일하며 서로..
다시, 호흡이다. 당연한 듯 숨 쉬고 살았는데 내가 그랬듯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숨 쉬는 법을 다시 익혀야 할지도 모른다. 많은 방법이 있지만 환자들에게 안내하다 보면 점점 단순화해서 말하게 된다. 직장일이 많아 앉아서 한가로이 호흡을 바라볼 심적 여유가 없거나 아니면 허리가 아프거나 여러 통증으로 앉아있기가 힘들다. 자신도 힘들고 혹은, 수술 후 좋은 컨디션이 아니지만 엄마로 아이를 보느라 또는 할머니로 손주를 보느라 자기 전까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위한 요약의 첫 번째는 숨을 코로 천천히 가늘게 쉬는 것이다. 최초의 한의학 서적이자 양생에 관한 지혜가 가득한 책인 『황제내경』에서는 2000년 전 이미 호흡미서(呼吸微徐), 즉, 호흡을 가늘게 천천히 하라고 안내한다. 건강하고 오래 살려면 실낱같이 가늘고 깊고 길게..
세계 2차 대전 말기 독일의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유대인 시몬 비젠탈(Simon Wiesenthal)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는 강제 노역을 나가는데 수용소 내의 간호사가 그를 불렀다. 그녀를 따라간 비젠탈은 전쟁의 폭격으로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나치 친위대(SS) 병사의 임종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죽어가기 직전의 친위대원은 자신의 악행을 고해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 유대인 ‘아무나’가 필요했고 그날 지목되어 온 ‘아무나’가 비젠탈이었다. 친위대원이 고백하는 내용은 유대인들을 교회당에 몰아넣고 불을 질러 밖으로 뛰쳐나오는 유대인들에게 총을 난사해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행한 행위로 인해 많은 번민과 고통 속에 있다가 이제 죽기..
얼마 전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는 내가 한의사이기 때문에 현대의학과 맞서는 생각을 가졌는지 궁금해했다. 어떻게든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자기 생각을 옹호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이유는 본인이 매우 심한 알레르기 환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백신 음모론도 약간 믿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 그가 하나님의 백성을 자처하는 신앙인이었기에, 이렇게 물었다. 성경이 기록될 때도 술은 있었잖아요? 예수께서 공생애의 삶을 살 때, 가장 먼저 행한 이적이 물을 포도주, 술로 만든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담배는 어떨까요. 예수님이 생존할 당시에 담배는 확실히 없었죠. 그런데 기독교인 중에 어떤 종파는 담배와 술을 허락하기도 하고, 어떤 종파는 엄격히 금하기도 해요. 제 생각으론 결국 어떻게 해석하..
‘시골’은 공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곳으로 인식되지만 이젠 옛말이 된 곳이 많다. 나이 들어 은퇴한 뒤 쉬고 싶었던 농촌은 무책임한 개발로 각종 공장이 난립, 어수선한 마을이 되고 있다. 특히 개별입지 공장이 평화로운 마을에 들어서면서 도시 경관 문제, 환경 문제, 교통 문제 등 각종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 이웃 간의 갈등마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경남 김해시을)도 지난달 18일 한국산업단지공단 국정감사에서 “난개발된 개별입지 공장들에 의해 도시공간구조가 왜곡되고 환경훼손이 초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이 공개한 ‘지역별 개별입지 기업 현황’(중소벤처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월 기준 전국 개별입지기업 수는 총 14만 1114개였다. 개별입지 공..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지 10년이 흘렀다. 2008년 후계자로 내정되었고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군 최고사령관의 자리를 시작으로 노동당의 최고지위와 국방위원회를 대신하는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직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혈통을 내세우면서 노동당을 중심으로 북한을 사회주의 강국으로 건설해 보고자 하는 방향에서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2011년 11월 20대의 김정은 위원장 등장을 두고 국내외에서는 여러 가지 전망이 많았다. 젊은 혈기에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와 스위스 베른의 유학경험을 토대로 북한을 개방의 길로 움직이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양 극단에 존재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통치하는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김정은 위원장 10년 통치 성적표는 정치는 우수, 군사는 매우 우수..
취재 보도 원칙 중에 기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이 ‘정확성’이다. 공정성, 심층성이 덜 중요하다고 말할 바는 아니지만 흥미성이나 신속성보다는 정보를 정확하게 모으는 기술을 우선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취재원의 말을, 정부의 발표를 정확하게 받아 적는 취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자가 팩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본래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는 데서 찾아진다. 대선 후보자의 유세를 직접 보지 못한 독자를 대신해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수집할 것인가? 물론 그런 이유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후보자와 연관한 사건을 제대로 전달해서 유권자가 판단을 정확하게 하도록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기사를 읽고 판단할 독자를 유권자로 위치하게 하는 보도 기술. 이런 부분을 기자들이 종종 간과하는 것..
때 아니게 첫눈이 내리니 밭에 있는 배추가 얼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서둘러 김장김치를 해서 비여 있는 냉장고에 채워 넣어야 마음이 놓이는 이것은 무엇일까. 김치를 먹어야 속이 시원히 풀리는 생리적 유전자가 있어 가을이 깊어지면 배추 가격부터 알아본다. 입안을 시원하게 해주는 김치를 북쪽 사람들은 쩡~ 하다고 표현하고 남쪽 사람들은 시원하다, 또는 맛있다고 말한다. 겨울동안 먹어야 할 맛의 즐거움 중 하나로 김장김치 담그기는 의례행사처럼 공동체가 모여서 만드는 것으로 오래된 전통이다. 새싹이 돋아나는 봄부터 시작하여 가을까지 밭에서, 들에서 나는 채소는 모두 김치가 될 수 있다. 쩡~ 하고 시원함은 1차 발효에서 생기는데 채소와 소금이 만나는 과정이다. 쩡~ 하고 시원한 맛은 양념인 고춧가루, 마늘을 아주 적게 사용하는 것이 비법이다. 이것..
매클루언(Marshall McLuhan, 1911~1980)은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영문학 교수로서, 대중적 인기와 국제적 명성을 누린 걸출한 미디어 이론가였다. 대중문화 비평가로서 미디어의 역할에 주목해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을 비롯해서 미디어를 다룬 여러 권의 책들을 남겼다. 지금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지구촌’이란 말을 유행시킨 사람이기도 하다. 매클루언의 미디어 이론은 자연과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과학의 이론이 선행적으로 학습되어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디어 연구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추상적 아이디어를 난해하게 서술했다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면 이대로 덮어둘 것인가? 미디어 현상에 대한 설명력이 부재하다면 그래도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왜냐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진화생물학 등 과학적으로 검증된 이론들을 근거로 풀어냈기 때문에 그 이론들이 폐기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는 점이다. 미디어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알아야 할 보석 같은 이론인 것이다. 지구촌 개념을 보자. 지구촌은 단순한 착상이 아니라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구축한 개념이다. 매클루언의 얘기를 들어보자. “우리는 우리 행성에 관한 한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폐지하면서 우리의 중추신경체계 자체를 지구를 품을 정도로 확장해왔다.… 전기에 의해 수축됨으로써, 지구는 하나의 촌락이 되었다.”(『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 우리 행성 지구가 전기에 의해 수축되었다는 것. 무슨 의미일까? 『구텐베르크 은하계』에서는 “전자기파의 발견은 인간사에서 동시적 ‘장’을 재창조하여 인류라는 가족이 오늘날 ‘지구촌’ 아래 존재하게끔 했다”라고 했다. “전기의 속도에 의해 모든 것이 반전된다.”라고도 했다. 속도가 핵심이다. 전기의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가속하여 빛의 속도를 좇아 근접해가면 시간은 점점 느리게 가고 공간은 축소된다. 계속 속도를 높여 빛의 속도와 같게 되면, 시간은 정지하고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다. 전기 미디어는 빛의 속도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매클루언의 언급대로 이론상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폐지된다. 이것이 지구촌이다. 전자기파의 발견은 인간사에서 동시적 ‘장’을 재창조했다고 했다. 19세기 중반까지는 전기와 자기를 별개의 현상으로 이해했지만, 전자기파의 발견은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전자기파라는 것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파동을 말한다. 전자기학을 완성한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은 전자기파가 빛의 일종으로 그 속도가 초속 30만 km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후 전자기파를 이용한 무선통신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언어와 문자, 인쇄에 이어 전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전기 미디어는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5회 정도에 걸쳐 인간의 확장, 미디어가 메시지다,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 나르시스, 미디어 역사 등 매클루언의 미디어 이론을 살펴보기로 한다.
직장 선택시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게 추세가 됐다. 역시 Z세대답다. 20년 전만 해도 미디어 관련학과 취업선호도 1순위는 기자였다. 그 후로 PD로 옮아갔다. 시간이 갈수록 시사교양 PD보다 예능 PD를 더 선호하는게 보였다. 5, 6년 전부터는 인플루언서 소위 유튜버를 꿈꾸는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언론사, 언론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과거 봉건사회에서는 신분이 직업이었다. 농업이 산업의 전부이었던 시절이고 그 외의 일은 농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보조역할이었다. 사(士), 농(農), 공(工), 상(商), 예(藝). 조선시대 직업종류이자 직업의 서열이다. 신분상 양반인 선비는 관리를 하고 훈장을 하고 상민의 대부분은 농사를 지었다. 사는데 필요한 기구를 만드는 가내수공업과 유통을 담당하는 장사치가 있었다. 시전, 보부상..